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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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단편소설1(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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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 신인상 응모작품 단편 부문
제목 : 강물은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
원고분량 : 79매
달강에 검은물고기 슬로우모오션.
달빛에 산란하자 남실대는 물그림자
어매는 가고 빈그림자 적막한데
솔바람 자장가에 흰구름 이불덮고
스을픈 소낙비가 샛그림자 적시던 밤.
어둠속 잃어버린 젓무덤 내음만이,
고픈배 달먹어도 펴질줄을 모르고
달강에 검은물고기 슬로우모우션.
마른 젖꼭지가 떠내려가아다 빈사
상태 어린입술 함께 떠내려가아다
달강에 그림자 곤두박질치는 밤
풍덩풍덩 노젖는 창백한 유년이여.
‘푸드득 푸드득’ 질끈 사념에 잠긴 사내의 감겨진 두 눈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라, 그건 바람? 하는 찰나 ‘쑤욱’ 하고 사내는 낚싯대를 들어올리고. ‘이건 피래미군.’ 드라이아이스박스를 여는 사내의 손놀림이 익숙한 것을. 이런, 사내의 손바닥 절반 만한 크기라니.
‘아직 더 커야겠군.’ 허나 곧 사내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박스를 닫고 물고기를 놓아주어 버린다, 밤낚시가 한창인 여름강가의 한편에서. 사계절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의례 손에 낚싯대를 물리고 있는 저 사내. 아니 그럼 소위 강태공이라도 된단 말인가? 사내는 다시 무슨 생각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지 질끈 감은 두 눈의 자태가 마치 돌부처 같으니. 허 참. ‘세월...세월’ 하고 어느덧 옴짝 대는 사내의 입술이라.
불현듯 질끈 뜬 사내의 두 눈이 젖어있다. 젖어드는 눈가에 말없는 달강이라.
어느덧 달강엔 부친의 얼굴이 조용하고. 물결, 저 물결! 사내는 안타까운 양 달강을 뚫어져라보나 모친의 얼굴은 기억조차 없는 것을. 하긴 왜 아니려오. 나이 사십 줄의 산고에도 가난한 죄로 약 한 첩 못 써 보고 돌아가신 분인 것을. 희멀건 보리죽에, 동네 젖동냥에 안 해 본 것 없는 부친이시건만, 아이는 늘 배가 고프던... 유년. 어느새 사내의 눈시울이 젖어드는 밤, 감겨진 눈가엔 눈물이 맺혀들고. ‘산소에나 다녀와야겠군.’ 사내는 마치 모친기일을 기다리는 사람 마냥 중얼거린다. 고즈넉이 흐르는 강, 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건 시간이라... 밤. 사내의 낚싯대에 세월이 낚이는지 둥그레한 달빛이 사내 향해 기우는데, 밤. 사방이 훤하다, 수풀 사이 ‘또르르’ 풀벌레도 은근한 밤. 감겨진 눈가엔 눈물이 맺혀든다.
날 불러 날 불러
강렬한 빛 외마디 빛
오늘이야 오늘이야
내일이면 너는 없어
이리오렴 지금오렴
나를보러 지금오렴
끌면안돼 지금이야
기다리던 순간이야
깜찍한 것 오 이쁜 것
내가 너를 지켜줄게
이리오렴 지금오렴
나를보러 지금오렴
너 뿐이야 너 뿐이야
나는 너만 사랑할게
이리오렴 지금오렴
나를보러 지금오렴
사랑해 사랑해
나는 너만 사랑할게
나를보러 지금오렴
끌면 안돼 지금이야
정말이야 참말이야
나는 너만 사랑할게
날 불러 날 불러
강렬한 빛 외마디 빛
오늘이야 오늘이야
내일이이면 너는 없어어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오, 깜찍한 어둠, 깜찍한 유혹 앞에 누워있는 여자라니. 수면제를 먹은 여자, 급기야 大자 모양인 것을. 뱅글뱅글 뱅글뱅글 돌고도는 천장이라. 님이 돌아 어지러우 내가 돌아 어지러우. 바싹바싹 새까만 어둠같은 입속이라. 여자는 목이 타는지 ‘아’ 입을 벌려보나 그 역시 마음일 뿐. 무겁다. ‘까닥’ 손가락을 옴짝대보나 이내 곧 짓눌리는.
천장에서 쏟아지는 공기의 무거움. 손안의 공기가 천근마냥 무거운데.
‘까닥’ 충격에 질린 여자의 눈동자가 ‘까닥’ 그렇게 소리도 없이 감겨진 찰나.
여름바다. 겁먹은 여자, 까아만 ...수천 수만 마리의 물 배암이 비를 삼키고, 그렇게 밤바다를 출렁이는 밤. 쏟아지는 폭우에 흠뻑젖은 여자하나. ‘유부남이야.’ 마치 시집을 읽듯 읊조리는 사내 하나. 허나 곧 다급한 듯 ‘사랑하기에 말하지 못했던 거야, 너 알면 떠나버릴까 봐... ’ 검게 그을린 사내의 눈동자...에 대고 비명을 지르는 여자, 허나 소리가 나오질 않고.
모든 것이 흐릿하다 못해 괴괴한 밤. 여기는 어디인 겐가. 옷장이 열린다. 걸린 옷 사이사이를 비집고 불쑥. ‘캬아아’ 짐승. 그 눈에 이는 시퍼런 불똥 두울. ‘캬아아’ 허나 소리가 나오질 않고.
충격질린 눈 위로 쏟아지는 풍경하나. 수줍지만 행복해 보이는데. ‘나 처음...이야.’ 에 감동의 키스를 되돌리는 사내, 쏟아지는 장대비, 사이사이 골목길에 쓰러지는 청춘들.
누운자리 눈가에 이슬방울 떨어진다. 여기가 어디야? 속으로 밭아내는 여자, 에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라. 여자는 그네를 주시한다. 꺼진 불. 쉬고 있는 그네의 감겨진 두 눈. 평화론 잠이라도 자는 것처럼. 감겨진 그네의 안온한 눈들이여. ‘탁’ 돌연 불안한 눈동자로 가위를 집어드는데. ‘싹둑’
‘우수수 머리카락 낙엽처럼 떨어진다.’ ‘휘익’ 가위를 던져버리고 덥썩 얼굴을 감싸쥐는 그네. 뜨거운 오열이 폭팔 하듯 흐르는데. 딱하다는 듯 바라보는 여자, 그네 향해 ‘툭’ 하고 밭아낸다. ‘그땐 너무도 두려웠지. 그저 계속 살아 숨쉰다는 것이... .’ 다시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속, 입 속이 타다못해 갈라진다. 흐릿한 동공, 확대된 검은 동공이 충격으로 메말라가는데.
‘사랑한다.’ 사내의 고통스런 눈동자. ‘독신이잖아, 지금까지 그래왔잖아, 왜 이러는 거야?’ 도리도리, 힘겹게 고개를 내젓는 사내. ‘유부남이야.’ ‘주르르... ’ 수천 수만 마리의 검은 배암의 등줄기 위로 내린다, 비가 내리고. 쏟아지는 장대비... ,휑휑한 지금 이곳...이곳은 사막인가! 고립.
불이 켜진다. 휑휑한 사막... 뜨거운 태양에 각인된 그림자들만이. 말을 하는가.
‘내기를 했어. 둘이서... 내기를 했어.’ 질끈 감긴 두 눈아, 눈을 떠라 눈을 떠.
뜨라니? 마음의 눈. ? 비워야 보이느니.
....... .
떠도는 아귀도 아닌 내게 너의 여동밥 그 무슨 소용 있으랴. 여든대는 네 말소리 걸신이라도 들리면 또 모를까. 목새는 왜 날 향해 오는가. 살아숨쉰 네 목소, 나의 영혼에 여득천금 걸어놓고 사라진다. 하아. 달지마라, 네 마음의 저울. 그리 바짝 매걸어 둔들 내게 그 무슨 희망 있으랴. 속된 것, 희망은 널 속인다... 희망은 또 날 속이지. 내 지친 무덤가에 단 한 송이 국화, 그면 족할 것을... .이젠, 그 아무도 내게, 목소하나 던지질 않는다.
검은 달강 흐르는 밤, 풍덩풍덩 노젖는 애꿎은 추억이여. 사내는 하염없이 검은 물줄기만을 바라보는데. 흘러간다. 새초롬이 떠가는 여자의 얼굴 하나, 흘러흘러 그 모두 어디로 가는 게요. 그 뒤로 남편 얼굴 함께 흘러가는 것을. 그래, 여기서까지 당신들은 하나인 모양이지. 후. ‘덥썩’ 입에 찬 소주를 털어놓고. 후.
열흘 전이었던가. 사내를 찾아왔었다. 남편이라 했었지.
“내 아내요.”
허면 나는 유부녀를 안고 있었단 말인가. 아직도 치를 떨며 돌아우는 마음이라. 책에 꽂힌 갈피처럼 그들 별거에 낀 나.
“당신들을 가로막는 벽이 무엇이요?”
“집사람은 스스로 처녀인줄 알 거요.”
