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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성-단편소설(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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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성 (남) 23세
부산시 북구 화명동 주공@66-302
011-9545-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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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왼쪽 가슴에는 칼이 박혀있다. 칼은 가슴을 관통해, 사내의 등에 그 끝을 살포시 드러낸다. 그런데 사내는 그 상태로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 피를 흘리지 않아서 언뜻 보면 우스꽝스러운 소품쯤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잘 차려입은 정장 위에 꼽힌 칼은 소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련한 사연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사내에게 한 마디씩 한다.
“여보세요, 지금 당신은 칼을 맞았어요!”
하지만 사내는 귀담아 듣지 않는다. 아예 본 채 만 채 가던 길만 간다.
“이봐요, 지금 당신은 가슴에 칼을 맞았다니까요!”
한 대담한 행인이 사내를 붙잡고서 외치자, 사내는 그를 노려보며 소리친다.
“그런 어설픈 관심은 보이지 마.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그리고, 내가 칼을 맞았다니? 당신 미쳤어? 칼을 맞았는데 어떻게 시내를 활보 할 수 있는 거야? 왜 가는 사람 붙잡고 시비야?”
사내의 거친 반응에 그는 어리둥절하다. 하지만 대거리는 하지 않고, 차분히 물어본다.
“나 참...... 그럼, 당신 가슴에 있는 칼자루는 뭐란 말이오?”
“내 가슴에 뭐가 있단 말이야? 너 뭐하는 놈인데 자꾸 나에 대해서 캐묻는 거야? 미치니까 헛것이 보이나 보지? 썩 꺼져 버려! 퉤,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 시덥잖은 놈이 다 시비야.”
사내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돌아선다. 이쯤되니, 그도 더 이상 참지 못한다. 그가 돌아서는 사내의 어깨를 잡아끌어 채고, 주먹을 뻗어 사내의 얼굴에 내리 꽂는다. 사내로서는 졸지에 당한 일이라서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땅바닥에 처박힌다. 사내의 핏발선 눈이 그를 노려본다. 그는 그런 사내의 얼굴을 발로 걷어찬다. 사내는 이번에도 역시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히 그의 공격을 받는다. 사내는 또 한 번 꼬꾸라진다.
“야이 미친놈아. 어디서, 까불고 지랄이야? 왜? 아무한테나 시비 걸고나서 죽도록 맞고 싶었냐? 오냐. 내가 그 소원 풀어주지!”
“그래,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런 것은 싫어!”
그가 사내의 멱살을 잡으려고 허리를 숙이자, 사내는 가슴에 꽂혀있던 칼을 뽑는다. 순간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그의 얼굴에 세차게 풍겨진다. 피는 생각보다 차갑다.
“이 씨발 새끼가, 사람 좆나 짜증나게 하네. 죽어 이 개새끼야.”
그가 당황해서 멈칫하는 사이, 사내가 벌떡 일어나서, 그의 왼쪽 가슴에 칼을 찌른다. 칼은 두부 속에 묻히듯이 부드럽게 그의 몸 속에 파고든다. 그리고 날개 뼈 근처에서 이쁜 모습을 드러낸다.
“크윽.”
사내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는 사라져 버린다. 구경꾼들도 그냥 뿔뿔이 흩어진다. 그는 그 자리에 엎어지고 만다.
그가 깨어났을 때는 밤이다.
“재수가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그가 가슴에 꽂힌 칼을 어루어 만지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별다른 통증도 없고, 피도 흘리지 않는다. 그래도 거추장스러워서 칼을 뽑아보지만, 뽑으면 피가 흘러내려서 그냥 그대로 꼽아둔다.
시계를 보니, 자정에 가까워졌다. 북적되던 시내도 이제는 한산해졌다. 군데군데, 취객들이 쓰러져있고,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양아치들이 때지어 키득대고있다.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는 않아서 쪽팔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밤인데도 제법 밝다. 가로등이나 네온사인 때문만은 아니다. 하늘에 보름달이 떠있다. 그가 보름달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긴 한숨을 쉰다. 이상하게 슬퍼진다. 그래, 칼 맞은 그 순간부터, 그의 가슴속에 내재된 이름 모를 슬픔이 혈관 속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왜 달은 나를 슬프게 만드는 거지? 이상한 일이로군. 할 수 없어. 오늘은 꼭 사람을 죽여야겠어. 나는 지금 무척 슬퍼.”
그가 사냥감을 찾기 위해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저만치 앞에서 걸어오는, 남녀 한 쌍을 발견한다. 남자가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어, 여자를 품에 안은 채 걸으면서 숙덕거린다. 벌집이 된 가슴을 무시해도 좋을 기막히게 아름다운 속삭임으로.
그가 그들에게 다가간다. 커플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를 지나친다.
“이봐. 날 좀 보라구.”
그가 그들을 부르자, 둘은 돌아서서 그를 쳐다본다. 그는 천천히 가슴에 꽂힌 칼을 빼들어 남자를 찌른다. 한 번만 찌르니까 재미가 없어서 세 번을 더 찌른다. 남자와 여자는 놀라서 휘둥그래진 눈으로 그를 쳐다본다. 남자가 묻는다.
“아니, 대체 왜 나를 찌르는 거요?”
“내가 너를 죽이는데 이유가 필요한 거야?”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럼 날 귀찮게 하지 말란 말이야.”
“아, 죄송하오. 계속하시오.”
그는 남자를 계속해서 찌른다. 얼마나 찔렀는지 칼을 휘둔 팔이 저릴 지경이다. 여자는 도망치고 없다. 남자의 피가 넘쳐흘러 하수도 구멍으로 흘러내린다. 그는 칼을 다시 가슴에 꽂고 유유히 자리를 떠난다.
여자는 미친듯이 도망친다. 하이힐이 벗겨졌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달리다가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든다. 하지만 오늘따라 택시는 잡히지 않는다. 다급한 마음에, 도로로 뛰쳐나와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택시는 여자를 치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퉁하고 튕겨나간 여자는 길가에 널부러진다. 가끔씩 보이는 행인들은 쓰러진 여자를 보고 하품을 한다.
다음날 아침, 청소부가 기절한 여자를 깨운다.
“여보시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요?”
“아아.. 죄송합니다.”
“당신은 쓰레기요? 쓰레기라면 나는 당신을 쓸어 담아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오.”
“그렇군요. 아저씨는 청소부죠. 그런데 저는 쓰레기인가요?”
“글쎄...... 나도 궁금해서 아가씨를 깨워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겠소.”
“나도 잘 몰라요. 하지만 그런 다짐들이 없어진지는 꽤 되잖아요.”
“큰일이로군. 나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걸.”
“그러면 제가 여기서 기다릴게요.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제가 쓰레기인지 아닌지 한 번 물어보죠.”
“그래 주시겠소? 고맙소.”
청소부는 가던 길을 간다. 여자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옷단장을 한다. 어제 분명히 택시에 치였는데, 다친 곳은 아무데도 없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가슴에 칼이 박힌 것뿐이다.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서 칼을 뽑아본다. 어제 남자가 맞았던 칼보다 훨씬 가는 칼이다. 손톱만한 굵기였지만, 손보다 훨씬 길어, 이것도 역시 가슴을 관통했다.
여자가 칼을 관찰하는 동안, 가슴에서 피가 찔끔찔끔 흘러나온다.
“잘됐군.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여자는 가슴을 눌러 짜서, 피를 모아 먹는다. 하지만 피는 어떤 미각의 요소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공허했던 무게들을 선명하게 기억시킬 뿐이다. 그래서 여자는 냉큼 뱉어버리고 다시 칼을 가슴에 꽂는다.
여자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자신이 쓰레기인지 아닌지를 물어본다. 하지만 행인들은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쓰레기가 뭐죠?”
“사르트르가 본다면 오바이트를 할 지도 모르지요.”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오.”
“하나님만이 당신이 진정으로 살길이에요. 아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는 말이라고는 이런 이상한 것들뿐이었다. 때문에 머릿속은 더욱 엉키기만 했다. 그래서 여자는 자신이 쓰레기인지 아닌지에 대한 진실의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기로 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청소부는 오지 않는다. 기다림은 너무 심심하다. 점심때가 지나도 청소부는 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나가는 아무나에게 칼을 찔러본다. 사람들은 그냥 쳐다보기만 할 뿐, 피를 흘리며 그대로 지나갈 뿐이다. 두 번씩 찔러봐도 마찬가지고, 세 번씩 찔러봐도 마찬가지다. 여자의 증폭된 지루함은 가슴의 쓰라림을 험상궂게 지진다.
