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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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옥-시(2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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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자:조미옥(여)
연령:38세
주소:경남 진주시 금산면 장사리 1000번지 흥한골든빌 115동 702호
이-메일:jml702@hanmail.net
연락처:055-759-0710
나의 발은 물방울이다
나의 발은 물방울입니다 높은 곳 낮은 곳 맑고 고운 소리 명쾌한 피아노다 아무 곳이나 갈 수 있고 앉을 수 있습니다 따뜻한 구름으로 흐르다 가슴을 강조한 큰 뭉게구름과 자고 난 다음 구름 속 작은 둔덕을 이룬 산으로 뚝딱 산을 내린 마을지붕과 흙발로 두드려 밟는 땅 담장과 인도에 분명한 틈을 냅니다 촘촘하고 밀도로 가득한 희미한 안개로 덮인 소읍에 종일 앉아 기다립니다 먼지 쓴 나무에도 강약을 두드려 머리위에 모자처럼 썼습니다. 검은 건반은 고깔모자 같습니다 모자 밑에서 뿔이 자라는 것처럼 하얀 머리 밑이 간지럽습니다 스치는 바람 풀잎들에 나무는 우산처럼 머리가 큰 모자입니다 텅 비는 빈 공간마다 쓴 고깔모자 허공입니다
나의 발은 미세하게 자랍니다 빈 공간에 큰방을 만들고 내 발목을 두드려 박습니다 말뚝에 매인 염소처럼 원을 그리며 그 치밀한 구름의 안에 검고 둥근 염소 똥을 눕니다 그리고 그 안에 뿔과 줄을 넣고 돕니다 또 뜯으면 돋아나는 감동의 풀밭으로 자랍니다 나무의 물결 내부 명료한 바퀴자국이 내장 된 길 질서입니다 나의 발은 그 곳에서 미끄러집니다 내 마음도 양철지붕으로 흠뻑 흘러내립니다 비다 기우뚱 철조망에 걸린 몸은 털로 덮입니다 목구멍으로 꽃을 피우기 위해 옆구리로 작고 뽀족한 가시를 수 없이 뽑아냅니다 다섯 발가락 태아처럼 온 몸 오므리며 뿌리를 내릴 것 같습니다 나의 발은
긴 하루
잘못 탄 버스를 황급히 내려 긴 하루를 걸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느린 산등성이 낮은 산들과 작은 둔덕 내 귀로 울리는
분명하고 둔탁한 발걸음의 울림 토닥토닥 밟으며 간다 짧은 보폭을 받아 적는 무디고 서투른 무른 흙먼지로 읽힌다 발뒤꿈치 묻힌 단어들 무겁게 앞으로 딛는 무게중심 자꾸 잃게 한다
움직임이 만드는 행위마다 바람은 직립으로 먼저 일어서서 가고 돌부리 마다
걸린 발걸음 채 읽지 못한 뿌리 근처를 맴돈다 뿌연 흙먼지가 인다 여린 풀잎에 비탈로 들어서는 나무에 작은 잎사귀를 잡아당기는 덩어리가 되어가는 흙의 속살 다 들어내면 잡목들의 뿌리가 아랫도리부터 벗고 누워있다 묻지도 않는 바람이 지나가며 빈 공원벤치에 놓인 옆으로 쏟아진 허연 요쿠르트 얼룩자국을 사방에 묻히며 팔각지붕 위를 빠져나가고 나는 시큼한 살구쥬스에 놀라지 않고 길가로 자꾸 휘청 거렸다 트롯처럼 흔들리는 길이다 멀리 소읍의 교회와 마을 잉걸불빛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오지 않는 기찻길 가에 모여 피어난 메마르고 건조한 봉우리 그대로 말라 굳은 노란 국화의 향내가 바람에 깨어날 것처럼 묻어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꺼낸 들국화 껌을 씹으며 지나가는 바람에 묻은 좁고 깊은 쌉쌀한 맛 어둠을 점거한 즙 빨면 안단테로 아다지오로 말갛게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낡고 오래된 멋없는 창문으로 흠뻑 젖어있다 붉게 녹이 쓴 구멍 난 양철지붕 하늘로 뛰어내리다 안달하다 발돋움하다 길고 비좁은 끝을 알 수 없는 미로처럼 어둠이 불러 낸 골목과 초라한 집들 켜켜이 쌓는 어둠의 지층마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 나 있다 뚝 끊겨있다 뒤돌아보면 오래되고 때 낀 익숙한 냄새 누런 지린내로 풍긴다
담벼락 밑 검게 낙서를 뒤집어 쓴 푸른 트럭에서 꺼낸 확성기 소리 높은 짐승의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다 물결처럼 춤을 춘다 허물어진 담을 지우고 오른 낮달 태연히 버려진 집과 울타리를 태우고 하늘계단 끝을 오를 것 같은 불꽃으로 빛은 서로 엉겨 붙는다 물비늘을 세우고 있다 버려진 배밭으로 내리는 소란스러운 젖은 별들 은하수 한 소절을 베어 아가미 같은 목구멍을 접었다 폈다 노래를 엮었다
