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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동화1(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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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381회 작성일 04-11-16 10:16

본문




이 곳은 나무 조각 공원입니다.
이 안의 모든 것은 나무로 만들어졌지요.
의자도 나무 의자입니다.
호수를 따라 둥글게 이어진 길도 나무 판자를 깔아 만들었습니다.
식수대도 나무로 되어있습니다. 나무 줄기에 수도꼭지가 달려있지요.
수도꼭지를 돌리면 나무 둥치를 통과한 지하수 물이 흘러나옵니다.
식수대 앞에는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산에 약수보다도 달고 깨끗합니다.’
조각 공원 한가운데는 솟대가 서있습니다.
장대 위에 나무로 만든 새 한 마리가 앉아있지요. 새는 하늘 가운데 외로이 떠 있습니다.
솟대 옆에는 장승이 세워져있습니다.
장승은 통나무에 사람 머리모양을 재미나게 만들어 놓은 기둥입니다.
장승의 모양은 여러 가지입니다.
삐죽한 덧니를 드러낸 채 웃고 있는 장승, 커다란 갓을 쓰고 있는 장승, ‘천하대장군’이라는 글자를 새겨놓은 장승 등 우스꽝스런 모습입니다.
장승을 따라 걷다보면 탈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탈은 사람의 얼굴 표정을 본 떠 만든 것입니다.
얼굴 가득 웃음이 담긴 하회탈이 입을 크게 벌린 채 웃고 있습니다. 연지곤지를 찍은 각시 탈도 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나무를 깎아 만들었습니다.  
나무 조각 공원의 화장실은 통나무로 만들었습니다.  
새장도 나무로 만들었지요.
새장 안에는 나무로 만든 새가 머릴 내밀고 온종일 하늘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렇듯 공원 안의 모든 것은 나무로 만든 조각품입니다. 이 곳에 살아 숨쉬는 나무는 단 한 그루, 나무 의자 옆 가로수뿐입니다.
가로수의 종류는 플라타너스입니다.
플라타너스는 손바닥 모양으로 생긴 커다란 잎사귀를 달고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란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봄이면 연두 빛 꽃이 피고 여름이면 가지를 뻗쳐 그늘을 만듭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플라타너스 나무 잎사귀에서 벌레가 떨어진다며 쉬어가지 않습니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긴 가지 끝에 동그란 열매를 맺습니다. 하지만 잎사귀는 누렇게 시들 마른 채 바람에 휘날립니다. 나무 껍질도 군데군데 터져서 떨어집니다.
사람들은 비늘처럼 벗겨지고 갈라진 나무를 보며 얼굴을 찌푸립니다.
“아무 쓸모 없는 나무가 공원의 아름다움을 망치고 있어.”
하며 고개를 가로 젖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 앙상한 가지만 남은 플라타너스 나무를 뭉텅 잘라냅니다.  
사람들은 나뭇가지로 인형을 만듭니다.
공원 한쪽에 다듬고 색칠되어진 나무인형이 진열되어있습니다.
머리에 뿔이 난 도깨비 인형, 말을 탄 병정 인형, 알록달록한 빛깔의 피에로 인형도 있습니다. 모두가 아이들 장난감입니다.
사람들은 나무인형을 보며 예쁘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즐거워합니다.
사람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보다 나무로 만든 새가 더 아름답다고 합니다.
계절에 따라 빛깔을 바꾸는 나무보다 조각되고 색칠되어진 장승이 더 예술적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해마다 나무를 잘라 조각품으로 박제시킵니다.
나무 한 그루가 잘려나갈 때마다 장승의 수가 늘어갑니다.
나뭇가지가 잘려나갈 때마다 나무인형의 수가 늘어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무로 만든 조각품만 늘어갑니다.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나무 조각 공원의 밤을 쓸쓸합니다.
달빛 아래 조각품들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 냄새. 내 몸에 칠해진 페인트 냄새가 너무 지독해.”
오늘 낮에 만들어진 나무인형이 파랗게 칠해진 팔다리를 흔들며 투덜대었습니다.
