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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상반기 신인발굴]_소설_김경민_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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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부문>
이름: 김경민
성별: 여
연령: 21세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중)
주소 : 경기도 군포시 고산로539번길 7-12, 938동 1402호 (산본동, 롯데묘향아파트)
연락처 : 010-3344-6703
목소리 10g에 오천 원
월요일의 새벽 네 시 사십칠 분은 차분하다. 몸을 뒤척여 침대 밖으로 손을 뻗는다. 충전된 휴대전화가 뜨겁다. 밤새 올라온 뉴스 속보를 살핀다. 잠든 지 네 시간 만에 세상은 꽤나 소란스러웠다. 비가 내리고,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고속도로에서는 사고가 났다. 내려간 기온 탓에 얇은 외투를 챙기라고 한다. 왠지 모를 한기에 이불 속으로 몸을 파고든다. 엄마는 지금쯤 자고 있겠지. 정확히 다섯 시가 되자, 알람이 울린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부터 다섯 명의 아침을 열어줘야 한다. 단축 번호 1번을 꾹 눌렀다. 1번은 30대 직장인.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회의가 있을 때를 빼고는 매일 같은 시간에 깨워달라고 했다. 정확히 여덟 번, 통화음이 울리고 전화를 받는다. 십분 뒤, 전화를 걸어 “Make the most of your skills.” 영어 문장을 읽어줬다. 1번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영어 문장을 따라 읽었다. 영어 문장을 대답하는 걸 빼고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단축 번호 2번은 전화를 해야 하나 망설여졌다. 하지만 2번이 주는 돈은 남들의 두 배였다.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개 짖는 소리로 깨워달라는 조건. ‘딱 삼십 초만, 전화하자.’ 내 손은 2번을 누르고 있었다.
“주인님, 일어나세요. 머멍. 멍멍, 멍멍머머멍.”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 모닝콜을 받는 고객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전화를 받았다. 2번은 새벽에 일어나서 뭘 할까.
“일어나셨죠?”
대답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3번 고등학생 수정이까지 깨우면 끝이다. 수정이는 내 모닝콜 알람 첫 고객이다. 고등학생이지만 자취를 하는 탓에 깨워줄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고 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에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 오 분 간격으로 전화를 하고, 교복을 챙겨 입고 정류장에 간 것까지 확인을 해야 마음이 놓인다.
내가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건 짜릿할 만큼 의미 있는 일이다.
달콤한 딸기향이 호스피스 병동에 퍼졌다. 엄마가 있는 곳에서 풍겨지는 달콤한 냄새는 안도감을 주었다. 지금까지 엄마의 곁에서는 늘 짠 내가 났다. 엄마의 주변을 맴돌던 짠 내는 곁을 감싸다 못해 스며들어 있었다. 하지만 딸기향이 환자들에게 투여한 진통제라는 걸 알게 되고, 달콤함이 가진 양면성에 마음이 무거웠다. 삼 개월째 맡는 냄새는 적응되지 않았다.
엄마가 이곳으로 오게 된 건 어쩔 수 없었다. 굳어버린 소금 덩어리 같은 암이 온 몸에 퍼졌다. 특별한 치료보다 처방약과 간단한 응급처치가 준비된 곳이 필요했다. ‘맡기게 됐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내가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가는 건 드물었다. 병원비는 비쌌고, 밥은 간이 안 맞아 남기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엄마의 아침까지 책임질 용기는 없었다. 차라리 1번, 3번에게 활기차게 전화를 하고 2번의 전화를 자주 받는 게 나았다.
