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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동화(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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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경은
주소:경기도 시흥시 정왕2동 대림 6309동 804호
전화번호:031)433-5660
대추나무
나의 어린시절은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난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때 난 아마도 흰문집에 살았을 것입니다. 제가 왜 그집을 흰문집이라고 불렀는지는 짐작할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집 문이 흰색이었거든요. 가끔씩 난 나혼자 집앞 마당에 나와 놀고 있습니다. 집앞 조그만 텃밭에는 꽃과 화분이 가득히 놓여져 있습니다. 가끔씩 나비가 날아 다니는 그런 아름다운 조그만 텃밭이었습니다.
가끔씩 제게 즐거운 일이 있다면 옆집 아줌마네 집에 가는 것입니다. 옆집아줌마네 집은 검은색 문입니다. 거기에는 저랑 놀아줄 언니들이 있습니다. 그집 앞마당에는 정말로 커다란 아주 많이많이 커다란 대추나무가 담벼락 가까이에 서 있습니다. 하루는 옆집아줌마가 그 대추나무에 열려있는 대추를 따려고 합니다. 옆집아줌마의 이웃집 아줌마가 담벼락위에 올라가 그 커다란 덩치로 대추 나무를 흔듭니다. 후두두둑∼ 대추가 바닥에 많이도 떨어집니다.
저는 그 대추를 물에 씻어 먹었습니다. 대추가 정말 맛있어요. 옆집아줌마네 대추나무에 열리는 대추는 정말 단맛이 납니다. 대추 씹히는 소리가 입안에서 납니다. 저는 단걸 아주 많이 좋아하거든요. 저는 그 옆집 언니와 함께 자주 마당에 나와 놀았습니다. 언니는 두명인데 하나는 조금 키크고 하나는 조금 작습니다. 하루는 조금 큰 언니가 저에게 자전거를 태워 준다고 합니다. 저는 작은 언니의 도움으로 자전거에 올라 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본 것입니다. 무섭습니다. 난 언니등을 꼭 잡고 매달렸습니다. 자전거가 기우뚱거립니다. 길이 울퉁불퉁한데로 지나가면 덜컹 소리가 납니다. 계속 타다보니 조금은 재미있습니다. 빠르게 달리니 바람이 귓가에서 쉭쉭 거립니다. 바람이 제 얼굴을 파고들며 간지럽힙니다. 그 느낌이 좋습니다. 언니 등에 매달려 그렇게 한참동안 자전거를 타고 달렸습니다.
우리 집은 흰문집입니다. 뒤에는 작은 뒷산이 있고 자전거로 낮은 산 주변언저리를 돕니다. 자전거로 빙글빙글 돌면서 우리동네를 구경하곤 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저를 알아봅니다.
동네 할아버지입니다.
"미루야 오랜만이구나..."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그래 너무 늦지 마라..."
이렇듯 동네사람들 모두가 저의 친구 같습니다. 동네 할아버지도 또 마을을 따라 흐르는 작은 개울도 전 이마을이 무척 좋습니다.
어느날 난 나혼자 마을 뒷산에 올라갔습니다. 그곳엔 두갈래의 작은 오솔길이 나 있는데 그중 한곳은 풀이 무성해 아무도 가지 않았습니다. 입구에 잡초투성이 풀들과 썩은 나무들이 그 길앞을 막아 버렸으니까요. 아마도 제가 이곳에 가기 오래전에도 이렇게 사람이 안간지 오래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전 그곳이 왠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기심에 전 길을 가로막고 있는 썩은 나무 밑을 기어서 지나갔습니다. 그나무는 무척이나 크고 두꺼웠는데요.
전 그곳을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조금 걸어가니 꽃이 피어있는 넓은 들판이 보였습니다.
그곳에 노란 나비가 꽃주변을 맴돌며 마치 저를 부르는 듯이 보였습니다. 전 나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나비야 이런 곳에서 뭐하니?"
나비가 마치 자기를 따라 오라는 듯 제 눈앞에서 자꾸 멀리 멀리 날아갔습니다. 저는 그 나비가 좋아서 나비를 쫓아 계속 계속 산속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젠 어딘지도 모릅니다. 나비를 쫓아서 계속 어둑어둑한 숲속길을 걸었으니까요. 뭔지 모르지만 발밑의 느낌이 이상합니다. 발밑을 바라보니 제가 밟을 때마다 첨벙이는 작은 웅덩이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뒤를 돌아봤습니다. 날도 어둑어둑해졌어요. 그런데 그만 나비를 따라 오다보니 길을 잃어 버렸지 뭐예요. 이젠 집에 갈수 없게 되었습니다.
문득 엄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미루야 엄마 없을 때 너무 멀리 혼자서 다니면 안되요. 옆집 언니랑 같이 다니지 않을 때 너무 멀리 가지 말아라."
그러나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혼자서 이렇게 멀리 온적은 처음이라 길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계속 나비를 쫓아가기로 했습니다. 조금 겁은 났지만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길은 정말 신비한 곳입니다.
키크고 잎이 많은 나무들이 아주 많이 있고 햇빛들은 그 나무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조금씩 비춰주고 있습니다. 마치 나무동굴 같습니다. 어둡고 축축하지만... 왠지 모르게 신기한것들이 많은 곳입니다. 나비가 이번엔 내옆에서 한바퀴를 빙글빙글 돌아 날더니 나와 점점 멀어집니다. 저는 그런 나비를 쫓아갈려고 있는 힘껏 뛰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니 이번에는 나무가 없는 넓은 잔디밭이 나왔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있어서 향긋한 꽃냄새가 났습니다. 꽃냄새가 좋습니다. 나는 그 잔디밭 사이로 난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갔습니다. 조금 걸어가니 앞에 엄청 커다란 나무가 서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나무는 몇 살일까요? 키가 무척 큽니다. 나는 나무가 마치 살아서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큰 나무가 신기해서 나무가까이에 다가가 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나무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두꺼운 가지를 나에게 뻗으며 말이예요. 나는 처음엔 무서워서 뒤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습니다.
"겁내지마..."
그 나무는 아주 슬픈 목소리로 말을했습니다. 난 나무에게 조금더 가까이 갔습니다.
"왜그래 어디아프니?"
"나도 잘 몰라"
"몇살이니?"
"500살이야..."
"우와 나이가 나보다 많네... 난 6살이야"
난 그때부터 나무에게 호기심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넌 무슨 나무야?"
"나? 대추나무야..."
"진짜니? 난 너처럼 큰 대추나무를 한번도 본적없어... 우리옆집언니네 있는 대추나무도 너처럼 이렇게 크지 않은걸?"
"그래 난 너무 오래 살아서 그래"
"그렇구나"
"여기 길 입구가 막혀 있어서 한번도 온적이 없어 그런데 너같이 좋은 나무를 보게 되어서 기분이 좋아"
"후두둑∼∼∼툭툭"
갑자기 나무가 가지를 흔듭니다. 그러자 머리위로 뭔가가 떨어집니다. 그중 몇개는 내 이마에 맞아 튕겨나갔습니다.
"아야..." 갑자기 위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 이마에 부딫혀 나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소리가 나지 않자 난 눈을 떴습니다.
"이게 뭐야? 대추잖아..."
나무가 말했습니다.
"먹어 내가 처음으로 만난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야"
"고마워 나무야"
나는 나무 밑에 앉아 맛있게 대추를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나무의 이름이 궁금해져서 난 나무에게 물었습니다.
"넌 이름이 뭐야?"
"없어"
"이름이 없어?"
"응"
"그럼 내가 지어줄게... 잠깐만 뭐가 좋을까? 하늘 잠자리? ..." 난 한참을 그렇게 나무의 이름을 짓는데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나무에 열려있는 대추가 보석처럼 보여서 보무라고 불리기로 했습니다. 보무는 이제부터 저 나무의 이름입니다. 보석 나무이니까요...
"내가 널 보무라고 부를게"
"보무?"
"어 니 머리위에 있는 대추가 햇빛에 비치니까 보석처럼 보여 그래서 그냥 보무야 앞으로 니 이름은 보무야"
나무도 그이름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내이름 지어줘서 고마워 니 이름은 뭐야?"
