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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배-시(200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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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293회 작성일 04-11-15 22:03

본문

기다려 본 사람은 다 안다. /

시야 건너 벤치에
한 여자
남모르게 종탑을 훔쳐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리라
보고 또 보는 침 마르는 고갯짓
저러다 秒針(초침)이 되고 말겠지
그러면 저 여자 범람하고 말텐데

12시가 되어 종소리는 울려
제 살을 쪼개는 하염없는 울림
유리구두는 깨어지고
더 이상 마법은 없어
내 기다리는 사람도 오지 않아

기다려본 사람은 다 안다.
시간도 때론 가뭄이 진다는 걸

















닻 /

한때는
저 크고 넓은 바다 위
끝도 없을 것 같은 먼 곳에서
생을 수확하는 철선의 동반자였으나
바다의 여정이 끝나버리면
모든 것은 진공, 나는
지친 두 팔로 개펄을 끌어안았다.

더 이상의 항해는 없다는 마도로스의 긴
여운을 곱씹으며
바다로 돌아가는 비단무늬 속살조개를 불러
노을 저 너머의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도
대답이 없다.
긴 눈물로 급하게도 달아나 버린다.
밤새도록 불러보는 별과 달도
검버섯 가득한 내 거죽보곤 저 산 너머로
도망쳐버린다.

개펄에 버려지기 전
그 많았던 향수
개펄에 버려진 후 알게 되었다.
이곳이 내 무덤이라는 것을

간간이 고갯짓해주는 갈매기 업고는  
영원일지도 모르는 조형물의 숙명처럼

오늘도
산화의 각혈을 토해내며
점점 더 깊이 박혀든다.




지난 일기를 회상하다가 /

끝끝내  잇지 못한 한 마디의 말
또박또박 적어낸 시간 틈에서
사연은 그래도 날 잊지 않고
무던히도 버티어 주었다.

양피지 덧대어진 일기장을 펼치면.
앓음이 넘쳐
찢고 또 찢어버린 상흔의 빈 페이지에
보여주지 못한 한 줄의 고백과
결국 머금고 만 부끄러운 진심
영원히 간직하리라 던  입 속의 맹세는
나조차 부끄러워
진심 같은 거짓의 말 되어
촘촘히 상흔으로 여백을 채우고 있다.

돌아보면 덧없음 그러나, 여전히 슬픔

나는 또 일기를 쓸 테고
또 그만큼 찢고 말겠지
어쩌면 지금처럼 펼치고만 말겠지











스토리 텔러(storyteller)
*만담가, (단편소설)작가, 이야기꾼, 거짓말쟁이

길지 않아
난 항상 가장 가파른 길을 오르면서
헐떡이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했어
절대로 멈출 순 없어
그만 주저앉아 버리니깐

깊지도 않아
언제나 비상구는 열려있어야 하고
난 너보다 한 걸음은 뒤로 물러나 있어
반 만, 한 발만 디뎌야 해
너무 많은 걸 내게 묻지마
진심은 나조차 알 수 없으니

슬프지 않아
늘 혼자였는 걸
외롭지도 않아
내가 먼저 손을 거두었으니

넌 어제처럼 내 이름을 불러 줘
난 오늘도 짧은 거짓의 진실만
고백할 테니










비껴 쏜 화살 /

붉은
원형의 과녁
쏜살같이 달려 너를 맞힐까

텅 -

외마디 비명으로 넌 울고
난 꽂히지 않을 줄 알면서
또 달리고 말아

때론 버거울 지 몰라
발악같이 달려도 그 어디 쯤에
네 시선  닿지 않는 곳에 떨어질지도 몰라
시위도 알아버린 내 손의, 팔의
천식 같은 시누대

넌 여전히 붉은 갈증으로
꿰뚫어 달라 애원하지만
나는 알아. 그것이 이별을 위한 너의 면죄부임을
네 귀퉁이 순백의 과녁
거기를 또 맞히고 말아.