복도와 병실은 조용했다. 난동을 피울 만큼 에너지 넘치는 환자들도 없었다. 까치발을 든 채 구두 굽 소리를 죽였다. 엄마의 병실은 301호다. 여러 개의 병실을 지나가는 길은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웠다. 환자들의 예민한 신경은 복도에 집중되어 있었다. 침대에서 하염없이 가족을 기다리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최선이었다. 그들의 눈과 귀로부터 벗어나기란 적의 경계를 피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넓은 침대 중 한 가운데에 온 몸을 구겨 넣은 엄마는 새우 같았다. 하루 종일 소금에 새우를 절이던 엄마는 자는 모습마저 절인 새우를 닮아갔다. 엄마의 손금 사이에는 하얀 각질이 끼어 있었고, 머리를 긁으면 가루들이 떨어져 나왔다. 하루 종일 바닷가에 붙어 있으니 그저 속이 울렁거리는 줄 알았다고 했다. 울렁거림이 잦아들 쯤 엄마의 몸에는 굵직한 덩어리들이 자리를 잡았다.
“잘자 엄마.”
오늘 엄마의 머리는 단정하다. 흰 시트에 떨어진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주웠다. 끝부분이 투명하고 푸석거린다. 돌돌 말린 머리끝은 꽤나 답답해보였다. 뭐가 그리 복잡할까. 언제나 엄마는 자신만의 걱정거리가 있었다. 대학을 결정할 때도 휴학을 고민할 때도 내 목소리가 들어갈 틈은 없었다.
엄마를 만나고 집에 가는 날에는 무언가 하나를 샀다. 집 앞 다용도 마트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이나 하얀 토끼 얼굴이 달린 아동용 장갑 따위가 그랬다. 배달 음식점에서 준 나무젓가락이 서랍 한 가득이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돈을 쓰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랄까. 포부치고 쓸 수 있는 금액은 한정적이지만. 슈퍼 주인은 자주는 아니지만 매출을 올리는 고객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입구에는 여러 개의 화분이 있었다. 식물에도 떨이가 있는 건지. 색이 화려한 화분들은 중앙에 있는 반면 끝부분이 누런 화분은 구석에 내몰려 있었다. 동병상련인지 축 처진 화분들에 손이 갔다. 계산대에는 늘 죽상을 하고 있는 아줌마가 앉아 있었다.
“3000원이요. 비료나 화분 장식은 안 가져가요?”
죽어가는 걸 돈 주고 사는 것도 모자라 비료로 살리기라도 하라는 건가. 뻔뻔하기 끝이 없었다. 아줌마는 머리끈과 매니큐어 등 각종 잡동사니 사이에는 쇠막대기 끝에 장식이 달린 것들이 있었다. 포장지 사진에는 흙 속에 막대기가 꽂혀 있었다. 아무 효과도 없이, 장식이라는 역할에만 충실할 뿐이었다.
캐릭터들은 색이 바라 원래 모양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날개를 펼치고 있는 새까만 색의 새를 집어 들었다. 이 정도라면 벗겨지던 아니던 티도 안 날 것 같다.
“천 원씩 가져가여. 원래 천오백 원짜린데. 그거 하나 꽂으면 아주 화사하니 좋아.”
아줌마는 입이 열리는 대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허공을 향한 시야는 청자를 딱히 정해 놓은 것 같지도 않았다.
오늘은 시들어가는 화분과 검은 새 모형을 샀다. 합쳐서 오천 원도 하지 않는다. 살려볼 생각은 없었으나 이왕 데려온 거 부러 죽이지는 말아야지. 그나마 내 집에서 빛이 들어오는 곳은 창틀뿐이었다. 한 뼘이 채 되지 못하는 공간에 화분을 아슬아슬하게 세워 놓았다.
온 집안이 울렸다. 집 이래봤자 화장실과 거실. 방 한 칸 크기 정도의 삶의 터전인 곳이다. 육중한 몸을 계단에 내리꽂는 소리. 계단을 두 개씩 밟고 내려오는 게 틀림없었다. 씽크대 선반의 그릇이 달그락거렸다. 다행인건지 화분만은 자기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러다 정말 폭삭 주저앉는 건 아닐까.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너무도 쉽게 열렸다. 나는 이불에 누운 채 현관문을 내다봤다. 역시나 재호였다.
“또 왔어?”