“망할, 청소부. 죽여버릴 거야.”
여자는 지나가는 꼬마 아이를 붙잡는다.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다.
“네가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 나 줘.”
“싫어.”
“말 안 들을래?”
“싫어.”
여자는 아이의 목에 칼을 꽂는다. 다시 빼서, 아이의 눈에도 꼽아보고, 팔에도 꼽아보고, 배에도 예닐곱번 찔렀다 빼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아이의 머리를 붙잡아 땅바닥에 사정없이 찧어된다. 아이의 머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기어이 쪼개져서, 더러운 뇌수를 꾸역꾸역 쏟아낸다. 막상 아이가 쓰러지자 여자는 왜 찔렀는지 이유를 모른다.
“아니, 저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가 있나! 어떻게 신성한 거리에 더러운 피를 뿌리고 다닐 수 있지? 아무리 아이라고 해도 이것은 용서 할 수 없는 짓이야.”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에게 몰려들어 사정없이 짓밟는다. 이미 죽은 아이는 무저항으로 사람들의 구둣발을 고스란히 받아낸다. 여자는 표표히 그 곳을 떠난다. 그리고 잠시 뒤로 돌아서 그들을 지켜본다. 광란의 발길질 끝에 그들은 스스로의 가슴에 훈장처럼 칼을 남긴다.
밤이 깊었다. 사람의 형체라고 할 수 없는 고기 덩어리가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사방에 튄 피는 이미 굳어서 짙은 갈색으로 퇴색해 버렸다. 사람들은 그 쓰레기에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 머리 통 만한 검은 개 한 마리가 쓰레기 주위를 서성인다. 좌우를 경계하더니, 쓰레기에 걸쳐진 옷 속에 들어가 버린다.
아침이 되자 검은 개는 옷 속을 파헤치고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고기를 씹어먹기 시작한다. 우걱우걱. 한 동안 먹더니 잔다. 그러다가 다시 일어나 고기를 먹는다. 우걱우걱.
언젠가부터 사내는 그 옆에 쭈그려 앉아 그 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개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개는 고기를 먹으면 그만인 것이다.
“나도 좀 먹어보자.”
사내가 쓰레기 위에 놓인 옷을 벗겨내고, 갈비뼈 한 짝을 뽑아내어 소슬하게 붙은 살코기를 뜯는다. 검은 개는 인상을 한 번 짓고는 그냥 무시한다. 아직 고기는 많이 남아있다. 사내는 눈을 감은 채 고기를 입 속에 넣고 천천히 씹는다. 와인을 마시듯, 부드럽게 음미하는 것 같다.
“그럭저럭 괜찮은 걸.”
사내는 아예 머리를 처다박고 개처럼 먹는다. 그제야 검은 개는 기분이 나빠져 사내를 향해 짓어되기 시작한다.
“이런...... 개새끼가! 아니야, 아니야. 너도 결국은 아픈 거겠지. 우리는 표현에 있어서도 너무 서툴렀으니까.”
사내는 황급히 옷을 벗는다. 셔츠를 벗고, 바지를 벗고 양말을 벗고 팬티도 벗는다. 사내는 완전한 알몸이다.
“이제 너는 조용히 해야해.”
사내는 개를 집어들고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는 성기를 세워 개의 항문에 집어넣는다. 개는 삽입순간에만 낑낑거릴 뿐 사내의 행위에 순종한다. 사내는 개로 자위를 시작한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자 사내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사내를 응원했지만 쉽게 사정이 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땀을 닦아주기도 하고, 물도 가져다 준다. 사내는 그들에 대한 한 톨의 관심도 아낀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도 사정하지 않는다. 개는 지치는지 헉헉거리기 시작하더니, 똥을 퍼붇는다. 사내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개를 아래위로 들었다 놓았다한다. 사내의 성기는 개의 똥과 피로 검붉게 얼룩졌다. 그렇게 30분이 더 흐르자 개는 낑낑거리면서 괴로워한다. 그것을 보다 못한 칼 꼽힌 여자가 나선다.
“그것은 제가 잘 하는 일이에요. 제가 도와드리죠.”
여자는 개를 붙잡아 던져 버린다. 탈진한 개는 그 자리에 푹 주저앉는다. 여자는 피똥이 된 사내의 성기를 입 속에 넣는다. 사내는 갑작스러운 관계가 달갑지는 않지만 여자가 하는 대로 놔둔다. 여자는 사내의 성기를 아이스크림을 먹듯이 한 입 가득 입에 넣어 빨기도 하고, 혀끝으로 살짝살짝 핥기도 한다. 또 다시 30여분의 시간이 지나도 남자는 사정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사내가 성불구자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여자는 입을 떼고 주저앉는다.
"조금만 더 해줘. 이제 알 것 같아.“
그래서 여자는 또 빤다. 잠시 후, 남자는 하얗게 표백된 피를 토해낸다. 여자는 고스란히 삼킨다.
“이젠 제 차례에요. 하지만 저는 혼자 할 수 있어요. 그냥 보기만 하세요.”
여자는 앉은 채로 주섬주섬 옷을 벗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내처럼 벌거숭이가 된다. 사내는 낯설게 지켜본다. 여자는 칼을 뽑아 자신의 질구에 넣었다 뺐다하며 자위한다. 칼이 전후진 할 수록 여자의 하혈은 거세진다. 여자는 운다. 무언가가 서러운가보다. 피는 여자를 삥 둘러쌓는다. 하지만 그들을 둘러쌓던 행인들은 모두 가버리고 없다. 계속 운다. 서툴다.
사내는 당황한다. 여자의 칼을 빼앗아서 여자의 행위를 멈추게 하고. 여자의 상처를 핥아준다. 여자는 기진맥진해서 누워버린다. 남자가 핥아주자 피는 이제 멈춘다. 하지만 여자는 기절해서 깨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눈물은 계속 흘린다. 사내도 운다.
이미 밤이다. 달이 사내를 슬프게 만든다.
“슬프지만...... 오늘은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아.”
사내는 여자의 칼을 분질러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다.
“이봐요, 아가씨. 또 길에서 자는 거요?”
청소부가 여자를 깨운다. 여자는 부스스하게 일어나 청소부를 바라본다.
“죄송해요. 제가 또 걸리적거렸군요.”
“괜찮아요. 자주 있는 일인 걸요. 그런데 오늘은 칼을 두개나 꽂고 있군요.”
그러고 보니 여자의 왼쪽 가슴과 오른쪽 가슴에는 나란하게 칼이 꽂혀있다. 어제 청소부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망각한다.
“거 봐요. 밤마다 길에서 자니까 가슴에 칼이 꽂히잖아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아가씨, 알아봤소?”
“뭘 말이죠?”
“아가씨가 쓰레기인지 아닌지 말이오.”
“아, 죄송해요. 하지만 아무도 제게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쯪쯪. 그것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요. 스스로 알아내어야만 해요.”
“네......”
“뭐, 괜찮아요. 젊은 아가씨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칼을 그렇게 가슴에 품고 다니기만 하면, 더욱 어려워지지.”
“왜 그렇죠?”
“고인 물은 썩거든. 그리고 고약한 냄새를 풍겨. 그것은 아무리 가두려고 해도 새어 나올 수밖에 없지. 악순환은 지루하게 반복돼.”
“......”
“그나저나 오늘 아주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게 되었다오.”
청소부는 쓰레기 담은 자루를 여자에게 보여준다. 자루 속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일그러진 꼬마 아이의 시체가 구겨져 있다.
“어머! 죄송해요. 어제 제가 버렸어요.”
여자의 말에 청소부는 발끈한다.
“아니, 뭐라구? 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지?”
여자의 오른쪽 등에서 피가 삐져 나온다.
“죄송해요. 사람들이 마구 짓밟는 바람에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너의 핑계는 너를 구속시킬 뿐이지.”
여자는 어쩔 줄을 모르며 피를 흘린다. 여자의 죄책감이 연소되어 살의가 타오른다. 그러다가 참을 수 없는 듯, 여자는 칼을 뽑아 청소부의 가슴에 꽂는다. 그러고는 도망쳐 버린다.
“이런...... 하지만 쓰레기는 아니었군. 나는 봤어. 큰일 날 뻔했어.”