"미루야 한미루"
"미루...?"
"그래 미루야"
난 나무를 보며 싱긋 웃었습니다.
"그런데 니 친구들은 다 어딨어??"
"내 친구들은 없어"
"왜?"
"이곳에 있는 나무라곤 나 하나뿐이야"
"혼자있어서 심심하겠다. 이제부턴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이곳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나비들도 꽃이 많은 잔디밭에만 가지 나에겐 오지 않거든 난 그래서 늘 항상 외로워"
"내가 외롭지 않게 해줄게... 너랑 있으면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렇게 보무랑 나는 한참을 기나긴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보무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쏴아 쏴아∼'
잠결에 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가며 목덜미를 파고드는 느낌이 듭니다. 미루는 바람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보무의 대추나무잎 사이로 바람이 휘이휘이 지나가며 소리를 낸 것 이었습니다. 어느덧 컴컴한 밤이 되었습니다. 미루가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그런데 길을 잘 몰라서 집을 갈수가 없습니다.
"보무야 난 이제 집에 가봐야돼"
"그래 잘 가렴"
"나중에 또 올게 그런데 내가 여길 올 때 길을 잃어 버려서 갈수가 없어 니가 우리마을까지 날 데려다 주었으면 좋겠어."
"미안하지만 난 움직일수 없어 난 나무라서 뿌리가 땅속에 있어야 살아갈수 있거든"
"그렇구나 미안해"
그러자 보무가 오히려 더 미안한 듯이 말했습니다.
"아니야 나도 널 데려다 주고 싶어 내가 만약 종달새나 꾀꼬리 같이 날수만 있다면 너를 집에 데려다 줄수 있을텐데"
"어떻게 집에가지?"
미루는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여기에 있을수만은 없었습니다. 집에서 걱정하고 계실 엄마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찾을수 있을지 몰라 아까도 나비를 쫓아 여기까지 왔거든 나비가 다시 나를 데려다 줄수 있다면 말이야..."
미루가 그렇게 말을하자 갑자가 낮에 쫓아갔던 나비가 미루의 눈앞에 나타나 미루주위를 빙글빙글 맴돌며 날았습니다. 마치 집에 가는 길을 알려주겠다는 것처럼요.
미루는 나비를 쫓아서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보무야 안녕 내가 내일 또 여기에 올게 잘있어"
"안녕 미루야"
보무는 그렇게 미루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미루가 나비를 쫓아 집으로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살랑바람이 불고 나뭇잎들 사이로 쏴아쏴아 하는 바람들이 스쳐지나갑니다. 미루는 조금 무섭습니다. 나비가 그런 미루의 마음을 아는 듯이 걱정말라고 미루주위를 한바퀴 돕니다.
주위에는 풀잎들과 나무들이 많아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찌르르 찌르르' 하며 풀벌레들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조금 뒤이어 풀벌레 한 마리가 풀잎속에서 뛰쳐나와 미루의 눈앞으로 펄쩍뛰어 갔습니다.
미루는 깜짝놀라 뒤로 넘어졌습니다.
'풀썩' 그러나 미루는 다시 일어나 옷을 툴툴 털고 나비를 쫒아 가던길을 계속 갔습니다. 얼마나 왔을까요. 저멀리 빛이 보입니다. 나비가 이제는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습니다. 그러더니 안녕이라고 말하는 듯 내눈앞에서 빙글빙글 돕니다.
'잘가 나비야' 미루는 나비에게 인사를 하고 곧바로 집을 향해 달려갑니다.
한동안 가족들이 모두 미루를 찾아 돌아다녔나 봅니다. 미루가 집에 오자 엄마가 달려나와 미루를 끌어안았습니다.
"미루야 어디갔었니? 엄마가 많이 걱정했잖아"
"엄마 나 뒷산 오솔길에 썩은 나무가 쓰러져 있는길로 갔는데 거기에 진짜 큰 대추나무 봤어 그나무가 말도 한다. 그래서 나 그 나무하고 친구하기로 했어."
"그 길은 아무도 가지 않는데 그런길을 왜갔어?? 엄마가 위험하다고 집밖으로 너무 멀리 돌아 다니지 말라고 그랬잖아"
"그렇지만 난 그 나무랑 친구니까 내일도 가기로 했어"
"뒷산에서 노는건 좋지만 앞으로는 너무 멀리 돌아다니지 말아라 일찍일찍 다니고 밤이 되기 전까진 꼭 집에 와야 한다. 알았지?"
"응 알았어"
잠자리에 누운 미루는 오늘 하루일을 잊을수 없었습니다. 나무는 말을 하지 못하는줄 알았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하는 나무를 보게 됬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뭔가 기대되는 일이 생길 것 같아 미루의 마음은 들떠 있었습니다. 미루가 그날밤 보무 생각을 하는동안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 미루집 앞마당을 환히 비춰주고 귀뚜라미가 귀뚤귀뚤 우는 소리만이 들려왔습니다.
다음날 아침입니다. 아침일찍부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립니다. 미루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고 일어납니다. 엄마는 벌써 일어나서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며 아침준비를 하십니다. 마당에 있는 세수대야에 물을 붓습니다. 시원한 물이 '촤∼악' 소리를 내며 바가지에서 세수대야로 떨어집니다. 미루는 사방으로 물을 튀어가며 세수를 합니다. '첨벙 뚜두둑' 거리며 세수할 때 손사이로 빠져나간 물이 다시 아래로 떨어집니다. 세수대야에 담겨진 물과 부딫치며 나는 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세수를 하고 나니 얼굴이 시원해집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미루의 물기있는 얼굴을 스쳐지나갑니다. 미루는 세수를 다하고 엄마에게 말합니다.
"엄마 수건" 엄마께서 듣지 못했는지 대답이 없습니다.
"수건" 그제서야 엄마가 나와서 수건을 가져 오십니다.
미루는 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습니다. 마루에 앉아 잠깐 쉬고 있는 사이에 엄마께서 아침상을 내오십니다.
"미루야 밥먹자"
"네"
미루는 밥을먹고 다시 마을뒷산쪽에 올라가려고 합니다. 그때 동네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산위에 있는 냇가에 놀러간답니다. 미루는 대추나무를 보러간다고 말했지만 애들이 같이 가자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갔습니다. 냇가 주변에는 꽃이 많이 피어있습니다.
한참을 놀다가 미루는 나무를 보러 간다고 말하고 냇가를 나와 썩은나무가 앞길을 막고 서있는 길로 향했습니다.
"미루야 같이가자" 한비는 미루의 뒤를 쫒아 갔습니다.
다시 어제의 나무앞에 다가서자 나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비도 역시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지만 미루가 다정하게 손을 뻗어 보무에게 인사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 한걸음 다가섰습니다.
"안녕"
"안녕"
"나는 한비라고 해"
"나는 보무야"
처음에는 미루의 뒤에 숨어 쳐다보기만 했지만 이제 한비도 보무의 몸을 쓰다듬으며 미루처럼 같이 어울려 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세찬 바람이 붑니다. 주변 꽃밭에 피어있는 꽃들이 바람에 흔들흔들 거리고 미루의 긴 머리카락도 바람에 휘날립니다. 꽃냄새가 바람을 타고 향기롭게 납니다.
한비와 미루는 그렇게 보무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미루는 늘 보무에게 찾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미루가 언젠가 부터는 보무를 찾아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보무는 미루가 왜 않오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보무는 노란나비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나 나비도 잘 몰랐습니다. 어느날 하루는 한비가 보무에게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미루가 병에걸려 집에 누워 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미루는 여기에 놀러오고 싶어해 나도 미루가 올수있다면 좋겠어"
보무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무는 움직일수 없기 때문에 갈수가 없었습니다.
'이럴 때 내가 새처럼 날수 있다면...'
미루의 병은 갈수록 심각해 졌습니다. 얼굴도 창백해지고 몸도 약해져 갔습니다.