길
속이 울렁거리는 멀미 난 길이다
내 몸 온갖 잡동사니 끌고 양피 배낭 가방 둘러메고 가다 엎드려 풀린 신발 다시
고쳐 묶고 일어서면 눈앞에 이는 아른아른한 물결 어지럽게 출렁이는 꿈이다 길모퉁이 더듬거리며 무너질 듯 부식의 시간을 견디는 담장 언 땅마다 균열이가 있다 벽은 벽으로 말하고 꽃은 꽃으로 무거운 나무는 낙엽을 내려놓는다
구멍이 나 있는 시간의 기억을 손으로 스치면 만져지는 모래바람과 시멘트 발로 차면 텅빈 지하의 울림 두 귀로 분명하게 전해온다 딱딱하다 바람은 개들을 풀어 놓고 골목길은 단단하게 길들을 붙들고 전봇대는 높이 하늘로 치솟았다 가랑이를 벌린 모퉁이를 돌아 검고 촘촘한 아랫도리를 훑어가다 발기도 하기 전 만난 축축하게 쏟아지는 것 어젯밤에 토한 토사물이다 내가 지난 자리마다 여린 풀잎들 스치며 길가의 띠풀 짓밟고 간다 맨발과 배낭에 검푸른 얼룩이 밴다 노란 불을 밝힌 기차가 바람결을 따라 지나간다 한번 만난 직선은 서로 만나지 않고 느린 걸음걸이의 햇빛은 때가 잔뜩 낀 넝쿨장미를 훔쳐보다 혀를 차다 혀처럼 돌돌 말린 길을 잘못 들어 돌아 나오기도 풀뿌리에 걸러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온 몸 중심을 잃다 어둠의 뒤 엄폐물로 숨어있던 묵직한 트럭의 무게가 덮친 난데없는 흙탕물에 욕을 해대다 모종의 시간을 지나 한 토막의 삶의 끝 강풍과 거칠고 험난한 자갈 드러낸 질서 지상에서의 마지막 밤은 은유라고 내용을 수정한다 나는 내 귀 속에 살이 된 귀지의 질서를 파다 흘러내린 브래지어 끈을 슬쩍슬쩍 어깨위로 올리다 심심하여 흘러가는 유행가 구름 마구 섞어 부르기도 한다 그러다
배가 고파 사온 먹을 것 가방에서 꺼내 마구 먹는다 소비하며 간다
배가 고파 날마다 파먹은 길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풀무원콩나물 신라면 다이어트콜라 쿨담배 타르에서 흐르는 검은 타액이 묻은 더러운 검은 봉지들 질질 끌고 나온 골목이 흘러넘쳐 한길로 나온다
한참 유행하는 PC게임방에 몰두한 분명하고 투명한 불빛거리
내려다본 전자 손목시계가 1분씩 느려진다 나는 4차선 도로위에서 소통되지
않고 가로수는 한 다스 씩 가을이 왔으므로 노랗게 늙어간다
등 뒤에 축축하게 밴 땀으로 허겁지겁 이리저리 걷는 길은 검다
삼성 김치냉장고
어떻게 하나
감각적인 개성을 표현하자면
화장을 한다
알맞은 온도5℃ 신선한 감성의 상태를 유지하며
늘 일정하게 지층 지하F1
눈높이를 맞춘다
김00이 허리를 적당히 꺾고 고요를 들여다본다. 옹기엔 침묵이 필요하다고
추억의 식물성 섬유질을 살린 푸른 감성 마음과 뼈가 붉게 돋보이는 육감
문을 자주 열면 맛은 변한다
우윳빛 햇빛과 문구점에서 가져온 나침반 어디를 향할까 바늘이 한번 떨린다 안테나를 세운 예민한 센서가 안과팎 더듬이를 세우면 공기의 미세한 호흡이 숨을 쉰다 감각이 한번 순환한다 잘 삭은 김치냄새가 난다
밥알이 동동 뜬 식혜 유리알빛 얼음 사각사각 씹히는 눈밭 길 맨발로 간다
그대로 오롯이 떠올린 새알심 동지 팥죽 한 그릇
달빛을 담는다 담으로
흘려 내리는 게 반이다 나무에 생크림을 발라 분당을 심심해서 뿌린다
성형과 표면 정리를 위해 올림과정이 2회 필요하다 스틱으로 홈을 내고
라프트 스노우와 씰 관련 상품을 꽂아둔다
민무늬 하얀 와이셔츠
민무늬 하얀 남방 저기 가네요
까르르 웃음 솟으며 가네요 앞가슴에 노란 민들레 이름표를 달고
봄나들이 후 불면 날아가는 씨앗들 칼라를 높이 세웠네요
줄을 서서 위태롭게 가끔 둔덕도 오르네요
팔짱을 끼고 민무늬와 민무늬가 섞이기도 하네요
아무 맛도 없네요 참 싱거운데
그런데 내 눈을 뗄 수가 없네요
가끔은 외투를 걸치기도 허리춤으로 들어가 있기도 하네요
빳빳하게 풀 먹은 커프스 주름이 날렵하기도 하지만
흘러내리는 색안경을 제자리로 갖다놓으며 손가락 끝으로 돌돌 만
쿨담배를 들고 입가에 구름처럼 연기를 피우기도 하는 굴뚝
밋밋하기도 하지 지팡이를 세운 가로수 한 다스와 세운 상가를
돌면 나오는 모자코너
뜬구름 같은 바쁜 걸음 땀과 잉크자국이 묻은 얼룩은 쉽게
지워지지 않네요 고개가 자꾸 기울어지고 단단하고 위태로운
목가에서 눈과 코 이유 없이 어지럽네요
봉곳 솟은 두 가슴 찔레꽃단추마다 피어난 솔기 꽃 매듭이네요
무동이가 사는 마을
무동이가 사는 마을은 어둠이 제일 먼저 내리는 곳이다
긴 하루가 끝나고 하루에 한두 번 오는 흔들리는 버스가
뚝 끊긴 캄캄한 길모퉁이 조심스럽게 발아한 추억은 가로등 밑에서 반짝 건조한
내 몸을 찔렸다
속도를 멈춘 폐타이어가 담과 이쪽의 경계를 넘보고 있다 어둠으로 뛰어 내립니다
멈춤 자리에 무수히 수컷뿌리들이 엉킨 바랭이 억새풀 무성한 엉겅퀴 독을 짜내는 시간들 풀밭으로 벋어 볕을 가리는 넝쿨들