“나는 없었어. 그리고 또 내일조차 없었어.”(컴백홈 中)
남자의 가슴에도 칼이 꼽혀있다. 그에게 찔렸던 칼이 아닌 또 다른 칼이다. 그 날 밤 칼을 맞은 이후로 허탕스런 일상의 건조함이 힘겨워졌다. 여자에게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 벌써 몇 일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남자는 한없이 깊어지는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서 바닷가로 갔다. 실없이 웃어보아도, 괴성을 질러보아도, 가슴에 맺힌 깊은 망울을 어떻게 쓰다듬어 볼 수 없다.
“아...... 씨발 좆같네.!”
밤이 되자 바다 바람이 차다. 바람에 머리칼이 날리고, 옷깃이 날리고, 눈물이 날리고, 남자의 한숨도 날린다. 남자의 열정은 바다 속에 들어갔다 나와서 차갑게 퇴색되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젠장!”
바람이 거세게 분다. 사나운 바람이 남자를 부추긴다.
“아...... 이 바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구나. 그래, 오늘은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날인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일 필요는 없어.”
남자는 곧장 도로로 가서 택시를 잡는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시내로 향한다.
“여어-, 가슴에 꽂힌 칼이 참 이쁘군요.”
택시 기사가 남자의 칼을 칭찬한다. 남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받는다.
“그다지...... 그런데 이 칼이 보이세요?”
“제가 만든 칼이거든요.”
“그래요? 상당한 솜씨군요. 전혀 아프지가 않아요.”
“과찬의 말씀이세요. 하지만 그 칼은 아픈 칼이에요.”
“아니요. 전혀 아프지 않아요. 보세요.”
남자는 칼을 뽑았다가 다시 제자리에 꼽기를 반복하면서 아프지 않다는 것을 택시 기사에게 보여준다. 택시 기사는 전혀 놀라지 않는다.
“아픔에 잠겨 있는 동안에는 아픔을 모를 수 밖에요.”
“그럴까요?”
침묵. 채우지 못한 시간이여 불타라.
“그런데, 시내는 왜 가시는 거죠?”
“네, 사람을 좀 죽이려구요.”
“그까짓 것을 왜 죽이려고 하세요? 번거롭게.”
“오늘 바람이 거셋거든요. 가슴이 쓰라렸어요.”
“네...... 이해 할 만 하군요.”
“그런 연기 따위는 하지 마세요. 아무리 제 가슴에 꽂힌 칼을 볼 수 있다고 해도 진짜로 이해 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제가 좀 도와드릴 수는 있어요.”
“어떻게 절 도울 수 있죠?”
“지금 칼을 가지고 있거든요. 칼을 사시겠어요?”
“싫어요. 당신의 칼은 전혀 아프지 않거든요.”
“유감이군요.”
다시 침묵. 택시 기사와 남자. 남자와 택시 기사. 공존의 암색 이물질.
"그래도 당신이 싸게 파신다면 생각해 보죠. 이 칼로 사람을 죽이기에는 제 가슴이 너무 허전하거든요.“
“제 뒷 트렁크에 열 자루의 칼이 있어요. 당신을 제게 주시면 그 칼을 내어 드리죠.”
“재미있는 흥정이군요. 하지만 저는 지금 사람을 죽여야만 해요. 당신에게 팔 수 있는 여유 분이 없어요. 다른 것은 안될까요?”
"안돼요. 제가 필요한 것은 당신이에요. 음...... 하지만 지금 당신은 사람을 죽여야 되니까 여유가 없기는 없겠군요. 좋아요. 당신의 반만 주세요.“
“그러죠. 잠깐만요.”
남자는 손으로 오른쪽 눈알을 빼어 택시기사에게 준다.
“혹시 거짓된 것은 아니겠죠?”
“글쎄요. 솔직히 저는 무엇이 저인지 몰라요. 그래서 지금 드린 것이 정확한 반인지는 모르겠네요.”
“누구나 다 그렇죠. 좋아요. 제가 선물로 칼 한 자루를 더 드리죠. 칼이야 숨쉬듯이 쏟아지는 이산화탄소처럼 만들어지니까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더욱 더.”
“고마워요. 당신은 정말 착한 택시 운전 기사로군요. 당신 덕분에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가 있어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죠?”
“걱정마세요. 당신은 분명히 은혜를 갚을 거에요.”
흥정이 성사가 되었을 때쯤 그들은 시내에 도착했다. 남자는 택시에서 내려 뒷 트렁크에서 칼을 꺼내어 주머니에 넣는다.
“바람이 슬플 수 있는 것은 배가 고프기 때문이지. 아무도 밥을 주지 않거든.”
검은 개의 항문에도 칼이 박혀있다. 언제 누가 칼을 꼽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항문에 박힌 칼 때문에 개는 똥을 흘리면서 다닐 수밖에 없었다.
“아우--......”
개는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늑대 울음소리를 내었다. 사람들은 그런 개가 시끄러워 개에게 돌을 던졌다. 개는 돌에 맞은 상처가 심해 거리에 쓰러지게 되었다.
“불쌍한 개구나. 역시 사람들의 어떤 회로는 망가져 버린 거야.”
청소부가 개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개는 눈물어린 눈으로 측은하게 청소부를 바라본다.
“그래. 그래. 너는 아무 죄가 없어. 자자, 이 고기를 먹거라. 비록 쓰레기가 되어버렸지만, 살아있을 때는 맛있는 고기였어. 많이 먹고 힘을 내야지.”
청소부는 쓰레기 자루에서 고기 한 점을 꺼내준다. 개는 맛있게 먹는다.
“그래, 그래.”
남자는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칼을 찔렀다. 할머니는 멀뚱멀뚱 쳐다본다.
“할머니, 칼을 맞았으니까 죽어야죠.”
“뭐라고? 잘 안 들려.”
“아이참, 할머니, 지금 제가 할머니 배에 칼을 찔렀어요. 빨리 죽으셔야해요.”
“아, 나보고 죽으라고? 그럼 그렇게 크게 말해야 들리지.”
할머니는 그 자리에 쓰러진다. 남자는 할머니 위로 올라가서 달나라 마시마로가 변기를 뚫듯이 할머니를 찍어된다. 지나가던 조폭이 남자를 말린다.
“마이 묻다 아이가. 고마해라.”
“뭐야?”
남자는 조폭에게 달려들어 조폭을 찌르려고 하지만 조폭은 되려 남자를 잡아 내동댕이친다. 남자는 다시 일어나 조폭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마찬가지다. 땅바닥에 쳐박힌 남자가 조폭에게 묻는다.
“살고 싶냐?”
“니 바보가? 그랄 때는 ‘죽고 싶나?’ 이카는 기다.”
“내 물음에 답도 못하면서 무슨 바보를 언급하는 것이냐? 네가 진정으로, 세상에서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것이냐?”
“......”
“왜 답을 못하지?”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냥 ‘죽고 싶나?’ 캤으면 쉬웠을 긴데. 우리는 그 말 밖에는 모른다 아이가.”
“답을 못하지? 그런데 왜 내가 너를 죽이려는데 너는 거부한 거지?”
“모르겠다.”
“자. 그럼 죽어라.”
남자는 조폭에게 칼을 준다. 조폭은 칼을 들고 자기 배를 찌른다.
“그러니까 내가 죽여준다니까.”
남자도 조폭의 배에 칼을 찌른다. 조폭은 풀썩 주저앉는다.
“마이 묻다 아이가. 고마해라.”
조폭은 그래도 웃는다. 남자는 왠지 씁쓸하다.
남자는 그렇게 사람을 죽이며 거리를 쏘다닌다. 찌르다가 칼이 달아서 뭉퉁해지면 칼을 버리고, 새 칼로 찌른다. 그러기를 몇 번 씩 반복하다보니, 벌써 수십 명의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 그런데도 허전한 공복감은 전혀 채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슴에 박힌 칼이 조금씩, 조금씩 아파 올뿐이다. 이제 칼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남자는 담배를 물고 자리에 쭈그려 앉는다. 아무리 맑은 담배 연기로도 상처뿐인 가슴을 소독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가슴이 아파 온다. 왜 아파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후-”
남자가 내뿜은 담배연기가 그가 흘린 눈물에 뒤섞여 칼자루에 떨어져 맺힌다.
“퍽!”
누군가가 그의 등에 칼을 꼽았다. 남자는 놀라서 뒤를 돌아본다. 그가 서서 빙긋이 웃고있다. 그는 남자가 피던 담배를 빼앗아 물고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남자는 또 다시 바닥에 쓰러진다. 그는 쓰레기통을 뒤져 칼을 하나 끄집어내어 노래를 부르며 걸어간다.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컴백홈 中)
검은 개가 쓰러져 있는 사람 주위에서 킁킁된다. 그 뒤를 청소부가 뒤따른다. 청소부가 고기를 준 후로는 개는 충실한 심복처럼 청소부를 따라다니게 되었다. 청소부는 남자를 깨운다.