미루는 엄마가 밖에 나가 놀지 못하게 해서 보무를 만나러 나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보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부엌일을 하시는 동안 보무를 보러 썩은 나무가 앞을 막고 있는 오솔길로 걸어갔습니다.
보무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미루는 보무에게 인사를 합니다.
"보무야 안녕" 힘없는 목소리입니다.
"미루야 아프다는 말 들었어 내가 걸을수 없어서 너에게 가지 못한 것 미안해"
"아니야 이제 괜찮아 엄마가 아프다고 못나가게 해서 그동안 찾아오지 못한거야"
"그럼 집에가 나중에 병이 나으면 찾아오렴"
"아니야 지금가면 또 엄마가 나를 못나가게 하실거야"
미루와 보무는 오랜시간동안 같이 즐겁게 놀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보무의 나무그늘 밑에서 미루는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엄마는 없어진 미루를 찾아 다녔습니다. 미루가 마을에 없자 마을사람의 도움으로 함께 뒷산을 샅샅이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썩은 나무에 가로막혀 있는 길로는 가지 않았습니다. 한비는 혹시 미루가 보무에게 갔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썩은나무에 가로막혀 있는 길로 갔을지도 몰라요."
마을사람들은 모두 썩은 나무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오른쪽 오솔길로 걸어갔습니다.
그러자 얼마뒤에 대추나무 아래에 잠들어 있는 보무를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보무야 안녕..." 한비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보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미루가 잠들었다가 엄마가 들쳐 업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엄마 여기가 어디야?" 눈을 비비며 눈을 떴습니다.
보무가 있는 곳임을 알고 미루는 보무에게 인사를 햇습니다.
"보무야 안녕 나갈게"
그러자 나무가 가지에서 빛을 내며 보무에게로 가지를 뻗어 내려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놀라 뒤로 물러났습니다.
"안녕 미루야 500년 동안 난 친구가 없었어 그런데 너같이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어 정말기뻐 내가 너에게 선물을 줄게"
그러자 가지에서 황금색 대추가 떨어졌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놀라 눈을 비비며 볼을 꼬집어 보았지만 나무가 말을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난 오래전부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내 주변에는 아무런 나무도 없고 가끔씩 나비들만이 오갈 뿐이야. 늘 외로웠어 나도 친구를 갖고 싶었지 여러 사람들 여러 나무들 곁에서 자라나고 싶었지만 나혼자 이곳에 떨어져 이렇게 자라나게 되 버린거야"
미루는 엄마 등에서 내려 보무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습니다.
"괜찮아 내가 니 친구가 되줄게"
"이젠 떠나야 될 것 같아. 가지가 너무 많아 견디기 힘들어 내 나이가 너무들어 이 무거운 가지들을 지탱할 힘이 없거든"
"떠나지마 보무야"
"미안해 미루야 너와 끝까지 친구가 되어주지 못해서"
마을 사람들은 말하는 보무를 보고 모두 신이 마을에 내린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보무를 다시 엎고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일찌 마을 사람들은 대추나무에게 다가갔습니다. 대추나무는 몸에 비해 굵은 가지들이 너무 많아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 올라가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두껍고 곧게 뻗아나지 못한 가지들을 잘라냈습니다. 그리고 오솔길 입구에 쓰러져 있던 썩은 나무도 치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를 마을에 옮길 계획을 세웠습니다. 나무가 무척 크기 때문에 그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나와 삽을 들고 흙을 퍼냈습니다. 잘못하면 나무가 쓰러질수 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조심스레 흙을 퍼내고 커다란 기계를 불러들여 나무를 들어낸뒤 차에 싣고 산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마을 한 가운데 산언저리 입구에 나무를 세울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세웠습니다.
일주일뒤 나무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외로운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마을 아이들이 모두 말하는 보무 주변에 놀러와 이야기를 해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미루는 보무가 준 황금색 대추를 먹고 씻은 듯이 병이 나았습니다.
가지를 많이 잘라버려 군데군다 빈틈이 생겨버린 보무의 몸음 다시 건강해 졌고 밤낮으로 마을을 바라볼수 있어 외롭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무가 전에 있던 꽃밭도 여러 그루의 나무와 꽃을 심어 아름답게 변했습니다. 이젠 미루가 사는 마을엔 더 이상 외로운 나무가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별
우리집은 삼층집 이었다. 갈색 나무 창틀로 된 창문을 열면 총총 간간히 떠있는 별들이 하나두울 내 친구가 되어주곤 했다. 나는 어릴적부터 그 창문을 통해 검고도 파란 하늘위의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곤 하였다. 비록 건물들에 가려 보이는 별들의 개수가 그리 많진 않았지만 난 그 별들이 보이는 우리집에 꽤나 전망 좋은 집이라 생각했다.
엄마아빠가 일터에 일을 하러 나가면 난 언제나 집에 홀로 남아 하늘에 촘촘히 수놓아져 있는 그 별들을 언제곤 바라보곤 했다.
가끔씩 옆집에 사는 수연이 언니가 우리집에 놀러와 같이 놀다 잠을 자주곤 했지만 늘 그렇듯 거의 대부분은 나혼자 지냈다. 꼭 나혼자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집 베란다에 있는 개집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한쪽눈만 검은색 점박이가 있는 단비가 내동생이 되어 같이 있어주곤 했다.
조금더 어릴적엔 동네 아이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숨바꼭질 술래잡기를 했었다. 그러나 지금음 밤이 어둑해져도 애들이 나와 놀지 않는다. 이제는 모두 조금 커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혼자 있는데 너무 익숙해져 버렸지만 그땐 천둥번개 소리가 나 창문이 들썩거리기라도 하면 나혼자 방구석에 앉아 귀를 막고 단비와 웅크리며 천둥소리가 빨리 그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아무리 날씨가 맑고 좋은날이라 해도 내게 늘 무서운 것이 하나더 있다. 그것은 화장실 문이다. 화장실 문이 나무로 되어있었는데 그 문의 나뭇결이 밤만 되면 나무 귀신처럼 나뭇가지를 뻗어 나에게로 다가와 무섭고 징그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서움이 최고조에 오를때는 바로 엄마가 시골에 갔을때였다. 엄마가 시골에 갔을때ㅑ는 우리아빠가 마음을 놓고 술을 마시느라 집에 일직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하루에 세네번씩 '엄마 무서워'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때도 그때였다.
내가 조금더 커버리니 이젠 엄마도 마음이 놓이는지 나를 두고 엄마아빠는 더 잘 외출을 하신다.
하루는 밥이 다 떨어져 밥통에는 밥풀몇알만이 남은적이 있었다. 그러나 난 밥을 할줄 몰랐다. 내가 또 시골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하자 엄마가 짜증을 냈다. 자꾸 전화해서 볼일보고 있는 엄마를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골에서 일 보다가도 내 전화만 오면 걱정이 돼서 일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내손으로 밥을 했다. 하얀쌀을 몇 번이나 씻는지 잘 몰라 희뿌연 물이 안나올때까지 열 번도 넘게 쌀을 씻었다. 밥통을 만질줄 몰라 솥에 밥을 했다. 결과는 물을 너무 많이 부어 흰죽처럼 되어버린 밥이었다. 그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제대로 된 밥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흰죽같던 밥이 나중에는 물을 너무 적게 부어 반밖에 안익은 설익은 밥이 되어버렸고 나중에 엄마에게 물에 손을담가 손등위에 물이 찰랑일 때가 적당히 물을 부운 상태라는 것도 알았다. 난 그렇게 해서 세 번인가 네 번만에 제대로 된 너무 질지도 되지도 않은 하얀쌀밥을 했었다.
나는 점차 혼자있는 일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밥을 할줄 알게 되면서부터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밥을 할줄 알게된 다음으로는 보리차를 끓였다. 보리차 끓이는 일은 밥할 때 보다는 훨씬 쉬웠다. 끓는물에 보리차 티백을 넣기만 하면 되니까
조금씩 성장을 해가면서 난 혼자 있는 일에 익숙해져 버렸다. 어쩔때는 너무 내 스스로가 고독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채워져 미칠 것 같은 생각이 든적도 있었다.
