리토피아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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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희곡/침입자/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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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 신인작품
공모작
(희곡 부문)
제목: "침입자"
<메디컬 드라마 1>
정경진(42세) 作
주 소: 530-320 전남 목포시
북교동 3통 2반 192번지
연락처: 010-3935-7233
이메일: n-kj2@hanmail.net
작품개요
선(善)을 우선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사회적인 질서와는 달리 은밀하고 조직적인 악의 본성은 늘 동전의 양면처럼 기회를 노리며 인간의 의지를 조종한다는 전제에서 열등감과 이기심을 조율하지 못해 파국으로 내몰린 등장인물들의 이드의 영역을 빌어 피아의 구분을 흐리게 만드는 나약한 인간의 심성을 그리고자 한다.
줄거리
남편과 여행을 가던 길에 당한 교통사고로 첫 아이를 유산한 정희는 남편의 보험 보상금 덕분에 부유한 미망인이 되었지만 사고의 후유증으로 부분적인 기억상실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광장공포증 환자가 되어 병원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짧은 신혼의 기억 뿐 사고전후의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정희에게 유일한 의지처가 되어주는 사람은 주치의인 인철이다. 유능한 정신과 의사인 인철은 단편적인 정희의 기억을 대필작가였던 그녀가 직접 극화하여 자신의 과거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런 인철의 노력으로 매번 꾸게 되는 동일한 꿈<구타하는 남자를 살해하는 여자의 꿈>을 차츰 현실로 인식하게 되는 정희.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자신에게 매달리는 정희에게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미를 눈치챈 인철은 은밀히 뒷조사에 들어가고 이내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다. 사고가 나기 얼마 전 정희의 남편인 지훈이 보험설계사인 친구를 통해 배우자를 사고사로 위장하여 보상금을 받은 사례를 입수했다는 정보다. ‘혹시 지훈은 정희를 죽이려하다 재수 없이 자신이 먼저 죽어버린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그가 아내를 죽이려 한 것이 단지 돈 때문이었을까?’ 인철의 의문은 뜻밖에 발견된 지훈의 시신으로 서서히 진실과 가까워진다. 교통사고로 산화했다는 지훈이 암매장 된 토막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그렇다면 정희의 옆자리에 탄 남자의 시체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이에 경찰과 공조하여 증거를 입수하려는 목적으로 스스로 부인해 온 정희의 기억을 최면을 통해 밝혀낸 인철은 박약한 의지로 타인에게 기생하는 본능은 폭력과도 다름없는 고질병이자 무의식을 지배하는 악의 실체임을 알아내지만 그 또한 맹목적인 의지처의 배신을 용서치 못하는 정희에게 살해되고 만다. 약자의 본성을 조종하는 악이란 일상을 파괴하는 침입자처럼 더 이상 보호막이 되지 못하는 상대의 방심을 노려 불현듯 돌출 하는 나약함의 무기이기에.
등장 인물
정희1:<20대 후반>의지가 박약하고 독립심이 없는 대필작가로 성폭행을 당한
충격과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기억의 일부를 상실한 공황장애 환자.
지훈:<20대 후반>정희의 죽은 남편으로 전략이 투철한 만큼 지극히
현실적인 학원 강사.
인철:<30대 초반>냉정하고 명예욕이 강한 정신과 의사.
남자:<40대 후반>정희를 성폭행 한 집 주인.
폭력과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무뢰배.
영수:<20대 후반>지훈의 친구로 계산적인 보험 설계사.
정희2: 정희의 분열된 자아로 악을 조종하는 소리의 실체.
제 1 장.
막이 오르면 붉은 조명 아래 휘장이 내려진 무대.
그룹 이니그마의 “이니그마” 전주가 흐르면
여자를 난폭하게 구타하는 남자의 모습 어른거린다.
곡의 고조에 맞춰 남자를 연거푸 칼로 찌르는 여자의 실루엣.
정희1의 꿈속 묘사다.
남자 쓰러지며 서서히 막이 오르면 정신과 상담실이다.
무대는 핀 조명을 적절히 이용하여 정신과 상담실과 정희1의 신혼방으로
이중 구조의 효과를 내야하며 신혼방은 침대만 놔두어도 무방하다.
상담중인 인철과 정희1.
정희1:<다소 불안하게> 너무 끔찍한 꿈이었어요.
인철: 여자가 남자를 죽이는 꿈이라...매번 같은 꿈을 꾸는 것은
사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불안한 심리 때문일 겁니다.
남자에게 구타를 당하는 모습은 사고 당시의 급박함을 의미하며
여자가 남자를 죽이는 것은 남편만 죽고 살아남았다는 정희씨의 죄책감.