“이보시오. 당신은 왜 또 여기서 자는 거요?”
남자는 깨어나지 않는다. 청소부는 거세게 흔든다.
“이봐요, 일어나세요.”
아무리 깨워도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남자의 가출이 길어질 것 같다. 청소부는 남자를 바닥에 둔 채 다른 쓰레기를 치우며 거리를 걷는다. 검은 개는 총총히 청소부를 따른다.
일요일 새벽. 여자는 늘 하던 대로, 일찍 일어나 약수터로 향한다. 밖은 아직 어두워 이른 새벽이라기 보다는 늦은 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차가운 달에 비친 여자의 가슴이 아려온다. 여자는 아직 가슴에 박힌 칼에 관해서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그래서 아무도 여자가 칼을 맞은 지는 모른다. 하지만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파서 병원에 가봐도 의사는 신경성이니, 푹 쉬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여자는 가슴에 뚫린 구멍으로 달빛이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산길에는 아직도 사람이 없다. 그런데 솔숲으로 난 오솔길로 발을 딛는 순간 여자의 앞에 그가 나타났다. 왼쪽 가슴에 칼을 꽂은 채로. 달이 밝은 어느 날 밤. 갑자기 나타나서 남자의 가슴에 칼을 꽂은 사람이다. 여자는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그가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슴에 스며든 달빛은 그를 꼭 죽여야만 한다는 사명감이 된다. 여자는 가슴의 칼을 뽑아 그의 오른편 가슴에 꽂는다. 그는 비틀거리며 인상을 찌푸린다. 여자는 틈을 놓치지 않고 또 다른 칼을 뽑아 그의 배에 찔러 넣는다. 그는 풀썩 쓰러진다.
여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를 내려다본다. 한동안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사명을 이룬 성취감에 여자는 안락한 공허에 빠져든다. 그래서 잠시 멍해 있는 사이 그가 여자의 발목을 붙잡아 당긴다. 여자가 쓰러지자, 남자는 여자 위에 올라타서 여자를 난도질한다. 머리, 가슴, 배, 손, 발, 할 것 없이, 잘 다져진 고기처럼 찔러놓는다. 그래도 피 한 방울 흘리지 못하는 여자는 노래만 할 뿐이다.
“나의 세상이 나를 맞이하면 끝없이 날아가는 춤추는 새들. 저기 보이는 나의 예쁜 집과 하늘에 넘치는 따뜻한......”(슬픈 아픔 中)
그는 그런 여자를 차갑게 쳐다본다.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어. 이런 불규칙한 퍼즐에서 대체 무엇을 알 수 있을 것 같애? 우리는 서로를 더욱 미궁 속에 쳐박아 둘 뿐이야.”
그는 여자의 옷을 벗기고, 조금씩 생의 경계를 망각하는 여자를 강간한다. 약수터로 향하던 할머니는 부러운듯이 그 광경을 쳐다보며 지나간다. 여자는 거의 다 죽어 축 늘어져 있는데 그의 피스톤 운동은 그칠지 모른다. 두어명의 사람들이 더 지나가자 그는 뭔가 신호가 오는지 동작을 멈춘다. 그리고 재빨리 성기를 빼내어 여자의 입 속으로 집어넣는다. 하지만 여자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기 때문에 그는 땅바닥에 정액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지쳐서 여자 옆에 쓰러진다.
“가만히 참기엔 가슴시린 오기가, 기나긴 어둠이 사기같아. 엿같애!”(탱크 中)
약수터 쪽에서 사내가 큰 소리로 외치며 다가온다. “엿같애”가 산 속을 메아리친다.
“엿같애.. 엿같애.. 엿같애.......”
사내는 쓰러진 그의 가슴에 또 하나의 칼을 꽂는다. 그리고 죽은 여자로 자위한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여자는 간신히 말을 이어가다가 멈춘다. 이제 알았는데...... 식어버린 대지에 뿌려진 씨앗은 눈물로도 일궈낼 수 없다. 일을 마친 사내는 그의 성기를 도려내어 가지고 간다.
"왜 이리 재미없는 거야......”
청소부는 검은 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검은 개는 산길로 이르더니, 결국에 도착하는 곳은 여자와 그가 쓰러져 있는 곳이다. 여자는 죽어있었지만, 그는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 검은 개는 남자의 얼굴에 똥을 눈다.
“요즘 도통 쓰레기를 치울 기회조차 없으니 어쩔 수 없구나.”
청소부는 개의 항문에 박힌 칼을 뽑아 그의 명치에 내리 꽂는다.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다. 청소부는 여자와 그를 쓰레기 자루 속에 넣는다. 그런데 개가 자꾸 그 자루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청소부가 아무리 말려도 할 수 없어서, 개를 자루 속에 넣어두기로 한다.
청소부는 천천히 소각장으로 향한다.
택시 기사는 운전을 하다가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본다. 열 한 개의 칼이 남자의 등에 꽂혀 있고 한 개의 칼이 그의 손에 들려 있다. 택시 기사는 할 수 없이 택시에 그를 싣고 소각장으로 향한다. 칼이 몇 개 였더라?
사내가 소각로에 도려낸 그의 성기를 버린다. 성기는 불에 들어가서 한 동안 굳건히 버티는 듯 하더니, 얼마가지 못해, 여우 울음소리 같은 것을 내며 타버린다. 완전히 타버린 것을 확인 한 후에 사내가 뒤로 돌아서자, 저만치 앞에서 청소부가 오고있다. 청소부도 소각로 앞에 있는 사내를 본다.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당대의 고수가 만나 서로의 비좁은 빈틈을 찾으려고 끈덕진 탐색을 하는 듯, 두 사람은 뚫어져라 서로를 쳐다본다. 사내가 먼저 웃는다. 그제서야 청소부도 긴장을 풀고 웃는다. 사내와 청소부는 가까이 와서 악수를 나눈다. 그리고 서로의 가슴에 박힌 칼을 교환한다.
“반가웠어요.”
“저도 반가웠어요.”
“안녕히 가세요.”
“굳이 안녕히 갈 필요는 없겠죠. 그래도 안녕히 가세요.”
사내와 청소부는 말이 끝나자마자 서로의 정수리에 칼을 꽂는다. 풀썩.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조용히 널부러진다.
......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소각장에 택시 기사가 택시를 몰고 나타난다. 택시 기사는 소각로 앞에 쓰러진 두 구의 시신을 본다.
“~!@~##$@#%“
택시 기사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더니 트렁크에 처박아 둔 남자를 꺼내어 남자의 등에 박힌 칼을 뽑아낸다. 남자를 질질 끌고 가서 소각로에 던져 넣는다. 남자는 불에 훨훨 타들어간다. 잠시 불꽃을 바라보다가 사내와 청소부에 꽂힌 칼도 뽑는다. 그리고 두 시신을 소각장에 던져 넣는다.
“이렇게 가벼운데 왜 그랬을까?”
택시 기사는 쓰레기 자루에 눈이 간다. 그 속에는 검은 개와 여자, 그, 어떤 아이가 있다. 택시 기사는 그들에게 박힌 칼을 뽑고, 그들을 소각로에 던져 넣는다.
화-악! 불꽃은 고약한 악취만 풍길 뿐이다.
“하하하. 어? 개가 남았지?”
남자는 자기 발 밑에서 얼굴을 부비며 바둥되던 개를 집어 들어 배를 가른다. 개는 깽하더니 곧 죽어버린다. 하지만 개의 배속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 네가 먹은 것은 그것 밖에 없을 테니까.”
택시 기사는 개를 소각로에 던져 넣는다. 더러운 불꽃이 눈물을 털고 요동친다. 택시 기사는 사람들에게 박혔던 칼을 모아든다.
“사실 나는 칼을 만든 적이 없어. 단지 우리가 너무 충실한 숙주였을 뿐이야. 그래, 이제는 good buy? 킥킥킥......"
택시 기사는 칼을 모조리 소각장에 던져 넣는다.
“아무것도 모르겠군. 크흐흐...... 하지만 아무려면 어때? 내게 보이는 대로지.”
택시 기사는 소각로의 불꽃 속으로 들어가 소각로의 문을 닫는다.
이상하지? 이런 엉터리 이야기는 그 누구도 원치 않았는데도 말이다.