만약 지구에 사람이 단 한명도 살지 않고 풀과 나무같은 것들만 존재한다면 그 속에 유일하게 나혼자 남게 된 느낌이었다.
지금의 우리집은 아파트인데 아파트는 층층마다 사람이 살기 때문에 집에 아무것도 없고 조용할때면 위 아래층에 사는 사람들이 좀 시끄럽게 더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그러나 그럴때는 늘 조용하기만 하다. 적막함과 고요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 어렸을때본 어떤 책에서도 이런내용이 있었다. 그 책에서 기억나는 내용을 대충 말하자면 겨울이 되어가자 같이 오두막에서 지낸 사람들이 두명의 친구를 남기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내려갔다. 두 사람만이 남아 산속 오두막에서 지내고 있는데 하루는 한친구가 사냥을 하겠다고 나가 몇일동안 돌아오지 않자 친구를 찾아 헤메다 결국 못찾게되자 혼자 오랫동안 있어 오두막에 살던 개도 추위에 얼어죽고 그 사람도 미쳐 죽는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그책을 읽고 '혼자 있는게 정말 무서운 일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난 아직도 늘 내가 외롭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은 뭔가 하나에 집착하게 된다고 한다. 얼마전 인터넷 검색에서 신경정신 치료에 관한 것을 검색하다 어느 병원의 정신과 치료에 대해 간략히 요약한 글줄들 중에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도 그렇게 집착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보통사람에 비해 오랜 시간동인 기억할수 있는 습관이다. 나는 십년이 넘은 일도 기억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생각도 하지 않고 살다 문득 어떤 계기로 인해 '아 내가 그랬던 적이 있지' 이런식으로 기억이 하나씩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 기억력은 무수히 꼬인 실타래 들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휴대용 실바늘을 보면 물론 안그런것도 있지만 머리를 땋아놓은 것처럼 갖가지 색의 실이 땋아져 있는것도 잇다. 그중에 실 한가닥을 뽑아서 바느질을 하듯이 내 기억도 그 실타래 속의 실들중 하나일 뿐일지도 모른다.
어쩔때는 너무 오랜 기억은 흑백화면처럼 그 장면이 생각나는 듯 한것도 있다.
내 기억의 시작은 도대체 어디쯤 이었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언제부터 몇 살때부터 내가 어런 내 생활을 사소한 부분들까지 기억했을까?
그런데 내 생각이기도 하지만 기억을 오랫동안 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좋은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억중에서 즐거운 것들이나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던 경험이나 그런것들을 사람들은 흔히 추억이라 부르긴 하지만 어쩔때는 시간에 묻혀져 세월속에 사라져 버리는 기억들이 아름다울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투명한 보석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시간이 지나면 치유되는 것들도 있고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일들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어쩌면 자연처럼 자정능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을 예로 들어보면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약간의 오염된 물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치유능력을 발휘해 다시 맑아진다. 그런면에서 물은 시간과 비슷한 점을 하나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자연의 자정능력에도 한계는 있다. 티비에서 기름이나 그밖의 오염물질에 의해 오염된 토양을 봤는가?
오염이 너무심해 그 토양에는 아무런 미생물도 살지 못한다. 그런 경우에는 오염원인 사람이 그 토양을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인위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그렇듯 자정능력에도 한계는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의 자정능력에도 한계는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사랑하는 남자가 죽어 마음에 크고 깊은 상처가 있는 여자가 있다면 남자를 잊지 못한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면 그 와중에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나 그 여자를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 여자의 상처를 치료해조구 잊게 해준다면 시간이 흘러 아픔을 잊을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인 남자가 나타났가 때문에 그것 또한 시간의 자정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남자가 나타나도 잊지 못하면 그건 시간의 자정능력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라 말할수 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그런사람이 나타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내 어린시절의 이야기에서 다른 엉뚱한 잡담같은 내 쓸데없는 생각을 늘어놓았는지 모르겟다. 원래 처음의 의도는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쓸 목적이었는데 쉽게 씌어지지 않는다.
난 요즘에 순수동화를 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쓰다보니 앞과 뒤가 연결되지 않는 내용이 되버렸다. 앞에는 순수한 문체였는데 갈수록 어렵고 복잡한 산문같은 느낌이 든다.
난 늘 시작은 좋다. 그러나 끝을 맺지 못한다. 저번에도 대추나무란 제목의 동화를 지은적이 있는데 끝에서 흐지부지하게 마무리 되었기 때문에 쓰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동화였다.
내가 세상을 살면서도 가장 힘든일이 끝내는 일이다. 무언가를 끝낸다는 것 말을 끝내는 것 마무리 하는 것 완성하는 것 이런것들이 가장 힘들다. 도데체 저것들을 언제 무슨수로 끝내지? 이런생각이 가장 먼저들고 분명 끝내면 보람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하다보면 내가 먼저 지치고 뒤쳐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이 뒤쳐지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남에게 뒤처지는것 더딘 것 느린 것 빠릿하지못한 것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난 엄마가 바라는 대로 될 자신이 없다 언제나 마음이 안정되지 못해 두렵고 남처럼 똑같이 된다는게 힘들다. 늘 평범하길 바랬다. 남들처럼 즐겁게 놀고 공부도 잘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고 항상 배우거나 평범한 일상에 적응해 나간다는 것 그 자체가 왜 나에겐 어려운 것일까?
학교 선생님은 오늘도 칠판앞에서 수업을 한다. 지금은 방학이라 보충도 끝나고 집에서 쉬고 있지만 학교가는 날이면 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선생님은 칠판 앞에서서 백묵을 들고 무언가를 쓰면서 간간이 입을 뻐끔거린다. 우리반을 가르치는 수학선생님은 분필을 백묵이라 부른다.
그걸 귀에 익히 들어 이제는 분필보다는 백묵이라는 말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수업시간에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들어야 하거나 지루하다고 느낄때면 늘 머릿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다.
노랑나비 흰나비 파랑나비 등등이 이리저리 날면서 내 머리를 어지럽히는 느낌이 든다. 꼭 상상속으로 가상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선생님의 수업을 최소한 예의상으로라도 듣기위해 갖은 노력을한다.
저 선생님은 가르치는 보람에 사는데 내가 안들으면 보람이 없겠구나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듣는다. 그러나 생리적인 현상이 방해 공작을 펼칠때도 있다. 잠이 오는 것이다.
그런 잠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우리학교 세계지리 선생님이 자기수업을 가리켜 말하는 주옥같은 말씀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
난 이제 열여덟살밖에 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걸맞지 않는 일이다.
어렸을적 혼자 있을때의 외로움과 무서움들이 커서는 더욱더 오랜시간 동안 외로움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다보니 오히려 외로움이 더욱더 커져가는 것 같다.
이제는 사람이 그립다. 동생이다 형제가 있는 애들이 부럽다. 형제와 함께 싸우고 같이 놀고 하는 그런 일상적인 생활을 살아보고 싶다.
내 성격이 조금만더 밝았더라면 이렇지 않을것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오랜시간 동안의 외로움의 흔적들이 가시지 않는 기분이다.
사람이 옆에 있어도 늘 사람이 그립고 내 주변이 사람으로 북적북적 거리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오랜시간동안 혼자있어 표정조차도 굳어버린 것 같다.
내 스스로가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늘 뭔가에 결핍되어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어렸을 때 가족들이 날 그렇게 혼자 놔두고 가지 않았더라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줬었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얼마전에 알게 된 페릿이라는 동물이 있다. 원래는 야생 상태에서 사는 족제비 였는데 사람들이 길들여 애완용으로 만든 동물이다.