그리고 칼은 유산된 아기를 나타내는 거죠.
정희1:<답답한> 덤프트럭의 경적 소리와 불빛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어요.
덤프 트럭의 굉음이 들린다. 두려워하는 정희1.
정희1: 사고는 하루아침에 저의 모든 것을 앗아갔어요.
<서글픈> 남편과 가엾은 우리 아기...
인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형벌이죠.
정희1: 이젠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어요.
<슬픈 눈으로 인철을 바라본다.>
인철:<다정히> 그렇지 않아요. 내가 정희씰 지켜줄께요. 그러니까 정희씬 나만 믿어요.
정희1: 환자로선가요? 아니면...여자로선가요.
인철: 저는 매번 환자들과 사랑에 빠집니다.
정희1: 사이코를 사랑하시는군요.
인철: 그게 제 직업이거든요.
정희1: 이해가 되요. 제 직업이 대필작가니까.
인철: 글을 쓸 때마다 가상의 인물과 사랑에 빠졌겠군요.
정희1: 때론 실제의 인물이 가상의 존재가 되기도 하죠.
인철: 참, 제가 부탁한 걸 써 오셨나요?
정희1: 네.<종이를 건네 준다.>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을 극으로 꾸며봤어요.
인철:<쭉 훑어보며> 확실하지 못한 기억을 이렇게 글로 쓰면
좀더 구체적인 분석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죠.
자, 이제 행복했던 정희씨의 기억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볼까요.
인철 손가락을 튕기면 조명, 신혼방으로 이동한다.
침대 시트를 들고 들어오는 정희2.
정희2 침대에 시트를 씌운다.
지훈, 지갑을 들여다보며 등장.
지훈:<빈 지갑을 보란듯이 열어 보이며 허탈하게>
월급을 몽땅 털긴 했지만...그래도 침대가 들어오니까 신혼방 같긴 하다.
정희2:<들뜬> 이 침대는 우리들의 섬이에요.
우리 아기를 난지도에서 만들 순 없잖아요.
지훈: 보험료를 내려면 가불해야겠는걸...
정희2: 그까짓 보험료 조금 늦게 내면 어때요?
지훈:<정색> 그까짓 보험이라니...한치 앞도 모르는 세상, 둘 중 하나가 먼저 가면
산 사람이라도 잘 살아야지...당신은 너무 준비성이 없어 탈이야.
<가방에서 보험증권을 꺼내 보여주는> 보라구...내 기막힌 전략을...
이건 우리에게 백지수표나 다름없어...
정희2:<동그라미를 세며 놀라는> 어휴, 우리 목숨 값이 이렇게 많아?
당신 혹시 내가 먼저 죽으면 새장가 갈 거야?
지훈: 걱정마...이 보험은 당신을 위해 넣은 거니까...
내가 먼저 죽으면 당신처럼 감상적인 철부질 누가 구제해 주겠어?
정희2: 아휴 눈물나게 고마운 우리 신랑...
지훈:<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벌써 가야 할 시간이 다 됐군.
나 기다리지 말고 문단속 철저히 해.
오늘부터 입시반을 맡아서 늦게 돌아올 거야.
정희2: 문 두드리다가 주인 아저씨한테 또 혼나려구!
차라리 열어두는 게 더 나아, 안에 있음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니까...
지훈: 싼 게 비지떡이라고 열쇠도 사용할 수 없는 이 거지 같은 집.
정희2: 주인 아저씨는 어쩌구? 매일 같이 술만 마시는 놈팡이에다
남의 신혼방이나 훔쳐보는 흉물스러운 변태 홀아비.
지훈: 쥐새끼 같은 놈. 달동네에 집 한 채 가진 게 무슨 벼슬이라구...
정희2: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점은 있다. 뭐~
방음이 철저해서 우리 같은 신혼부부에겐 좋~잖아.<교태>
여보...침대 들어온 첫날인데...기념으로...우리 아기 하나 만들자...
흐응..여보오...조금만 늦게 가라...
침대에 걸터앉아 치마를 허벅지까지 끌어올리며 지훈을 유혹하는 정희2.
지훈, 손목시계와 정희2를 번갈아 보며 머뭇거린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정희2.
못 참겠다는 정희2를 덮치는 지훈.
순간 비명을 지르며 침대 위로 뛰어 오르는 정희2.
정희2: 악! 쥐! 쥐다! 저기 쥐가 있어!
지훈: 어디야! 어디!
정희2: <손가락으로 사방을 가리킨다.>
저기! 어머 또 저기! 한 두 마리가 아니네!