여자는 남편을 모른다? 하아, 하필 기억 상실증이라니.
“그럴 바엔 이혼하는 편이 더 낫지 않소?” 사내는 또 물었다.
“그러기엔 지난날이 너무 마음 아프지.”
“난 결혼을 생각할 만큼 진지하오.”
“기억할 수 있다면, 절대 몰래 사랑할 여잔 아니오.”
“ ....... !”
“당신이 유부남이라면 당신을 사랑할 여자가 아니란 소리요. 양심에 어긋나는 짓은 못하는 성격이니 말이요.” 힘주어 말하는 남편의 얼굴.
순간 나는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반박하지 않고는 못 베길 것만 같은 충동에 휩싸였고. 해서 급기야 그만 내게 금지된 말들을 밭아내 버렸다. 마치 도박이라도 하는 듯 절박한 심정으로.
“좋소, 그럼 내가 유부남이라 해도 여자마음에 변함이 없다면 당신이 물러서시오, 대신 반대라면 내가 물러서겠소.”
“난 집사람을 믿소.” 남편은 이미 굳혀진 믿음이라는 듯 담담하게 밭아낸다.
“그럼 그렇게 하시겠소?”
“...... .그리하지.” 암암리에 사내와 남편이 주고받은 이야기들.
토막토막 조각난 기억의 굴레에서.
물레처럼 돌고도는 암담한 마음이여.
쉬인 맴 한 젓갈 달강 위에 걸었더니.
슬픔이 소스라쳐 슬픔이 되고
안개가 소스라쳐 눈무리 된다.
휘이이휘이이. 티워오는 바아다
미안하다 널 사랑할 수 없다
내리는 찬비에 네가 울고 있어도
미안하다 널 사랑할 수가 없다
눈물을 삼키며 나는 가네
니가 아닌 사랑에도 기댈 수가 없다
니가 아닌 사랑에도 기댈 곳이 없다
쉬인 맴 달강위로 출렁이는 밤.
슬픔은 슬픔으로 지울 수 있어야지.
절망은 절망으로 지울 수 있어야지.
휘이이휘이이. 한차례, 달강엔 비라도 내리려는지... .
검은 달강... .새초롬이 떠가는 여자의 얼굴 하나, 갑자기 여자가 울기 시작하는데. ‘섬찟’
돌연 심장이 콱 찔려오는 듯한 통증, ‘웁... ’사내는 신음을 밭아내고... .알 수 없는 마음, 오늘따라 왜 이리 불길한 마음인지... ‘탁’ 초조한 듯 담배에 불을 지피고는 ‘후’ 그렇게 한 모금 빨아 당긴다. 깊숙이... 불길한 마음 저 깊숙이 까지 담배 연기가 들어가 주길 바라면서, 해서 전화 한 번 못하는 사내의 마음이 진정되길 바라면서. 후... . 폐 속을 누비던 깊은 연기가 허공으로 날려지고. 달강, 둥그레한 달덩이만이 초조한 사내를 비추는 새벽녘. 만월이 무르익어 가는 강변이다.
소낙소낙 소낙비에 힘겨움을 향해 걷다. 천둥비가 불던 날, 고목은 타들어 가고. 쉼터를 잃은 우리들, 이젠 그 어디에 쉬어갈까. 흐르는 노래... ‘마지막 기도 -김경호-’
빈 터. 이곳에 집을 지어야 한다, 희망의 집.
해가 뜨면 나 껍질 주섬 챙겨 입고. 빈 가슴 거리로 차갑게 내모는 걸.
껍질... 밀면 툭 나가떨어질... 부실한 이 껍질을.
벗지도 못하고 오늘도 입는다.
남편의 술잔 속에 옷 벗는 껍질이라. 벗고 나니 참아온 슬픔도 옷을 벗고.
빈 터. 이곳에 집을 지어야 한다, 사랑의 집.
자작 술을 마시는 남편의 눈가, 그에 아른거리는 얼굴, 아내의 젖은 얼굴이 아른거리고. 술에 젖은 남편의 등뒤로 음악이 흐른다. 슬픈... 그러나 아름다운.
‘아름답게 사랑하는 날까지(금지된 사랑Ⅱ) -김경호-’
창가를 적시는 빗줄기들... 여린 마음들이 한 줌 소리도 없이 내리는 밤. 늦여름이 지나가는 한 밤의 길목에서... .
여기는 어디인가? 흐릿한 실루엣... 빙빙 돌던 사물들이 이젠 멈춘 것도 같으련만.
온 몸은 텅 빈 지푸라기만 같고, 무엇인가 ‘쑤우욱’ 빠져나간 것만 같은. 이것, 이것이 살아있는 숨이련 가! 허면 왜 이다지도 공허하단 말이런가.
여자의 검은 동공이 수축되어 있다. 바싹 마른 검은 동공. 허면 아직 살아 있는가! 헌데 왜 이다지도 맥이 없단 말이요. 여자의 퀭한 눈동자 사이로 젖은 물기가 베어나는 밤, 아니 아직 초저녁인가. 그저 만 하루 잠들어있었을 뿐이란 말처럼, 질기기도 질긴 목숨. 하아.
人命在天(인명재천)이라... . 하긴, 죽고 사는 것은 사람의 뜻이 아닌 게지.
실타래 마냥 풀리운 눈동자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그렇게 움켜쥔 손안의 공기 역시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가버려 돌아누운 저녁. 저녁에 여자는 의식을 차린다. 하긴, 어젯밤 여자의 자살기도는 기도일 뿐, 하늘이 허락치 않는 기도였을 뿐.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기 마련이라는 듯, 여자는 갈라진 입 속을 한 움큼 적셔내고. 허나 걷기엔 무리라는 듯, 곧 어지런 낯빛으로 다시 돌아눕는 밤. 아니 저녁. 이마맡으로 난 창 너머로 피빛 노을이 물들어 간다. 방안 가득 노을 타는 내음이 진동하는 이 저녁에.
‘어기적어기적’ 기는가 싶더니 앉고, 앉는가 싶더니 부스스 일어나는 여자. 여자의 걸음이 문 밖을 향하는데. 간다. 여자가 걸어 어디론가 나아간다. 종잇장처럼 날릴 듯한 설핏한 몸짓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에 미풍이 실리운다.
늘 네 번을 접었다, 늘 네 번을 죽었으므로.
그 잊음 버리려, 찬물마저 불사른 채.
네 번을 접었다, 늘 네 번을 죽었으므로.
죽지도 못한 채 죽은 채 널려있기.
진공관에 전시된 자, 죽임마저 도난된 자.
난도질은 교묘히 맥박을 빗겨간다.
끊지도 못한 채 끊긴 채 널려있기.
웅성대는 뭇 시선에 파헤침을 당한 자.
늘 네 번을 접었다, 늘 네 번을 죽었으므로.
바다가 눈앞이다. 노을 타는 부신 바다, 부신 갈매기가 바로 눈앞인데. 우뚝. 멈춰선 걸음. 갈 수가 없겠지, 안식 깃든 바다 속, 이 물의 안식 속으로는. 하늘을 우러르니 노을이 쏟아지고. 바다를 우러르니 파도가 출렁이는 것을. 갈 수가 없겠지, 안식의 문 속으론.
人命在天(인명재천)이라 하지 않았던가! 퀭한 그늘에 여자의 안색이 파리하다. 사는 것은 다 인연법이라는데! 사내와의 인연은 여기까지이란 말인가. 스치는 인연에도 도우주만한 진리가 있다하거늘. 그 또한 사람소관 밖의 일이란 말이더뇨. 여자의 시야 속으로 뭉게구름이 잡힌다. ... 끼룩끼룩 갈매기 노을내음에 물들어가고. 여자의 몸 섶으로 노을 빛이 기우는 곳.
말없는 바다 앞에 말없는 여자라. 노을을 바라보다, 실존의 부피를 가늠키라도 할듯. 그렇게 여자의 몸도 부는 바람에 하늘거린다. ‘비틀’ 찰나적으로 허공에 부웅 뜨는 여자, 고꾸라지는 찰나 덥썩 잡는 손 하나.
“괜...찮...아...요.” 그건 무게 중심을 잃어버리면서도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 여자의 말.
“불편한 모양인데, 데려다 줄게요.” 성큼 익숙하다는 듯 여자를 안는 남자. 걷는다.
“어느 방향이죠?” 붉혀진 낯빛.
“내려줘요, 걸을 수 있어요.” 어느덧 해안을 벗어나는 남자.
“어느 방향이죠?” 마지못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허나 이미 남자의 발길은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가고 있던 터.
“여기예요.” 하는데 열려진 문을 열고 성큼. 그러곤 여자를 내려놓는 남자.
“쉬어요.” 남자가 돌아선다. 돌연
“저어” 하는 여자, 돌아서다 말고 여자에게 시선을 준다, 무슨 말이 남았냐는 듯.
“고마워요.” 남자는 끄덕 고갯짓만 하곤 문을 나선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만남. 붉혀진 낯빛이 커튼을 젖히고, 그렇게 창 너머로 햇살이 비취는 방.
