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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진-시(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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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299회 작성일 05-01-16 22:52

본문


<시>

                              휴대전화 불통
                      
                                              손수진    
                    
와이셔츠주머니에든휴대전화기진동으로떨려올때마다내가슴에켜지던붉은점멸등쉼없이충전되어시골집담장능소화로가득피어오를때는붉어서경고인것알기나했을까일단정지신호마저무시될가능성생각키나했을까

    불안하십니까, 혹
    심장이 마구 뜁니까?
    얼굴이 창백해지고 현기증이 나시나요?
    불안감이 표범처럼 달려와 물어뜯는 순간
    아, 도시를 찢어발기던 임팔라(impala) 비명소리를 들어보셨다고요?
    살점 얇게 얇게 저며져 채반 위에 놓인 채 큰 눈 뒤룩거리는 생선
    온몸 따갑게 발겨진 그 처절한 고통을 아신다고요?
    손가락으로 눌러 터뜨리는 빈대
    숫자판 짜부라지는 신음 따라
    메시지가 비행운처럼 꼬리를 길게 끌며 하늘로 녹아드는데

    ‘고객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합니다.....ꡑ
    오! 방기(放棄)된
    내 존재의 부재중(不在中) 시그널

더위가물처럼흐르는한낮안타까움으로작동하는오고있을오지않는메시지위치추적시스템심장가득땀띠돋은저사내의애끓는휴대폰들여다보기“남자여당신을슬픔공장공장장으로임명합니다(KBS2TV개그콘서트청춘백서개그맨목소리로)”






<시>

           도선사 풍경1
                      
                         손수진    

대웅전 법당에 엎드려 부처님께 삼배 올린다
좌정하고 정신 가다듬는다
대청 마루 삐걱이는 소리
사각이며 옷깃 스치는 소리
웅얼거리는 노랫소리로 공양 올리는 젊은 여인
법구경 외며 꼬부려 절하는 할머니
명상에 잠겼어도 기도 소리 후광처럼 들린다
문득 발밑에서 연꽃 솟아오르는 기척
연꽃 위에 앉은 나를 본다
기원(祈願)이 연꽃 주위를 물결치며 흐른다
연꽃이 하강한다
보랏빛 짙게 어두워가는 연꽃 위에서
간절히 기도드린다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큰 사랑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나를 버리는 용기를 비는 사이
범종(梵鐘)소리 울리며 마음이 환해진다
찰나간에 얻은 가벼운 육체, 둥실
떠오르는 연꽃 아래
사위(四圍)가 고요히 밝아온다





<시>

         도선사 풍경2
                      
                         손수진    

비를 아랑곳않고
헐벗은 빈 가지에 앉아 있는 저 새는
무엇을 기다리는고





















                              
<시>


        돌탑

                  손수진

어디서부터였을까
첫 돌 놓은 이의 마음
차츰 쌓여 모습 갖추자
그 마음 보이기 시작하네

너도 나도 지나가며
올리는 돌무더기
발디딜 틈없이 빼곡한
간절한 소망, 연고(緣故) 없는
꿈의 봉분(封墳)















<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 듀엣으로 부르는 노래 -
                      
                           손수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女) 밀물 같은 외로움을 견뎌내는 일
(男) 슬픔을 저당잡히는 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男) 고통을 볼모잡히는 일
(女) 예고없이 가슴 서늘해지는 일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되었다는 것은
(女) 슬픈 거미줄 엮느라 마음 졸이는 일
(男) 시도 때도 없는 눈물의 맹세













<시>

               댐은 흐르고 싶어라
                      
                                      손수진    
                    
날 놓아다오
날 풀어다오
숨 막히는 목줄 풀어다오
내 허리 그만 졸라매오
자유롭고 싶으니
나 숨 쉬고 싶으니

나 이제 마음껏 방뇨하고 싶다
실컷 울며
쉬지않고 흐르고 싶다
보아라, 저 아래 불구의 내 아랫도리
그 다리에 피가 돌게 하고 싶다
허리띠 풀고 살고 싶다

내 젖가슴 탁 내놓고
흩어진 아이들 불러모아 모두에게 마음껏 젖 물리고 싶다
물고기․물풀․물새떼․풀벌레, 나를 마시러 오던 작은 동물들, 장난꾸러기 수달, 거울 보러 오던 멋쟁이 노루, 자갈․모래․강바람 그리고 내 몸속에 들어와 집을 짓고 살던 저 산과 푸르른 나무들
이쁜 내 새끼들아, 어서 이리 와 마음껏 내 품에 안기거라
떠나간 물고기 다시 부르고
사라진 풀벌레 소리쳐 불러모아
아가들아, 그 옛날 그립던 시절로 돌아가자꾸나
다들 모여 오순도순 살아가자꾸나

생채기나고 갈가리 찢긴 내 몸
다시 포동포동 옛날로 돌아가야지
내 젖 다시 퉁퉁 불리고 내몸 물오르게 해야지
억눌린 세월을 목놓아 울고 싶다고
날 내버려달라고
목 졸리고 허리 잘린
강이 절규한다
























<시>


             세월

                              손수진

이수역(驛) 앞 공터에서
떠난 시간 기다린다
비 내리는 저녁
색색의 우산들 바삐 오가고
노오란 상처의 기억이
이따금 돌부리에 채여 재채기한다
누군가가 추억인지를 묻는다
과거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돌아선 옛날이 눈을 크게 뜬다
삼십 년의 세월도 지우지 못한 원형(原形)
어린 시절 단짝이 다가온다
꼭꼭 숨었던 이름이 화사하게 걸어온다
밝고 반듯한 세월을 지나온 네가 고맙고
오랜 세월 기다려온 나도 대견타

먼 길 돌고 돌아
마주선 두 눈이 젖어 들고
축복처럼 내리는 단비에
투명한 물길 하나
환히 열린다



<시>


      철골소심(鐵骨素心)

                          손수진

등 뒤 창턱에
난(蘭) 한 그루
시퍼런 자존심에 이름처럼 단단하련만
건듯 부는 바람에도 소스라쳐
결 따라 갈라지는 가녀린 마음

한동안 물도 주고
잘 자라라고 보듬어주었지

오늘아침
새삼 기운 없는 난을 본다
난이 시들도록
그 동안 나는
어디 가 있었지?


註) 철골소심(鐵骨素心) : 잎이 가는 추란(秋蘭)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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