지훈, 빗자루를 들고 쥐를 잡는 시늉을 하고
정희2는 침대 위에서 팔짝팔짝 뛰며 호들갑을 떨며 대화.
지훈: 무슨 놈의 쥐새끼들이 이렇게 빠르냐.
정희2: 여보...나...무서워.
지훈: 괜찮아, 내가 이 쥐새끼들을 다 죽이든지 쫓아내든지 할게...
정희2: 쫓겨났다가 나 혼자 있을 때 다시 들어오면 어떡해?
지훈: 걱정 말라니까...퇴근할 때 쥐약 사 가지고 올께.
내가 이놈의 쥐새끼들 씨를 말린다.
정희2:<킥킥대는> 꼭 우리가 실낙원의 아담과 이브 같다.
지훈: 아휴...이 철부지...
조명, 상담실로 이동.
정희1:<아쉬운> 행복했던 기억은 거기서 끝나요.
인철: 쥐새끼가 부부관계를 방해하는 원흉이었군요.
오늘은 이쯤에서 마치고 불행했던 기억에 대해서는 다음에 상담하도록 할까요?
정희1:.불행한 기억이라...아, 벌써부터 두려워지는군요.
인철: 제 경험에 의하면 애매한 기억일수록 멋진 반전이 될 확률이 크더군요.
정희1: 하지만 만일 판도라의 상자가 된다면...
인철: 그 어떤 끔찍한 꿈도 제게서 정희씰 앗아갈 순 없을 겁니다.
<신뢰가 담뿍 담긴> 절 믿으세요.
정희1:<인철에게 살며시 안기는> 선생님...
그윽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암전
제 2 장
조명 밝아지면 상담실.
상담 중인 정희1과 인철.
차를 마시며 연인처럼 대화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퍽 친근해 보인다.
인철: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꿈을 꾸었겠죠?
정희1:<고개 끄덕이는>
인철: 자신을 학대하는 남자를 죽인 그 여자를 알아 볼 수 있었습니까?
정희: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살해당한 남자의 얼굴은 똑똑히 봤어요.
인철:<반가운 듯>그가 누구였습니까?
정희1: 그 사람은...<머뭇거린다.>
인철: 괜찮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정희1:<조심스럽게> 바로 선생님이었어요.
인철:<어리둥절> 저요?
정희1:<놀리듯>놀라셨죠?
인철: 아주 나쁜 꿈이군요.
정희1: 아주 애매한 꿈이죠.
인철: 그럼 애매한 기억을 도와 주는 가상상황,
정희씨가 쓴 불행한 기억에 관한 콩트를 진행해 볼까요?
인철 손가락을 튕기면 조명, 신혼방으로 이동.
정희2를 죄인처럼 닦달하고 있는 지훈.
지훈:<냉소적으로> 널 믿었던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 뻔뻔스러운 년...
불륜의 씨앗을 담고 감히 날 희롱하다니...
정희2:<매달리는> 지훈씨! 당신의 아기가 틀림없어요!
지훈:<뿌리치는> 저리 가! 가증스러운 년.
정희2, 바닥에 쓰러지면 침대 시트를 발작적으로 벗겨 내는 지훈.
지훈: 이건 우리들의 파라다이스가 아니야!
기껏 정부와 함께 뒹굴며 욕정의 숨이나 토해 내는 난지도!
아니 악취 나는 쓰레기보다 더 추악한 창녀촌에 지나지 않아!
정희2:<침대 시트를 빼앗는다.> 아니야! 여긴 우리들의 파라다이스야!
우리 아기가 살 낙원이라구!!
지훈:<정희2의 멱살을 움켜쥐는> 우리 아기! 우리 아기라구?
끝까지 그 돼지 같은 놈의 핏줄이 내 아기라구!
이건 악몽이야! 넌 그 악몽 속의 악마!
정희2:<간절히> 지훈씨 제..제발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이니그마 전주와 함께 매달리고 뿌리치는 두 사람의 실랑이 거듭 되다
기어이 정희2를 폭행하는 지훈.
정희2, 지훈의 폭행을 당할 때마다 미지의 소리를 듣는다.
소리: 남편은 널 버릴 거야!
정희2: 아니야!
소리: 으하하하!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넌 불륜의 탈을 쓴 타락한 천사일 뿐이야!
정희2:<절규> 난 억울해! 난 억울하다구!
기진맥진하여 침대에 널브러진 정희2.
지훈: 난 이 지긋지긋한 곳을 떠날 거야...흥, 실낙원의 아담과 이브!?
개소리 하지마! 네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순간부터
이 곳은 지옥이 되어버렸어.
가방을 꾸리는 지훈.