저녁햇살이 제법 따스하기라도 한 양 여자는 선잠 속으로 빠져든다. 남자는 그제야 돌아선다, 붉혀진 낯빛이 커튼을 젖히는 것을 바라보고서야. 오후 6시의 하늬바람이 남자의 뒷모습을 비추고, 남자는 아니 남편은 그렇게 그의 세계로 돌아간다.
“이젠 그만 말씀하시지요.” 창문 너머론 어느덧 소슬바람 한 점만이.
“혹시 집안 내력에 위암을 앓던 분이라도 계셨었는지... .” 밀폐된 공간 속에라도 있는 양 갑갑한 표정의 노의사.
“...... .” 허나 사내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저 담담하기만 한데. 외려 노의사의 안색이 더 초조해 보인다, 하긴 말없는 환자에게 말을 꺼내기가 어디 쉽긴 하겠는가.
“그간 고통이 심했을 터인데... 왜 진작 진찰을 받지 않았는지... 안타깝소, 젊은이. 너무 늦었네.”
“시간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딱하다는 듯한 노의사를 향한 사내의 건조한 음성만이 울리고.
“한 두 달 정도... .안타깝지만 나로선 손 쓸 재간이 없네.”
사내의 야윈 턱선이 가까운 죽음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해쓱하다. 진찰실의 창문을 노크하듯 두드리는 것, 그건 바람일지니. 가을이로구나! 빈 거리로 나서는 사내의 등 너머로... 분다, 소슬바람 한 점만이. 휘날리듯 부는 것을.
나부낀다, 정처 잃은 마음 한 점 휘청이다 방황하고.
나부낀다, 발길 잃은 사랑 한 점 휘청이다 쓰러진다.
울긋불긋 어지러이 피어나는 단풍잎아. 분단장 곱게하고 누굴그리 기다리누.
추분지나 동지되도 네 님 오지 아니하면, 적적한 서역길에 길동무나 되오주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 ......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누군지 말을 하” ‘철컥’ 그에 멍하니 수화기를 들고있는 여자, ‘뚜우뚜우 뚜...’ 소리에 그제야 ‘철컥’ 수화기를 내린 여자.
‘그...일까? 그? 아냐, 그럴 리가. 그가 왜. 날 붙잡지도 않는 남자, 돌아가야 할 여자가 있다는 남자... 연락 한 통 없는 사람... 그가 왜, 아냐, 그럴 리가... .’ 설레설레 고개를 가로 저어 본다. 은연중, 완강히 거부하듯 고개를 젖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처럼. 허다 ‘톡’ 떨군 고개라, 그 눈가가 젖어든다.
離愁(이수)에 젖은 여자의 등뒤로 노래가 흐르는데. ‘이수 -김경호-’
자욱한 안개, 둥그레안 해안선마저 노곤한 기지개를 펴고. 아침, 길 건너 여염집 사이사이론 구수한 내음 퍼지는데. 허면 바다. 님은 밤새 안녕치도 못한 모양이구려, 이 흐린 낯빛이라니. 드문드문 인적이 해안으로 걸음 떼고. 인적이 드문 아침, 해안가를 걷는 여자라... .
여자의 시야 속으로 떨어지는 실루엣. 점점이 가까스로 또렷해져오는 것은... 사람? 걸어오는 남자. 아니 그 남자잖아! 두 걸음 사이로 마주치는 시선. 사뭇 의외라는 듯 걸음, 멈추어선 걸음 두울.
“오랜만이군요. 산책하기 좋은 날씨는 아니죠.” 남자의 인사.
“그러네요, 하지만 안개 낀 이팝나무가 왠지 끌려서... .”
“...... .” 남자의 시선이 여자를 향한다, 남은 말을 마저 하라는 듯.
“저기 지평선 너머로 산이 있죠, 거기에 있어요.”
“이팝나무 말인가요?”
“네, 안개 젖은 이팝나무 말이에요.” 여자는, 흰 꽃 피는 늦봄에 보라 빛 열매 익는 가을...에서 왠지.
“슬퍼 보여요,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못하는 것들은.” 여자는 바다 건너 가늠할 수 없는 거리에 눈을 감는다.
“베일 두른 이들은 슬퍼 보이죠.”
“슬픈 일들도 인연일까요!” 안개 너머로 보일 듯 보일 듯 사내의 얼굴이 아른거리는데.
“...... !” 남자의, 아니 남편의 얼굴이 그늘져간다. 안개에 그늘진 표정은 역시 또 읽기가 힘이든 겐가. 가을이 무르익는 해변, 자욱한 안개엔 파랑이는 물결 소리만이. 흘러내린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릉.’
목소리... 목소리만... 하던, 사내의 전화가 벌써 열 통 째이건만.
묵묵부답. 여자는 부재중인 모양이다. ‘철컥’ 그렇게 전화기를 내리는 사내. 가슴팍이 아려온다.
이제 완연한 가을...견디다 못해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이여.
단풍닢네 고운 눈에 슬픈 이슬 맺히는가. 늦가을... ,완만한 발길모두 낙엽뿐인 공허로다.
사내는 지리산 한 자락을 타고 있다. 전북, 전남, 경남의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이렇게 3도5군의 길디긴 줄기를 타려 맘이라도 먹은 겐가. 1967년 12월 29일 우리 나라 최초, 최대의 국립공원인 지리산을 향해... 사내는 첫 걸음을 뗀다. 맑은 계곡 청초롬한 늦가을의 산청에서... .십리길이라 했던가. 피골에 상접한 왠 사내 하나가 불쑥. 마른 봇짐 걸머쥔등, 불쑥. 계곡 구석구석을 불쑥불쑥 파고든다. 십리길이라 했던가. 사내는 걷는다.
울긋불긋 눈물시린 단풍등을 눈에밟고. 걷는 사내,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 사내 하나.
‘대원사라 하였었지.’ 허나 이젠 며칠 전부터 곡기조차 받아 주도 않는 사내의 위, 벌레 먹은 위로 인해 비틀리는 발걸음들. 벌써 이틀째로구나. 쪽빛 하늘에 대고 비지땀을 흘리는 건, 쉬도 않고 걸어가는 사내의 몸일지니.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렇게 비척비척 앞만 보며 나아간다.
수도 없이 지난 계곡, 굽이굽이 물줄기에 목마름도 잊었는지 앞만 보며 나아가던.
사내. ‘여긴가!’ 그제야 멈춰선 사내, 그의 시야 속으로 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한들한들 나부끼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절 밖으로 은은한 풍경소릴 그려낸다.
한 치의 미동도 없던 사내의 걸음이 법당을 향하고. 느긋느긋 걸음 떼는 사내의 시야 속으론, 아담하지만 소박한 시골의 정취가 쏟아지는 날. 사내는 법당에서 사념으로 빠져든다.
우수수 어디선가 찬바람이 불어온다.
여자의 방, 누운자리 이부자리, 이부자리 머리맡에. 누구? 당신? 눈을 뜨려하나 감긴 눈은 꼼짝도 않고. 누군가 이마맡에 손을 올린다. 당신? 눈을 뜨려하나 감긴 눈은 꼼짝도 않고. 누군가? 가까스로 눈떠보나 흐릿한 윤곽이라... .서 있는 그림자, 등을 돌려 나가고. 여자, 안타까이 불러보나 말이 없는 저 그림자. 누군가?
‘퍼뜩’ 눈을 뜨니 아침이다. 허나 애닮은 그리움은 남는 법이어서... 꿈일망정 신경이 쓰이기는 어이할 수 없는 노릇. 간밤 꿈 탓이런가. 오늘따라 유난히 사람이 그립다.
써늘한 바람, 피부를 타고 폐 속을 누비다. ‘덜컹 덜컹’ 몸살 앓듯 곯을 앓는 창살이여.
골목 한 모퉁이로 센바람 줄행랑을 놓고, 바람. 그건 겨울바람.
우편함을 다녀오는 여자, 여자의 왼 손엔 우편물이 들려있다. 순모 스웨터 차림에도 추운 낯빛의 여자, 여자는 방안에서 우편물을 뜯는다.
‘이 사람을 아시면 연락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전화번호라니.
...... ! 이건? 하며 여자는 접혀진 하얀 종이를 푼다. 질감으론 종잇장 같은데... .뭘까? 생뚱한 표정의 여자, 허나 곧 ....... ! 사진. 그 속엔 사내가 웃고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행복한 표정으로. 말을 잃는 여자. 이 바람이 실어증에라도 걸린 모양, 갑자기 잠잠하다.
차창 밖의 풍경이 소복하다. 소복이 내려앉은 白雪(백설)마냥. 가을... 계절이 바뀌기 전, 여자의 전화에 사내는 묵묵부답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 .그것이 사내의 길지 않은 대답이었을 뿐. 그리고 사내는 거처를 옮겼나보다, 그렇게 연락두절. 사내는 그리 매정히 떠나간 것이 아니었던가. 이제 와서 이제 와서 사진이라니... .
그래, 잊어주마, 내 정녕 지난 시간들 그 모두 잊어주리라... 다짐하고 다짐하던 여자가 아니었던가.
차창 밖으로 눈이 흩내리다. 설핏설핏 둥지에도 한 움큼씩 흩내리다.
