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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옥-시(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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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정 윤옥
오늘 밤
고요도 잠 재운
별빛 아래서
속살 내민
화선지 위
떡밥대신 묵향으로
메기를 낚으렵니다.
매끄러운 등줄기
힘차게 솟구치는 꼬리며
실낱같이 가늘은 수염까지
앗
방금
펄떡펄떡
메기 한 마리
붓끝으로 낚았습니다.
-1-
목련꽃
정 윤옥
보셔요
사알짝 터트린
내 웃음을
보셔요
뭉쳐진 생각에
내 향기며
곱디 고운 속
다 드러낸 까닭은
당신혈관이며 실핏줄
구석구석, 또
온 세상
순수물결 일렁이게 하려 함이지요
보셔요
난, 오늘도
돌담집 담장 기대고
봄비에 취해
높다란 하늘보고
당신의 샘솟는
시커먼 욕정
잠재우고
목청 높혀
활짝 웃어 봅니다.
---2---
명상
정 윤옥
다소곳이 앉아
실낱같이 가늘은 고요 잡았습니다
그러나 태풍에 해일
암초와 고래떼, 또
시커멓게 밀려옵니다
울컥
파도타기 하는
내 안
순간
페부
먹물로 번지우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얼마나
얼마 후 이면, 난
햇살 가득 머금고
물 보석만 비쳐줄 호수가 될까요.
--- 3 ---
함박눈
정 윤옥
자정을 휠씬 넘긴 때
창문을 열었다
아
곱게 차려입은
웬 사람들이
소리없이
소리없이 오신다
하늘 사람들이
아무도 몰래
고향 구경하러
무리지어 내려오는
아마
그들만의 축제 날 인가보다
--- 4 ---
바다
정 윤옥
새해
두 번째 일요일
새벽마다 태양을 낳던 바다를 보았다
바다는
오늘도
무슨 사연들이 그리도 많기에
파도를 불러
저를 찾는 사람들이 내려놓고 간
모래알 같은 삶의 애환들을
씻어내느라
하앟게 하앟게
목젓이 부어 있었다
하늘도 알고 계셨는지
비까지
보내셨다.
폭우
정 윤옥
하늘나라에도
지천이
범람하고 있나 봅니다
쪽빛 하늘
흰 돗단배 떠 다니던
샛강도 가물가물
온통 암흑입니다
시커먼 질투
울음 끝 놓지 못해
통곡의 눈물
한없이 쏟나 봅니다
곳곳
속보
특보
주의보...
이젠
뼈마디마저 녹아 내린
이재민
이재민 눈물
범람하고 있습니다
--- 6 ---
고추를 말리며
정 윤옥
이제 알게 모르게
성숙의 무게를 안, 그의
배를 사정없이 갈랐다
무던히도 애태웠을
그를 ...
금빛 모래알 같은
웃음섞인 눈물
알알이 번져 나온다
누군가를 위해
제 몸뚱이 떠나 보낼
뼈아픈 고통 감내하며
한낮
따가운 햇살도
묵묵히 순응한다
온몸
잘게잘게
부서질 날
아는지
아는지
--- 7 ---
김장을 하고
정 윤옥
가지런한
식탁 위
모락모락
혀 끝 맴도는
탐심
시장이
반찬이라 더니
곱게 물든
양념
속
우후죽순
또 다른 욕망
벌떡벌떡
삶은
늘
--- 8 ---
땅콩을 뽁으며
정 윤옥
달구어진다
그의
온몸, 프라이팬 안에서
고소한 내음 풍겨
미인계 쓰지만
낯선 세상, 또
다른 생각들로 부딪치는
숨소리만 들린다
아마
절반 쯤 달려왔을
터널 속에
톡톡 튀는
아픔과 절망들
훌훌
허물 벗는다
희디 흰 빨래처럼
매끄러운 몸이며, 그의
속까지
통째로 다 깨끗해 질 수 있을까
--- 9 ---
뉴스를 보며
정 윤옥
텔레비전이 뉴스를 낳고 있다
빈 라덴
테러
아프카니스탄...
폐허가 차려 놓은 밥상엔
절망과 굶주림 뿐
뼈대만 드러낸 겨울나무 같은
난민들 보며
혀끝을 차는 안스러움
파도처럼 밀려 와
눈시울 촉촉해진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웃집 아주머니
별식이라 들고 온
호박죽 한 그릇
아무 생각없이 다 비우고 말았다.
참으로 난
냉정한 사람인가보다, 아니
가면을 쓴
--- 10 ---
성 명 : 정 윤옥
성 별 : 여
연 령 : 46세 (1958)
주 소 :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산이리 10-1번지
이 메일 : yung-dodo@hanmail.net
전화번호: (031) 762-5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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