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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상반기 신인발굴]_수필_조윤경_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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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2회 작성일 17-02-16 16:02

본문

<수필 부문>


이름 : 조윤경
성별 : 여
생년월일 : 1974년 1월 17일
연령 : 만 43세
주소 : 인천광역시 서구 검암동 537-1 선경숲풀림 403호
전화번호 : 010-7586-3317
약력 : 1974년 경기도 양평 출생
           2014년 허암 청소년 백일장 일반부 산문 입선
           2015년 인천 푸른 글쓰기대회 학부모부문 대상 (산문)
              서곶문화예술제 구민백일장 산문 동상
              남동문화예술제 운문부 우수상
              남동문화예술제 운문부 입선
              허암 청소년 백일장 일반부 운문 입선
          2016년 서곶문화예술제 구민백일장 운문 우수상
              허암 청소년 백일장 일반부 운문, 산문 입선












바람직한 미용실의 조건




일단은 서두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미용실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고가의 비용을 치뤄서라도 한껏 부풀어올라 구불구불 윤기가 줄줄 흐르는 탐스런 머리결 (마치 헤어샴푸 광고에 나올법 한) 을 가지고 싶었다.
희망사항이었을 뿐이다. 내 머리결은 가느다라도 너무 가느다라서 손가락에 힘을 살짝 주기만해도 머리카락이 뚝 끊어져 버리기 일쑤이고ᅠ 돈을 아낀다고 집에서 직접 염색을 한 덕분에 머리끝이 손상되어 긴 머리카락을 유지할때 쯤이면 머리카락 끝이 두 세갈래로 갈라져ᅠ 온통 푸석푸석해보이는 짚풀더미 같았다.

나의 외모에 많은 관심을 보이던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어쩌다 한번 크게 결심하고 동네에서 가장 솜씨 좋기로 소문난 미용실에 갔을때였다.
워낙 낯선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혼자 미용실 의자에 둥그러니 앉아 헤어디자이너 언니가 가져다 주는 잡지책을 뒤적이며
혹시 주위에 나를 아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서너시간을 보낸다는건 그리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던 것이 분명했다.
더욱더 신경에 거슬리는 건 헤어디자이너 언니가 나의 머리를 고불고불 셋팅기로 감으면서 물어보는 질문들이었다.
'언니 무슨일 하세요?' 부터 운을 띄우기 시작해 '언니 남자친구는 있어요?' '언니 휴가는 언제 가요? 어디로 갈거에요?'
'어머 언니, 머리결이 너무 안좋다 여기 끝에 좀 봐봐 다 갈라졌어, 이따가 끝을 많이 다듬어야겠어요'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래요. 제가 머리카락 관리를 잘 안해서 그런가요? 아니면 드라이기를 가까이 대서 탔나?' 라고 대꾸해주면
헤어디자이너 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말한다.
'어머 언니, 관리 받으셔야 해요. 영양분이 이렇게 하나도 없이 푸석푸석 하잖아요. 헤어팩도 하고 두피 마사지도 받으시면 좋을것 같아요'
아, 머리카락에 돈을 더 들여야 한다는 이야기구나. 역시 오는게 아니었어, 바가지 씌울게 분명해. 안한다고 말해야지 말해야지...
'아 예, 조금만 손 봐 주세요'

결국 그날 나는, 퍼머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나의 머리카락 덕분에ᅠ
만원 (좋은 퍼머약과 일반 퍼머약의 차이는 2만원, 그리고 머리카락이 길기 때문에 추가금액이 붙는다고) +
만원 (그래도 염색약은 보통의 저렴한 것으로 선택한 것) +
헤어팩 3만원 (이건 안 할 수도 있었던 건데)
총 18만원이 나왔다.

카운터에서 비용을 계산하고 텅 비어버린 지갑을 보는 순간, 제일 먼저 엄마가 원망스러웠고 아는 가게라고 해서 가격을 깎아 주지도 않은
미용실 원장이 얄미웠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거라고. 이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내 헤어스타일이 썩 맘에 들지도 않았을 뿐더러, 샴푸광고속 모델의 윤기나고 탐스러운, 구불구불 굵은 파마머리는 기대도 하지ᅠ
말았어야 했다. 머리카락이 얇으니 무엇을 해도 축 늘어져, 파마를 끝내고 머리를 감고 드라이로 힘주어 말렸음에도 영락없는 비맞은 강아지꼴이었다.