재호는 숨을 고르기도 전에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헉헉대는 재호의 입에서 역한 담배 냄새가 났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이 장면. 서류 봉투 속에는 합격 고지서나 집문서 따위의 쓸모 있는 건 없었다. 재호가 찍은 사진들뿐이다.
재호는 노랗게 물든 손을 이불에 쓱쓱 문댔다. 그것도 모자라 다섯 개째 귤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귤은 이렇게 조물조물 해야 맛이지. 어때? 너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는 거야. 이번에 사진전에 제출할 작품들.”
턱 사이로 즙이 흘러나왔다. 손등으로 닦은 후 이불에 가져다 대기까지 3초. 말릴 틈이 없었다. 나는 같이 덮고 있던 이불을 재호의 등짝에 덮어 버렸다.
자세를 고쳐 앉아 사진을 꺼내봤다. 사진의 수준은 눈에 띄게 나아지지도 않았다. 카메라에 담기는 풍경과 인물은 거기서 거기였다. 전봇대 기둥에 기대어 있는 녹 슬은 자전거 하나. ‘개조심’이라고 써진 나무판자가 세워진 대문 앞, 하얀 반팔과 긴팔, 반바지가 널려 있는 옥상 건조대까지.
사진은 재호 그 자체였다. 언제나 뜨뜻미지근한 남자였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고, 어쩔 땐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진 속에서는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한 노력이나, 예상치 못한 반전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주어진 상황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사진에서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누구나 볼 수 있는 풍경을 찍었다는 것뿐. 마치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엄마의 숨결처럼. 그래프의 움직임에 처음에는 간절했으나, 이제는 점점 지쳐간다.
재호와 나란히 누웠다. 낮의 포근함에 잠이 몰려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몸은 노곤했다. 위기는 생각지 못할 때 닥쳤다. 막 잠으로 빠져 들 때쯤 전화가 울렸다. 휴대전화는 재호의 몸 가까이 있었다. ‘2번’이라는 글자가 화면이 떴다. 순간, 머릿속이 까매졌다. 어떤 남자친구가 이해해줄까.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통화를 해서 돈을 번다는 걸 들으면, 오해만 살 게 뻔했다. 2번과 통화하면 십분 당 오천 원, 하지만, 곁에는 재호가 있었다. 낚아채듯 집어 들어 화장실로 들어갔다.
“심심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아가씨. 날씨도 좋은데, 나올래?”
스피커를 틀어막았다. 화장실 문의 방음이 얼마나 완벽할지. 심장 떨리는 소리마저 새어나갈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변기 물을 내렸다. 수압이 약한 변기는 오늘따라 쫄쫄대며 내려갔다.
전시회가 다가오고 재호는 계속해서 밤샘 작업을 한다고 했다. 새벽에 가끔 걸려오는 목소리는 전혀 지쳐있지 않았다. 다만 바쁜 기색은 역력했다.
아침 일곱 시. 혹시나 전화를 해봤지만, 꺼져 있었다. 열 번 전화하면 여덟 번은 듣는 알림음이지만, 적응되지는 않는다. 아직 이른 아침이다. 쌀쌀한 탓에 창이 열렸나 고개를 올리다 화분을 봤다. 일주일 째 화분에 물을 주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상관없다. 연락이 오려면 두 시간은 더 남았다. 이불 안으로 몸을 구겨 넣는다. <전시회장에서 보자. 바로 와.> 무슨 기대를 했던 건지, 무미건조한 재호의 문자에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검은 루이까또즈 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언젠가, 첫 아르바이트 비를 받았을 때 산 가방이었다. 적당히 무시당하지 않을 수준의 브랜드. 월급은 내 손에 잠시 머물렀다가 엄마의 약 값으로 나의 교통비로. 온갖 자질구레한 것들의 뒷받침이 됐다.
한자리에 오래 서 있다 보니 오랜만에 꺼내 신은 구두가 발을 조여 왔다. 엘리베이터에 모습을 비추어보았다. 고대기를 한 머리도, 꾸미려고 입은 치마도 어색했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팜플랫으로 부채질했다.