부산시 북구 화명동 주공@66-302
011-9545-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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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왼쪽 가슴에는 칼이 박혀있다. 칼은 가슴을 관통해, 사내의 등에 그 끝을 살포시 드러낸다. 그런데 사내는 그 상태로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 피를 흘리지 않아서 언뜻 보면 우스꽝스러운 소품쯤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잘 차려입은 정장 위에 꼽힌 칼은 소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련한 사연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사내에게 한 마디씩 한다.
“여보세요, 지금 당신은 칼을 맞았어요!”
하지만 사내는 귀담아 듣지 않는다. 아예 본 채 만 채 가던 길만 간다.
“이봐요, 지금 당신은 가슴에 칼을 맞았다니까요!”
한 대담한 행인이 사내를 붙잡고서 외치자, 사내는 그를 노려보며 소리친다.
“그런 어설픈 관심은 보이지 마.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그리고, 내가 칼을 맞았다니? 당신 미쳤어? 칼을 맞았는데 어떻게 시내를 활보 할 수 있는 거야? 왜 가는 사람 붙잡고 시비야?”
사내의 거친 반응에 그는 어리둥절하다. 하지만 대거리는 하지 않고, 차분히 물어본다.
“나 참...... 그럼, 당신 가슴에 있는 칼자루는 뭐란 말이오?”
“내 가슴에 뭐가 있단 말이야? 너 뭐하는 놈인데 자꾸 나에 대해서 캐묻는 거야? 미치니까 헛것이 보이나 보지? 썩 꺼져 버려! 퉤,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 시덥잖은 놈이 다 시비야.”
사내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돌아선다. 이쯤되니, 그도 더 이상 참지 못한다. 그가 돌아서는 사내의 어깨를 잡아끌어 채고, 주먹을 뻗어 사내의 얼굴에 내리 꽂는다. 사내로서는 졸지에 당한 일이라서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땅바닥에 처박힌다. 사내의 핏발선 눈이 그를 노려본다. 그는 그런 사내의 얼굴을 발로 걷어찬다. 사내는 이번에도 역시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히 그의 공격을 받는다. 사내는 또 한 번 꼬꾸라진다.
“야이 미친놈아. 어디서, 까불고 지랄이야? 왜? 아무한테나 시비 걸고나서 죽도록 맞고 싶었냐? 오냐. 내가 그 소원 풀어주지!”
“그래,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런 것은 싫어!”
그가 사내의 멱살을 잡으려고 허리를 숙이자, 사내는 가슴에 꽂혀있던 칼을 뽑는다. 순간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그의 얼굴에 세차게 풍겨진다. 피는 생각보다 차갑다.
“이 씨발 새끼가, 사람 좆나 짜증나게 하네. 죽어 이 개새끼야.”
그가 당황해서 멈칫하는 사이, 사내가 벌떡 일어나서, 그의 왼쪽 가슴에 칼을 찌른다. 칼은 두부 속에 묻히듯이 부드럽게 그의 몸 속에 파고든다. 그리고 날개 뼈 근처에서 이쁜 모습을 드러낸다.
“크윽.”
사내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는 사라져 버린다. 구경꾼들도 그냥 뿔뿔이 흩어진다. 그는 그 자리에 엎어지고 만다.
그가 깨어났을 때는 밤이다.
“재수가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그가 가슴에 꽂힌 칼을 어루어 만지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별다른 통증도 없고, 피도 흘리지 않는다. 그래도 거추장스러워서 칼을 뽑아보지만, 뽑으면 피가 흘러내려서 그냥 그대로 꼽아둔다.
시계를 보니, 자정에 가까워졌다. 북적되던 시내도 이제는 한산해졌다. 군데군데, 취객들이 쓰러져있고,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양아치들이 때지어 키득대고있다.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는 않아서 쪽팔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밤인데도 제법 밝다. 가로등이나 네온사인 때문만은 아니다. 하늘에 보름달이 떠있다. 그가 보름달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긴 한숨을 쉰다. 이상하게 슬퍼진다. 그래, 칼 맞은 그 순간부터, 그의 가슴속에 내재된 이름 모를 슬픔이 혈관 속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왜 달은 나를 슬프게 만드는 거지? 이상한 일이로군. 할 수 없어. 오늘은 꼭 사람을 죽여야겠어. 나는 지금 무척 슬퍼.”
그가 사냥감을 찾기 위해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저만치 앞에서 걸어오는, 남녀 한 쌍을 발견한다. 남자가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어, 여자를 품에 안은 채 걸으면서 숙덕거린다. 벌집이 된 가슴을 무시해도 좋을 기막히게 아름다운 속삭임으로.
그가 그들에게 다가간다. 커플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를 지나친다.
“이봐. 날 좀 보라구.”
그가 그들을 부르자, 둘은 돌아서서 그를 쳐다본다. 그는 천천히 가슴에 꽂힌 칼을 빼들어 남자를 찌른다. 한 번만 찌르니까 재미가 없어서 세 번을 더 찌른다. 남자와 여자는 놀라서 휘둥그래진 눈으로 그를 쳐다본다. 남자가 묻는다.
“아니, 대체 왜 나를 찌르는 거요?”
“내가 너를 죽이는데 이유가 필요한 거야?”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럼 날 귀찮게 하지 말란 말이야.”
“아, 죄송하오. 계속하시오.”
그는 남자를 계속해서 찌른다. 얼마나 찔렀는지 칼을 휘둔 팔이 저릴 지경이다. 여자는 도망치고 없다. 남자의 피가 넘쳐흘러 하수도 구멍으로 흘러내린다. 그는 칼을 다시 가슴에 꽂고 유유히 자리를 떠난다.
여자는 미친듯이 도망친다. 하이힐이 벗겨졌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달리다가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든다. 하지만 오늘따라 택시는 잡히지 않는다. 다급한 마음에, 도로로 뛰쳐나와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택시는 여자를 치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퉁하고 튕겨나간 여자는 길가에 널부러진다. 가끔씩 보이는 행인들은 쓰러진 여자를 보고 하품을 한다.
다음날 아침, 청소부가 기절한 여자를 깨운다.
“여보시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요?”
“아아.. 죄송합니다.”
“당신은 쓰레기요? 쓰레기라면 나는 당신을 쓸어 담아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오.”
“그렇군요. 아저씨는 청소부죠. 그런데 저는 쓰레기인가요?”
“글쎄...... 나도 궁금해서 아가씨를 깨워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겠소.”
“나도 잘 몰라요. 하지만 그런 다짐들이 없어진지는 꽤 되잖아요.”
“큰일이로군. 나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걸.”
“그러면 제가 여기서 기다릴게요.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제가 쓰레기인지 아닌지 한 번 물어보죠.”
“그래 주시겠소? 고맙소.”
청소부는 가던 길을 간다. 여자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옷단장을 한다. 어제 분명히 택시에 치였는데, 다친 곳은 아무데도 없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가슴에 칼이 박힌 것뿐이다.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서 칼을 뽑아본다. 어제 남자가 맞았던 칼보다 훨씬 가는 칼이다. 손톱만한 굵기였지만, 손보다 훨씬 길어, 이것도 역시 가슴을 관통했다.
여자가 칼을 관찰하는 동안, 가슴에서 피가 찔끔찔끔 흘러나온다.
“잘됐군.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여자는 가슴을 눌러 짜서, 피를 모아 먹는다. 하지만 피는 어떤 미각의 요소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공허했던 무게들을 선명하게 기억시킬 뿐이다. 그래서 여자는 냉큼 뱉어버리고 다시 칼을 가슴에 꽂는다.
여자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자신이 쓰레기인지 아닌지를 물어본다. 하지만 행인들은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쓰레기가 뭐죠?”
“사르트르가 본다면 오바이트를 할 지도 모르지요.”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오.”
“하나님만이 당신이 진정으로 살길이에요. 아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는 말이라고는 이런 이상한 것들뿐이었다. 때문에 머릿속은 더욱 엉키기만 했다. 그래서 여자는 자신이 쓰레기인지 아닌지에 대한 진실의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기로 한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청소부는 오지 않는다. 기다림은 너무 심심하다. 점심때가 지나도 청소부는 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나가는 아무나에게 칼을 찔러본다. 사람들은 그냥 쳐다보기만 할 뿐, 피를 흘리며 그대로 지나갈 뿐이다. 두 번씩 찔러봐도 마찬가지고, 세 번씩 찔러봐도 마찬가지다. 여자의 증폭된 지루함은 가슴의 쓰라림을 험상궂게 지진다.