웃자란 뜬소문 바람의 잇새 드리운 목 사랑은 뭉근해서나 거기 섞여 있을 열정의 변덕이 두렵다 애벌레의 식욕 무심한 호밋날 녹을 만들어 부스러뜨리려는 시간과 단근질의 나날을 조용히 지켜보며 딱딱하게 굳어버린 땅을 파헤쳐 공기를 통하게 한다 다리가 퉁퉁 부은 잡초 도태의 식물을 벌리고 들어간 풀숲에 오줌을 누던 발목 주위로 새까맣게 몰리던 모기 떼
책상머리로 탁 치면 묻어나던 붉은 선혈로 떨어지던 날개
버려진 배밭으로 앙상한 뼈 같은 가지들에 내려앉던 무수한 은하수엔 핏 돌기 같은 붉은 별들의 수런거림 눈물처럼 흘러 샀고 한낮의 햇살 속에서도 아무도 걷지 않는 비탈진 응달의 눈 트럭의 무게로 주저앉는다 미끄러지고 주저앉는 길마다 새로 생겨나는 젖무덤 두개
무조건 발길을 돌려 가슴으로 파고들듯 들어갔던 순자의 집 한낮의 햇살은 노란 택시가 실어다 준 것이다 좁은 골목을 끼고 돌면 오줌 자국 같은 호박넝쿨들의 두런거림 넓고 깊은 안마당까지 따라온다 하얀 잇속 다 들어낸 파 꽃의 웃음 내 마음을 잠깐 깨운다 그 한 켠 주인 잃은 앉은뱅이꽃도 지네발로 뛰어나온다
가지런한 툇마루 건너 짧은 미닫이 문 넘어서면 하얀 버선목 걸어오는 내용 두부다
거미의 숲
두개의 선이 하루에도 몇 번씩 힘겹게 비겨가는 레일이 만났다 헤어졌다한
시간여행 만나고 헤어지는 길은 갈라지고 휘어지며 층을 만들고 난 층마다
이룬 결 풀어 나무는 직립을 이룬다 위험한 직선이다 간이역마다 피어나는
짐과 무거운 사람 기억을 검색당한 정육면체로 이어진 미로 기억은 제거돼
고 허물허물한 손 8개의 다리 처형을 위한 분사장치 씨줄 날줄을 엮으며
짓는 방방마다 줄이 튀어나오고 팽팽해지는 긴장감 거미의 숲에 함정을 만
든다 소울 푸드를 준비한다 수로 이어진 감옥 반복은 행위를 만들고 행위에는
목적이 있다 위험을 퍼뜨리듯 헛된 노동
거미는 꽁무니로 매듭을 만든다 줄을 풀어 산과 산마루를 이언 철탑과 철탑
전선과 전선 흘러가는 불안한 뜬소문사이를 세들의 집을 내고 이어 첩첩 산중 그리움 이룬 난간마다 신문지 한 장처럼 가벼워서 꽃잎처럼 펄럭인다 욕망은 다만 빠져드는 것 나는 밀림 속에 숨은 한 마리 거미가 된다 가느다란 여덟 개의 다리로 아침햇살을 반사하는 투명한 거미줄에 미끄러지듯 걷는 거미 발끝에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부주의한 나비 한 마리 거미줄에 걸려 파닥거린다
섬세한 털로 먹잇감을 부드럽게 감싼다 남자의 몸을 애무하듯 여린 과일을 만지듯
부드럽게 주삿바늘을 꽂듯 나비의 몸통에 촉수를 박는 그 순간 진피에 상처를 내면서 아름다워지는 문신 향기가 나는 오후 마구 뒤섞인 질서 질서는 관성을 만들고
허공 빈 공간에 크나큰 혼돈의 바다를 던져 분출하는 두 겹의 욕망 마주치면 째려보는 것 같고 시선을 비키면 비웃는 것 같은 응시를 본다 햇빛에 물결처럼 출렁이는 금빛나무들 보푸라기가 인다 깊고 어두운 우주에 이리저리 밧줄을 내리고 내리 딛는 발걸음처럼 닿는 곳 심연마다 비어있고 구멍이 나 있다 거미는 숲 공중에
줄을 타는 곡예사처럼 하얗게 분 장단하고 한 마리 학처럼 날개를 펴고
아슬아슬 위태롭게 줄을 타는 공중제비는 눈을 뗄 수가 없다 지나가는
바람도 걸리고 뭉클 구름의 등성이도 내어 걸렸다
매일 매일의 고단함과 땅으로 만 쌓인 낙엽 기억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거미의 집을 향해 돌을 날려 구멍을 내는 것이었다 길고 굽은 거미의 숲을
걸으며 친구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차마 밀어 낼 수 없는 것을 이리
저리 느리게 외줄 타며 나온 곳은 숲을 내려온 곳 아버지의 집이다
인어의 숲
고무 다라니에 바다가 담겨있다
하루에 한번 물때처럼 활어차가 왔다 가면
귀가 어두운 주인 할머니 인어의 숲에 산소탱크에서 줄을 꺼내 새로운 공기를 나무에 공급하듯 다라니에 산소를 주입한다 뭍으로 오른 눈부신 은빛 다리 인어는 물위로 한번 뛰어 오른다 갈매 빛으로 부서지는 파도 뱃고동도 마른 기침소리로 매번 뱃전으로 닿아 콜록거리며 각혈처럼 흰 거품을 쏟는다 가끔 먹통이 되는 전파 라디오 꺼 두었던 트롯도 안테나처럼 목을 길게 뽑는다 꽃게 발로 기고 있던 갯벌이 끌고 온 해안선 잡음 섞으며 새들을 불러 모은다 혼선으로 이어진 실족사를 따라 새들은 땅을 딛을 때 마다 아픈 발바닥 따끔거리는 모래사장 인어의 숲에서 가끔 정지 한 듯 움직이지 않는다 잿빛 어둠을 배경삼아 그림처럼 햇빛에 깃털을 프리즘으로 찍고 있다 제 흑백 몸을 저장 하려는 듯 새들은 고개 숙여 땅에 머리를 조아리다 깃털을 세다 날개를 펴 먼지 낀 팔각지붕을 한번 힘껏 날아오른다