<Capture the Moment 순간의 역사, 끝나지 않은 이야기. 지금, 여기, 살아있는 역사를 만난다. 퓰리처상사진전. 퓰리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문학‧음악상이다.>
표를 예매하는 사람들과 오디오를 빌리는 사람들로 로비는 북적거렸다. 재호의 손을 잡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가끔 가다 재호가 한 작품 앞에 오랫동안 멈추어 있을 때면 입이 바싹바싹 탔다. “이 작품 어떻게 생각해” 라든가 “이 사진은 전쟁의 아픔을 담고 있는 사진인데, 몇 년도 작품인지 알지?” 같은 질문을 하면 어쩌지. 전시관 가득 늘어선 사진만큼이나 내 머릿속 생각들도 끝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미술 전시회가 아니라 사진전이라 다행이었다. 인상파니 표현주의, 사실주의 따위의 이론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사진을 저마다 이야기가 있었다. 감격스러운 주인공들의 몸짓이나, 위험한 상황을 바라보며 절규하는 표정. 그 순간의 찰나를 감상하는 사람들. 전시회 분위기에 차츰 적응이 될 때, 재호는 한 작품 앞에 멈춰 섰다. <수단 아이를 기다리는 게임>이라는 제목의 사진이었다. 뼈만 남은 여자 아이가 땅바닥에 엎드려 누워 있었다. 그 뒤에는 독수리 같은 새가 앉아있었다.
“콘도르라는 새인데, 시체만 먹는 새야. 저기서 소녀가 죽으면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거지.”
설명을 듣고 보니 새의 눈빛이 꽤나 날카롭게 느껴졌다. 새는 아이의 울부짖음을 들었을까.
“미정이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사진을 먼저 찍어, 아이를 구해? 케빈 카터는 저 사진으로 퓰리처상도 받았는데 결국 자살했어.”
어쨌든 누군가의 죽음은 슬프니까. 사진 너머, 돌멩이 섞인 모래 바람이 느껴졌다. 입안이 씁쓸했다. 구두가 발뒤꿈치를 눌러 슬슬 불편해졌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냥 돈가스와 치즈 돈가스는 오백 원 차이였다. 저번 저녁을 재호가 샀으니까 이번은 내 차례였다. 결국 제육 덮밥을 시켰다. 그냥 돈가스보다도 오백 원이 쌌다. 늘 이런 식이었다. 복잡한 고민의 끝은 전혀 엉뚱한 결과였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재호는 영 심각한 표정이었다.
“미정아. 그 케빈카터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에 긴장이 됐다. 결국 또 사진전 얘기였다. 고개를 끄덕였다.
“상까지 받았잖아. 근데 또 다른 사람들은 케빈 카터를 욕했거든. 아이를 먼저 안 구했다고. 결국 아이는 잘 구조 됐대. 케빈 카터는 사진작가고,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그 한 장의 사진 때문에 그 사람마저 욕을 먹은 거지. 사람들은 때때로 누군가 하는 일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거 같아.”
대답 없이 밥을 먹다가, 혀를 씹었다. 재호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미정아, 너 복학은 언제 할 거야?”
이번에는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나도 재호의 어깨 너머 정수기를 쳐다보며 밥을 마저 먹었다. 재호는 계속 말을 했다.
“아직도 못 정해서 그래? 내 생각에는 그래도 하던 공부 하는 게… 전과한다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너 그러고 있을 시간에 남들은 벌써 취업 준비며…….”
“내가 알아서 할게. 내가 애야? 너는 전시회 준비나 잘해.”
씹어 넘기는 밥 속에 서로 주고받을 얘기도 삼켰다.
거울 속에는 눈가와 팔자 주름이 옅은, 아직은 봐줄 만한 엄마가 남아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의 눈매를 닮는 게 걱정 아닌 걱정이 됐다. 엄마는 냉장고를 가리키며 음료수라도 하나 꺼내먹으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젓고 엄마 곁에 앉았다. 창가 침대의 노파의 시선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엄마는 노파와 두어 번 시선을 주고받더니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나랑 제일 친한 노인네야. 이거 가족한테서 온 편지라는데. 우리가 글을 아니? 편지 좀 읽어주라.”