이 동물은 처음에는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 마리를 키울 경우 나중에 페릿 한 마리를 들여올 경우에 서열싸움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두 마리를 키우게 되면 페릿이 외로움을 잘 타는 동물이라 외로우면 곧잘 죽어 사람이 하루종일 관심을 가져주기 힘들땐 두 마리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 때문에 키우기가 수월하다고 그런다. 사람도 페릿처럼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들다. 외로움 없이 살려면 여럿이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를 둘은 낳을 생각이다. 내가 없을때도 외롭지 않게
주소:경기도 시흥시 정왕2동 대림 6309동 804호
전화번호:031)433-5660
대추나무
나의 어린시절은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난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때 난 아마도 흰문집에 살았을 것입니다. 제가 왜 그집을 흰문집이라고 불렀는지는 짐작할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집 문이 흰색이었거든요. 가끔씩 난 나혼자 집앞 마당에 나와 놀고 있습니다. 집앞 조그만 텃밭에는 꽃과 화분이 가득히 놓여져 있습니다. 가끔씩 나비가 날아 다니는 그런 아름다운 조그만 텃밭이었습니다.
가끔씩 제게 즐거운 일이 있다면 옆집 아줌마네 집에 가는 것입니다. 옆집아줌마네 집은 검은색 문입니다. 거기에는 저랑 놀아줄 언니들이 있습니다. 그집 앞마당에는 정말로 커다란 아주 많이많이 커다란 대추나무가 담벼락 가까이에 서 있습니다. 하루는 옆집아줌마가 그 대추나무에 열려있는 대추를 따려고 합니다. 옆집아줌마의 이웃집 아줌마가 담벼락위에 올라가 그 커다란 덩치로 대추 나무를 흔듭니다. 후두두둑∼ 대추가 바닥에 많이도 떨어집니다.
저는 그 대추를 물에 씻어 먹었습니다. 대추가 정말 맛있어요. 옆집아줌마네 대추나무에 열리는 대추는 정말 단맛이 납니다. 대추 씹히는 소리가 입안에서 납니다. 저는 단걸 아주 많이 좋아하거든요. 저는 그 옆집 언니와 함께 자주 마당에 나와 놀았습니다. 언니는 두명인데 하나는 조금 키크고 하나는 조금 작습니다. 하루는 조금 큰 언니가 저에게 자전거를 태워 준다고 합니다. 저는 작은 언니의 도움으로 자전거에 올라 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본 것입니다. 무섭습니다. 난 언니등을 꼭 잡고 매달렸습니다. 자전거가 기우뚱거립니다. 길이 울퉁불퉁한데로 지나가면 덜컹 소리가 납니다. 계속 타다보니 조금은 재미있습니다. 빠르게 달리니 바람이 귓가에서 쉭쉭 거립니다. 바람이 제 얼굴을 파고들며 간지럽힙니다. 그 느낌이 좋습니다. 언니 등에 매달려 그렇게 한참동안 자전거를 타고 달렸습니다.
우리 집은 흰문집입니다. 뒤에는 작은 뒷산이 있고 자전거로 낮은 산 주변언저리를 돕니다. 자전거로 빙글빙글 돌면서 우리동네를 구경하곤 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저를 알아봅니다.
동네 할아버지입니다.
"미루야 오랜만이구나..."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그래 너무 늦지 마라..."
이렇듯 동네사람들 모두가 저의 친구 같습니다. 동네 할아버지도 또 마을을 따라 흐르는 작은 개울도 전 이마을이 무척 좋습니다.
어느날 난 나혼자 마을 뒷산에 올라갔습니다. 그곳엔 두갈래의 작은 오솔길이 나 있는데 그중 한곳은 풀이 무성해 아무도 가지 않았습니다. 입구에 잡초투성이 풀들과 썩은 나무들이 그 길앞을 막아 버렸으니까요. 아마도 제가 이곳에 가기 오래전에도 이렇게 사람이 안간지 오래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전 그곳이 왠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기심에 전 길을 가로막고 있는 썩은 나무 밑을 기어서 지나갔습니다. 그나무는 무척이나 크고 두꺼웠는데요.
전 그곳을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조금 걸어가니 꽃이 피어있는 넓은 들판이 보였습니다.
그곳에 노란 나비가 꽃주변을 맴돌며 마치 저를 부르는 듯이 보였습니다. 전 나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나비야 이런 곳에서 뭐하니?"
나비가 마치 자기를 따라 오라는 듯 제 눈앞에서 자꾸 멀리 멀리 날아갔습니다. 저는 그 나비가 좋아서 나비를 쫓아 계속 계속 산속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젠 어딘지도 모릅니다. 나비를 쫓아서 계속 어둑어둑한 숲속길을 걸었으니까요. 뭔지 모르지만 발밑의 느낌이 이상합니다. 발밑을 바라보니 제가 밟을 때마다 첨벙이는 작은 웅덩이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뒤를 돌아봤습니다. 날도 어둑어둑해졌어요. 그런데 그만 나비를 따라 오다보니 길을 잃어 버렸지 뭐예요. 이젠 집에 갈수 없게 되었습니다.
문득 엄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미루야 엄마 없을 때 너무 멀리 혼자서 다니면 안되요. 옆집 언니랑 같이 다니지 않을 때 너무 멀리 가지 말아라."
그러나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혼자서 이렇게 멀리 온적은 처음이라 길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계속 나비를 쫓아가기로 했습니다. 조금 겁은 났지만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길은 정말 신비한 곳입니다.
키크고 잎이 많은 나무들이 아주 많이 있고 햇빛들은 그 나무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조금씩 비춰주고 있습니다. 마치 나무동굴 같습니다. 어둡고 축축하지만... 왠지 모르게 신기한것들이 많은 곳입니다. 나비가 이번엔 내옆에서 한바퀴를 빙글빙글 돌아 날더니 나와 점점 멀어집니다. 저는 그런 나비를 쫓아갈려고 있는 힘껏 뛰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니 이번에는 나무가 없는 넓은 잔디밭이 나왔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있어서 향긋한 꽃냄새가 났습니다. 꽃냄새가 좋습니다. 나는 그 잔디밭 사이로 난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갔습니다. 조금 걸어가니 앞에 엄청 커다란 나무가 서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나무는 몇 살일까요? 키가 무척 큽니다. 나는 나무가 마치 살아서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큰 나무가 신기해서 나무가까이에 다가가 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나무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두꺼운 가지를 나에게 뻗으며 말이예요. 나는 처음엔 무서워서 뒤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습니다.
"겁내지마..."
그 나무는 아주 슬픈 목소리로 말을했습니다. 난 나무에게 조금더 가까이 갔습니다.
"왜그래 어디아프니?"
"나도 잘 몰라"
"몇살이니?"
"500살이야..."
"우와 나이가 나보다 많네... 난 6살이야"
난 그때부터 나무에게 호기심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넌 무슨 나무야?"
"나? 대추나무야..."
"진짜니? 난 너처럼 큰 대추나무를 한번도 본적없어... 우리옆집언니네 있는 대추나무도 너처럼 이렇게 크지 않은걸?"
"그래 난 너무 오래 살아서 그래"
"그렇구나"
"여기 길 입구가 막혀 있어서 한번도 온적이 없어 그런데 너같이 좋은 나무를 보게 되어서 기분이 좋아"
"후두둑∼∼∼툭툭"
갑자기 나무가 가지를 흔듭니다. 그러자 머리위로 뭔가가 떨어집니다. 그중 몇개는 내 이마에 맞아 튕겨나갔습니다.
"아야..." 갑자기 위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 이마에 부딫혀 나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소리가 나지 않자 난 눈을 떴습니다.
"이게 뭐야? 대추잖아..."
나무가 말했습니다.
"먹어 내가 처음으로 만난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야"
"고마워 나무야"
나는 나무 밑에 앉아 맛있게 대추를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나무의 이름이 궁금해져서 난 나무에게 물었습니다.
"넌 이름이 뭐야?"
"없어"
"이름이 없어?"
"응"
"그럼 내가 지어줄게... 잠깐만 뭐가 좋을까? 하늘 잠자리? ..." 난 한참을 그렇게 나무의 이름을 짓는데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나무에 열려있는 대추가 보석처럼 보여서 보무라고 불리기로 했습니다. 보무는 이제부터 저 나무의 이름입니다. 보석 나무이니까요...
"내가 널 보무라고 부를게"
"보무?"
"어 니 머리위에 있는 대추가 햇빛에 비치니까 보석처럼 보여 그래서 그냥 보무야 앞으로 니 이름은 보무야"
나무도 그이름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내이름 지어줘서 고마워 니 이름은 뭐야?"