다른 미용실도 예외는 아니었던것 같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헤어스타일에 변화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나는 바가지 요금과 헤어디자이너들의 수다에 시달렸다.
%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곳이 필요한 것 뿐인데.

내가 원하는 미용실은 가게 문을 열고 '저, 파마 좀 하려구요' 한마디만 하고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하면 파마가 끝날 때 까지 딱 필요한 질문만 하는
헤어디자이너가 있는 곳이다. 얼마짜리 얼마짜리 있다며 나와 흥정하지도 않고 내 머리카락 상태를 보기만 해도, 아 이 사람이 뭐가 필요한가
단번에 알아봐주는 베테랑 헤어 디자이너.
수다스럽게 말도 많이 걸지 않았으면 좋겠고 티비를 틀어놓은 화면을 보면서 연예인들 사생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을 전달하는 것도 안했으면 좋겠다.
조금더 희망사항이 있다면 티비 보다는 라디오나 음악을 틀어주는 것인데, 아무래도 클래식 FM이나 102.7Mhz 이글FM 정도면 내가 나이들어서도
단골가게라고 말하며 자주 이용할 것 같다.
우유와 치즈


1

"야! 여기 좀 봐봐, 얘 밥에다 우유 말아 먹고 있어!"

기홍이의 말 한마디에 반 아이들이 우루루 오섭이의 책상앞으로 몰려들었다.

"말도 안돼, 너 이게 뭐야?"
"먹어도 돼? 응? 안 이상해?"
"맛이 어떠냐? 우웩 이다"

아이들은 십시일반 얼굴에 홍조를 띄며 한마디씩 내뱉었다.ᅠ

내 앞자리에 앉은 오섭이는 어제도 점심 도시락에 치즈를 싸왔다.
나는 오섭에 덕에 치즈라는 것을 처음 구경했다.
사실 흰 우유도 노란 치즈도 내가 평상시에 자주 볼 수 있는 먹을거리는 아니었다.
오섭이는 어제도 밥 위에 치즈를 얹어서 김에 싸먹는 것처럼 밥을 싸먹다가 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분명 특이한 행동을 했으니 오늘은 잠잠하게 점심시간이 지나가겠다 생각했는데,
이젠 한 술 더 떠, 흰 우유를 밥 위에 부어 말아먹고 있다니...

"야, 너 이상해. 너네 엄마가 이상한거지?"

반에서 가장 개구장이인 재운이가 또 한마디 거들고야 말았다.
그런데, 오섭이 바로 뒤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던 나는 하지말았어야 할 말을 하고 말았다.

"재수없어"

아무말도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우유밥을 먹고 있던 오섭이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우리 엄마가 뭐가 이상한건데? 어? 야, 너 뭐라구? 내가 재수없다구?"

난 움찔했다. 하지만 반격을 해야했다.

"너 어제도 재수없게 치즈 덮어 먹더니, 오늘은 또 우유냐? 아주 가지가지 한다!"

아, 난 정말 이렇게 밖에 말을 못했다.

아이들과 나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책상을 쾅 내리치더니 도시락 밥통 뚜껑을 휙 닫고 오섭이는 일어나 교실을 나가버렸다.

"야, 어떻게 해 오섭이 화났나봐"
"뭐 어때,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한게 뭐!"

내 앞에 앉은 아이지만 나는 오섭이와 같은 반이 되고서도 많이 대화를 나눈적이 없었다.
나보다 작은 키의 남자아이에게 관심따윈 없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자주 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는 오섭이에게
괜히 친한척 말이라도 걸었다가 나까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나는 내가 얌전한 오섭이를 화나게 할 결정적인 말 한마디를 한 것 같아 말을 하고 나서도 바로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 내가 왜 이런 말을 했지? 어쩌지... 아, 어쩌지...'

오섭이가 교실을 나가고 나서 괜히 머쓱해진 아이들은 각자 다시 자기들 할 일을 하기 시작했고,
오섭이가 교실을 들어왔을 때엔 언제 아까처럼 그런일이 있었냐는듯이 또 각자 떠들어 대기 바빴다.