이제 와서 이제 와서 연락이라니... . 여자는 눈을 감는다.
‘사진을 받았습니다만, 무슨 뜻이지요?’
‘꼭 한 번 만나야 한답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오면 안되겠습니까?’
‘...... .’
‘많이 아픕니다,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어렵겠지만 그 쪽에서 와 주면 안되겠습니까?’
사방으로 눈발이 갈라진다. 몰아치는 바람소리 눈감아도 들리는데.
눈을 뜬 여자, 여자의 눈빛이 갈라진다. 차창 밖으로 백설이 소복하다.
이제 와서 이제 와서 어이 갈 수 있으리요.
허나 여자는 어디론가 가고 있다. 눈발이 휘날리는 한 겨울 바람 섶에.
“이건... .” 하늘가로 눈발이 휘날린다.
“녀석이 늘 가지고 다니던 겁니다. 늘 혼자서... .”
“혼자서... .” 형은 여자의 손에 사진을 쥐어준다, 여자가 웃고 있는 모습이라, 거기도 겨울인 것을. 눈시울이 붉혀진 여자.
“보고 싶을 적마다 늘 혼자였던 겁니다.”
형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여자를 바라보는데. 여자, 시선을 돌린다.
“녀석은 지금도 혼자지요.” 순간 돌려진 시선이 형을 향하고.
“그럼 저 때문에 두 사람 사이가... 죄송해요!” 하는데 형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미안하다...했소, 속여서. 늘 그게 마음에 걸린다고.”
“...... ! 무슨... .”
“녀석은 ...... 독신이오.” 못내 힘겹다는 듯 밭아내는 형, 순간 여자의 안색이 창백한데!
“이유가 궁금할 거요. 녀석이 힘들어하던.”
“아뇨, 난. ...그에게 듣고 싶어요.” 그렇게 밭아내는 여자의 음성이 떨려오고.
돌연 형의 낯빛도 굳어지는데.
“만나게 해 주세요.” 가느다란 눈발에 가늘게 떨려오는 입술 한 닢.
“그건... .지금은 곤란합니다.”
“그러지 말아요, 우린 만나야 돼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절박한 눈동자.
“후회하게 될 거요.”
“그렇게 심한 가요?” 굳어진 낯빛이 끄덕이는 고갯짓이라.
“그럼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 줘요.” 간곡히 말하는 간절한 두 눈동자.
“후회하게 될 지도.”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 .” 일순, 형은 질끈 눈을 감는가, 싶더니 등을 돌린다.
걷는 걸음, 그 걸음을 여자도 쫓아가고. 비척대는 두 걸음에 눈발이 흩날린다. 형은 뒷산으로 향해 가고, 그렇게 산청자락에도 눈이 내리는데. 앙상한 뒷산. 걸음을 쫓는 여자의 눈동자가 불안으로 떨리는 찰나. ‘우뚝’ 얼음장 마냥 얼어붙은 발목이여. ‘우우웁’ 얼굴을 감싸쥔 채 터트리는 오열 한줌. 어깰 감싸오는 형의 가슴으로 여자가 무너져 내린다.
‘빈 터. 이곳에 무덤을 만들어야 한다, 나의 무덤.’
風神(풍신)이 내는 소리련가.
‘탕 탕 탕’ 귓가에 울리는 총성, 그건 그저 風神(풍신)의 울음소리. 슬픈 눈물을 따라 흘러내리고, 그에 흐르는 노래.
‘슬픈 영혼의 아리아 -김경호-’
눈발이 흩날리는 그 어느 겨울날에...... .
사방이 캄캄한 여기는 어디인가. 우우우 우우우 바람이 우는 언덕. 이름 모를 풀꽃들이 아름드리 춤추는데. ‘선물’ ‘나 주는 거니?’ 하는데 조그만 눈망울이 끄덕인다, 꺾여진 들꽃 한 닢. ‘꽃 좋아하니?’ ‘끄덕’ ‘이렇게 꺾으면 꽃이 울어.’ ‘눈도 없는데 울어?’ ‘눈이 아닌 마음으로 우는 거야.’ ‘왜?’ ‘아프니까... 그리고 슬프니까... .’ ‘끄덕’ ‘좋아하면 꺾지만 사랑하면 물을 주거든.’ ‘사랑?’ ‘응, 사랑하면 슬프게 하지 않는 거란다.’ 깜빡이는 작은 두 눈망울, 어디론가 뛰어가는가, 다시 뛰어오는데. ‘뭐니?’ ‘꽃이 죽었잖아, 묻어줘야지.’ 조그만 두 손엔 꺾여진 들꽃들만이... . ‘그럼 우리, 슬프지 않게 묻어줄까?’ ‘끄덕끄덕’ 바람 부는 언덕에 무덤을 집 짓는다. 사방이 캄캄한 여기는 어디인가. 우우우 우우우 기억이 우는 언덕.
여자는 감은 눈을 뜬다. 질끈 머리가 아파 오고.
눈앞에 펼쳐지는 망막한 바다 앞에서. 질끈.
어디선가 떠오르는 머릿속 영상들이. 그건 유년? 질끈.
여자는 다시금 눈을 감는다.
‘약간 팽팽하다 싶을 정도의 감으로 줄을 잡고, 기다려... 기다리다 톡, 톡, 느낌이 올 때 쑤욱. 이렇게 당기면. 봐, 잡히잖아. 한 번 해볼래?’ 강변... 등 푸른 물내음 그득한 그곳에서...입맞추는 여자... .여자의 입가로 옅은 미소가 머금어지고.
휘날리는 눈보라 차창을 때리던 날. 사방이 희미한... 그 어느 산자락에서.
‘미안...해요. 내가 또 쓰러진 건지.’ ‘괜찮아요, 아직 더 누워 있어야돼요.’ 형? ....... ! 애써 눈물을 삼키는 형의 등줄기에 대고. ‘아빠, 삼촌은 왜 없어?’ ‘...... .’ 죽은 듯 말이 없는 방안의 침묵들에, 긴장한 듯 서걱대는 방안엔 절망만이. 네살박이 꼬마의 멋모르는 노랫소리만이. 덥썩. 얼굴을 감싸쥐는 여자의 손이 뻣뻣해진다.
사내의 방인가. 단아한 차림의 방 한 켠으로 걸리운 사진이라, 사내? 여자는 사내의 손때가 묻은 레코드를 집는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
‘사랑한 후에 --전인권・허성욱 ≪머리에 꽃을≫-’
‘녀석이 유독 자주 듣던 노래였죠... .’
‘마지막 부탁이에요.’ 형은 말하라는 듯 여자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기찻길을 보고 싶어요.’ 형은 무슨 생각인지 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텅 빈 철 길 위로 마른 겨울 바람만이 서걱대는데. 그들의 머리 위로 白雪(백설)이 소복한 날. 어설픈 땅거미가 어설피 내리는데. 철길을 걷는 그들. 주섬주섬 옷을 입듯 주섬주섬 운을 띄우는데. 형.
‘녀석의 마지막 바램이 무엇인지 압니까?’ 형의 시선이 먼 산너머로 내려앉는다.
‘당신 얼굴 한 번 보는 것.’ ‘...... .’
‘녀석의 마지막 바램이 무엇인지 압니까?’ ‘...... .’
‘그 누구보다 행복한 당신으로 사는 것.’
‘녀석이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말이 무엇인지 압니까?’
‘남겨진 사람들이 행복하길 원한다... ,산 사람이라도 잘 살아주는 것이 먼저 가는 사람을 위하는 일이다...였습니다.’ ‘ ...... .’
‘기운내야 합니다, 마음 아프지만, 그 녀석 마지막 소원입니다.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한단 말입니다!’ 형은 한 마디 대꾸도 않는 여자를, 마치 죽으러 나가는 사람 보듯 쏘아본다.
‘말해봐요. 그 녀석 소원 잊지 않겠다고.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 그 녀석 원대로 해주겠다고 말해보란 말입니다.’ 형은 대꾸 없이 흔들리는 여자의 어깨를 흔든다, 실명한 땅거미가 짙게 내리는 지도 모르는 채로.
‘설핏’ 그렇게 눈을 뜨는 여자. 암울한 동공 속에 푸른 바다 쏟아지고.
끼룩끼룩 갈매기 떼 보금자리 찾아갈 제. ‘우웁... ’눈물을 삼켜 우는 여자.
수심 깊은 눈동자에 말 못하는 고통이라.
하늘한번 쳐다보니 둥실구름 흘러가고, 바다한번 쳐다보니 푸른파도 노젖는데,
토막토막 기억들 추억으로 집짓는곳, 희로애락 생로병사 돌고도는 인생 길에
나는야 어디에서 이 한 몸 추스릴까, 희로애락 생로병사 돌고도는 인연 길에
강물은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 이 한 몸도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
성명 : 김 지 영
성별 : 여
연령 : 24세
주소 : 경상남도 마산시 합포구 산호2동 387-10번지 1/1 (631-482)
이메일 주소 : kissmyredlips@hanmail.net
전화번호 : 055. 222. 7936 / 055. 223. 7958. / 016. 849. 5864.