엄마의 손을 잡고 온 6살 딸아이가 눈을 깜박이며 바다에 손을 저장한다 짜다 신기하다는 듯 묻는다 물고기는 왜 눈까풀이 없나요 깊은 바다 속 마녀에게 목소리를 다쳐 눈물을 흘릴 수 없기 때문이지 또 인어의 숲에는 이런 얘기도 있지 인어를 잡으려 다니는 바다 소년의 얘기 인어 고기를 먹으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소년은 인어의 숲을 끝없이 여행하고 있데 복음 보청기를 낀 할머니는 벙어리 물고기들에게 고무장갑을 깍지처럼 끼고 반쯤 소금 끼로 마른 바다의 물결을 만져 뒤집어 본다
볼락 해삼 꽃게 바다에 흡착된 폐를 펌프질해 홰를 친다
바다로 기어가려던 온 생 그물코에 걸린 바다의 비늘들 허연 나파선 배 들어내며 나온다
뒤집어 꺼낸 바다 입을 크게 벌리고 맨 바닥에서 숨을 가쁘게 온몸 할딱거린다
알록달록 상추가 깔린 접시에 담긴 인어의 숲 아직 채 마르지 않는 바다의 숨을
제 한 생 초고추장으로 찍어 한 입에 꿀꺽
무지개를 팝니다
구름가게에 구름을 판다 흐린 월요일 아침 나는 식구들을 다 보낸 은행나무
밑에 서있다 많은 처마들은 땅 속의 지붕으로 돌아가고 이슬 맞은 비닐로 남은 것은
낙오되기도 하고 나는 둥근 그림자가 빈 몸통마다 바람을 탱탱하게 채우고 비우는 걸 본다 안면 익은 머리 큰 모자와 인사하고 등교 길 초등학교 알록달록 우산과도
섞이다가 구름 화분에 손가락을 오랫동안 찔러 넣고 물을 준다 심은 강낭콩 손 그늘 울퉁불퉁한 자리마다 흔들리는 무성한 잎들 진열대를 채운다 보도위에 남겨진 발자국 한사람을 만나기 위해 벤치를 내어 놓았다 잠깐 동안 끼어든 오늘의 날씨 흐림 한때 비 그 사이에 오랫동안 구름이 머문다 잿빛 산등성이 어둠도 새앙 쥐 앙금발로 내려서고 몇 개 남은 나뭇잎으로 나무는 입을 오-하고 둥글게 모우고 접힌 지붕 펴 새집을 짓는다 땅은 늘 변화무상한 하늘을 받아 적고 형광으로 줄을 그으면 나무는 길이다 빈터 울컥 검은 구름을 쏟을 듯 굽은 길 낮은 보복으로 걷는 가난한 골목과 빗살무늬의 지붕과 지붕 붉은 항아리 같은 굴뚝은 속살거리며 지나가는 바람의 말이다 장난감 병정처럼 서있는 가로등 불빛 유리창에 악착 같이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골목으로 쏟아진 불빛을 묻힌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더욱 낮게 낮게 흘러 흐린 저녁과 구겨진 가로수와 어둠에 금이 간 집들 노란 알전구 축축한 길의 등줄기를 세운다 등이 힘을 준다
힘이 들어간 나무의 뼈는 뿌리다 숨을 쉬는 흙 나는 엎드려 흙의 내용에다 밑줄을 긋고 헝겊책 소리 내어 읽는 바람 그 안쪽 부직포로 댄 둔덕을 주름진 은박지 교회 맨발로 가까으로 넘으며 바람의 가족이 저녁밥 짓는 냄새 굴뚝이 피워 내는 문장들 읊조린 바람의 벽에 귀를 바짝 갖다대는 페이지마다 일주일 전에 집나간 무지개의 행방불명 하이힐 같은 높이 침엽수 뽀족뽀족 걷는 구름의 발목이 삐긋 접질러지기도 한다 바람의 뼈들을 다시 숨을 쉬고 고루며 무슨 화음이 될까 청새치 구름으로 하늬바람으로 흐르다 풀씨들의 온 생애를 다 흔들어 놓고 꽃리본이 팔랑거리는 길을 배달받는 마을 자전거가 있는 풍경이 될까
자취방
나와 여동생 둘 막내 남동생이 나란히 눕는다
차가운 물기가 스며든다 주인 몰래 훔쳐 피운 연탄 구멍을 맞추지를 못해
추위로 떨던 밤 방바닥엔 한기가 올라온다
여동생은 알 수 없는 인형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재미가 쏠쏠한지
꽃에도 연탄가스가 차기 시작하는 배기구 옆에도 화분 대신 인형을 올려 두었다
갈라진 바닥으로 연탄가스가 새어 가스를 마신 날 흰자위 같은 비누거품을 갈아
마시고 쥐가 위장을 갈가 먹었다고 헐었다고 노란 다이어리에 쓴 지옥행에는 비몽사몽 헛소리로 시도한 자살기도와 일목요연하게 쓴 유서 친구의 주소록 옆구리가 터진 비닐옷장은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지고 자꾸 자크가 벌어지고 입이 비뚤어졌다
손가방에 집어넣은 가게 집에서 훔친 신라면 삼립식빵을 아저씨 앞 불룩 튀어나온 것 앞으로 쏟을 때 선명한 생리 혈이 묻어 붉게 붉게 말라 있는 꽃팬티가 딸려나온다 나는 돈이 없어 마른 밥에 고춧가루만 뿌린 콩나물만 얼룩 묻은 벼룩신문을 깔고 차렸다 멀건 국이였다 밥알을 구멍 난 문풍지처럼 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수돗가로 달려가 치약을 길게 짜며 헛구역질을 한다
문짝이 자꾸 떨어진다고 누가 말했다
나는 이유 없이 자위를 했다 쫒기 듯 눈을 감았다 떴다
노란 알전구가 머리위에서 흔들렸다
점점 여동생은 알 수 없는 인형들을 모았다 낙하산 하마인형 빨간 호박인형
내가 그때 생일 선물로 사 준 인형은 아마 엽기토끼 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해도 나오지 않던 고장 난 TV수신 벽으로 손으로 안테나를 만들다