나는 오섭이에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하면 안되는 거였고, 후회하고 사과하기엔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2
요즘 한창 밴드라는 스마트폰 앱이 유행이다.
처음에는 1학년 딸아이의 학부모들 모임때문에 온라인에 카페 비슷하게 개설하게 된것이 계기가 되었지만
자주 들락거리다보니 이 앱을 통해 동창 모임도 만들고 동호회 모임도 만들며 취미를 공유하고 소식을 주고받는ᅠ
한마디로 스마트폰 필수 앱이 되어 버렸다.
마침 인터넷 뉴스에 밴드 앱을 통해 소식이 끊겼던 국민학교 동창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ᅠ
나도 호기심반 설레임반 내가 졸업한 학교의 앱이 있는지 검색해 보았다.

'대전 흥룡국민학교 졸업생 모임'
'대전 가양중학교 졸업생 모임'

밴드에 가입한 회원수를 보니 이미 백단위를 넘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조윤경님이 밴드에 가입했습니다.'

밴드에 내정보를 기입하고 회원가입을 요청했는데 바로 승인이 되어 게시판에 제일 먼저 '오랜만이야 친구들아' 라고 인사말을 남겼다.

'띵동 안기홍 님이 회원님에게 게시글을 남겼습니다'
'띵동 이재운 님이 회원님에게 게시글을 남겼습니다'
'띵동 박혜진 님이 회원님에게 게시글을 남겼습니다'
'띵동 노성수 님이 회원님에게 게시글을 남겼습니다'
'띵동 성백술 님이 회원님에게 게시글을 남겼습니다'
'띵동 김오섭 님이 회원님에게 게시글을 남겼습니다'
'김오섭? 그 우유? 오섭이?'

밴드에 접속해 게시글을 눌러보았다.ᅠ
우려했던 대로, 그 김오섭이다.ᅠ
내가 못되게 굴었던, 못난 말을 했던, 사과해야 했었던, 그 김오섭.

김오섭 : 졸업하고 첨인것 같네... ㅎ
조윤경 : 오섭이 진짜 오랫만이네

이제, 용기를 내야 한다.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조윤경 : 오섭이 학교 다닐때 내가 많이 못되게 군거 생각나, 어쩌지 ㅋㅋㅋ
김오섭 : 나도 기억나... 어쩌지... ㅋㅋㅋ
조윤경 : 어쩌지... 기억못했어야하는데.... 잉...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급했지만 남녀공학이었던 학교였기에 오며가며 마주친적은 있었던것 같다.
중학교 졸업 후 오섭이는 서울로 전학을 갔고 나는 대전에서 계속 학교를 다녔다.
그 이후론 오섭이의 소식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이러브스쿨이 처음 인터넷에 유행했을때 김오섭이란 아이를 찾으려 회원가입한 친구들을 일일히 찾을 때도 오섭이는 없었고,
싸이월드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들었다놓았다 했을때도 오섭이는 찾을수가 없었다.
가장 최근에는 페이스북에서 오섭이의 근황을 찾기 위해 열심히 검색을 멈추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그랬던 오섭이를,
학부모가 되고 나서,
내가 우유와 치즈를 아주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난 국민학교때 그 우유와 치즈 사건 이후로ᅠ흰우유와 치즈를 볼 때면 으례 오섭이를 떠올렸었다.
오섭이도 그랬을 것 같았다.ᅠ
수십년이 지난 지금, 흰우유와 치즈로 소스를 만들어 밥과 함께 리조토라는 음식도 만들어 먹는 시대.
그 옛날, 오섭이는 혹시 이탈리아라도 다녀왔었던 거였을까?
잘사는 집 아이였던 오섭이와 그저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이었던 나와 반 아이들.
아마,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잘사는 집에 사는 아이의 식생활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부러움을 넘어 놀림감으로 매도되고 전락되었던 어린날의 시기와 질투 같은것 말이다.
오섭아
그 땐 정말 미안했어, 내가 왜 그랬을까... 그렇게 말해놓고도 많이 후회하고 반성했어
나 용서해 줄거지?
우리 다시 만나면 맛있는 리조토 집으로 같이 밥 먹으러 가자.
그리고 나 우유랑 치즈 정말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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