"미루야 한미루"
"미루...?"
"그래 미루야"
난 나무를 보며 싱긋 웃었습니다.
"그런데 니 친구들은 다 어딨어??"
"내 친구들은 없어"
"왜?"
"이곳에 있는 나무라곤 나 하나뿐이야"
"혼자있어서 심심하겠다. 이제부턴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이곳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나비들도 꽃이 많은 잔디밭에만 가지 나에겐 오지 않거든 난 그래서 늘 항상 외로워"
"내가 외롭지 않게 해줄게... 너랑 있으면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렇게 보무랑 나는 한참을 기나긴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보무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쏴아 쏴아∼'
잠결에 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가며 목덜미를 파고드는 느낌이 듭니다. 미루는 바람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보무의 대추나무잎 사이로 바람이 휘이휘이 지나가며 소리를 낸 것 이었습니다. 어느덧 컴컴한 밤이 되었습니다. 미루가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그런데 길을 잘 몰라서 집을 갈수가 없습니다.
"보무야 난 이제 집에 가봐야돼"
"그래 잘 가렴"
"나중에 또 올게 그런데 내가 여길 올 때 길을 잃어 버려서 갈수가 없어 니가 우리마을까지 날 데려다 주었으면 좋겠어."
"미안하지만 난 움직일수 없어 난 나무라서 뿌리가 땅속에 있어야 살아갈수 있거든"
"그렇구나 미안해"
그러자 보무가 오히려 더 미안한 듯이 말했습니다.
"아니야 나도 널 데려다 주고 싶어 내가 만약 종달새나 꾀꼬리 같이 날수만 있다면 너를 집에 데려다 줄수 있을텐데"
"어떻게 집에가지?"
미루는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여기에 있을수만은 없었습니다. 집에서 걱정하고 계실 엄마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찾을수 있을지 몰라 아까도 나비를 쫓아 여기까지 왔거든 나비가 다시 나를 데려다 줄수 있다면 말이야..."
미루가 그렇게 말을하자 갑자가 낮에 쫓아갔던 나비가 미루의 눈앞에 나타나 미루주위를 빙글빙글 맴돌며 날았습니다. 마치 집에 가는 길을 알려주겠다는 것처럼요.
미루는 나비를 쫓아서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보무야 안녕 내가 내일 또 여기에 올게 잘있어"
"안녕 미루야"
보무는 그렇게 미루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미루가 나비를 쫓아 집으로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살랑바람이 불고 나뭇잎들 사이로 쏴아쏴아 하는 바람들이 스쳐지나갑니다. 미루는 조금 무섭습니다. 나비가 그런 미루의 마음을 아는 듯이 걱정말라고 미루주위를 한바퀴 돕니다.
주위에는 풀잎들과 나무들이 많아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찌르르 찌르르' 하며 풀벌레들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조금 뒤이어 풀벌레 한 마리가 풀잎속에서 뛰쳐나와 미루의 눈앞으로 펄쩍뛰어 갔습니다.
미루는 깜짝놀라 뒤로 넘어졌습니다.
'풀썩' 그러나 미루는 다시 일어나 옷을 툴툴 털고 나비를 쫒아 가던길을 계속 갔습니다. 얼마나 왔을까요. 저멀리 빛이 보입니다. 나비가 이제는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습니다. 그러더니 안녕이라고 말하는 듯 내눈앞에서 빙글빙글 돕니다.
'잘가 나비야' 미루는 나비에게 인사를 하고 곧바로 집을 향해 달려갑니다.
한동안 가족들이 모두 미루를 찾아 돌아다녔나 봅니다. 미루가 집에 오자 엄마가 달려나와 미루를 끌어안았습니다.
"미루야 어디갔었니? 엄마가 많이 걱정했잖아"
"엄마 나 뒷산 오솔길에 썩은 나무가 쓰러져 있는길로 갔는데 거기에 진짜 큰 대추나무 봤어 그나무가 말도 한다. 그래서 나 그 나무하고 친구하기로 했어."
"그 길은 아무도 가지 않는데 그런길을 왜갔어?? 엄마가 위험하다고 집밖으로 너무 멀리 돌아 다니지 말라고 그랬잖아"
"그렇지만 난 그 나무랑 친구니까 내일도 가기로 했어"
"뒷산에서 노는건 좋지만 앞으로는 너무 멀리 돌아다니지 말아라 일찍일찍 다니고 밤이 되기 전까진 꼭 집에 와야 한다. 알았지?"
"응 알았어"
잠자리에 누운 미루는 오늘 하루일을 잊을수 없었습니다. 나무는 말을 하지 못하는줄 알았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하는 나무를 보게 됬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뭔가 기대되는 일이 생길 것 같아 미루의 마음은 들떠 있었습니다. 미루가 그날밤 보무 생각을 하는동안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 미루집 앞마당을 환히 비춰주고 귀뚜라미가 귀뚤귀뚤 우는 소리만이 들려왔습니다.
다음날 아침입니다. 아침일찍부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립니다. 미루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고 일어납니다. 엄마는 벌써 일어나서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며 아침준비를 하십니다. 마당에 있는 세수대야에 물을 붓습니다. 시원한 물이 '촤∼악' 소리를 내며 바가지에서 세수대야로 떨어집니다. 미루는 사방으로 물을 튀어가며 세수를 합니다. '첨벙 뚜두둑' 거리며 세수할 때 손사이로 빠져나간 물이 다시 아래로 떨어집니다. 세수대야에 담겨진 물과 부딫치며 나는 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세수를 하고 나니 얼굴이 시원해집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미루의 물기있는 얼굴을 스쳐지나갑니다. 미루는 세수를 다하고 엄마에게 말합니다.
"엄마 수건" 엄마께서 듣지 못했는지 대답이 없습니다.
"수건" 그제서야 엄마가 나와서 수건을 가져 오십니다.
미루는 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습니다. 마루에 앉아 잠깐 쉬고 있는 사이에 엄마께서 아침상을 내오십니다.
"미루야 밥먹자"
"네"
미루는 밥을먹고 다시 마을뒷산쪽에 올라가려고 합니다. 그때 동네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산위에 있는 냇가에 놀러간답니다. 미루는 대추나무를 보러간다고 말했지만 애들이 같이 가자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갔습니다. 냇가 주변에는 꽃이 많이 피어있습니다.
한참을 놀다가 미루는 나무를 보러 간다고 말하고 냇가를 나와 썩은나무가 앞길을 막고 서있는 길로 향했습니다.
"미루야 같이가자" 한비는 미루의 뒤를 쫒아 갔습니다.
다시 어제의 나무앞에 다가서자 나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비도 역시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지만 미루가 다정하게 손을 뻗어 보무에게 인사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 한걸음 다가섰습니다.
"안녕"
"안녕"
"나는 한비라고 해"
"나는 보무야"
처음에는 미루의 뒤에 숨어 쳐다보기만 했지만 이제 한비도 보무의 몸을 쓰다듬으며 미루처럼 같이 어울려 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세찬 바람이 붑니다. 주변 꽃밭에 피어있는 꽃들이 바람에 흔들흔들 거리고 미루의 긴 머리카락도 바람에 휘날립니다. 꽃냄새가 바람을 타고 향기롭게 납니다.
한비와 미루는 그렇게 보무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미루는 늘 보무에게 찾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미루가 언젠가 부터는 보무를 찾아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보무는 미루가 왜 않오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보무는 노란나비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나 나비도 잘 몰랐습니다. 어느날 하루는 한비가 보무에게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미루가 병에걸려 집에 누워 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미루는 여기에 놀러오고 싶어해 나도 미루가 올수있다면 좋겠어"
보무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무는 움직일수 없기 때문에 갈수가 없었습니다.
'이럴 때 내가 새처럼 날수 있다면...'
미루의 병은 갈수록 심각해 졌습니다. 얼굴도 창백해지고 몸도 약해져 갔습니다.