제목 : 강물은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
원고분량 : 79매
달강에 검은물고기 슬로우모오션.
달빛에 산란하자 남실대는 물그림자
어매는 가고 빈그림자 적막한데
솔바람 자장가에 흰구름 이불덮고
스을픈 소낙비가 샛그림자 적시던 밤.
어둠속 잃어버린 젓무덤 내음만이,
고픈배 달먹어도 펴질줄을 모르고
달강에 검은물고기 슬로우모우션.
마른 젖꼭지가 떠내려가아다 빈사
상태 어린입술 함께 떠내려가아다
달강에 그림자 곤두박질치는 밤
풍덩풍덩 노젖는 창백한 유년이여.
‘푸드득 푸드득’ 질끈 사념에 잠긴 사내의 감겨진 두 눈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라, 그건 바람? 하는 찰나 ‘쑤욱’ 하고 사내는 낚싯대를 들어올리고. ‘이건 피래미군.’ 드라이아이스박스를 여는 사내의 손놀림이 익숙한 것을. 이런, 사내의 손바닥 절반 만한 크기라니.
‘아직 더 커야겠군.’ 허나 곧 사내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박스를 닫고 물고기를 놓아주어 버린다, 밤낚시가 한창인 여름강가의 한편에서. 사계절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의례 손에 낚싯대를 물리고 있는 저 사내. 아니 그럼 소위 강태공이라도 된단 말인가? 사내는 다시 무슨 생각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지 질끈 감은 두 눈의 자태가 마치 돌부처 같으니. 허 참. ‘세월...세월’ 하고 어느덧 옴짝 대는 사내의 입술이라.
불현듯 질끈 뜬 사내의 두 눈이 젖어있다. 젖어드는 눈가에 말없는 달강이라.
어느덧 달강엔 부친의 얼굴이 조용하고. 물결, 저 물결! 사내는 안타까운 양 달강을 뚫어져라보나 모친의 얼굴은 기억조차 없는 것을. 하긴 왜 아니려오. 나이 사십 줄의 산고에도 가난한 죄로 약 한 첩 못 써 보고 돌아가신 분인 것을. 희멀건 보리죽에, 동네 젖동냥에 안 해 본 것 없는 부친이시건만, 아이는 늘 배가 고프던... 유년. 어느새 사내의 눈시울이 젖어드는 밤, 감겨진 눈가엔 눈물이 맺혀들고. ‘산소에나 다녀와야겠군.’ 사내는 마치 모친기일을 기다리는 사람 마냥 중얼거린다. 고즈넉이 흐르는 강, 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건 시간이라... 밤. 사내의 낚싯대에 세월이 낚이는지 둥그레한 달빛이 사내 향해 기우는데, 밤. 사방이 훤하다, 수풀 사이 ‘또르르’ 풀벌레도 은근한 밤. 감겨진 눈가엔 눈물이 맺혀든다.
날 불러 날 불러
강렬한 빛 외마디 빛
오늘이야 오늘이야
내일이면 너는 없어
이리오렴 지금오렴
나를보러 지금오렴
끌면안돼 지금이야
기다리던 순간이야
깜찍한 것 오 이쁜 것
내가 너를 지켜줄게
이리오렴 지금오렴
나를보러 지금오렴
너 뿐이야 너 뿐이야
나는 너만 사랑할게
이리오렴 지금오렴
나를보러 지금오렴
사랑해 사랑해
나는 너만 사랑할게
나를보러 지금오렴
끌면 안돼 지금이야
정말이야 참말이야
나는 너만 사랑할게
날 불러 날 불러
강렬한 빛 외마디 빛
오늘이야 오늘이야
내일이이면 너는 없어어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오, 깜찍한 어둠, 깜찍한 유혹 앞에 누워있는 여자라니. 수면제를 먹은 여자, 급기야 大자 모양인 것을. 뱅글뱅글 뱅글뱅글 돌고도는 천장이라. 님이 돌아 어지러우 내가 돌아 어지러우. 바싹바싹 새까만 어둠같은 입속이라. 여자는 목이 타는지 ‘아’ 입을 벌려보나 그 역시 마음일 뿐. 무겁다. ‘까닥’ 손가락을 옴짝대보나 이내 곧 짓눌리는.
천장에서 쏟아지는 공기의 무거움. 손안의 공기가 천근마냥 무거운데.
‘까닥’ 충격에 질린 여자의 눈동자가 ‘까닥’ 그렇게 소리도 없이 감겨진 찰나.
여름바다. 겁먹은 여자, 까아만 ...수천 수만 마리의 물 배암이 비를 삼키고, 그렇게 밤바다를 출렁이는 밤. 쏟아지는 폭우에 흠뻑젖은 여자하나. ‘유부남이야.’ 마치 시집을 읽듯 읊조리는 사내 하나. 허나 곧 다급한 듯 ‘사랑하기에 말하지 못했던 거야, 너 알면 떠나버릴까 봐... ’ 검게 그을린 사내의 눈동자...에 대고 비명을 지르는 여자, 허나 소리가 나오질 않고.
모든 것이 흐릿하다 못해 괴괴한 밤. 여기는 어디인 겐가. 옷장이 열린다. 걸린 옷 사이사이를 비집고 불쑥. ‘캬아아’ 짐승. 그 눈에 이는 시퍼런 불똥 두울. ‘캬아아’ 허나 소리가 나오질 않고.
충격질린 눈 위로 쏟아지는 풍경하나. 수줍지만 행복해 보이는데. ‘나 처음...이야.’ 에 감동의 키스를 되돌리는 사내, 쏟아지는 장대비, 사이사이 골목길에 쓰러지는 청춘들.
누운자리 눈가에 이슬방울 떨어진다. 여기가 어디야? 속으로 밭아내는 여자, 에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라. 여자는 그네를 주시한다. 꺼진 불. 쉬고 있는 그네의 감겨진 두 눈. 평화론 잠이라도 자는 것처럼. 감겨진 그네의 안온한 눈들이여. ‘탁’ 돌연 불안한 눈동자로 가위를 집어드는데. ‘싹둑’
‘우수수 머리카락 낙엽처럼 떨어진다.’ ‘휘익’ 가위를 던져버리고 덥썩 얼굴을 감싸쥐는 그네. 뜨거운 오열이 폭팔 하듯 흐르는데. 딱하다는 듯 바라보는 여자, 그네 향해 ‘툭’ 하고 밭아낸다. ‘그땐 너무도 두려웠지. 그저 계속 살아 숨쉰다는 것이... .’ 다시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속, 입 속이 타다못해 갈라진다. 흐릿한 동공, 확대된 검은 동공이 충격으로 메말라가는데.
‘사랑한다.’ 사내의 고통스런 눈동자. ‘독신이잖아, 지금까지 그래왔잖아, 왜 이러는 거야?’ 도리도리, 힘겹게 고개를 내젓는 사내. ‘유부남이야.’ ‘주르르... ’ 수천 수만 마리의 검은 배암의 등줄기 위로 내린다, 비가 내리고. 쏟아지는 장대비... ,휑휑한 지금 이곳...이곳은 사막인가! 고립.
불이 켜진다. 휑휑한 사막... 뜨거운 태양에 각인된 그림자들만이. 말을 하는가.
‘내기를 했어. 둘이서... 내기를 했어.’ 질끈 감긴 두 눈아, 눈을 떠라 눈을 떠.
뜨라니? 마음의 눈. ? 비워야 보이느니.
....... .
떠도는 아귀도 아닌 내게 너의 여동밥 그 무슨 소용 있으랴. 여든대는 네 말소리 걸신이라도 들리면 또 모를까. 목새는 왜 날 향해 오는가. 살아숨쉰 네 목소, 나의 영혼에 여득천금 걸어놓고 사라진다. 하아. 달지마라, 네 마음의 저울. 그리 바짝 매걸어 둔들 내게 그 무슨 희망 있으랴. 속된 것, 희망은 널 속인다... 희망은 또 날 속이지. 내 지친 무덤가에 단 한 송이 국화, 그면 족할 것을... .이젠, 그 아무도 내게, 목소하나 던지질 않는다.
검은 달강 흐르는 밤, 풍덩풍덩 노젖는 애꿎은 추억이여. 사내는 하염없이 검은 물줄기만을 바라보는데. 흘러간다. 새초롬이 떠가는 여자의 얼굴 하나, 흘러흘러 그 모두 어디로 가는 게요. 그 뒤로 남편 얼굴 함께 흘러가는 것을. 그래, 여기서까지 당신들은 하나인 모양이지. 후. ‘덥썩’ 입에 찬 소주를 털어놓고. 후.
열흘 전이었던가. 사내를 찾아왔었다. 남편이라 했었지.
“내 아내요.”
허면 나는 유부녀를 안고 있었단 말인가. 아직도 치를 떨며 돌아우는 마음이라. 책에 꽂힌 갈피처럼 그들 별거에 낀 나.
“당신들을 가로막는 벽이 무엇이요?”
“집사람은 스스로 처녀인줄 알 거요.”
여자는 남편을 모른다? 하아, 하필 기억 상실증이라니.