외줄 타기 /

저 아래가 땅이건만
어름잡이 버선 코 허공 길을 걸어
부러 내민 휘청 걸음에
사위는 떨어도
외줄은 悲鳴도 없어    
바닥이 어지러워 하늘만 우러르다
재 너머로 가는 새 날갯짓에
맘 얹어 따르려니
하늘에도 끝은 있어
차마 놓지 못하는 것은

내 속에서 외줄 타는
또 하나의
<어름잡이>


















달팽이 /


네게로 가는 길에
잠시 뜸을 들인다 해도
내 마음은 여전히 걷고 있었다.
어제 떠난 걸음이 아직도 여기이니
나 잊는다는 것을
너무 미안해 하지만은 말았으면


집을 지고 있는 것은
바람이 일러주는 이별의 말에
길게 빼 내었던 목 거두기 위함이었다.
집 속에 숨어든 나를 깨우는 건
결국
빗소리였다


나는
부름에 목을 내밀고
그에게로 걸어간다.
그리움에 지칠
그에게










짐 /

귀밑에도 새치는 돋아
저 만치서 발 디디는 겨울 전날에
죽을 날 되면 짐이 될까
나 보다 더 오래 살라며 멀리 사라진다더니
풀지 못할 허함 두고 재 너머로 떠나버렸네.

누가 남고 누가 떠나든 끝끝내 잊을 수 없는 것은
곱던 네 손에 끼워준 가락지만은 아닌가보다.

일어설 기운 없어 찾기도 버거운데, 명일 날
나설 때까지 이 짐 어찌 지고 있을까
기다리는 내내
네 짐은 또 얼마나 무거울까



















茶房에서 내려다 본 /

흐드러지게도 눈은 내려 지척도 없는
별세계-
턱 괸 창 아래 설핏 잠든 아이의
새잎 같은 발
엄마 등에 매달려 그네를 탄다.

시래기며 말린 나물에도 눈이 내리고
엄마는 종일토록 쭈그려 앉아
아이 볼에 내린 눈을 종일같이 걷는다.
이 계절이 저물기만
재 너머에 애기 잎이 돋아나기를

오늘은 시래기 국 끓여 내 낯을 식혀야지
국 끓이고도 남으면
빻아 차라도 만들어야지

고맙다, 저 마른 손이
시래기 차를 파는 것이














바다에 가고싶다.

째깍 째깍...
여명과 함께 나는 눈을 뜬다.
건조한 울음이 역겨워
가장 좋은 음색을 갖고있는
휴대전화를 알람으로 대체했건만
결국엔 기계음이라
언젠가는
깨뜨려버리고 말겠다는 생각뿐이다.

전쟁터로 나서야하건만
속이 허하다.
이미 익숙해진 기아와 아침의 나른함..
나의 수족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쉼 없는 바퀴 굴림에
윤활유를 아무리 칠한다해도
적당을 넘어선 마모 탓에
이젠 닳아 없어지지도 못한다.
삐걱거리기만 할 뿐...

나의 시선은 고정되어있다.
서슬 시퍼런 노여움과
결코 긴장되지 못하는 열 손가락의
춤사위.
그러다가,
멈추어 버렸다.
뇌가 거부하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 음이 점점 커진다.
호흡이 가빠지고,
한 곳의 여백도 인정하지 못할
수많은 혈관들이 부풀어오른다.

이마에서 한 방울의 땀이 만들어진다.
깊게 패인 주름을 벗어나
콧등을 타고
인중을,
입술에 닿은 자극적인 나를
혀끝으로 맛본다.
짠 내가 난다.
파도소리
뱃고동 소리
갈매기의 울음 울음이 들린다.

아...
바다에 가고 싶다.


























비는 아직도 내린다.

맥놓은 철창 살에도
빗방울은 떨어진다지만
머금은 습기
토해낼 줄 모르는



고개 들어도
벽만 보인다.

비는 아직도 내린다.
























술을 마시다가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하나씩의 비밀을 갖게되었다.
숨길수도 없는 그 비밀은
자기도 알지 못해 두려워하다가
마시는 한 잔 술에
주정으로 흘려버린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하나씩의 슬픔을 갖게되었다.
버려야 하는 그 슬픔을 차마 놓아주지도 못하고서
비틀대는 몸짓 속에
더 깊이 숨겨버린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저마다의 그리움을
감싸줄 그리운 이를 찾는다.
그리운 이의 그리움은
내버리라 말하며


성명 : 한점배
성별 : 남
연령 : 32세(1973년)
주소 : 인천광역시 남구 주안4동 1471-31 동화빌라 A-302호
       guier1@5425.com / samanhan@gmail.com
전화번호 : 011-9127-7506(032-428-7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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