온 몸으로 주파수를 맞추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서로에게 악다구니를 해대다
연령:38세
주소:경남 진주시 금산면 장사리 1000번지 흥한골든빌 115동 702호
이-메일:jml702@hanmail.net
연락처:055-759-0710
나의 발은 물방울이다
나의 발은 물방울입니다 높은 곳 낮은 곳 맑고 고운 소리 명쾌한 피아노다 아무 곳이나 갈 수 있고 앉을 수 있습니다 따뜻한 구름으로 흐르다 가슴을 강조한 큰 뭉게구름과 자고 난 다음 구름 속 작은 둔덕을 이룬 산으로 뚝딱 산을 내린 마을지붕과 흙발로 두드려 밟는 땅 담장과 인도에 분명한 틈을 냅니다 촘촘하고 밀도로 가득한 희미한 안개로 덮인 소읍에 종일 앉아 기다립니다 먼지 쓴 나무에도 강약을 두드려 머리위에 모자처럼 썼습니다. 검은 건반은 고깔모자 같습니다 모자 밑에서 뿔이 자라는 것처럼 하얀 머리 밑이 간지럽습니다 스치는 바람 풀잎들에 나무는 우산처럼 머리가 큰 모자입니다 텅 비는 빈 공간마다 쓴 고깔모자 허공입니다
나의 발은 미세하게 자랍니다 빈 공간에 큰방을 만들고 내 발목을 두드려 박습니다 말뚝에 매인 염소처럼 원을 그리며 그 치밀한 구름의 안에 검고 둥근 염소 똥을 눕니다 그리고 그 안에 뿔과 줄을 넣고 돕니다 또 뜯으면 돋아나는 감동의 풀밭으로 자랍니다 나무의 물결 내부 명료한 바퀴자국이 내장 된 길 질서입니다 나의 발은 그 곳에서 미끄러집니다 내 마음도 양철지붕으로 흠뻑 흘러내립니다 비다 기우뚱 철조망에 걸린 몸은 털로 덮입니다 목구멍으로 꽃을 피우기 위해 옆구리로 작고 뽀족한 가시를 수 없이 뽑아냅니다 다섯 발가락 태아처럼 온 몸 오므리며 뿌리를 내릴 것 같습니다 나의 발은
긴 하루
잘못 탄 버스를 황급히 내려 긴 하루를 걸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느린 산등성이 낮은 산들과 작은 둔덕 내 귀로 울리는
분명하고 둔탁한 발걸음의 울림 토닥토닥 밟으며 간다 짧은 보폭을 받아 적는 무디고 서투른 무른 흙먼지로 읽힌다 발뒤꿈치 묻힌 단어들 무겁게 앞으로 딛는 무게중심 자꾸 잃게 한다
움직임이 만드는 행위마다 바람은 직립으로 먼저 일어서서 가고 돌부리 마다
걸린 발걸음 채 읽지 못한 뿌리 근처를 맴돈다 뿌연 흙먼지가 인다 여린 풀잎에 비탈로 들어서는 나무에 작은 잎사귀를 잡아당기는 덩어리가 되어가는 흙의 속살 다 들어내면 잡목들의 뿌리가 아랫도리부터 벗고 누워있다 묻지도 않는 바람이 지나가며 빈 공원벤치에 놓인 옆으로 쏟아진 허연 요쿠르트 얼룩자국을 사방에 묻히며 팔각지붕 위를 빠져나가고 나는 시큼한 살구쥬스에 놀라지 않고 길가로 자꾸 휘청 거렸다 트롯처럼 흔들리는 길이다 멀리 소읍의 교회와 마을 잉걸불빛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오지 않는 기찻길 가에 모여 피어난 메마르고 건조한 봉우리 그대로 말라 굳은 노란 국화의 향내가 바람에 깨어날 것처럼 묻어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꺼낸 들국화 껌을 씹으며 지나가는 바람에 묻은 좁고 깊은 쌉쌀한 맛 어둠을 점거한 즙 빨면 안단테로 아다지오로 말갛게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낡고 오래된 멋없는 창문으로 흠뻑 젖어있다 붉게 녹이 쓴 구멍 난 양철지붕 하늘로 뛰어내리다 안달하다 발돋움하다 길고 비좁은 끝을 알 수 없는 미로처럼 어둠이 불러 낸 골목과 초라한 집들 켜켜이 쌓는 어둠의 지층마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 나 있다 뚝 끊겨있다 뒤돌아보면 오래되고 때 낀 익숙한 냄새 누런 지린내로 풍긴다
담벼락 밑 검게 낙서를 뒤집어 쓴 푸른 트럭에서 꺼낸 확성기 소리 높은 짐승의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다 물결처럼 춤을 춘다 허물어진 담을 지우고 오른 낮달 태연히 버려진 집과 울타리를 태우고 하늘계단 끝을 오를 것 같은 불꽃으로 빛은 서로 엉겨 붙는다 물비늘을 세우고 있다 버려진 배밭으로 내리는 소란스러운 젖은 별들 은하수 한 소절을 베어 아가미 같은 목구멍을 접었다 폈다 노래를 엮었다
길
속이 울렁거리는 멀미 난 길이다
내 몸 온갖 잡동사니 끌고 양피 배낭 가방 둘러메고 가다 엎드려 풀린 신발 다시
고쳐 묶고 일어서면 눈앞에 이는 아른아른한 물결 어지럽게 출렁이는 꿈이다 길모퉁이 더듬거리며 무너질 듯 부식의 시간을 견디는 담장 언 땅마다 균열이가 있다 벽은 벽으로 말하고 꽃은 꽃으로 무거운 나무는 낙엽을 내려놓는다