“그럴 바엔 이혼하는 편이 더 낫지 않소?” 사내는 또 물었다.
“그러기엔 지난날이 너무 마음 아프지.”
“난 결혼을 생각할 만큼 진지하오.”
“기억할 수 있다면, 절대 몰래 사랑할 여잔 아니오.”
“ ....... !”
“당신이 유부남이라면 당신을 사랑할 여자가 아니란 소리요. 양심에 어긋나는 짓은 못하는 성격이니 말이요.” 힘주어 말하는 남편의 얼굴.
순간 나는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반박하지 않고는 못 베길 것만 같은 충동에 휩싸였고. 해서 급기야 그만 내게 금지된 말들을 밭아내 버렸다. 마치 도박이라도 하는 듯 절박한 심정으로.
“좋소, 그럼 내가 유부남이라 해도 여자마음에 변함이 없다면 당신이 물러서시오, 대신 반대라면 내가 물러서겠소.”
“난 집사람을 믿소.” 남편은 이미 굳혀진 믿음이라는 듯 담담하게 밭아낸다.
“그럼 그렇게 하시겠소?”
“...... .그리하지.” 암암리에 사내와 남편이 주고받은 이야기들.
토막토막 조각난 기억의 굴레에서.
물레처럼 돌고도는 암담한 마음이여.
쉬인 맴 한 젓갈 달강 위에 걸었더니.
슬픔이 소스라쳐 슬픔이 되고
안개가 소스라쳐 눈무리 된다.
휘이이휘이이. 티워오는 바아다
미안하다 널 사랑할 수 없다
내리는 찬비에 네가 울고 있어도
미안하다 널 사랑할 수가 없다
눈물을 삼키며 나는 가네
니가 아닌 사랑에도 기댈 수가 없다
니가 아닌 사랑에도 기댈 곳이 없다
쉬인 맴 달강위로 출렁이는 밤.
슬픔은 슬픔으로 지울 수 있어야지.
절망은 절망으로 지울 수 있어야지.
휘이이휘이이. 한차례, 달강엔 비라도 내리려는지... .
검은 달강... .새초롬이 떠가는 여자의 얼굴 하나, 갑자기 여자가 울기 시작하는데. ‘섬찟’
돌연 심장이 콱 찔려오는 듯한 통증, ‘웁... ’사내는 신음을 밭아내고... .알 수 없는 마음, 오늘따라 왜 이리 불길한 마음인지... ‘탁’ 초조한 듯 담배에 불을 지피고는 ‘후’ 그렇게 한 모금 빨아 당긴다. 깊숙이... 불길한 마음 저 깊숙이 까지 담배 연기가 들어가 주길 바라면서, 해서 전화 한 번 못하는 사내의 마음이 진정되길 바라면서. 후... . 폐 속을 누비던 깊은 연기가 허공으로 날려지고. 달강, 둥그레한 달덩이만이 초조한 사내를 비추는 새벽녘. 만월이 무르익어 가는 강변이다.
소낙소낙 소낙비에 힘겨움을 향해 걷다. 천둥비가 불던 날, 고목은 타들어 가고. 쉼터를 잃은 우리들, 이젠 그 어디에 쉬어갈까. 흐르는 노래... ‘마지막 기도 -김경호-’
빈 터. 이곳에 집을 지어야 한다, 희망의 집.
해가 뜨면 나 껍질 주섬 챙겨 입고. 빈 가슴 거리로 차갑게 내모는 걸.
껍질... 밀면 툭 나가떨어질... 부실한 이 껍질을.
벗지도 못하고 오늘도 입는다.
남편의 술잔 속에 옷 벗는 껍질이라. 벗고 나니 참아온 슬픔도 옷을 벗고.
빈 터. 이곳에 집을 지어야 한다, 사랑의 집.
자작 술을 마시는 남편의 눈가, 그에 아른거리는 얼굴, 아내의 젖은 얼굴이 아른거리고. 술에 젖은 남편의 등뒤로 음악이 흐른다. 슬픈... 그러나 아름다운.
‘아름답게 사랑하는 날까지(금지된 사랑Ⅱ) -김경호-’
창가를 적시는 빗줄기들... 여린 마음들이 한 줌 소리도 없이 내리는 밤. 늦여름이 지나가는 한 밤의 길목에서... .
여기는 어디인가? 흐릿한 실루엣... 빙빙 돌던 사물들이 이젠 멈춘 것도 같으련만.
온 몸은 텅 빈 지푸라기만 같고, 무엇인가 ‘쑤우욱’ 빠져나간 것만 같은. 이것, 이것이 살아있는 숨이련 가! 허면 왜 이다지도 공허하단 말이런가.
여자의 검은 동공이 수축되어 있다. 바싹 마른 검은 동공. 허면 아직 살아 있는가! 헌데 왜 이다지도 맥이 없단 말이요. 여자의 퀭한 눈동자 사이로 젖은 물기가 베어나는 밤, 아니 아직 초저녁인가. 그저 만 하루 잠들어있었을 뿐이란 말처럼, 질기기도 질긴 목숨. 하아.
人命在天(인명재천)이라... . 하긴, 죽고 사는 것은 사람의 뜻이 아닌 게지.
실타래 마냥 풀리운 눈동자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그렇게 움켜쥔 손안의 공기 역시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가버려 돌아누운 저녁. 저녁에 여자는 의식을 차린다. 하긴, 어젯밤 여자의 자살기도는 기도일 뿐, 하늘이 허락치 않는 기도였을 뿐.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기 마련이라는 듯, 여자는 갈라진 입 속을 한 움큼 적셔내고. 허나 걷기엔 무리라는 듯, 곧 어지런 낯빛으로 다시 돌아눕는 밤. 아니 저녁. 이마맡으로 난 창 너머로 피빛 노을이 물들어 간다. 방안 가득 노을 타는 내음이 진동하는 이 저녁에.
‘어기적어기적’ 기는가 싶더니 앉고, 앉는가 싶더니 부스스 일어나는 여자. 여자의 걸음이 문 밖을 향하는데. 간다. 여자가 걸어 어디론가 나아간다. 종잇장처럼 날릴 듯한 설핏한 몸짓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에 미풍이 실리운다.
늘 네 번을 접었다, 늘 네 번을 죽었으므로.
그 잊음 버리려, 찬물마저 불사른 채.
네 번을 접었다, 늘 네 번을 죽었으므로.
죽지도 못한 채 죽은 채 널려있기.
진공관에 전시된 자, 죽임마저 도난된 자.
난도질은 교묘히 맥박을 빗겨간다.
끊지도 못한 채 끊긴 채 널려있기.
웅성대는 뭇 시선에 파헤침을 당한 자.
늘 네 번을 접었다, 늘 네 번을 죽었으므로.
바다가 눈앞이다. 노을 타는 부신 바다, 부신 갈매기가 바로 눈앞인데. 우뚝. 멈춰선 걸음. 갈 수가 없겠지, 안식 깃든 바다 속, 이 물의 안식 속으로는. 하늘을 우러르니 노을이 쏟아지고. 바다를 우러르니 파도가 출렁이는 것을. 갈 수가 없겠지, 안식의 문 속으론.
人命在天(인명재천)이라 하지 않았던가! 퀭한 그늘에 여자의 안색이 파리하다. 사는 것은 다 인연법이라는데! 사내와의 인연은 여기까지이란 말인가. 스치는 인연에도 도우주만한 진리가 있다하거늘. 그 또한 사람소관 밖의 일이란 말이더뇨. 여자의 시야 속으로 뭉게구름이 잡힌다. ... 끼룩끼룩 갈매기 노을내음에 물들어가고. 여자의 몸 섶으로 노을 빛이 기우는 곳.
말없는 바다 앞에 말없는 여자라. 노을을 바라보다, 실존의 부피를 가늠키라도 할듯. 그렇게 여자의 몸도 부는 바람에 하늘거린다. ‘비틀’ 찰나적으로 허공에 부웅 뜨는 여자, 고꾸라지는 찰나 덥썩 잡는 손 하나.
“괜...찮...아...요.” 그건 무게 중심을 잃어버리면서도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 여자의 말.
“불편한 모양인데, 데려다 줄게요.” 성큼 익숙하다는 듯 여자를 안는 남자. 걷는다.
“어느 방향이죠?” 붉혀진 낯빛.
“내려줘요, 걸을 수 있어요.” 어느덧 해안을 벗어나는 남자.
“어느 방향이죠?” 마지못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허나 이미 남자의 발길은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가고 있던 터.
“여기예요.” 하는데 열려진 문을 열고 성큼. 그러곤 여자를 내려놓는 남자.
“쉬어요.” 남자가 돌아선다. 돌연
“저어” 하는 여자, 돌아서다 말고 여자에게 시선을 준다, 무슨 말이 남았냐는 듯.
“고마워요.” 남자는 끄덕 고갯짓만 하곤 문을 나선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만남. 붉혀진 낯빛이 커튼을 젖히고, 그렇게 창 너머로 햇살이 비취는 방.