노파의 머리맡에는 빛바랜 가족사진이 있었다. 사진은 꽤 오래 전에 찍은 것처럼 보였다. 가족들 사이에 노파는 없었다. 편지 내용은 노파가 기다리던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민을 가게 된 가족들이 남기는 마지막 인사는 재산 분할에 대한 통보에 가까운 제안이었다. 고맙다, 감사하다 따위의 안부는 들어 있지 않았다. 네 개의 눈동자가 편지지 너머에서 느껴졌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굵은 소금 알이 섞인 침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듯 했다.
“가족들이 외국으로 간대요. 일정이 촉박해서 인사도 못 드린다고 편지로 대신 전한다고요.”
엄마는 잘 됐다며 박수를 쳤다. 엄마의 눈은 노파의 발끝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도 내 목소리는 남의 진심을 포장하는데 쓰였다. 링거 꽂힌 노파의 손등은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떨리는 손끝을 잡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정하게 뛰는 노파의 심박 측정기에 안도가 됐다.
산책 시간이라고 했다. 나는 엄마의 보조 침대에 걸터앉아 잠시 눈을 붙였다. 유리창을 통과한 빛이 따스했다. 머리카락이 뜨끈해질 때 쯤 잠에 들었다. 끔찍한 꿈이었다. 나는 웅크린 채로 엎드려 있었다. 윤기 나는 검은색 깃털을 가진 새가 나를 덮었다. 손끝 하나도 꼼짝할 수 없었다. 그 상태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목구멍 안을 가득 채웠고, 숨이 막혔다. 답답한 상태에 비해 새의 품 안은 포근했고 안심이 됐다. 콜록대며 잠에서 깨어났을 때 병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지라퍼, 집주인 아저씨였다. 역시나 왼손에는 돌돌 말린 신문지가 있었다. 오지라퍼의 신문지 레이더망에 걸리면 잔소리는 끝이 없었다. 오지라퍼는 목이 늘어진 하얀 런닝구를 입고 한 손에는 신문지를 들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우는 아이를 보면 더 자지러지게 만들고, 온 동네에 도움도 안 되는 말로 참견을 했다.
“아가씨 요새 통 얼굴 보기가 힘들어. 우리 할 말도 있지 않나. 방 값은 언제 줘. 계속 피한다고 나아지지는 않아. 벌써 삼 개월째잖아.”
나는 숙인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오지라퍼가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한 계단씩 내려올 때마다 뱃살이 출렁거렸다.
“우리라고 전기며 물이며 기부할 만큼 넉넉한 형편이 아니야. 저번에 말했지. 보증금에서 깐다고. 이번 달 말까지 꼭이야. 정말 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지라퍼의 신문지 끝을 노려보는 것뿐이다. 집주인이라면 돈을 받는 게 당연하고, 돈을 내지 않은 나는 떳떳할 게 없다. 계단 끝에 쌓여 있는 전공 책이 오늘따라 맘에 들지 않는다. 감아 놓은 노끈을 금방 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 걸 찾기 위해, 쉬는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알고 있었다. 애초에 하고 싶은 건 없다고. 멀쩡한 책을 발로 찼다. 노끈이 탁 풀렸다. 흩어진 책들은 집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드러누워 때를 쓰는 것 같았다.
이불을 덮은 발끝이 포근했다. 눈을 뜨기도 전에 느낄 수 있었다. 이 따스함이라면 오전 10시쯤의 햇빛이라고. 이부자리에서 몸을 반쯤 일으킨 채 꼼짝할 수 없었다. 누군가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 같았다. 화분이 있는 자리였다. 사람의 발이 한 곳에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닝콜 알바를 하지 못하고 아침이 왔다. 하루의 시작이자 유일한 할 일을 잃게 되니 공허했다.