소리: 죽여 버려! 그래서 다시는 여길 못 떠나게 만들어!
남편이 가버리면 넌 의지할 곳이 없어지잖아!
가방을 들고 일어서는 지훈.
침대 밑에서 도축용 칼을 꺼내는 정희2.
지훈:<정희2를 경멸스럽게 바라보는>
이 거지 같은 곳에서 쥐새끼 같은 정부 놈과 잘 살아보라구!
지훈, 돌아서서 몇 발자국 걸어가면
칼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다 와락 달려들어 지훈의 등을 칼로 찍는 정희2.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리다 침대 위로 쓰러지는 지훈.
조명, 상담실로 이동.
정희1:<찜찜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썼을 뿐인데 이렇게 잔인한 꽁트가 되고 말았네요.
인철:<조심스럽게> 실제로 남편이 정희씰 의심 했었나요?
정희1:<민감한> 전 불륜을 저지른 적이 없어요.
인철: 지금 정희씨는 기억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치료를 받는 거구요. 따라서 이 가상 속의 주인공이
잠재된 자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희1:<불쾌한> 그러니까 제가 불륜을 저지른 뒤 그걸
추궁하는 남편을 죽였을 수도 있단 말인가요?
인철:<달래는> 아, 어디까지나 가상적인 상황입니다.
정희씨의 남편은 교통사고로 죽지 않았습니까?
정희1:<안도> 그래요. 제 남편은 교통사고로 죽었어요.
결국 이따위 꽁튼 유령에 대한 추억일 뿐이죠.
인철: 꽁트의 주인공은 다정하고 자상한 남편을 죽인 것이 아니라
폭력적이고 비정한 남자를 죽였어요.
정희1:<답답한> 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환상과 현실, 환청과 침묵...도대체 어느 것이 진실이죠?
인철: 환상과 현실, 환청과 침묵 모두 진실입니다.
무의식이란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없는 불가사해한 영역이니까요.
따라서 그 안에서 자행되는 온갖 범죄와 죄악은 본인이 기억하여
인정하지 않는 한 현실에서는 무죄가 되는 겁니다.
정희1: 제 꽁트 속에서 살인을 유도하는 소리의 정체는 뭘까요?
인철: 이니그마...
정희1: 이니그마?
인철: 불가사해한 사물이나 수수께끼의 인물이죠. 분열된 자아를 지배하는
분노, 스트레스. 피해의식이 낳은 기형적인 가상의 존재.
이니그마가 흐른다.
두려움을 느끼는 정희1.
정희1: 그때 뭔가 끔찍한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인철: 그때라면 사고가 날 당시인가요. 아니면 그 이전인가요.
정희1: 모르겠어요. 그때가 언제인지...
인철: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희씨의 공황장애는 영원히 고칠 수 없습니다.
정희1: 전 이대로가 좋아요. <인철에게 은근히 추파를 던지는>
선생님만 제 곁에 있어준다면...
인철:<정희1을 포옹하는> 저를 믿으세요.
병만 치료되면 정희씬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어요.
정희1: 원하는 모든 것...
인철: <의미심장한> 원하신다면 영원히 저와 함께...
정희1:<꿈꾸듯> 영원히 당신과 함께...
인철:<속삭이는> 잊으셨나요? 당신이 부유한 미망인이라는 사실을...
외부와 단절된 이 병원에서 썩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인생입니다.
정희1:<황홀한>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겠어요. 암전.
제 3 장.
조명 밝아지면 상담실.
인철과 마주 앉은 영수, 의자에 앉은 폼이 조금 불편해 보인다.
인철: 환자 전용 의자에 앉은 게 조금 찝찝하신가요?
영수: 치과, 내과는 뻔질나게 다녀봤지만 정신과는 처음이라 왠지 기분이 묘하군요.
인철: 요즘은 정신과를 찾는 것이 유행이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십시오.
영수: 갑자기 사이코라는 영화가 생각나는군요.
인철: 그런 병자들은 격리 수용을 하죠. 제 환자들은 바이러스에 약한
감기 환자처럼 잠시 심리적인 두려움에 시달리는 정서장애자일뿐
엽기적인 살인을 즐기는 과격한 사이코는 아닙니다.
영수: 정희씨 상태는 좀 어떤가요?
인철: 사고 충격으로 유산이 되긴 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영수: 다행이군요...그런데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뭡니까?
인철: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서요.
영수: 아!<아주 반가운 얼굴로 가방에서 카다로그를 꺼내는> 보험에 관해서라면
얼마든지 물어 보십시오. 간보험, 암보험, 재해보험 뭐든지 다 있습니다.
인철:<당황하는> 제 말을 잘못 알아들으셨군요.
