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리토피아 신인상

신인상
수상자
투고작

정서영-시(2005.06)/당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285회 작성일 05-07-27 11:34

본문

<리토피아 신인응모작>
“비밀” 외 9편
정서영:018-383-1215/032)518-2095

                      
비밀



철렁!
철쭉 꽃잎이 떨어진다

어제처럼 왔다가

철렁!
철렁!
오늘의 식탁 위로 떨어지는 저 붉은 꽃들
꽃밥을 먹는다
꽃반찬을 먹는다

내 몸 점점
철쭉나무 되어간다

꽃잎도 쌓이면 무겁다


















지구의(地球儀)





나, 지금 지구 밖에 있다

엄지손톱 보다 작은
동경 120°에서 140°
북위 30°에서 40° 안에 내 어깨와 수평으로
중국티벳아프카니스탄이란이라크튀니지스페인버뮤다미국일본
이 있고 그 곳들과 수평으로
지구 밖에 꽃병책꽂이컴퓨터벽콘센트.....가 있다

저 속에 사람의 집들이 퍼즐처럼 이어져 있고?
어느 집에 아이가 태어나고?
어느 집인가 문득 弔燈이 걸리고?
깨알같은 아이들이 학교로 가고?
깨알같은 어른들이 공장으로 가고?

지구 밖에는 여전히 꽃병 하나가 있고
먼지 쌓인 책꽂이가 있고
컴퓨터 속에서 커서가 껌뻑이며 길을 가고
흰 벽속 불의 길로 이어지는 콘센트가 있고











봄날은 간다



구멍난방충망 막대기 양철조각 스치로풀 철근조각...같은 것
부등켜안고 울타리가 된 것들이 있습니다
흉터위에 동여매진 붉은 끈이 펄럭입니다

울타리가 되려면 우선 바람을 밀어내야 합니다.
마당 끝 수런거리며 올라오는 푸른 귀들과
빨랫줄에 매달린 젖은 것들에게 몸을 내주어야 합니다
꽉! 잡아.

거친 생각을 삼켜온 노을이 천천히
울타리 안으로 들어갑니다.
창문이 붉으레해집니다

이따금 길 잃은 神이 지나가기도 하는
이 미래종합건축 뒷길
지금은 뽀얀 배나무꽃이 봄나비와 바람을 피우는

















색깔있는 기억



노란 눈이 내렸다

몸은 주황색 얼굴은 분홍색의 사람이 있었다

갈색 집의 굴뚝에서 연두색 연기 피어올랐다

살색 머리에 붉은 삽을 든

회색 머리에 하늘색 빗자루를 든 사람들이 처마 밑에 서 있었다

노란 눈이 내렸다

어떤 파랑색 나무아래 서 있던

나.
















물음표



놀이터 쥐똥나무 울타리 앞 지렁이 한마리 사막을 향해 가고 있다
까끌한 모래 속으로 길을 내고 있다
이 아침의 축축한 공기를 끌어당기며
저 쥐똥나무 경계를 넘어 왔을 그,
주름진 몸이 야위었다.
어디에 닿고 싶은 것일까
웬 낯선 행보에 날파리 한 놈 심심한듯 슬쩍 시비를 건다
무심의 발길은 어떤 징조도 외면한 채 그저 더듬어 갈 뿐.

(숨통을 조여 오는 이 박제된 시간의 끝은?)

퇴근무렵, 나는 그 지렁이의 행방이 불쑥 궁금했다
그는 아침의 그 자리로부터 네 뼘쯤 위에 있었다
기인 그림자 끌고 미이라가 되어가고 있는 몸.

그가 간 길이 선명하게 보였다

끼여들기



'멈춤과 기다림이 생의 전부임을 말없이 가르치는 남자'*

나는 여기까지 읽고
멈췄다

내가 멈추자 내 속의 모든 여인들이 멈췄다
별을 세던 여인 밥을 짓던 여인 옷을 다리던 여인
먼지를 털던 여인 빨래하던 여인 눈물 흘리던 여인 아기 업은
여인 목욕하던 여인 악을 쓰던 여인...이 일제히 멈췄다

흔들리던 나뭇가지 피던 꽃들 날던 새들
바람 구름 밀물 썰물 파도가 멈췄다
내가 운행하던 별들이 멈췄다
그 기다림들이 일제히!

부릅 뜬 노을의 눈빛처럼

  




*이정록의 ‘차선 그리는 남자’ 일부 인용








잠은 어디에 갔을까



잠이 사라졌다 깃털처럼 가볍게 나를 띄우던 잠은 어디 갔을까?
바닷가에 갔을까? 느티나무 아래 잠들었을까?
가로등 불빛 아래 쭈그리고 있을까?
학교 앞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까?
포장집에서 놀고 있을까?

창밖에서 계절은 뒹굴다 간다
발바닥은 돌맹이를 닮아간다
등 밑이 사막이다

나는, 사막 가운데 누워  
쏟아지는 별의 바다에
가시나무 하나 심는다

납작 납작 납작



납작한 길들이 열린다  
납작한 차안에 납작한 사람들이
앉아 길을 밀고 간다

바퀴 밑에 납작하게 달라붙은 길    

은행잎들이  
생각없이 추락한다
납작납작  
























낱말찾기



노트위에 잉크가 엎질러졌다 순간 백지위에 하나의 대륙이 생겨났다
대륙은 점점 부풀어 오른다 둘레에 수십개의 발을 달고 사방으로
걸어간다
먹이를 찾아나선 전갈처럼 글자들을 하나,둘 먹어 치우며
점점 살찌는 대륙.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이 있다.

붉은 가젤

.열명:RUFUS GAZELLE
.우제목 :소과
.절멸 연도: 1940
.분포: 알제리

마디모양의 납작한 뿔을 가진 나무 이파리처럼 얇은 귀를 가진
붉은가젤.
사라진, 살아서 내게 읽히던, 붉은 가젤도
저 대륙 속으로 사라졌을까

저 검은 잉크 속에!
검은 대륙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말들을 포획하려고!
배경 안에 있다



한 무리의 깔깔거림을 잔디 위에
내려놓는 새들.

손 흔드는 포플러 이파리 아래
엄마를 끌고가는 유모차 안 아기 얼굴 환하다
팔짱을 낀 속삭임들 아이스크림처럼 지나간다

손끝에서 튕겨 올라가는
셔틀콕
허공에 탱탱한 길 하나 만든다  

온순한 바람에 기대어
잠시 내가 머물렀던 자리.
구겨진 잔디가 몸을 털고 일어선다
슬그머니 공원을 빠져나가던
햇살의 꼬리가 밟힌다

정지선 밖으로 천천히 밀려가는 저녘의
기인 그림자를 둥글게 감으며
사내 아이가 탄 자전거 바퀴가
어스름 속으로 들어 간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