미루는 엄마가 밖에 나가 놀지 못하게 해서 보무를 만나러 나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보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부엌일을 하시는 동안 보무를 보러 썩은 나무가 앞을 막고 있는 오솔길로 걸어갔습니다.
보무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미루는 보무에게 인사를 합니다.
"보무야 안녕" 힘없는 목소리입니다.
"미루야 아프다는 말 들었어 내가 걸을수 없어서 너에게 가지 못한 것 미안해"
"아니야 이제 괜찮아 엄마가 아프다고 못나가게 해서 그동안 찾아오지 못한거야"
"그럼 집에가 나중에 병이 나으면 찾아오렴"
"아니야 지금가면 또 엄마가 나를 못나가게 하실거야"
미루와 보무는 오랜시간동안 같이 즐겁게 놀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보무의 나무그늘 밑에서 미루는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엄마는 없어진 미루를 찾아 다녔습니다. 미루가 마을에 없자 마을사람의 도움으로 함께 뒷산을 샅샅이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썩은 나무에 가로막혀 있는 길로는 가지 않았습니다. 한비는 혹시 미루가 보무에게 갔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썩은나무에 가로막혀 있는 길로 갔을지도 몰라요."
마을사람들은 모두 썩은 나무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오른쪽 오솔길로 걸어갔습니다.
그러자 얼마뒤에 대추나무 아래에 잠들어 있는 보무를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보무야 안녕..." 한비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보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미루가 잠들었다가 엄마가 들쳐 업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엄마 여기가 어디야?" 눈을 비비며 눈을 떴습니다.
보무가 있는 곳임을 알고 미루는 보무에게 인사를 햇습니다.
"보무야 안녕 나갈게"
그러자 나무가 가지에서 빛을 내며 보무에게로 가지를 뻗어 내려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놀라 뒤로 물러났습니다.
"안녕 미루야 500년 동안 난 친구가 없었어 그런데 너같이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어 정말기뻐 내가 너에게 선물을 줄게"
그러자 가지에서 황금색 대추가 떨어졌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놀라 눈을 비비며 볼을 꼬집어 보았지만 나무가 말을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난 오래전부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내 주변에는 아무런 나무도 없고 가끔씩 나비들만이 오갈 뿐이야. 늘 외로웠어 나도 친구를 갖고 싶었지 여러 사람들 여러 나무들 곁에서 자라나고 싶었지만 나혼자 이곳에 떨어져 이렇게 자라나게 되 버린거야"
미루는 엄마 등에서 내려 보무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습니다.
"괜찮아 내가 니 친구가 되줄게"
"이젠 떠나야 될 것 같아. 가지가 너무 많아 견디기 힘들어 내 나이가 너무들어 이 무거운 가지들을 지탱할 힘이 없거든"
"떠나지마 보무야"
"미안해 미루야 너와 끝까지 친구가 되어주지 못해서"
마을 사람들은 말하는 보무를 보고 모두 신이 마을에 내린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보무를 다시 엎고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일찌 마을 사람들은 대추나무에게 다가갔습니다. 대추나무는 몸에 비해 굵은 가지들이 너무 많아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 올라가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두껍고 곧게 뻗아나지 못한 가지들을 잘라냈습니다. 그리고 오솔길 입구에 쓰러져 있던 썩은 나무도 치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를 마을에 옮길 계획을 세웠습니다. 나무가 무척 크기 때문에 그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나와 삽을 들고 흙을 퍼냈습니다. 잘못하면 나무가 쓰러질수 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조심스레 흙을 퍼내고 커다란 기계를 불러들여 나무를 들어낸뒤 차에 싣고 산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마을 한 가운데 산언저리 입구에 나무를 세울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세웠습니다.
일주일뒤 나무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외로운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마을 아이들이 모두 말하는 보무 주변에 놀러와 이야기를 해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미루는 보무가 준 황금색 대추를 먹고 씻은 듯이 병이 나았습니다.
가지를 많이 잘라버려 군데군다 빈틈이 생겨버린 보무의 몸음 다시 건강해 졌고 밤낮으로 마을을 바라볼수 있어 외롭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무가 전에 있던 꽃밭도 여러 그루의 나무와 꽃을 심어 아름답게 변했습니다. 이젠 미루가 사는 마을엔 더 이상 외로운 나무가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별
우리집은 삼층집 이었다. 갈색 나무 창틀로 된 창문을 열면 총총 간간히 떠있는 별들이 하나두울 내 친구가 되어주곤 했다. 나는 어릴적부터 그 창문을 통해 검고도 파란 하늘위의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곤 하였다. 비록 건물들에 가려 보이는 별들의 개수가 그리 많진 않았지만 난 그 별들이 보이는 우리집에 꽤나 전망 좋은 집이라 생각했다.
엄마아빠가 일터에 일을 하러 나가면 난 언제나 집에 홀로 남아 하늘에 촘촘히 수놓아져 있는 그 별들을 언제곤 바라보곤 했다.
가끔씩 옆집에 사는 수연이 언니가 우리집에 놀러와 같이 놀다 잠을 자주곤 했지만 늘 그렇듯 거의 대부분은 나혼자 지냈다. 꼭 나혼자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집 베란다에 있는 개집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한쪽눈만 검은색 점박이가 있는 단비가 내동생이 되어 같이 있어주곤 했다.
조금더 어릴적엔 동네 아이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숨바꼭질 술래잡기를 했었다. 그러나 지금음 밤이 어둑해져도 애들이 나와 놀지 않는다. 이제는 모두 조금 커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혼자 있는데 너무 익숙해져 버렸지만 그땐 천둥번개 소리가 나 창문이 들썩거리기라도 하면 나혼자 방구석에 앉아 귀를 막고 단비와 웅크리며 천둥소리가 빨리 그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아무리 날씨가 맑고 좋은날이라 해도 내게 늘 무서운 것이 하나더 있다. 그것은 화장실 문이다. 화장실 문이 나무로 되어있었는데 그 문의 나뭇결이 밤만 되면 나무 귀신처럼 나뭇가지를 뻗어 나에게로 다가와 무섭고 징그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서움이 최고조에 오를때는 바로 엄마가 시골에 갔을때였다. 엄마가 시골에 갔을때ㅑ는 우리아빠가 마음을 놓고 술을 마시느라 집에 일직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하루에 세네번씩 '엄마 무서워'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때도 그때였다.
내가 조금더 커버리니 이젠 엄마도 마음이 놓이는지 나를 두고 엄마아빠는 더 잘 외출을 하신다.
하루는 밥이 다 떨어져 밥통에는 밥풀몇알만이 남은적이 있었다. 그러나 난 밥을 할줄 몰랐다. 내가 또 시골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하자 엄마가 짜증을 냈다. 자꾸 전화해서 볼일보고 있는 엄마를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골에서 일 보다가도 내 전화만 오면 걱정이 돼서 일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내손으로 밥을 했다. 하얀쌀을 몇 번이나 씻는지 잘 몰라 희뿌연 물이 안나올때까지 열 번도 넘게 쌀을 씻었다. 밥통을 만질줄 몰라 솥에 밥을 했다. 결과는 물을 너무 많이 부어 흰죽처럼 되어버린 밥이었다. 그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제대로 된 밥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흰죽같던 밥이 나중에는 물을 너무 적게 부어 반밖에 안익은 설익은 밥이 되어버렸고 나중에 엄마에게 물에 손을담가 손등위에 물이 찰랑일 때가 적당히 물을 부운 상태라는 것도 알았다. 난 그렇게 해서 세 번인가 네 번만에 제대로 된 너무 질지도 되지도 않은 하얀쌀밥을 했었다.
나는 점차 혼자있는 일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밥을 할줄 알게 되면서부터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밥을 할줄 알게된 다음으로는 보리차를 끓였다. 보리차 끓이는 일은 밥할 때 보다는 훨씬 쉬웠다. 끓는물에 보리차 티백을 넣기만 하면 되니까
조금씩 성장을 해가면서 난 혼자 있는 일에 익숙해져 버렸다. 어쩔때는 너무 내 스스로가 고독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채워져 미칠 것 같은 생각이 든적도 있었다.