“망할, 청소부. 죽여버릴 거야.”
여자는 지나가는 꼬마 아이를 붙잡는다.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다.
“네가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 나 줘.”
“싫어.”
“말 안 들을래?”
“싫어.”
여자는 아이의 목에 칼을 꽂는다. 다시 빼서, 아이의 눈에도 꼽아보고, 팔에도 꼽아보고, 배에도 예닐곱번 찔렀다 빼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아이의 머리를 붙잡아 땅바닥에 사정없이 찧어된다. 아이의 머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기어이 쪼개져서, 더러운 뇌수를 꾸역꾸역 쏟아낸다. 막상 아이가 쓰러지자 여자는 왜 찔렀는지 이유를 모른다.
“아니, 저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가 있나! 어떻게 신성한 거리에 더러운 피를 뿌리고 다닐 수 있지? 아무리 아이라고 해도 이것은 용서 할 수 없는 짓이야.”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에게 몰려들어 사정없이 짓밟는다. 이미 죽은 아이는 무저항으로 사람들의 구둣발을 고스란히 받아낸다. 여자는 표표히 그 곳을 떠난다. 그리고 잠시 뒤로 돌아서 그들을 지켜본다. 광란의 발길질 끝에 그들은 스스로의 가슴에 훈장처럼 칼을 남긴다.
밤이 깊었다. 사람의 형체라고 할 수 없는 고기 덩어리가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사방에 튄 피는 이미 굳어서 짙은 갈색으로 퇴색해 버렸다. 사람들은 그 쓰레기에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 머리 통 만한 검은 개 한 마리가 쓰레기 주위를 서성인다. 좌우를 경계하더니, 쓰레기에 걸쳐진 옷 속에 들어가 버린다.
아침이 되자 검은 개는 옷 속을 파헤치고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고기를 씹어먹기 시작한다. 우걱우걱. 한 동안 먹더니 잔다. 그러다가 다시 일어나 고기를 먹는다. 우걱우걱.
언젠가부터 사내는 그 옆에 쭈그려 앉아 그 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개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개는 고기를 먹으면 그만인 것이다.
“나도 좀 먹어보자.”
사내가 쓰레기 위에 놓인 옷을 벗겨내고, 갈비뼈 한 짝을 뽑아내어 소슬하게 붙은 살코기를 뜯는다. 검은 개는 인상을 한 번 짓고는 그냥 무시한다. 아직 고기는 많이 남아있다. 사내는 눈을 감은 채 고기를 입 속에 넣고 천천히 씹는다. 와인을 마시듯, 부드럽게 음미하는 것 같다.
“그럭저럭 괜찮은 걸.”
사내는 아예 머리를 처다박고 개처럼 먹는다. 그제야 검은 개는 기분이 나빠져 사내를 향해 짓어되기 시작한다.
“이런...... 개새끼가! 아니야, 아니야. 너도 결국은 아픈 거겠지. 우리는 표현에 있어서도 너무 서툴렀으니까.”
사내는 황급히 옷을 벗는다. 셔츠를 벗고, 바지를 벗고 양말을 벗고 팬티도 벗는다. 사내는 완전한 알몸이다.
“이제 너는 조용히 해야해.”
사내는 개를 집어들고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는 성기를 세워 개의 항문에 집어넣는다. 개는 삽입순간에만 낑낑거릴 뿐 사내의 행위에 순종한다. 사내는 개로 자위를 시작한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자 사내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사내를 응원했지만 쉽게 사정이 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땀을 닦아주기도 하고, 물도 가져다 준다. 사내는 그들에 대한 한 톨의 관심도 아낀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도 사정하지 않는다. 개는 지치는지 헉헉거리기 시작하더니, 똥을 퍼붇는다. 사내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개를 아래위로 들었다 놓았다한다. 사내의 성기는 개의 똥과 피로 검붉게 얼룩졌다. 그렇게 30분이 더 흐르자 개는 낑낑거리면서 괴로워한다. 그것을 보다 못한 칼 꼽힌 여자가 나선다.
“그것은 제가 잘 하는 일이에요. 제가 도와드리죠.”
여자는 개를 붙잡아 던져 버린다. 탈진한 개는 그 자리에 푹 주저앉는다. 여자는 피똥이 된 사내의 성기를 입 속에 넣는다. 사내는 갑작스러운 관계가 달갑지는 않지만 여자가 하는 대로 놔둔다. 여자는 사내의 성기를 아이스크림을 먹듯이 한 입 가득 입에 넣어 빨기도 하고, 혀끝으로 살짝살짝 핥기도 한다. 또 다시 30여분의 시간이 지나도 남자는 사정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사내가 성불구자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여자는 입을 떼고 주저앉는다.
"조금만 더 해줘. 이제 알 것 같아.“
그래서 여자는 또 빤다. 잠시 후, 남자는 하얗게 표백된 피를 토해낸다. 여자는 고스란히 삼킨다.
“이젠 제 차례에요. 하지만 저는 혼자 할 수 있어요. 그냥 보기만 하세요.”
여자는 앉은 채로 주섬주섬 옷을 벗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내처럼 벌거숭이가 된다. 사내는 낯설게 지켜본다. 여자는 칼을 뽑아 자신의 질구에 넣었다 뺐다하며 자위한다. 칼이 전후진 할 수록 여자의 하혈은 거세진다. 여자는 운다. 무언가가 서러운가보다. 피는 여자를 삥 둘러쌓는다. 하지만 그들을 둘러쌓던 행인들은 모두 가버리고 없다. 계속 운다. 서툴다.
사내는 당황한다. 여자의 칼을 빼앗아서 여자의 행위를 멈추게 하고. 여자의 상처를 핥아준다. 여자는 기진맥진해서 누워버린다. 남자가 핥아주자 피는 이제 멈춘다. 하지만 여자는 기절해서 깨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눈물은 계속 흘린다. 사내도 운다.
이미 밤이다. 달이 사내를 슬프게 만든다.
“슬프지만...... 오늘은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아.”
사내는 여자의 칼을 분질러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다.
“이봐요, 아가씨. 또 길에서 자는 거요?”
청소부가 여자를 깨운다. 여자는 부스스하게 일어나 청소부를 바라본다.
“죄송해요. 제가 또 걸리적거렸군요.”
“괜찮아요. 자주 있는 일인 걸요. 그런데 오늘은 칼을 두개나 꽂고 있군요.”
그러고 보니 여자의 왼쪽 가슴과 오른쪽 가슴에는 나란하게 칼이 꽂혀있다. 어제 청소부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망각한다.
“거 봐요. 밤마다 길에서 자니까 가슴에 칼이 꽂히잖아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아가씨, 알아봤소?”
“뭘 말이죠?”
“아가씨가 쓰레기인지 아닌지 말이오.”
“아, 죄송해요. 하지만 아무도 제게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쯪쯪. 그것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요. 스스로 알아내어야만 해요.”
“네......”
“뭐, 괜찮아요. 젊은 아가씨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칼을 그렇게 가슴에 품고 다니기만 하면, 더욱 어려워지지.”
“왜 그렇죠?”
“고인 물은 썩거든. 그리고 고약한 냄새를 풍겨. 그것은 아무리 가두려고 해도 새어 나올 수밖에 없지. 악순환은 지루하게 반복돼.”
“......”
“그나저나 오늘 아주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게 되었다오.”
청소부는 쓰레기 담은 자루를 여자에게 보여준다. 자루 속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일그러진 꼬마 아이의 시체가 구겨져 있다.
“어머! 죄송해요. 어제 제가 버렸어요.”
여자의 말에 청소부는 발끈한다.
“아니, 뭐라구? 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지?”
여자의 오른쪽 등에서 피가 삐져 나온다.
“죄송해요. 사람들이 마구 짓밟는 바람에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너의 핑계는 너를 구속시킬 뿐이지.”
여자는 어쩔 줄을 모르며 피를 흘린다. 여자의 죄책감이 연소되어 살의가 타오른다. 그러다가 참을 수 없는 듯, 여자는 칼을 뽑아 청소부의 가슴에 꽂는다. 그러고는 도망쳐 버린다.
“이런...... 하지만 쓰레기는 아니었군. 나는 봤어. 큰일 날 뻔했어.”