전 정희씨의 부부관계를 자세히 알고 싶다는 의미였습니다.
영수:<뜨악한> 부부관계요?
인철: 네.
영수:<난처한> 죽은 지훈이와 허물없는 사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부부관계의 횟수까지는 자세히 알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은밀히> 아무래도 신혼이니까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인철:<실소> 그런 의미라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나 관심도 같은 것 말입니다.
영수: 아! 그런 뜻이었군요.
인철: 지훈씨의 평소 성격은 어땠나요? 예컨대 폭력적이라든가, 의처증이 있다든가.
영수:<딱잘라> 천만예요! 그런 의심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입니다.
조금 완고한 편이긴 했지만 지훈이는 법 없이도 살 놈이었어요.
인철: 정희씬 어땠나요?
영수: 요즘 여자답지 않게 순종적이고 마음이 여린 편이죠.
너무 지훈이에게만 의지하는 걸 보면 조금 위험하기도 했고...
인철:<예리하게> 위험하다니요?
영수: 지훈이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할 만큼 의지가 박약하다고나 할까요...
인철: 객관적인 판단입니까? 주관적인 판단입니까?
영수: 둘 다요...마누라를 애지중지하는 지훈일 보고 친구들은 부러움반 비웃음반이었죠.
인철: 그렇군요...<차트에 뭔가 적고> 참!! 지훈씨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때를
기억하시겠습니까?
영수: 물론이죠. 사고가 나기 이틀 전 보험료를 수금하려고 만났으니까요.
인철: 그 날 어떤 대화를 나누었습니까?
영수: 우연히 보험 사기극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인철: 보험 사기극이요?
영수: 사기극이라기 보다는 조작극이라는 것이 더 어울리겠군요.
자해를 빙자한 공갈이라고나 할까...
인철: 자해를 빙자한 공갈이라...
영수: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완전범죄가 된 사례가 그 날의 화제였습니다.
교통사고를 위장해서 아내를 죽인 뒤 보상금을 타 낸 경우였는데요,
평상시 부부금슬도 좋은데다 본인까지 중상을 입었으니
조수석의 안전벨트를 고장낸 뒤 일부러 분리대를 들이박았다 하더라도
단서가 될만한 증거를 찾지 못해 보상금을 지급했던 실례였습니다.
<부러운 듯> 그 남자, 지금은 새장가까지 가서 잘 살고 있다더군요.
인철: 아주 위험한 시도였지만 정희씨 부부의 경우는 망자가 바뀌었군요.
차가 낭떠러지로 추락하기 직전 간발의 차이로 조수석에서 튕겨져 나온
정희씨는 오히려 고장난 안전벨트 덕분에 살 수 있었으니까요.
영수:<그러고 보니> 지금 고인을 의심하는 겁니까?
인철: 저는 단지 환자의 치료를 위해 참고하려는 것뿐입니다.
유일한 목격자이자 피해자인 정희씬 아직도
사고 당시의 기억을 정확히 하지 못합니다.
남편과 아기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새로운 감옥이 된 셈이죠.
영수: 그나마 보상금이라도 탈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입니까?
<뿌듯하게> 고객들이 불행한 일을 당할 때마다 저는 살 떨리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사고로 죽은 자들이여 보상금으로 관 뚜껑을 덮어라!
인철:<다소 비꼬는> 직업관이 투철하시군요.
영수: 선생님도 저희 회사 교육을 한번 받아 보십시오.
무지몽매한 중생들의 재난을 대비해주는
구원의 수호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철: 저는 비몽사몽인 제 환자들의 수호자로 만족하겠습니다.
영수: 현명한 사람들은 불의의 재난을 대비하는 전략을 스스로 세우죠.
불쌍한 제 친구 지훈이도 역시 현명한 놈이었습니다.
참, 선생님은 미혼이신가요?
인철: 네...
영수: 그럼 요즘 가장 환영받는 결혼 필수품이 뭔지 아십니까?
인철: 잘 모르겠는데요.
영수: 바로 보험증서랍니다.
영수, 카다로그를 막 펼치려는 순간 핸드폰 벨이 울린다.
영수:<전화 받는> 장수생명보험 설계사 조영숩니다...맞습니다. 제가 지훈이 친구...
<잠시 듣다 꿈뻑 죽는> 어이쿠 사모님 감사합니다...
그럼요...아주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오늘 계약하시겠다구요?
아이쿠 제가 지금 당장 그리로 가겠습니다.
영수, 전화를 끊고 서둘러 가방을 챙긴다.
영수: 보상금을 많이 받게 됐다는 정희씨의 소문을 듣고
지훈이가 다니던 학원 원장 부인이 보험을 들어준다는군요.