“아이고 허리야. 하루동일 사람들이 밟고 다니니 온 몸이 아파.”
나무 판자가 말했습니다.
“나도 그래.”
의자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사람들은 왜 우리를 못살게 구는 거지?”  
조각품들은 나무였을 때가 그리웠습니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때를 떠올려보았습니다.
“나는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 살았어. 그곳은 여름이면 따가운 햇살이 내리쪼이고 겨울이면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추운 곳이었지. 그래도 그곳에서는 언제나 갈매기를 볼 수 있었고 아침 햇살에 기지개를 켤 수 있었어. 하지만 이곳에서는 새소리조차 들을 수 없잖아.”
장승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번에는 장대 위에 앉은 새가 말했습니다.
“나는 대공원 안에 있는 새장 옆에 살았어. 그때는 새소리가 시끄럽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렇게 나무로 만든 새가 되어 보니, 하늘을 날 수 없는 새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솟대의 말에 조각품들은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장대 위에 매달린 새가 쓸쓸해 보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살아있는 나무가 아니야. 우리에게는 물도 필요 없고, 햇볕도 필요 없잖아. 우리는 뿌리 없는 나무 조각품일 뿐이라고.”  
식수대가 슬픈 얼굴로 말했습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졌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쌩” 하며 거센 바람이 불었습니다. 플라타너스 나뭇가지가 휘청거렸습니다.
잠시 후, 좀 더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아이쿠!”
이번에는 나무가 통째로 흔들렸습니다.
조각품들은 일제히 플라타너스 나무를 쳐다보았습니다.
“가로수야, 괜찮니?”
장승이 물었습니다.    
나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내가 이 곳에 심어졌을 때는 아주 어린 나무였어. 그때는 곳곳에 수풀이 우거지고, 커다란 가로수가 줄지어있었지. 철따라 새들은 쉬어가고 어여쁜 빛깔의 꽃이 피는 평화로운 곳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사람들이 들어와 이 곳을 파헤치기 시작했어. 하루에도 수십 그루의 나무가 뿌리째 뽑혀나갔지. 나는 겁이 났어.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공원 안에 나무는 모두 사라지고 나무가 있던 자리는 너희처럼 나무로 된 조각품이 차지했어. 결국 이 곳에 살아 숨쉬는 나무는 단 한 그루, 나만 남게 되었지. 새들은 사라지고, 풀벌레도 사라졌어. 나는 외로웠어. 어릴 적에는 싫었던 나무벌레도 그리웠어. 나는 하늘 높이 날아가는 새들과 놀고 싶었어. 그때부터 나는 하늘을 향해 자라기 시작했어. 하지만, 내게 하늘은 언제나 너무도 먼 꿈이었어. 아! 하늘에 닿고 싶어. 나는 하늘 높이 자라고 싶어.”
나무는 하늘을 쳐다보며 나뭇가지를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바람은 이런 나무의 꿈을 방해라도 하는 듯 또다시 플라타너스 나무를 뒤흔들었습니다.
어느새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어느 해보다도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밤마다 눈바람이 불었습니다. 플라타너스 나무는 눈바람에 휘몰린 나뭇가지를 떨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나무 둥치도 꽁꽁 얼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플라타너스 나무를 돌보지 않았습니다.  
플라타너스 나무는 병들어 갔습니다. 하늘을 향해 자라던 몸뚱이가 한쪽으로 휘어졌습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나무 둥치에 옷을 입히고 받침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나무를 다시 일으킬 수는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보며 언짢은 표정을 하였습니다.
“이 놈의 나무가 말썽이군. 처음부터 뽑아버려야 했는데, 어린 나무라서 두었더니 어느새 이렇게 자랐어.”
“그러게 늙고 병든 나무가 있으니 공원 환경에도 좋지 않군.”
하며 눈살을 찡그렸습니다.
플라타너스 나무는 슬펐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하늘을 향해 자랄 수 없었습니다. 봄을 기다릴 힘도 없었습니다.