저녁햇살이 제법 따스하기라도 한 양 여자는 선잠 속으로 빠져든다. 남자는 그제야 돌아선다, 붉혀진 낯빛이 커튼을 젖히는 것을 바라보고서야. 오후 6시의 하늬바람이 남자의 뒷모습을 비추고, 남자는 아니 남편은 그렇게 그의 세계로 돌아간다.
“이젠 그만 말씀하시지요.” 창문 너머론 어느덧 소슬바람 한 점만이.
“혹시 집안 내력에 위암을 앓던 분이라도 계셨었는지... .” 밀폐된 공간 속에라도 있는 양 갑갑한 표정의 노의사.
“...... .” 허나 사내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저 담담하기만 한데. 외려 노의사의 안색이 더 초조해 보인다, 하긴 말없는 환자에게 말을 꺼내기가 어디 쉽긴 하겠는가.
“그간 고통이 심했을 터인데... 왜 진작 진찰을 받지 않았는지... 안타깝소, 젊은이. 너무 늦었네.”
“시간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딱하다는 듯한 노의사를 향한 사내의 건조한 음성만이 울리고.
“한 두 달 정도... .안타깝지만 나로선 손 쓸 재간이 없네.”
사내의 야윈 턱선이 가까운 죽음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해쓱하다. 진찰실의 창문을 노크하듯 두드리는 것, 그건 바람일지니. 가을이로구나! 빈 거리로 나서는 사내의 등 너머로... 분다, 소슬바람 한 점만이. 휘날리듯 부는 것을.
나부낀다, 정처 잃은 마음 한 점 휘청이다 방황하고.
나부낀다, 발길 잃은 사랑 한 점 휘청이다 쓰러진다.
울긋불긋 어지러이 피어나는 단풍잎아. 분단장 곱게하고 누굴그리 기다리누.
추분지나 동지되도 네 님 오지 아니하면, 적적한 서역길에 길동무나 되오주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 ......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누군지 말을 하” ‘철컥’ 그에 멍하니 수화기를 들고있는 여자, ‘뚜우뚜우 뚜...’ 소리에 그제야 ‘철컥’ 수화기를 내린 여자.
‘그...일까? 그? 아냐, 그럴 리가. 그가 왜. 날 붙잡지도 않는 남자, 돌아가야 할 여자가 있다는 남자... 연락 한 통 없는 사람... 그가 왜, 아냐, 그럴 리가... .’ 설레설레 고개를 가로 저어 본다. 은연중, 완강히 거부하듯 고개를 젖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처럼. 허다 ‘톡’ 떨군 고개라, 그 눈가가 젖어든다.
離愁(이수)에 젖은 여자의 등뒤로 노래가 흐르는데. ‘이수 -김경호-’
자욱한 안개, 둥그레안 해안선마저 노곤한 기지개를 펴고. 아침, 길 건너 여염집 사이사이론 구수한 내음 퍼지는데. 허면 바다. 님은 밤새 안녕치도 못한 모양이구려, 이 흐린 낯빛이라니. 드문드문 인적이 해안으로 걸음 떼고. 인적이 드문 아침, 해안가를 걷는 여자라... .
여자의 시야 속으로 떨어지는 실루엣. 점점이 가까스로 또렷해져오는 것은... 사람? 걸어오는 남자. 아니 그 남자잖아! 두 걸음 사이로 마주치는 시선. 사뭇 의외라는 듯 걸음, 멈추어선 걸음 두울.
“오랜만이군요. 산책하기 좋은 날씨는 아니죠.” 남자의 인사.
“그러네요, 하지만 안개 낀 이팝나무가 왠지 끌려서... .”
“...... .” 남자의 시선이 여자를 향한다, 남은 말을 마저 하라는 듯.
“저기 지평선 너머로 산이 있죠, 거기에 있어요.”
“이팝나무 말인가요?”
“네, 안개 젖은 이팝나무 말이에요.” 여자는, 흰 꽃 피는 늦봄에 보라 빛 열매 익는 가을...에서 왠지.
“슬퍼 보여요,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못하는 것들은.” 여자는 바다 건너 가늠할 수 없는 거리에 눈을 감는다.
“베일 두른 이들은 슬퍼 보이죠.”
“슬픈 일들도 인연일까요!” 안개 너머로 보일 듯 보일 듯 사내의 얼굴이 아른거리는데.
“...... !” 남자의, 아니 남편의 얼굴이 그늘져간다. 안개에 그늘진 표정은 역시 또 읽기가 힘이든 겐가. 가을이 무르익는 해변, 자욱한 안개엔 파랑이는 물결 소리만이. 흘러내린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릉.’
목소리... 목소리만... 하던, 사내의 전화가 벌써 열 통 째이건만.
묵묵부답. 여자는 부재중인 모양이다. ‘철컥’ 그렇게 전화기를 내리는 사내. 가슴팍이 아려온다.
이제 완연한 가을...견디다 못해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이여.
단풍닢네 고운 눈에 슬픈 이슬 맺히는가. 늦가을... ,완만한 발길모두 낙엽뿐인 공허로다.
사내는 지리산 한 자락을 타고 있다. 전북, 전남, 경남의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이렇게 3도5군의 길디긴 줄기를 타려 맘이라도 먹은 겐가. 1967년 12월 29일 우리 나라 최초, 최대의 국립공원인 지리산을 향해... 사내는 첫 걸음을 뗀다. 맑은 계곡 청초롬한 늦가을의 산청에서... .십리길이라 했던가. 피골에 상접한 왠 사내 하나가 불쑥. 마른 봇짐 걸머쥔등, 불쑥. 계곡 구석구석을 불쑥불쑥 파고든다. 십리길이라 했던가. 사내는 걷는다.
울긋불긋 눈물시린 단풍등을 눈에밟고. 걷는 사내,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 사내 하나.
‘대원사라 하였었지.’ 허나 이젠 며칠 전부터 곡기조차 받아 주도 않는 사내의 위, 벌레 먹은 위로 인해 비틀리는 발걸음들. 벌써 이틀째로구나. 쪽빛 하늘에 대고 비지땀을 흘리는 건, 쉬도 않고 걸어가는 사내의 몸일지니.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렇게 비척비척 앞만 보며 나아간다.
수도 없이 지난 계곡, 굽이굽이 물줄기에 목마름도 잊었는지 앞만 보며 나아가던.
사내. ‘여긴가!’ 그제야 멈춰선 사내, 그의 시야 속으로 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한들한들 나부끼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절 밖으로 은은한 풍경소릴 그려낸다.
한 치의 미동도 없던 사내의 걸음이 법당을 향하고. 느긋느긋 걸음 떼는 사내의 시야 속으론, 아담하지만 소박한 시골의 정취가 쏟아지는 날. 사내는 법당에서 사념으로 빠져든다.
우수수 어디선가 찬바람이 불어온다.
여자의 방, 누운자리 이부자리, 이부자리 머리맡에. 누구? 당신? 눈을 뜨려하나 감긴 눈은 꼼짝도 않고. 누군가 이마맡에 손을 올린다. 당신? 눈을 뜨려하나 감긴 눈은 꼼짝도 않고. 누군가? 가까스로 눈떠보나 흐릿한 윤곽이라... .서 있는 그림자, 등을 돌려 나가고. 여자, 안타까이 불러보나 말이 없는 저 그림자. 누군가?
‘퍼뜩’ 눈을 뜨니 아침이다. 허나 애닮은 그리움은 남는 법이어서... 꿈일망정 신경이 쓰이기는 어이할 수 없는 노릇. 간밤 꿈 탓이런가. 오늘따라 유난히 사람이 그립다.
써늘한 바람, 피부를 타고 폐 속을 누비다. ‘덜컹 덜컹’ 몸살 앓듯 곯을 앓는 창살이여.
골목 한 모퉁이로 센바람 줄행랑을 놓고, 바람. 그건 겨울바람.
우편함을 다녀오는 여자, 여자의 왼 손엔 우편물이 들려있다. 순모 스웨터 차림에도 추운 낯빛의 여자, 여자는 방안에서 우편물을 뜯는다.
‘이 사람을 아시면 연락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전화번호라니.
...... ! 이건? 하며 여자는 접혀진 하얀 종이를 푼다. 질감으론 종잇장 같은데... .뭘까? 생뚱한 표정의 여자, 허나 곧 ....... ! 사진. 그 속엔 사내가 웃고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행복한 표정으로. 말을 잃는 여자. 이 바람이 실어증에라도 걸린 모양, 갑자기 잠잠하다.
차창 밖의 풍경이 소복하다. 소복이 내려앉은 白雪(백설)마냥. 가을... 계절이 바뀌기 전, 여자의 전화에 사내는 묵묵부답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 .그것이 사내의 길지 않은 대답이었을 뿐. 그리고 사내는 거처를 옮겼나보다, 그렇게 연락두절. 사내는 그리 매정히 떠나간 것이 아니었던가. 이제 와서 이제 와서 사진이라니... .
그래, 잊어주마, 내 정녕 지난 시간들 그 모두 잊어주리라... 다짐하고 다짐하던 여자가 아니었던가.
차창 밖으로 눈이 흩내리다. 설핏설핏 둥지에도 한 움큼씩 흩내리다.