구멍이 나 있는 시간의 기억을 손으로 스치면 만져지는 모래바람과 시멘트 발로 차면 텅빈 지하의 울림 두 귀로 분명하게 전해온다 딱딱하다 바람은 개들을 풀어 놓고 골목길은 단단하게 길들을 붙들고 전봇대는 높이 하늘로 치솟았다 가랑이를 벌린 모퉁이를 돌아 검고 촘촘한 아랫도리를 훑어가다 발기도 하기 전 만난 축축하게 쏟아지는 것 어젯밤에 토한 토사물이다 내가 지난 자리마다 여린 풀잎들 스치며 길가의 띠풀 짓밟고 간다 맨발과 배낭에 검푸른 얼룩이 밴다 노란 불을 밝힌 기차가 바람결을 따라 지나간다 한번 만난 직선은 서로 만나지 않고 느린 걸음걸이의 햇빛은 때가 잔뜩 낀 넝쿨장미를 훔쳐보다 혀를 차다 혀처럼 돌돌 말린 길을 잘못 들어 돌아 나오기도 풀뿌리에 걸러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온 몸 중심을 잃다 어둠의 뒤 엄폐물로 숨어있던 묵직한 트럭의 무게가 덮친 난데없는 흙탕물에 욕을 해대다 모종의 시간을 지나 한 토막의 삶의 끝 강풍과 거칠고 험난한 자갈 드러낸 질서 지상에서의 마지막 밤은 은유라고 내용을 수정한다 나는 내 귀 속에 살이 된 귀지의 질서를 파다 흘러내린 브래지어 끈을 슬쩍슬쩍 어깨위로 올리다 심심하여 흘러가는 유행가 구름 마구 섞어 부르기도 한다 그러다
배가 고파 사온 먹을 것 가방에서 꺼내 마구 먹는다 소비하며 간다
배가 고파 날마다 파먹은 길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풀무원콩나물 신라면 다이어트콜라 쿨담배 타르에서 흐르는 검은 타액이 묻은 더러운 검은 봉지들 질질 끌고 나온 골목이 흘러넘쳐 한길로 나온다
한참 유행하는 PC게임방에 몰두한 분명하고 투명한 불빛거리
내려다본 전자 손목시계가 1분씩 느려진다 나는 4차선 도로위에서 소통되지
않고 가로수는 한 다스 씩 가을이 왔으므로 노랗게 늙어간다
등 뒤에 축축하게 밴 땀으로 허겁지겁 이리저리 걷는 길은 검다
삼성 김치냉장고
어떻게 하나
감각적인 개성을 표현하자면
화장을 한다
알맞은 온도5℃ 신선한 감성의 상태를 유지하며
늘 일정하게 지층 지하F1
눈높이를 맞춘다
김00이 허리를 적당히 꺾고 고요를 들여다본다. 옹기엔 침묵이 필요하다고
추억의 식물성 섬유질을 살린 푸른 감성 마음과 뼈가 붉게 돋보이는 육감
문을 자주 열면 맛은 변한다
우윳빛 햇빛과 문구점에서 가져온 나침반 어디를 향할까 바늘이 한번 떨린다 안테나를 세운 예민한 센서가 안과팎 더듬이를 세우면 공기의 미세한 호흡이 숨을 쉰다 감각이 한번 순환한다 잘 삭은 김치냄새가 난다
밥알이 동동 뜬 식혜 유리알빛 얼음 사각사각 씹히는 눈밭 길 맨발로 간다
그대로 오롯이 떠올린 새알심 동지 팥죽 한 그릇
달빛을 담는다 담으로
흘려 내리는 게 반이다 나무에 생크림을 발라 분당을 심심해서 뿌린다
성형과 표면 정리를 위해 올림과정이 2회 필요하다 스틱으로 홈을 내고
라프트 스노우와 씰 관련 상품을 꽂아둔다
민무늬 하얀 와이셔츠
민무늬 하얀 남방 저기 가네요
까르르 웃음 솟으며 가네요 앞가슴에 노란 민들레 이름표를 달고
봄나들이 후 불면 날아가는 씨앗들 칼라를 높이 세웠네요
줄을 서서 위태롭게 가끔 둔덕도 오르네요
팔짱을 끼고 민무늬와 민무늬가 섞이기도 하네요
아무 맛도 없네요 참 싱거운데
그런데 내 눈을 뗄 수가 없네요
가끔은 외투를 걸치기도 허리춤으로 들어가 있기도 하네요
빳빳하게 풀 먹은 커프스 주름이 날렵하기도 하지만
흘러내리는 색안경을 제자리로 갖다놓으며 손가락 끝으로 돌돌 만
쿨담배를 들고 입가에 구름처럼 연기를 피우기도 하는 굴뚝
밋밋하기도 하지 지팡이를 세운 가로수 한 다스와 세운 상가를
돌면 나오는 모자코너
뜬구름 같은 바쁜 걸음 땀과 잉크자국이 묻은 얼룩은 쉽게
지워지지 않네요 고개가 자꾸 기울어지고 단단하고 위태로운
목가에서 눈과 코 이유 없이 어지럽네요
봉곳 솟은 두 가슴 찔레꽃단추마다 피어난 솔기 꽃 매듭이네요
무동이가 사는 마을
무동이가 사는 마을은 어둠이 제일 먼저 내리는 곳이다
긴 하루가 끝나고 하루에 한두 번 오는 흔들리는 버스가
뚝 끊긴 캄캄한 길모퉁이 조심스럽게 발아한 추억은 가로등 밑에서 반짝 건조한
내 몸을 찔렸다
속도를 멈춘 폐타이어가 담과 이쪽의 경계를 넘보고 있다 어둠으로 뛰어 내립니다
멈춤 자리에 무수히 수컷뿌리들이 엉킨 바랭이 억새풀 무성한 엉겅퀴 독을 짜내는 시간들 풀밭으로 벋어 볕을 가리는 넝쿨들
웃자란 뜬소문 바람의 잇새 드리운 목 사랑은 뭉근해서나 거기 섞여 있을 열정의 변덕이 두렵다 애벌레의 식욕 무심한 호밋날 녹을 만들어 부스러뜨리려는 시간과 단근질의 나날을 조용히 지켜보며 딱딱하게 굳어버린 땅을 파헤쳐 공기를 통하게 한다 다리가 퉁퉁 부은 잡초 도태의 식물을 벌리고 들어간 풀숲에 오줌을 누던 발목 주위로 새까맣게 몰리던 모기 떼
책상머리로 탁 치면 묻어나던 붉은 선혈로 떨어지던 날개