수정이의 목소리는 흥분해있었다.
“또 떨어졌어. 애들은 다들 등급 올랐다는데. 나만 떨어졌어.”
밤 열시가 넘은 시각, 수정이는 이제야 집에 가고 있었다.
“등급이 중요한 게 아니야. 너가 나중에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봐.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쏘아 붙이는 수정이의 목소리 사이 틈을 비집어 말을 꺼냈다. 막상 뱉어내고 나니 막연했다. 정말 나는 뭘 하고 싶은 건지. 잠시 동안 아무 대답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정이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더 빠르게 말했다.
“그게 지금 나한테 할 소리야? 아직도 뭘 할지 몰라서 맨날 그러고 있다고. 내가 그딴 말을 들으면 위로가 될 거 같아서? 자랑이야?”
수정이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아직 치우지 않은 채 쓰러져 있는 책들이 보였다. 재호가 한 말이 다 맞았다. 전과는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그냥, 남들이 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면서 뒤처지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그 기준을 맞춘다는 것도 숨차고 힘들 테니까.
창가 쪽 노파의 침대가 사라졌다. 노파의 침대도 빠르게 치워졌다. 이용자가 없는 것들은 힘을 잃었다. 전화를 건 엄마의 목소리는 축 처져 있었다. 별 다른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었다. 원래 그렇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건 엄마일 테니까.
반 지하답게 햇빛은 오래 가지 못했다. 금세 온 집안에는 그림자가 졌다. 가끔 골목길을 다니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의존을 했다. 하염없이 창틀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검은 새가 순간 또렷한 이미지로 눈가 전체를 채울 때가 있다. 마치 날개를 펄럭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내 얼굴을 덮친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보지만 얼굴에 들러붙은 검은 새를 띄어내기는 쉽지 않다.
엄마의 전화를 끊고 검은 새가 갑자기 나를 덮쳤다. 엄마를 잘 챙겨주지 못했다고 벌주는 것일까. 벽 전체를 감싼 검고 두루뭉술한 이미지에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입 안에서 짭조름한 냄새가 난다.
전시회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사람들은 준비해온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사진 찍기 바빴다. 나는 가방 끈만 만지작거렸다. 버건디 색 니트를 입은 재호가 내게 다가왔다.
작품 앞에서 형식적인 사진을 남겼다. 찍는 순간만 요란할 뿐 시간이 지나면 들춰보지도 않을 추억 앞에서 환하게 웃었다.
“사진 잘 나왔네. 그때 하고 싶다던 작품으로 전시한 건가?”
재호는 전시 준비를 하면서 주최 측과 마찰이 있었다. 사진의 직설적인 면 때문에 예술적 분위기를 망친다는 것이었다. 사진을 볼 줄 모르는 나는 사진의 직설적인 게 무엇인지 몰랐다. 쓰러진 여자의 손에 들려 있는 날카롭고 뾰족한 것과 그 주변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인파를 보면서 무심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을 뿐.
와인은 스테이크보다 비쌌다. 핏물이 나오는 고기와 입이 떫은 와인. 어느 것 하나 부드럽게 넘어가지 않았다. 적당히 어두운 조명 아래 고기는 먹음직스러웠다. 접시 위에 아스파라거스와 양파를 으깼다. 재호는 아무 말 없이 고기를 씹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면 웃어야 할 것 같았는데, 벌써부터 입가가 떨렸다. 헤어지자고 하려나. 그건 언제든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계속해서 만날 이유는 없었다. 연인이라는 단위로 우리를 엮기에는 서로 불편했다. 굳이 정의하자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를 같이 넘긴 의리로 뭉친 사이. 가족 관계가 흔들릴 때 곁에서 위안이 되어준 버팀목. 버티기 힘든 시기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났고 세상에는 의리로 감당하기 벅찬 일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재호는 이제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그 일을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둘 사이에 차이가 벌어지면, 불편해질 수도 있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헤어지자고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면 어쩌지. 스테이크 가격을 채우려면 매일 2번과 통화를 해야 했다. 고기를 입 안으로 쑤셔 넣었다. 언제 씹어 볼지 모르는 것들이다.