이제 와서 이제 와서 연락이라니... . 여자는 눈을 감는다.
‘사진을 받았습니다만, 무슨 뜻이지요?’
‘꼭 한 번 만나야 한답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오면 안되겠습니까?’
‘...... .’
‘많이 아픕니다,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어렵겠지만 그 쪽에서 와 주면 안되겠습니까?’
사방으로 눈발이 갈라진다. 몰아치는 바람소리 눈감아도 들리는데.
눈을 뜬 여자, 여자의 눈빛이 갈라진다. 차창 밖으로 백설이 소복하다.
이제 와서 이제 와서 어이 갈 수 있으리요.
허나 여자는 어디론가 가고 있다. 눈발이 휘날리는 한 겨울 바람 섶에.
“이건... .” 하늘가로 눈발이 휘날린다.
“녀석이 늘 가지고 다니던 겁니다. 늘 혼자서... .”
“혼자서... .” 형은 여자의 손에 사진을 쥐어준다, 여자가 웃고 있는 모습이라, 거기도 겨울인 것을. 눈시울이 붉혀진 여자.
“보고 싶을 적마다 늘 혼자였던 겁니다.”
형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여자를 바라보는데. 여자, 시선을 돌린다.
“녀석은 지금도 혼자지요.” 순간 돌려진 시선이 형을 향하고.
“그럼 저 때문에 두 사람 사이가... 죄송해요!” 하는데 형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미안하다...했소, 속여서. 늘 그게 마음에 걸린다고.”
“...... ! 무슨... .”
“녀석은 ...... 독신이오.” 못내 힘겹다는 듯 밭아내는 형, 순간 여자의 안색이 창백한데!
“이유가 궁금할 거요. 녀석이 힘들어하던.”
“아뇨, 난. ...그에게 듣고 싶어요.” 그렇게 밭아내는 여자의 음성이 떨려오고.
돌연 형의 낯빛도 굳어지는데.
“만나게 해 주세요.” 가느다란 눈발에 가늘게 떨려오는 입술 한 닢.
“그건... .지금은 곤란합니다.”
“그러지 말아요, 우린 만나야 돼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절박한 눈동자.
“후회하게 될 거요.”
“그렇게 심한 가요?” 굳어진 낯빛이 끄덕이는 고갯짓이라.
“그럼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 줘요.” 간곡히 말하는 간절한 두 눈동자.
“후회하게 될 지도.”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 .” 일순, 형은 질끈 눈을 감는가, 싶더니 등을 돌린다.
걷는 걸음, 그 걸음을 여자도 쫓아가고. 비척대는 두 걸음에 눈발이 흩날린다. 형은 뒷산으로 향해 가고, 그렇게 산청자락에도 눈이 내리는데. 앙상한 뒷산. 걸음을 쫓는 여자의 눈동자가 불안으로 떨리는 찰나. ‘우뚝’ 얼음장 마냥 얼어붙은 발목이여. ‘우우웁’ 얼굴을 감싸쥔 채 터트리는 오열 한줌. 어깰 감싸오는 형의 가슴으로 여자가 무너져 내린다.
‘빈 터. 이곳에 무덤을 만들어야 한다, 나의 무덤.’
風神(풍신)이 내는 소리련가.
‘탕 탕 탕’ 귓가에 울리는 총성, 그건 그저 風神(풍신)의 울음소리. 슬픈 눈물을 따라 흘러내리고, 그에 흐르는 노래.
‘슬픈 영혼의 아리아 -김경호-’
눈발이 흩날리는 그 어느 겨울날에...... .
사방이 캄캄한 여기는 어디인가. 우우우 우우우 바람이 우는 언덕. 이름 모를 풀꽃들이 아름드리 춤추는데. ‘선물’ ‘나 주는 거니?’ 하는데 조그만 눈망울이 끄덕인다, 꺾여진 들꽃 한 닢. ‘꽃 좋아하니?’ ‘끄덕’ ‘이렇게 꺾으면 꽃이 울어.’ ‘눈도 없는데 울어?’ ‘눈이 아닌 마음으로 우는 거야.’ ‘왜?’ ‘아프니까... 그리고 슬프니까... .’ ‘끄덕’ ‘좋아하면 꺾지만 사랑하면 물을 주거든.’ ‘사랑?’ ‘응, 사랑하면 슬프게 하지 않는 거란다.’ 깜빡이는 작은 두 눈망울, 어디론가 뛰어가는가, 다시 뛰어오는데. ‘뭐니?’ ‘꽃이 죽었잖아, 묻어줘야지.’ 조그만 두 손엔 꺾여진 들꽃들만이... . ‘그럼 우리, 슬프지 않게 묻어줄까?’ ‘끄덕끄덕’ 바람 부는 언덕에 무덤을 집 짓는다. 사방이 캄캄한 여기는 어디인가. 우우우 우우우 기억이 우는 언덕.
여자는 감은 눈을 뜬다. 질끈 머리가 아파 오고.
눈앞에 펼쳐지는 망막한 바다 앞에서. 질끈.
어디선가 떠오르는 머릿속 영상들이. 그건 유년? 질끈.
여자는 다시금 눈을 감는다.
‘약간 팽팽하다 싶을 정도의 감으로 줄을 잡고, 기다려... 기다리다 톡, 톡, 느낌이 올 때 쑤욱. 이렇게 당기면. 봐, 잡히잖아. 한 번 해볼래?’ 강변... 등 푸른 물내음 그득한 그곳에서...입맞추는 여자... .여자의 입가로 옅은 미소가 머금어지고.
휘날리는 눈보라 차창을 때리던 날. 사방이 희미한... 그 어느 산자락에서.
‘미안...해요. 내가 또 쓰러진 건지.’ ‘괜찮아요, 아직 더 누워 있어야돼요.’ 형? ....... ! 애써 눈물을 삼키는 형의 등줄기에 대고. ‘아빠, 삼촌은 왜 없어?’ ‘...... .’ 죽은 듯 말이 없는 방안의 침묵들에, 긴장한 듯 서걱대는 방안엔 절망만이. 네살박이 꼬마의 멋모르는 노랫소리만이. 덥썩. 얼굴을 감싸쥐는 여자의 손이 뻣뻣해진다.
사내의 방인가. 단아한 차림의 방 한 켠으로 걸리운 사진이라, 사내? 여자는 사내의 손때가 묻은 레코드를 집는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
‘사랑한 후에 --전인권・허성욱 ≪머리에 꽃을≫-’
‘녀석이 유독 자주 듣던 노래였죠... .’
‘마지막 부탁이에요.’ 형은 말하라는 듯 여자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기찻길을 보고 싶어요.’ 형은 무슨 생각인지 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텅 빈 철 길 위로 마른 겨울 바람만이 서걱대는데. 그들의 머리 위로 白雪(백설)이 소복한 날. 어설픈 땅거미가 어설피 내리는데. 철길을 걷는 그들. 주섬주섬 옷을 입듯 주섬주섬 운을 띄우는데. 형.
‘녀석의 마지막 바램이 무엇인지 압니까?’ 형의 시선이 먼 산너머로 내려앉는다.
‘당신 얼굴 한 번 보는 것.’ ‘...... .’
‘녀석의 마지막 바램이 무엇인지 압니까?’ ‘...... .’
‘그 누구보다 행복한 당신으로 사는 것.’
‘녀석이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말이 무엇인지 압니까?’
‘남겨진 사람들이 행복하길 원한다... ,산 사람이라도 잘 살아주는 것이 먼저 가는 사람을 위하는 일이다...였습니다.’ ‘ ...... .’
‘기운내야 합니다, 마음 아프지만, 그 녀석 마지막 소원입니다.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한단 말입니다!’ 형은 한 마디 대꾸도 않는 여자를, 마치 죽으러 나가는 사람 보듯 쏘아본다.
‘말해봐요. 그 녀석 소원 잊지 않겠다고.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 그 녀석 원대로 해주겠다고 말해보란 말입니다.’ 형은 대꾸 없이 흔들리는 여자의 어깨를 흔든다, 실명한 땅거미가 짙게 내리는 지도 모르는 채로.
‘설핏’ 그렇게 눈을 뜨는 여자. 암울한 동공 속에 푸른 바다 쏟아지고.
끼룩끼룩 갈매기 떼 보금자리 찾아갈 제. ‘우웁... ’눈물을 삼켜 우는 여자.
수심 깊은 눈동자에 말 못하는 고통이라.
하늘한번 쳐다보니 둥실구름 흘러가고, 바다한번 쳐다보니 푸른파도 노젖는데,
토막토막 기억들 추억으로 집짓는곳, 희로애락 생로병사 돌고도는 인생 길에
나는야 어디에서 이 한 몸 추스릴까, 희로애락 생로병사 돌고도는 인연 길에
강물은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 이 한 몸도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
성명 : 김 지 영
성별 : 여
연령 : 24세
주소 : 경상남도 마산시 합포구 산호2동 387-10번지 1/1 (631-482)
이메일 주소 : kissmyredlips@hanmail.net
전화번호 : 055. 222. 7936 / 055. 223. 7958. / 016. 849. 5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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