“나는 없었어. 그리고 또 내일조차 없었어.”(컴백홈 中)
남자의 가슴에도 칼이 꼽혀있다. 그에게 찔렸던 칼이 아닌 또 다른 칼이다. 그 날 밤 칼을 맞은 이후로 허탕스런 일상의 건조함이 힘겨워졌다. 여자에게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 벌써 몇 일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남자는 한없이 깊어지는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서 바닷가로 갔다. 실없이 웃어보아도, 괴성을 질러보아도, 가슴에 맺힌 깊은 망울을 어떻게 쓰다듬어 볼 수 없다.
“아...... 씨발 좆같네.!”
밤이 되자 바다 바람이 차다. 바람에 머리칼이 날리고, 옷깃이 날리고, 눈물이 날리고, 남자의 한숨도 날린다. 남자의 열정은 바다 속에 들어갔다 나와서 차갑게 퇴색되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젠장!”
바람이 거세게 분다. 사나운 바람이 남자를 부추긴다.
“아...... 이 바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구나. 그래, 오늘은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날인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일 필요는 없어.”
남자는 곧장 도로로 가서 택시를 잡는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시내로 향한다.
“여어-, 가슴에 꽂힌 칼이 참 이쁘군요.”
택시 기사가 남자의 칼을 칭찬한다. 남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받는다.
“그다지...... 그런데 이 칼이 보이세요?”
“제가 만든 칼이거든요.”
“그래요? 상당한 솜씨군요. 전혀 아프지가 않아요.”
“과찬의 말씀이세요. 하지만 그 칼은 아픈 칼이에요.”
“아니요. 전혀 아프지 않아요. 보세요.”
남자는 칼을 뽑았다가 다시 제자리에 꼽기를 반복하면서 아프지 않다는 것을 택시 기사에게 보여준다. 택시 기사는 전혀 놀라지 않는다.
“아픔에 잠겨 있는 동안에는 아픔을 모를 수 밖에요.”
“그럴까요?”
침묵. 채우지 못한 시간이여 불타라.
“그런데, 시내는 왜 가시는 거죠?”
“네, 사람을 좀 죽이려구요.”
“그까짓 것을 왜 죽이려고 하세요? 번거롭게.”
“오늘 바람이 거셋거든요. 가슴이 쓰라렸어요.”
“네...... 이해 할 만 하군요.”
“그런 연기 따위는 하지 마세요. 아무리 제 가슴에 꽂힌 칼을 볼 수 있다고 해도 진짜로 이해 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제가 좀 도와드릴 수는 있어요.”
“어떻게 절 도울 수 있죠?”
“지금 칼을 가지고 있거든요. 칼을 사시겠어요?”
“싫어요. 당신의 칼은 전혀 아프지 않거든요.”
“유감이군요.”
다시 침묵. 택시 기사와 남자. 남자와 택시 기사. 공존의 암색 이물질.
"그래도 당신이 싸게 파신다면 생각해 보죠. 이 칼로 사람을 죽이기에는 제 가슴이 너무 허전하거든요.“
“제 뒷 트렁크에 열 자루의 칼이 있어요. 당신을 제게 주시면 그 칼을 내어 드리죠.”
“재미있는 흥정이군요. 하지만 저는 지금 사람을 죽여야만 해요. 당신에게 팔 수 있는 여유 분이 없어요. 다른 것은 안될까요?”
"안돼요. 제가 필요한 것은 당신이에요. 음...... 하지만 지금 당신은 사람을 죽여야 되니까 여유가 없기는 없겠군요. 좋아요. 당신의 반만 주세요.“
“그러죠. 잠깐만요.”
남자는 손으로 오른쪽 눈알을 빼어 택시기사에게 준다.
“혹시 거짓된 것은 아니겠죠?”
“글쎄요. 솔직히 저는 무엇이 저인지 몰라요. 그래서 지금 드린 것이 정확한 반인지는 모르겠네요.”
“누구나 다 그렇죠. 좋아요. 제가 선물로 칼 한 자루를 더 드리죠. 칼이야 숨쉬듯이 쏟아지는 이산화탄소처럼 만들어지니까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더욱 더.”
“고마워요. 당신은 정말 착한 택시 운전 기사로군요. 당신 덕분에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가 있어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죠?”
“걱정마세요. 당신은 분명히 은혜를 갚을 거에요.”
흥정이 성사가 되었을 때쯤 그들은 시내에 도착했다. 남자는 택시에서 내려 뒷 트렁크에서 칼을 꺼내어 주머니에 넣는다.
“바람이 슬플 수 있는 것은 배가 고프기 때문이지. 아무도 밥을 주지 않거든.”
검은 개의 항문에도 칼이 박혀있다. 언제 누가 칼을 꼽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항문에 박힌 칼 때문에 개는 똥을 흘리면서 다닐 수밖에 없었다.
“아우--......”
개는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늑대 울음소리를 내었다. 사람들은 그런 개가 시끄러워 개에게 돌을 던졌다. 개는 돌에 맞은 상처가 심해 거리에 쓰러지게 되었다.
“불쌍한 개구나. 역시 사람들의 어떤 회로는 망가져 버린 거야.”
청소부가 개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개는 눈물어린 눈으로 측은하게 청소부를 바라본다.
“그래. 그래. 너는 아무 죄가 없어. 자자, 이 고기를 먹거라. 비록 쓰레기가 되어버렸지만, 살아있을 때는 맛있는 고기였어. 많이 먹고 힘을 내야지.”
청소부는 쓰레기 자루에서 고기 한 점을 꺼내준다. 개는 맛있게 먹는다.
“그래, 그래.”
남자는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칼을 찔렀다. 할머니는 멀뚱멀뚱 쳐다본다.
“할머니, 칼을 맞았으니까 죽어야죠.”
“뭐라고? 잘 안 들려.”
“아이참, 할머니, 지금 제가 할머니 배에 칼을 찔렀어요. 빨리 죽으셔야해요.”
“아, 나보고 죽으라고? 그럼 그렇게 크게 말해야 들리지.”
할머니는 그 자리에 쓰러진다. 남자는 할머니 위로 올라가서 달나라 마시마로가 변기를 뚫듯이 할머니를 찍어된다. 지나가던 조폭이 남자를 말린다.
“마이 묻다 아이가. 고마해라.”
“뭐야?”
남자는 조폭에게 달려들어 조폭을 찌르려고 하지만 조폭은 되려 남자를 잡아 내동댕이친다. 남자는 다시 일어나 조폭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마찬가지다. 땅바닥에 쳐박힌 남자가 조폭에게 묻는다.
“살고 싶냐?”
“니 바보가? 그랄 때는 ‘죽고 싶나?’ 이카는 기다.”
“내 물음에 답도 못하면서 무슨 바보를 언급하는 것이냐? 네가 진정으로, 세상에서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것이냐?”
“......”
“왜 답을 못하지?”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냥 ‘죽고 싶나?’ 캤으면 쉬웠을 긴데. 우리는 그 말 밖에는 모른다 아이가.”
“답을 못하지? 그런데 왜 내가 너를 죽이려는데 너는 거부한 거지?”
“모르겠다.”
“자. 그럼 죽어라.”
남자는 조폭에게 칼을 준다. 조폭은 칼을 들고 자기 배를 찌른다.
“그러니까 내가 죽여준다니까.”
남자도 조폭의 배에 칼을 찌른다. 조폭은 풀썩 주저앉는다.
“마이 묻다 아이가. 고마해라.”
조폭은 그래도 웃는다. 남자는 왠지 씁쓸하다.
남자는 그렇게 사람을 죽이며 거리를 쏘다닌다. 찌르다가 칼이 달아서 뭉퉁해지면 칼을 버리고, 새 칼로 찌른다. 그러기를 몇 번 씩 반복하다보니, 벌써 수십 명의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 그런데도 허전한 공복감은 전혀 채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슴에 박힌 칼이 조금씩, 조금씩 아파 올뿐이다. 이제 칼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남자는 담배를 물고 자리에 쭈그려 앉는다. 아무리 맑은 담배 연기로도 상처뿐인 가슴을 소독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가슴이 아파 온다. 왜 아파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후-”
남자가 내뿜은 담배연기가 그가 흘린 눈물에 뒤섞여 칼자루에 떨어져 맺힌다.
“퍽!”
누군가가 그의 등에 칼을 꼽았다. 남자는 놀라서 뒤를 돌아본다. 그가 서서 빙긋이 웃고있다. 그는 남자가 피던 담배를 빼앗아 물고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남자는 또 다시 바닥에 쓰러진다. 그는 쓰레기통을 뒤져 칼을 하나 끄집어내어 노래를 부르며 걸어간다.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컴백홈 中)
검은 개가 쓰러져 있는 사람 주위에서 킁킁된다. 그 뒤를 청소부가 뒤따른다. 청소부가 고기를 준 후로는 개는 충실한 심복처럼 청소부를 따라다니게 되었다. 청소부는 남자를 깨운다.