나무는 받침대에 몸을 기댄 채 추위에 떨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매서운 눈보라와 함께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휘잉!”
“쩍!”
플라타너스 나무는 몰아치는 거센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두 동강났습니다.
나무는 쓰러지며 의자 위로 누웠습니다.
“나무야, 괜찮니?”
의자는 깜짝 놀라 나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나무는 몸뚱이가 끊어져 땅으로 곤두박질 친 자신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힘없이 말했습니다.
“나무의 꿈은 하늘이야. 가지를 떨구고 땅으로 눕기를 바라는 나무는 없을 거야.”
나무는 마지막으로 바람결에 나뭇가지를 흔들어보았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플라타너스 나무를 베어냈습니다.
나무 둥치가 잘려나가자 나이테가 드러났습니다. 겹겹이 감아들인 나이테에서는 플라타너스 나무의 속울음이 울리는 듯 했습니다.
사람들은 베어낸 나무 둥치 위에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공원에 놀러온 사람들이 그 곳에 앉아 쉬어갔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요. 플라타너스 나무가 있던 자리에 또 다른 나무 한 그루가 세워졌습니다.
그것은 플라타너스 나무보다도 커다란 나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요?
나무에는 뿌리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나무 이파리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았고, 꽃잎은 겨울이 되어도 시들지 않았습니다. 나뭇가지에 앉은 새는 하늘을 날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나무와 똑같이 만들어진 조각품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조각 나무 앞에 ‘하늘을 꿈꾸는 나무’라고 새겨진 푯말을 세웠습니다.
공원을 찾는 사람마다 하늘을 꿈꾸는 나무를 보았습니다.
“와, 하늘을 꿈꾸는 나무다! 나무가 하늘 높이 자랐네. 구름과 맞닿을 것 같아.”
“저것 봐! 나무에 꽃도 피고 새도 앉았어”
공원에는 매일 하늘을 꿈꾸는 나무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늘어갔습니다.
“역시 나무란 한결같아야 하는 거야. 봐! 나무는 언제나 하늘을 향해 자라잖아.”
사람들은 비바람이 불고 땡볕이 내리쬐어도 언제나 같은 모습을 잃지 않는 나무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나무처럼 만들어진 조각품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조각 나무도 예쁘지만, 조각품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어.”
“그래. 조각품은 언제나 똑같은 모습이야. 살아있는 느낌이 없잖아. 역시 공원에는 살아 숨쉬는 나무가 있어야 해.”
사람들은 뒤늦게 서야 살아 숨쉬는 나무를 그리워했습니다.
“공원에 나무를 심자!”
사람들은 공원 안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따라 은행나무도 심고 소나무도 심었습니다. 공원 한쪽에는 과일나무도 심었습니다. 사람들은 나무를 정성 들여 가꾸고 다듬었습니다.
몇 해가 지났습니다.
나무는 가을 햇살에 열매를 맺었습니다.
공원에 놀러 온 사람들은 나무 아래 살구를 땄습니다. 아이들은 주머니에 은행을 하나 가득 담아 가지고 갔습니다.
나무는 공원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 맑은 공기를 선물했습니다. 고운 빛깔의 단풍도 선물했습니다.
사람들은 겨울동안에도 시들지 않는 푸른 소나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공원에는 떠나갔던 새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사라졌던 풀벌레도 놀러왔습니다. 가을이면 귀뚜라미 소리도 들렸습니다.
나무는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랐습니다.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펼쳤습니다.
나무는 뿌리가 자란 만큼 줄기를 키우고, 뿌리가 뻗친 만큼 가지를 키웠습니다.
사람들은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쉬어갔습니다. 새들은 온종일 나무 위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해마다 공원에서는 어린 나무 심기 행사가 열렸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나무로 된 조각품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살아 숨쉬는 공원은 오래도록 사람들 속에서 아끼고 보존되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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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소 :  서울 송파구 잠실동 304-10
전 화  번 호 :  02)419-7247(H․P : 011-9134-7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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