버려진 배밭으로 앙상한 뼈 같은 가지들에 내려앉던 무수한 은하수엔 핏 돌기 같은 붉은 별들의 수런거림 눈물처럼 흘러 샀고 한낮의 햇살 속에서도 아무도 걷지 않는 비탈진 응달의 눈 트럭의 무게로 주저앉는다 미끄러지고 주저앉는 길마다 새로 생겨나는 젖무덤 두개
무조건 발길을 돌려 가슴으로 파고들듯 들어갔던 순자의 집 한낮의 햇살은 노란 택시가 실어다 준 것이다 좁은 골목을 끼고 돌면 오줌 자국 같은 호박넝쿨들의 두런거림 넓고 깊은 안마당까지 따라온다 하얀 잇속 다 들어낸 파 꽃의 웃음 내 마음을 잠깐 깨운다 그 한 켠 주인 잃은 앉은뱅이꽃도 지네발로 뛰어나온다
가지런한 툇마루 건너 짧은 미닫이 문 넘어서면 하얀 버선목 걸어오는 내용 두부다
거미의 숲
두개의 선이 하루에도 몇 번씩 힘겹게 비겨가는 레일이 만났다 헤어졌다한
시간여행 만나고 헤어지는 길은 갈라지고 휘어지며 층을 만들고 난 층마다
이룬 결 풀어 나무는 직립을 이룬다 위험한 직선이다 간이역마다 피어나는
짐과 무거운 사람 기억을 검색당한 정육면체로 이어진 미로 기억은 제거돼
고 허물허물한 손 8개의 다리 처형을 위한 분사장치 씨줄 날줄을 엮으며
짓는 방방마다 줄이 튀어나오고 팽팽해지는 긴장감 거미의 숲에 함정을 만
든다 소울 푸드를 준비한다 수로 이어진 감옥 반복은 행위를 만들고 행위에는
목적이 있다 위험을 퍼뜨리듯 헛된 노동
거미는 꽁무니로 매듭을 만든다 줄을 풀어 산과 산마루를 이언 철탑과 철탑
전선과 전선 흘러가는 불안한 뜬소문사이를 세들의 집을 내고 이어 첩첩 산중 그리움 이룬 난간마다 신문지 한 장처럼 가벼워서 꽃잎처럼 펄럭인다 욕망은 다만 빠져드는 것 나는 밀림 속에 숨은 한 마리 거미가 된다 가느다란 여덟 개의 다리로 아침햇살을 반사하는 투명한 거미줄에 미끄러지듯 걷는 거미 발끝에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부주의한 나비 한 마리 거미줄에 걸려 파닥거린다
섬세한 털로 먹잇감을 부드럽게 감싼다 남자의 몸을 애무하듯 여린 과일을 만지듯
부드럽게 주삿바늘을 꽂듯 나비의 몸통에 촉수를 박는 그 순간 진피에 상처를 내면서 아름다워지는 문신 향기가 나는 오후 마구 뒤섞인 질서 질서는 관성을 만들고
허공 빈 공간에 크나큰 혼돈의 바다를 던져 분출하는 두 겹의 욕망 마주치면 째려보는 것 같고 시선을 비키면 비웃는 것 같은 응시를 본다 햇빛에 물결처럼 출렁이는 금빛나무들 보푸라기가 인다 깊고 어두운 우주에 이리저리 밧줄을 내리고 내리 딛는 발걸음처럼 닿는 곳 심연마다 비어있고 구멍이 나 있다 거미는 숲 공중에
줄을 타는 곡예사처럼 하얗게 분 장단하고 한 마리 학처럼 날개를 펴고
아슬아슬 위태롭게 줄을 타는 공중제비는 눈을 뗄 수가 없다 지나가는
바람도 걸리고 뭉클 구름의 등성이도 내어 걸렸다
매일 매일의 고단함과 땅으로 만 쌓인 낙엽 기억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거미의 집을 향해 돌을 날려 구멍을 내는 것이었다 길고 굽은 거미의 숲을
걸으며 친구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차마 밀어 낼 수 없는 것을 이리
저리 느리게 외줄 타며 나온 곳은 숲을 내려온 곳 아버지의 집이다
인어의 숲
고무 다라니에 바다가 담겨있다
하루에 한번 물때처럼 활어차가 왔다 가면
귀가 어두운 주인 할머니 인어의 숲에 산소탱크에서 줄을 꺼내 새로운 공기를 나무에 공급하듯 다라니에 산소를 주입한다 뭍으로 오른 눈부신 은빛 다리 인어는 물위로 한번 뛰어 오른다 갈매 빛으로 부서지는 파도 뱃고동도 마른 기침소리로 매번 뱃전으로 닿아 콜록거리며 각혈처럼 흰 거품을 쏟는다 가끔 먹통이 되는 전파 라디오 꺼 두었던 트롯도 안테나처럼 목을 길게 뽑는다 꽃게 발로 기고 있던 갯벌이 끌고 온 해안선 잡음 섞으며 새들을 불러 모은다 혼선으로 이어진 실족사를 따라 새들은 땅을 딛을 때 마다 아픈 발바닥 따끔거리는 모래사장 인어의 숲에서 가끔 정지 한 듯 움직이지 않는다 잿빛 어둠을 배경삼아 그림처럼 햇빛에 깃털을 프리즘으로 찍고 있다 제 흑백 몸을 저장 하려는 듯 새들은 고개 숙여 땅에 머리를 조아리다 깃털을 세다 날개를 펴 먼지 낀 팔각지붕을 한번 힘껏 날아오른다
엄마의 손을 잡고 온 6살 딸아이가 눈을 깜박이며 바다에 손을 저장한다 짜다 신기하다는 듯 묻는다 물고기는 왜 눈까풀이 없나요 깊은 바다 속 마녀에게 목소리를 다쳐 눈물을 흘릴 수 없기 때문이지 또 인어의 숲에는 이런 얘기도 있지 인어를 잡으려 다니는 바다 소년의 얘기 인어 고기를 먹으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소년은 인어의 숲을 끝없이 여행하고 있데 복음 보청기를 낀 할머니는 벙어리 물고기들에게 고무장갑을 깍지처럼 끼고 반쯤 소금 끼로 마른 바다의 물결을 만져 뒤집어 본다