“이보시오. 당신은 왜 또 여기서 자는 거요?”
남자는 깨어나지 않는다. 청소부는 거세게 흔든다.
“이봐요, 일어나세요.”
아무리 깨워도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남자의 가출이 길어질 것 같다. 청소부는 남자를 바닥에 둔 채 다른 쓰레기를 치우며 거리를 걷는다. 검은 개는 총총히 청소부를 따른다.
일요일 새벽. 여자는 늘 하던 대로, 일찍 일어나 약수터로 향한다. 밖은 아직 어두워 이른 새벽이라기 보다는 늦은 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차가운 달에 비친 여자의 가슴이 아려온다. 여자는 아직 가슴에 박힌 칼에 관해서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그래서 아무도 여자가 칼을 맞은 지는 모른다. 하지만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파서 병원에 가봐도 의사는 신경성이니, 푹 쉬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여자는 가슴에 뚫린 구멍으로 달빛이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산길에는 아직도 사람이 없다. 그런데 솔숲으로 난 오솔길로 발을 딛는 순간 여자의 앞에 그가 나타났다. 왼쪽 가슴에 칼을 꽂은 채로. 달이 밝은 어느 날 밤. 갑자기 나타나서 남자의 가슴에 칼을 꽂은 사람이다. 여자는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그가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슴에 스며든 달빛은 그를 꼭 죽여야만 한다는 사명감이 된다. 여자는 가슴의 칼을 뽑아 그의 오른편 가슴에 꽂는다. 그는 비틀거리며 인상을 찌푸린다. 여자는 틈을 놓치지 않고 또 다른 칼을 뽑아 그의 배에 찔러 넣는다. 그는 풀썩 쓰러진다.
여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를 내려다본다. 한동안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사명을 이룬 성취감에 여자는 안락한 공허에 빠져든다. 그래서 잠시 멍해 있는 사이 그가 여자의 발목을 붙잡아 당긴다. 여자가 쓰러지자, 남자는 여자 위에 올라타서 여자를 난도질한다. 머리, 가슴, 배, 손, 발, 할 것 없이, 잘 다져진 고기처럼 찔러놓는다. 그래도 피 한 방울 흘리지 못하는 여자는 노래만 할 뿐이다.
“나의 세상이 나를 맞이하면 끝없이 날아가는 춤추는 새들. 저기 보이는 나의 예쁜 집과 하늘에 넘치는 따뜻한......”(슬픈 아픔 中)
그는 그런 여자를 차갑게 쳐다본다.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어. 이런 불규칙한 퍼즐에서 대체 무엇을 알 수 있을 것 같애? 우리는 서로를 더욱 미궁 속에 쳐박아 둘 뿐이야.”
그는 여자의 옷을 벗기고, 조금씩 생의 경계를 망각하는 여자를 강간한다. 약수터로 향하던 할머니는 부러운듯이 그 광경을 쳐다보며 지나간다. 여자는 거의 다 죽어 축 늘어져 있는데 그의 피스톤 운동은 그칠지 모른다. 두어명의 사람들이 더 지나가자 그는 뭔가 신호가 오는지 동작을 멈춘다. 그리고 재빨리 성기를 빼내어 여자의 입 속으로 집어넣는다. 하지만 여자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기 때문에 그는 땅바닥에 정액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지쳐서 여자 옆에 쓰러진다.
“가만히 참기엔 가슴시린 오기가, 기나긴 어둠이 사기같아. 엿같애!”(탱크 中)
약수터 쪽에서 사내가 큰 소리로 외치며 다가온다. “엿같애”가 산 속을 메아리친다.
“엿같애.. 엿같애.. 엿같애.......”
사내는 쓰러진 그의 가슴에 또 하나의 칼을 꽂는다. 그리고 죽은 여자로 자위한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여자는 간신히 말을 이어가다가 멈춘다. 이제 알았는데...... 식어버린 대지에 뿌려진 씨앗은 눈물로도 일궈낼 수 없다. 일을 마친 사내는 그의 성기를 도려내어 가지고 간다.
"왜 이리 재미없는 거야......”
청소부는 검은 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검은 개는 산길로 이르더니, 결국에 도착하는 곳은 여자와 그가 쓰러져 있는 곳이다. 여자는 죽어있었지만, 그는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 검은 개는 남자의 얼굴에 똥을 눈다.
“요즘 도통 쓰레기를 치울 기회조차 없으니 어쩔 수 없구나.”
청소부는 개의 항문에 박힌 칼을 뽑아 그의 명치에 내리 꽂는다.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다. 청소부는 여자와 그를 쓰레기 자루 속에 넣는다. 그런데 개가 자꾸 그 자루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청소부가 아무리 말려도 할 수 없어서, 개를 자루 속에 넣어두기로 한다.
청소부는 천천히 소각장으로 향한다.
택시 기사는 운전을 하다가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본다. 열 한 개의 칼이 남자의 등에 꽂혀 있고 한 개의 칼이 그의 손에 들려 있다. 택시 기사는 할 수 없이 택시에 그를 싣고 소각장으로 향한다. 칼이 몇 개 였더라?
사내가 소각로에 도려낸 그의 성기를 버린다. 성기는 불에 들어가서 한 동안 굳건히 버티는 듯 하더니, 얼마가지 못해, 여우 울음소리 같은 것을 내며 타버린다. 완전히 타버린 것을 확인 한 후에 사내가 뒤로 돌아서자, 저만치 앞에서 청소부가 오고있다. 청소부도 소각로 앞에 있는 사내를 본다.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당대의 고수가 만나 서로의 비좁은 빈틈을 찾으려고 끈덕진 탐색을 하는 듯, 두 사람은 뚫어져라 서로를 쳐다본다. 사내가 먼저 웃는다. 그제서야 청소부도 긴장을 풀고 웃는다. 사내와 청소부는 가까이 와서 악수를 나눈다. 그리고 서로의 가슴에 박힌 칼을 교환한다.
“반가웠어요.”
“저도 반가웠어요.”
“안녕히 가세요.”
“굳이 안녕히 갈 필요는 없겠죠. 그래도 안녕히 가세요.”
사내와 청소부는 말이 끝나자마자 서로의 정수리에 칼을 꽂는다. 풀썩.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조용히 널부러진다.
......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소각장에 택시 기사가 택시를 몰고 나타난다. 택시 기사는 소각로 앞에 쓰러진 두 구의 시신을 본다.
“~!@~##$@#%“
택시 기사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더니 트렁크에 처박아 둔 남자를 꺼내어 남자의 등에 박힌 칼을 뽑아낸다. 남자를 질질 끌고 가서 소각로에 던져 넣는다. 남자는 불에 훨훨 타들어간다. 잠시 불꽃을 바라보다가 사내와 청소부에 꽂힌 칼도 뽑는다. 그리고 두 시신을 소각장에 던져 넣는다.
“이렇게 가벼운데 왜 그랬을까?”
택시 기사는 쓰레기 자루에 눈이 간다. 그 속에는 검은 개와 여자, 그, 어떤 아이가 있다. 택시 기사는 그들에게 박힌 칼을 뽑고, 그들을 소각로에 던져 넣는다.
화-악! 불꽃은 고약한 악취만 풍길 뿐이다.
“하하하. 어? 개가 남았지?”
남자는 자기 발 밑에서 얼굴을 부비며 바둥되던 개를 집어 들어 배를 가른다. 개는 깽하더니 곧 죽어버린다. 하지만 개의 배속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 네가 먹은 것은 그것 밖에 없을 테니까.”
택시 기사는 개를 소각로에 던져 넣는다. 더러운 불꽃이 눈물을 털고 요동친다. 택시 기사는 사람들에게 박혔던 칼을 모아든다.
“사실 나는 칼을 만든 적이 없어. 단지 우리가 너무 충실한 숙주였을 뿐이야. 그래, 이제는 good buy? 킥킥킥......"
택시 기사는 칼을 모조리 소각장에 던져 넣는다.
“아무것도 모르겠군. 크흐흐...... 하지만 아무려면 어때? 내게 보이는 대로지.”
택시 기사는 소각로의 불꽃 속으로 들어가 소각로의 문을 닫는다.
이상하지? 이런 엉터리 이야기는 그 누구도 원치 않았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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