“재호야, 너는 사진을 찍었을 거 같아, 아니면 아이를 먼저 구했을 거 같아?”
멀거니 접시를 쳐다보던 재호가 고개를 들었다. 반응은 없었다. 그렇게 서로의 침묵에 익숙한 시간이 지나갔다.
동네에서 오지라퍼를 피해 다니는 건 한계가 있었다. 돈을 구해야 했다. 내게 먼저 연락을 주는 부류들이 있었다.
<이력서보고 문자드립니다. 아직 알바 구하시나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장을 보냈다.
<W 대화카페입니다. 토킹바랑 비슷한데, 손님과 대화 하는 일이구요. 시급은 만원이고, 근무요일과 시간은 조정 가능해요.>
시급이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의 대화를 들어준다는 건 2번과 오지라퍼로 인해 다져져 있었다.
면접 시간은 오후 여덟시였다. <편하게 들러주세요.> 문자에 굳이 답장은 하지 않았다.
카페 유리창에는 검은 스티커가 붙여 있었다. 건물 중 유일하게 안이 보이지 않는 가게였다. 계단을 올라가자 검은 문이 나타났다. 창문과 마찬가지로 검은 스티커를 붙여 놓은 것이었다. 밖과 완전히 통제를 시켜 놓았다. 이곳에서는 어떤 대화를 나누는 걸까.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데 한 남자가 나왔다. 땀 냄새와 섞인 술 냄새가 역겨웠다.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단정한 차림새를 보니 회사원 같았다. 한 쪽으로 비켜서자, 짧은 순간 남자는 나를 훑어봤다. 문을 열자, 종소리가 들렸다.
“몇 번 방으로 들어가실래요? 아, 면접 보러 오셨어요?”
검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카운터로 보이는 곳에 앉아 있는 여자는 어두운 조명 탓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나와 여자는 입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면접을 위해 준비해두었던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카페 안에 방은 총 여덟 개였다. 방에는 텔레비전과 작은 테이블 위에 재떨이와 전화기 재떨이 따위가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는 내게 여자가 말을 걸었다.
“손님하고 만나는 것도 가능하세요?”
밖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나갔다. 새로 온 손님은 옆방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좁은 이 방에서 무슨 대화를 나눈다는 건지. 나란히 앉아 얘기를 하는 건가, 꽤 어색할 것 같았다.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통화 연결 음이 한 번 울리고 여자가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몇 살이세요?”
나보다 여리고 높은 음의 목소리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여자는 계속 말을 했다.
“바로 만날래요? 가까운 데로 잡아드릴게요.”
곧바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내가 생각하는 대화와 이곳의 대화는 다른 것 같았다. 카운터의 여자는 옆방에서 나왔다. 나는 고개를 까딱 숙여 인사를 하고 문을 나왔다.
재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계속해서 통화중이었다. 연락을 할 사람도 없었고, 더더욱 내게 올 연락은 없었다. 발걸음을 빨리할수록 발이 엉켰다. 재호에게 전화가 왔다. 급한 건지, 빠른 말투와 평소보다 높은 목소리가 화난 것 같았다.
“재호야, 너가 했던 말 있잖아. 사람들이 하는 일로 서로를 평가한다고. 그거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수화기 너머 재호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 물음에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기다리다가 전화를 끊었다.
‘사람들은 누군가 하는 일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거 같아’
재호가 했던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니었을까. 재호는 어떤 사람으로 평가 될까. 대화 카페에서 일을 했다면, 나를 쳐다보던 아저씨의 눈빛에 익숙해졌을까. 전화기 너머로 나를 만나던 사람들의 눈빛은 느낄 수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정씨, 밤은 깊고, 잠은 안 오네. 아, 고독하다. 발 사진 좀 보내봐.>
2번의 문자였다. 더 이상 2번에게 나는 필요하지 않았다. 모닝콜 알람을 위한 게 아니었으니까. 오천 원짜리 목소리였고, 자신의 심심풀이 땅콩이었다. 더 이상 고민 없이 2번을 차단했다.