<명함과 카다로그를 건네며> 선생님도 생각이 바뀌시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
요즘은 비명횡사가 유행이니까요.
인철:<마지못해 받으며 떨떠름하게> 그러죠.
영수, 쏜살 같이 퇴장.
인철:<투덜대는> 뭐, 비명횡사가 유행이라구?
인철, 명함과 카다로그를 휴지통에 버리고 무심히 라디오를 켠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의 목소리.
.앵커: 오늘 00국도변 야산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의 토막 사체가
발견됐습니다...경찰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피해자의 신원을
조사하는 한편 원한에 의한 계획적인 살인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인철: 00 국도변? 토막 사체? <어떤 예감> 혹시!
암전.
제 4 장.
조명 밝아지면 상담실.
장의자에 누워 있는 정희1의 몸을 애무하듯 다독이는 인철.
인철: 긴장을 푸세요. 마음을 편하게 먹구요...
정희1: 약속해 주세요. 제가 어떤 기억을 하든 절 버리지 않겠다고.
인철: 전 정희씰 영원히 버리지 않을 겁니다. 안심하세요.
녹음기의 버튼을 누르는 인철.
인철: 자...이제부터 과거로 돌아가는 겁니다.
인철, 회중시계를 정희의 눈앞에 대고 천천히 흔든다.
인철: 시계의 움직임을 주시하세요.
제가 셋을 세고 나면 당신은 사고가 나기 전의 정희가 됩니다.
<천천히>하나...둘...셋!
잠시 정적이 흐른다.
최면요법이 진행되는 동안의 인철은 평상시와 달리
매끄럽고 전문적인 화술을 구사하며 정희1은 평소보다
더 어리고 가벼운 가성을 사용한다.
인철: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까?
정희1: 네...
인철: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정희1: 집 앞...
인철: 어딜 다녀오는 길인가요?
정희1: 네...시장에...전...손에 종이 봉투를 들고 있어요.
인철: 종이 봉투?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나요?
정희1: 칼...네모나고 뭉툭한 칼이 들어있어요.
인철: 칼?
정희1: 돼지를 잡을 칼이 필요했거든요.
조명, 서서히 꺼진다.
어둠 속에서 진행되는 정희1과 인철의 대화를 통해
관객들이 신혼방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도록 적절한 연출 요망.
정희1: 집 안이 몹시 어두워요. 그리고 <구토를 할 듯>
우욱...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요.
인철: 무슨 냄새죠?
정희1: 돼지의 토사물 냄새.
인철: 돼지는 어디 있습니까?
정희1: 침대 위...
인철: 침대 위?
정희1: ...아...너무 어두워요...나...다시 나가고 싶어요...
인철: 안됩니다. 불을 밝히세요.
정희1:<주저하는> 무서워요...이토록 지루한 공포는 느껴본 적이 없어요.
인철: 두려워하지 말고 어서 불을 켜세요.
스위치 켜는 소리와 함께 조명 밝아지며 신혼방을 비춘다.
지훈의 옷을 입은 마네킹이 누워있는 침대 앞에서
코를 막고 서있는 정희2와 남자.
남자:<다그치는> 왜 이렇게 늦게 오는 거야!
정희2:<죄인처럼> 가까운 곳에는 마땅한 칼이 없었어요.
남자: 구했어?
남자, 고개를 끄덕이는 정희의 품안에서 종이 봉투를 낚아챈다.
남자:<도축용 칼을 꺼내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쓸만하군.
남자, 허공에 대고 칼을 몇 번 휘두른 다음 침대 위의 마네킹을 토막치면
조명, 남자의 과장된 행동을 잠시 현란하게 비추다 빠르게 상담실로 이동.
장의자에서 몸을 뒤척이며 흥분하는 최면상태의 정희1.
정희1: 피가 마구 튀어요!
인철: 돼지를 토막내는 사람은 누굽니까? 남편인가요?
정희1: 남편이 아니에요.
인철: 그럼 누굽니까?
정희1: 주인 집 남자...
인철: 주인 집 남자!? 왜 그 자가 거기 있죠?
정희1: 나를 도와줄 사람은 그 사람 밖에 없었어요.
돼지가 날 죽이려 했거든요.
인철:<답답한> 도대체 돼지가 누굽니까?
코를 킁킁대는 돼지 소리 들린다.
정희1:<혐오스럽게> 돼지가 내 속옷에 주둥이를 대고 냄새를 맡아요.
난...빨래를 널러 옥상에 갈 때마다 음흉하게 훔쳐보던
돼지의 눈이 너무 징그러웠어요. 하지만 문을 잠글 수가 없었어요.