만약 지구에 사람이 단 한명도 살지 않고 풀과 나무같은 것들만 존재한다면 그 속에 유일하게 나혼자 남게 된 느낌이었다.
지금의 우리집은 아파트인데 아파트는 층층마다 사람이 살기 때문에 집에 아무것도 없고 조용할때면 위 아래층에 사는 사람들이 좀 시끄럽게 더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그러나 그럴때는 늘 조용하기만 하다. 적막함과 고요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 어렸을때본 어떤 책에서도 이런내용이 있었다. 그 책에서 기억나는 내용을 대충 말하자면 겨울이 되어가자 같이 오두막에서 지낸 사람들이 두명의 친구를 남기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내려갔다. 두 사람만이 남아 산속 오두막에서 지내고 있는데 하루는 한친구가 사냥을 하겠다고 나가 몇일동안 돌아오지 않자 친구를 찾아 헤메다 결국 못찾게되자 혼자 오랫동안 있어 오두막에 살던 개도 추위에 얼어죽고 그 사람도 미쳐 죽는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그책을 읽고 '혼자 있는게 정말 무서운 일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난 아직도 늘 내가 외롭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은 뭔가 하나에 집착하게 된다고 한다. 얼마전 인터넷 검색에서 신경정신 치료에 관한 것을 검색하다 어느 병원의 정신과 치료에 대해 간략히 요약한 글줄들 중에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도 그렇게 집착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보통사람에 비해 오랜 시간동인 기억할수 있는 습관이다. 나는 십년이 넘은 일도 기억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생각도 하지 않고 살다 문득 어떤 계기로 인해 '아 내가 그랬던 적이 있지' 이런식으로 기억이 하나씩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 기억력은 무수히 꼬인 실타래 들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휴대용 실바늘을 보면 물론 안그런것도 있지만 머리를 땋아놓은 것처럼 갖가지 색의 실이 땋아져 있는것도 잇다. 그중에 실 한가닥을 뽑아서 바느질을 하듯이 내 기억도 그 실타래 속의 실들중 하나일 뿐일지도 모른다.
어쩔때는 너무 오랜 기억은 흑백화면처럼 그 장면이 생각나는 듯 한것도 있다.
내 기억의 시작은 도대체 어디쯤 이었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언제부터 몇 살때부터 내가 어런 내 생활을 사소한 부분들까지 기억했을까?
그런데 내 생각이기도 하지만 기억을 오랫동안 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좋은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억중에서 즐거운 것들이나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던 경험이나 그런것들을 사람들은 흔히 추억이라 부르긴 하지만 어쩔때는 시간에 묻혀져 세월속에 사라져 버리는 기억들이 아름다울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투명한 보석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시간이 지나면 치유되는 것들도 있고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일들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어쩌면 자연처럼 자정능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을 예로 들어보면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약간의 오염된 물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치유능력을 발휘해 다시 맑아진다. 그런면에서 물은 시간과 비슷한 점을 하나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자연의 자정능력에도 한계는 있다. 티비에서 기름이나 그밖의 오염물질에 의해 오염된 토양을 봤는가?
오염이 너무심해 그 토양에는 아무런 미생물도 살지 못한다. 그런 경우에는 오염원인 사람이 그 토양을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인위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그렇듯 자정능력에도 한계는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의 자정능력에도 한계는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사랑하는 남자가 죽어 마음에 크고 깊은 상처가 있는 여자가 있다면 남자를 잊지 못한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면 그 와중에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나 그 여자를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 여자의 상처를 치료해조구 잊게 해준다면 시간이 흘러 아픔을 잊을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인 남자가 나타났가 때문에 그것 또한 시간의 자정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남자가 나타나도 잊지 못하면 그건 시간의 자정능력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라 말할수 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그런사람이 나타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내 어린시절의 이야기에서 다른 엉뚱한 잡담같은 내 쓸데없는 생각을 늘어놓았는지 모르겟다. 원래 처음의 의도는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쓸 목적이었는데 쉽게 씌어지지 않는다.
난 요즘에 순수동화를 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쓰다보니 앞과 뒤가 연결되지 않는 내용이 되버렸다. 앞에는 순수한 문체였는데 갈수록 어렵고 복잡한 산문같은 느낌이 든다.
난 늘 시작은 좋다. 그러나 끝을 맺지 못한다. 저번에도 대추나무란 제목의 동화를 지은적이 있는데 끝에서 흐지부지하게 마무리 되었기 때문에 쓰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동화였다.
내가 세상을 살면서도 가장 힘든일이 끝내는 일이다. 무언가를 끝낸다는 것 말을 끝내는 것 마무리 하는 것 완성하는 것 이런것들이 가장 힘들다. 도데체 저것들을 언제 무슨수로 끝내지? 이런생각이 가장 먼저들고 분명 끝내면 보람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하다보면 내가 먼저 지치고 뒤쳐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이 뒤쳐지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남에게 뒤처지는것 더딘 것 느린 것 빠릿하지못한 것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난 엄마가 바라는 대로 될 자신이 없다 언제나 마음이 안정되지 못해 두렵고 남처럼 똑같이 된다는게 힘들다. 늘 평범하길 바랬다. 남들처럼 즐겁게 놀고 공부도 잘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고 항상 배우거나 평범한 일상에 적응해 나간다는 것 그 자체가 왜 나에겐 어려운 것일까?
학교 선생님은 오늘도 칠판앞에서 수업을 한다. 지금은 방학이라 보충도 끝나고 집에서 쉬고 있지만 학교가는 날이면 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선생님은 칠판 앞에서서 백묵을 들고 무언가를 쓰면서 간간이 입을 뻐끔거린다. 우리반을 가르치는 수학선생님은 분필을 백묵이라 부른다.
그걸 귀에 익히 들어 이제는 분필보다는 백묵이라는 말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수업시간에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들어야 하거나 지루하다고 느낄때면 늘 머릿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다.
노랑나비 흰나비 파랑나비 등등이 이리저리 날면서 내 머리를 어지럽히는 느낌이 든다. 꼭 상상속으로 가상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선생님의 수업을 최소한 예의상으로라도 듣기위해 갖은 노력을한다.
저 선생님은 가르치는 보람에 사는데 내가 안들으면 보람이 없겠구나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듣는다. 그러나 생리적인 현상이 방해 공작을 펼칠때도 있다. 잠이 오는 것이다.
그런 잠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우리학교 세계지리 선생님이 자기수업을 가리켜 말하는 주옥같은 말씀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
난 이제 열여덟살밖에 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걸맞지 않는 일이다.
어렸을적 혼자 있을때의 외로움과 무서움들이 커서는 더욱더 오랜시간 동안 외로움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다보니 오히려 외로움이 더욱더 커져가는 것 같다.
이제는 사람이 그립다. 동생이다 형제가 있는 애들이 부럽다. 형제와 함께 싸우고 같이 놀고 하는 그런 일상적인 생활을 살아보고 싶다.
내 성격이 조금만더 밝았더라면 이렇지 않을것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오랜시간 동안의 외로움의 흔적들이 가시지 않는 기분이다.
사람이 옆에 있어도 늘 사람이 그립고 내 주변이 사람으로 북적북적 거리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오랜시간동안 혼자있어 표정조차도 굳어버린 것 같다.
내 스스로가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늘 뭔가에 결핍되어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어렸을 때 가족들이 날 그렇게 혼자 놔두고 가지 않았더라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줬었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얼마전에 알게 된 페릿이라는 동물이 있다. 원래는 야생 상태에서 사는 족제비 였는데 사람들이 길들여 애완용으로 만든 동물이다.
이 동물은 처음에는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 마리를 키울 경우 나중에 페릿 한 마리를 들여올 경우에 서열싸움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두 마리를 키우게 되면 페릿이 외로움을 잘 타는 동물이라 외로우면 곧잘 죽어 사람이 하루종일 관심을 가져주기 힘들땐 두 마리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 때문에 키우기가 수월하다고 그런다. 사람도 페릿처럼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들다. 외로움 없이 살려면 여럿이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를 둘은 낳을 생각이다. 내가 없을때도 외롭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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