골목길은 차가웠다. 조용한 골목은 다시 구두 굽 소리만 남았다. 드문드문 세워진 가로등은 그마저도 깜박였다. 한 걸음씩 뗄 때마다 어디선가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로등의 빛이 닿지 않는 곳에 고양이 여러 마리가 있었다. 아주 작은 아기 고양이들이었다. 한 손바닥에 올라갈 만큼 작은 고양이들은 나와 눈이 마주쳤는지 연신 울어댔다. 문득 ‘수단 아이를 기다리는 게임’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약한 소녀와 고양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라보는 것뿐이다. 소녀도 구해졌듯이, 고양이를 구할 사람은 따로 있을 거다.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나는 떨어진 거리를 유지한 채 어두운 골목을 빠져나왔다. 끊길 듯 끊기 지 않은 채 고양이 울음은 끈질기게 계속됐다.
새벽은 여전히 차분했다.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이 발생하고 기온은 더 내려갔다.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을 뜨는 것도 변함이 없다. 남들보다 이르게 시작하는 아침,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게 조금 벅차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누군가를 깨워주는 게, 아침을 열어주는 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꽤 자부심이 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진짜 의미 있는 일은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불 속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한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은 게 더 괴로울 때가 있다니.
전화를 걸기 전 양치를 하는 건 습관이 됐다. 치약향의 얼얼함에 입을 크게 벌린다.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목구멍이 간지럽다. 거칠게 목을 긁어내 보아도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내 목소리이다.
문득 목소리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그맣게 입을 벌리면 목소리가 조금 나오고, 크게 벌리면 많은 양의 목소리가 손바닥 위로 쏟아져 나온다. 고기나 금덩어리는 무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내 목소리도 그러하면 좋겠지. 엄마의 곁에서는 3g짜리 목소리면 충분하다. 서로 궁금한 것도 알려주고 싶은 것도 없으니까. 얼버무리다보면 3g으로 충분하겠지. 구태여 비싼 목소리를 꺼낼 필요는 없다. 2번 아저씨를 위한 목소리는 묵직한 10g 짜리. 긴 통화를 할수록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물론 내 목소리는 고기처럼 특수 부위가 있지도 않고 금처럼 가치가 있지도 않다.
다시 눈을 감기가 무섭게 전화벨이 울린다. 02로 시작하는 익숙한 번호는 병원이다. 엄마는 옆 병실 환자 흉을 본다. 수화기 너머 진통제를 달라고 발악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내 엄마의 목소리는 묻힌다. 아픔은 멈추더라도 흐르는 시간은 어쩔 수 없다.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는다.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숨통이 조인다.
차가운 집안 유일하게 살아 숨 쉬는 것은 화분뿐이다. 자동차 바퀴가 창가 가까이 지나가는 게 느껴지고 화분이 흔들린다. 곧이어 헤드라이트 빛이 집안을 쏘아 비춘다. 순간 벌거벗겨진 기분이 든다. 현관과 집안의 구분은 크게 없지만, 굳이 나누자면 이부자리가 있는 곳에 순간 검은 새가 나타났다. 숨을 들이마셨다. 누군가 목을 조이는 듯 꼼짝할 수 없다. 선 채로 쓰러져 버렸다. 양 팔을 앞으로 내밀고 몸을 웅크렸다. 엄마의 주변을 감싸던 소금 알갱이 섞인 바닷바람이 내 몸을 덮는다. 꿈에서는 따뜻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오래 전 말라비틀어진 화분에서 장식을 뽑았다. 쇠막대에서 검은 새를 뜯어낸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은 새를 입안으로 우겨넣는다. 목소리에 무게감이 실린듯하다. 몸부림치는 새의 날개 짓을 무시하고 침을 꿀떡 삼킨다. 답답하던 속이 이내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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