남편이 문을 두드릴 때마다 그 돼지는 소란을 피웠거든요.
우리가 살던 집은...바로 돼지우리였어요.
인철: 주인 집 남자가 돼지란 말입니까?
정희1:<허공에 대고 손을 마구 뿌리치는> 안 돼! 저리가! <애원>
아,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전 아기를 가졌어요! 우리의 첫아기란 말이에요!
인철: 그 자에게 성폭행을 당했군요.
정희1:<격해지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들었을 뿐인데...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처음 안 날이었는데...
그 돼지 같은 놈은 절 범하고 또 범했어요.
인철: 남편에게 그 사실을 고백했습니까?
정희1:<흐느끼는> 돼지의 정액 냄새가 사라지기 전에 남편이 돌아왔어요.
인철: 남편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분노? 광분? 아니면 절망?
정희1: 남편은 아내를 겁탈한 남자를 추궁하는 것조차 수치스러워 했어요.
오히려 절 무자비하게 폭행한 뒤 잡아먹었죠. 그도...돼지였어요.
저와 아기를 죽이려는 목적으로 잔인한 전략을 짠 비열한 돼지...
인철: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정희1: 미지의 존재가 알려줬어요.
인철: 미지의 존재?
정희1: 어느 날 절 짐승처럼 취급하던 남편이 부드럽게 속삭였어요.
지훈:<목소리> 미안해. 다 내가 못난 탓이야.
당신을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어야 했는데...
여보...우리 내일 아침 일찍 여행을 떠나자.
이 지겨운 실낙원을 벗어나면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야.
정희1:<감격> 고마워요. 고마워요. 지훈씨...<꿈을 꾸듯>다시 되찾은 낙원에서
우린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어요...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비트는 정희1, 미지의 소리와 교합한다.
정희1과 소리와의 대화는 남녀의 정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고조되는 것처럼 치열함과 긴박감이 교차된다.
소리:<욕정에 들뜬> 정신차려! 네 남편은 지금 널 죽이려고 수작을 부리는 거야!
정희1:<한숨 같은 교성> 아...여보...
소리:<가벼운 자극> 그가 쉽게 수치를 잊을 사람이라고 생각해?
정희1:<가벼운 교성> 더 깊이...
소리:<조금 빠르게> 천만에! 네 남편은 지금도 널 혐오하고 증오해.
정희1:<조금 고조된 교성> 아...더 빨리...
소리:<과격한> 그는 보험 보상금을 노리고 너와 아기를 죽일 속셈이라구!
정희1:<오르가즘에 곧 도달할 듯> 아...여보...그만...그만해...
소리:<거세고 빠른 템포> 이 멍청한 년! 겁탈 당한 마누라를
무자비하게 때리고 범한 이 짐승 같은 놈을 아직도 사랑하니!?
정희1:<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낀 듯> 그만하라구!
소리:<사정을 할 듯 다급히> 어제까지만 해도 널 창녀 취급했던 놈이야.
그런 놈이 갑자기 태도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넌 의심스럽지도 않니?
정희1:<절규> 제발 그만하라니까!!
소리:<오르가즘의 극치 혹은 절명의 정점> 쥐약을...으...
이 놈의 정액만큼만 물에 타서 마시게 해...으...
<잦아드는> 그렇지 않으면 너와 아기가 죽는다구...
가쁜 숨을 몰아쉬는 정희1, 괴기스럽게 웃는다.
정희1: 거품을 품고 죽어 가는 남편이 꼭 돼지 같았어요.
인철:<냉소적인> 그럼 교통 사고는 어떻게 된 겁니까?
정희1: 토막낸 돼지를 야산에 묻고 돌아오는 길이었죠.
조명, 이동하면 모형 승용차<두 개의 의자만 나란히 놓여 있어도 좋다.>
앞에 서있는 남자와 정희2.
남자: 앞으로 어떻게 할거지?
정희2: 제게 이젠 당신 밖에 없어요.
남자: 너 하나쯤은 괜찮지만 애새낀 곤란해.
정희2: 낙태는 죄악이에요.
남자: 살인은 죄가 아닌가?
정희2: 정당방위였어요.
남자: 배운 것들이 하는 말이란 순 모순덩어리라니까.
남자는 운전석에 정희2는 조수석에 타는 모션.
남자, 안전밸트를 매는 시늉을 하지만 정희2는 몇 번 시도하다 포기한다.
남자: 새끼, 겉은 허멀건한 게...끝까지 생긴 대로 노는군....
안전벨트가 고장 난 차는 뭐하러 빌려왔담...
남자, 운전대를 돌린다.