볼락 해삼 꽃게 바다에 흡착된 폐를 펌프질해 홰를 친다
바다로 기어가려던 온 생 그물코에 걸린 바다의 비늘들 허연 나파선 배 들어내며 나온다
뒤집어 꺼낸 바다 입을 크게 벌리고 맨 바닥에서 숨을 가쁘게 온몸 할딱거린다
알록달록 상추가 깔린 접시에 담긴 인어의 숲 아직 채 마르지 않는 바다의 숨을
제 한 생 초고추장으로 찍어 한 입에 꿀꺽
무지개를 팝니다
구름가게에 구름을 판다 흐린 월요일 아침 나는 식구들을 다 보낸 은행나무
밑에 서있다 많은 처마들은 땅 속의 지붕으로 돌아가고 이슬 맞은 비닐로 남은 것은
낙오되기도 하고 나는 둥근 그림자가 빈 몸통마다 바람을 탱탱하게 채우고 비우는 걸 본다 안면 익은 머리 큰 모자와 인사하고 등교 길 초등학교 알록달록 우산과도
섞이다가 구름 화분에 손가락을 오랫동안 찔러 넣고 물을 준다 심은 강낭콩 손 그늘 울퉁불퉁한 자리마다 흔들리는 무성한 잎들 진열대를 채운다 보도위에 남겨진 발자국 한사람을 만나기 위해 벤치를 내어 놓았다 잠깐 동안 끼어든 오늘의 날씨 흐림 한때 비 그 사이에 오랫동안 구름이 머문다 잿빛 산등성이 어둠도 새앙 쥐 앙금발로 내려서고 몇 개 남은 나뭇잎으로 나무는 입을 오-하고 둥글게 모우고 접힌 지붕 펴 새집을 짓는다 땅은 늘 변화무상한 하늘을 받아 적고 형광으로 줄을 그으면 나무는 길이다 빈터 울컥 검은 구름을 쏟을 듯 굽은 길 낮은 보복으로 걷는 가난한 골목과 빗살무늬의 지붕과 지붕 붉은 항아리 같은 굴뚝은 속살거리며 지나가는 바람의 말이다 장난감 병정처럼 서있는 가로등 불빛 유리창에 악착 같이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골목으로 쏟아진 불빛을 묻힌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더욱 낮게 낮게 흘러 흐린 저녁과 구겨진 가로수와 어둠에 금이 간 집들 노란 알전구 축축한 길의 등줄기를 세운다 등이 힘을 준다
힘이 들어간 나무의 뼈는 뿌리다 숨을 쉬는 흙 나는 엎드려 흙의 내용에다 밑줄을 긋고 헝겊책 소리 내어 읽는 바람 그 안쪽 부직포로 댄 둔덕을 주름진 은박지 교회 맨발로 가까으로 넘으며 바람의 가족이 저녁밥 짓는 냄새 굴뚝이 피워 내는 문장들 읊조린 바람의 벽에 귀를 바짝 갖다대는 페이지마다 일주일 전에 집나간 무지개의 행방불명 하이힐 같은 높이 침엽수 뽀족뽀족 걷는 구름의 발목이 삐긋 접질러지기도 한다 바람의 뼈들을 다시 숨을 쉬고 고루며 무슨 화음이 될까 청새치 구름으로 하늬바람으로 흐르다 풀씨들의 온 생애를 다 흔들어 놓고 꽃리본이 팔랑거리는 길을 배달받는 마을 자전거가 있는 풍경이 될까
자취방
나와 여동생 둘 막내 남동생이 나란히 눕는다
차가운 물기가 스며든다 주인 몰래 훔쳐 피운 연탄 구멍을 맞추지를 못해
추위로 떨던 밤 방바닥엔 한기가 올라온다
여동생은 알 수 없는 인형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재미가 쏠쏠한지
꽃에도 연탄가스가 차기 시작하는 배기구 옆에도 화분 대신 인형을 올려 두었다
갈라진 바닥으로 연탄가스가 새어 가스를 마신 날 흰자위 같은 비누거품을 갈아
마시고 쥐가 위장을 갈가 먹었다고 헐었다고 노란 다이어리에 쓴 지옥행에는 비몽사몽 헛소리로 시도한 자살기도와 일목요연하게 쓴 유서 친구의 주소록 옆구리가 터진 비닐옷장은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지고 자꾸 자크가 벌어지고 입이 비뚤어졌다
손가방에 집어넣은 가게 집에서 훔친 신라면 삼립식빵을 아저씨 앞 불룩 튀어나온 것 앞으로 쏟을 때 선명한 생리 혈이 묻어 붉게 붉게 말라 있는 꽃팬티가 딸려나온다 나는 돈이 없어 마른 밥에 고춧가루만 뿌린 콩나물만 얼룩 묻은 벼룩신문을 깔고 차렸다 멀건 국이였다 밥알을 구멍 난 문풍지처럼 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수돗가로 달려가 치약을 길게 짜며 헛구역질을 한다
문짝이 자꾸 떨어진다고 누가 말했다
나는 이유 없이 자위를 했다 쫒기 듯 눈을 감았다 떴다
노란 알전구가 머리위에서 흔들렸다
점점 여동생은 알 수 없는 인형들을 모았다 낙하산 하마인형 빨간 호박인형
내가 그때 생일 선물로 사 준 인형은 아마 엽기토끼 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해도 나오지 않던 고장 난 TV수신 벽으로 손으로 안테나를 만들다
온 몸으로 주파수를 맞추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서로에게 악다구니를 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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