난폭 운전을 하는 효과음, 머리가 아픈 듯 귀를 틀어막는 정희2.
정희2를 유혹하는 미지의 소리.
소리: 흐흐흐...결국 이 자식도 널 버릴 걸...
정희2: 아냐...그럴리 없어...
소리: 잘 생각해 봐...너의 모든 불행은 다 이 놈 때문이잖아.
정희2: 안 돼! 이 사람이 없으면 난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
소리: 이 놈은 네 원수야! 행복하게 살아 갈
너희 가족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간 악마!
덤프트럭 소리
소리:<충동적으로> 때는 이때야! 이 놈의 손을 당장 비틀어 버려!
정희2: 난 더 이상 갈 데가 없다구!
소리: 보험 보상금을 생각해 봐, 이 차는 네 남편의 이름으로 렌트 됐어.
덤프트럭 소리 점점 커지면 안절부절 못하는 정희2
그 모습을 힐끔거리는 남자.
남자: 넌 이제 죽을 때까지 내 노예가 돼야 해.
난 시체를 유기한 죄밖에 없어. 직접 죽인 것은 너잖아.
정희2: 노예...
소리: 봐! 내 말이 맞지? 평생 이런 놈의 노예로 살 거야?
아니면 부유한 미망인으로 살 거야? 시간이 없어!
정희2:<갈등하는> 이 놈은 평생 날 협박하고 학대할 거야...
소리: 당연하지, 자, 어서 분리대쪽으로 운전대를 틀라구!!
정희2:<주저하는> 하지만 들키면 어떡하지?
소리: 걱정마...밑은 천길 낭떠러지, 이 놈만 죽고 나면
넌 살인자가 아닌 불쌍한 피해자가 될 수 있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이 놈의 시체가
네 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거라구!
정희2:<작정> 그래! 이 놈만 죽으면 난 완전범죄에 성공할 수 있어!!
정희2, 운전대를 휙 튼다.
남자의 당혹스러운 비명과 함께 충돌음 이어진다.
음향, 서서히 잦아들며 조명 상담실로 이동.
인철: 하나 둘 셋!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정희1,
인철의 위로를 바라는 듯 손을 내밀지만
인철, 냉정하게 바라보기만 할 뿐 그녀의 손을 잡지 않는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인철:<도축용 칼을 드는> 이 칼로 독살한 남편의 시신을 토막냈겠군.
정희1:<기겁> 어떻게 그 칼이 당신에게 있죠!?
인철: 며칠 전 00 국도변 야산에서 토막 시체가 발견 됐어...
누구의 시체인지 당신이 더 잘 알겠지?
이 칼은 범행현장에서 나온 흉기와 똑같은 제품이야.
수사협조를 요청한 경찰의 자문을 받아 내가 직접 구해왔지.
인철, 칼을 내려놓고 녹음기를 든다.
칼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정희1.
인철:<녹음기를 내보이며> 두 남자를 살해한 당신의
엽기적인 범죄 기록이 여기 모두 저장 돼 있어.
정희1:<분노> 날 이용했군요!
인철:<태연히> 난 사이코를 사랑하지만 당신 같은 살인자를 사랑할 순 없어.
칼을 와락 집어드는 정희1.
정희1: 날 속였어...
싸이렌 소리.
인철:<거만하게> 이제 다 끝났군. 만일 날 죽일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아. 경찰이 곧 도착할 테니까.
정희1: 난 너를 믿었어...<칼을 든 손을 바르르 떠는>
인철: 그런 무모한 믿음이 치명적인 실수라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겠지?
정희1: 난 널 사랑했다구! <칼로 인철을 내리칠 듯>
동요하지 않고 다가와 정희1의 턱을 치켜올리며 눈을 맞추는 인철.
인철: 너의 구역질나는 사랑을 받는 것이 내겐 최악의 악몽이었어!
정희1:<칼을 든 손을 힘없이 떨군다.>
인철:<그럴줄 알았다는 듯> 네 까짓게 감히 날 죽일 수 있어?
흥, 미지의 소리는 너의 범행을 위장하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아!
그러니 이제 이따위 시시한 연극은 그만두시지...
처음부터 넌 소리 따윈 듣지 않았어...
내 환자들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구...<저주하듯> 이 살인자...
인철, 돌아서면 이니그마 전주와 함께 붉은 조명 깔리며 서서히 내려지는 휘장.
휘장 완전히 내려지면 발작적으로 인철에게 달려드는 정희1
소리: 이 개새끼! 죽어! 죽어! 죽어!!
인철의 몸을 미친 듯이 칼로 내리찍는 정희1의 실루엣.
서서히 암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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