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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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시(200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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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고목
- 제주민속마을 성읍리에서 -
막골 일관헌 앞
오랜 고목의 나뭇결이
주름살 깊게 패인
장터 할머니의 얼굴과 맞닿아 있고
나뭇잎 떨군 채
마른 몸 그대로 서 있는 고목의 둥치가
저승꽃 남 몰래 간직한
공터 할아버지의 손등 고랑처럼 깊다
하지만
켜켜이 쌓인 시간을 바탕으로
지남을 안았으되
끊임없이 오늘과 대화하는
당신이
안겨주신 소중한 삶에
묵묵히 교차하는 부끄러움
신호등
꿩처럼
제 몸을 숨긴 채
서로의 눈만 한 곳에 응시하고 서 있다
언제는
빛으로
언제는
소리로
언제는
떨어지는 역삼각형의 무게로
가을 운동회
달리기 시작 종소리에
발을 내딛는 것처럼
그냥 물결처럼 살아가는 게
낡은 건전지 양극에서
오는 알싸한 두려움의 전율로
혀끝으로만 남아
미처 감추지 못한 어색함의 흔적만
뒤로 한 채
서로의 어깨만 부딪치며 등으로 걷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
칼바람 부는 땅 끝 섬
안개에 묻힌 오름
비오는 바닷가
언제나 그 자리에
나는 없고
춥고 배고픈 가슴만이 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
그 너머의 시간,
바다는
그저 자기 모습만 보여 주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바다를 본다
흑백 사진
- Kodak gray card
여름날 백사장을
카메라에 넣다
회색의 바닷가만이 인화지에 남다
겨울철 하얀 설원을
렌즈에 담다
잿빛의 설경만이 상으로 드러나다
백지 위에
무언가를 토해내며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다
유색의 바탕 위에
혼란의 껍질만
하얗게 둥둥 떠다니다
끈에 묶인 존재 -
눈물겹도록 아픈 외침을 풀었다
사진 촬영
작은 뷰파인더 속에
내가 찍고 싶어하는
오름도 있고, 바다도 있고,
빛이 새는 하늘도 있는데
사람은 없네.
해를 맞는 사람은
새하얀 인화지 속에 멀거니 서 있기만 하고
우리들은 이 속 사람을 사람이라 하지만
알속 없는 사람일 뿐,
해가 어깨에 걸리면
스스로의 모습과 명암이 나타나
멈추었던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데
해를 등진 사람은
검은 테를 두른 실루엣만 남기고
제 모습을 감추지만
조리개를 좀더
열면
마음을 빼앗길까
조금씩 드러내
어두움과 밝음을 그대로
내 보이네.
그리곤 사람이 되네.
詩 내림
아버지가 된 것을
맨 처음 후회했다.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할 말을 다하는 것보다
숨겨놓은 그 일을 내뱉고
엉엉 울고 싶었다.
밤은 한낮에도 있었지만
술 한 잔 없는 인생에
푸짐한 안주거리로나마
詩를 내리고 싶다.
원담과 태왁
먼 바다 고기떼
한 길 물 속도 모르고
육지의 맛을 찾아
멋모르고 몰려들지만
물 빠진
돌 그물 원담 제주도에서, 살짝 만을 이루는 곳에 돌담을 축조해 놓고 밀물따라 몰려든 고기떼들이 썰물이 나면 그 안에 갇히어 쉽게 잡을 수 있게 만든 돌그물로 원이라고도 함.
안을 돌면서
살던 집
그리는구나.
저 먼 바다
물 속 돌 섬이 그리워
태왁 제주도 해녀들이 바다 작업을 할 때 몸을 의지하고 채취물을 띄울 수 있게 하는 박으로 만든 용기.
에 몸을 맡겨
호이 호이
가뿐 숨 몰아쉬며
이어도 찾아 떠나가는
어진이 어멍,
할망은 원담 안에서
옆으로 누워 퍼득이는 고기를
망사리 제주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그물망으로 태왁에 걸려 있음.
에 주워 담으며
하루방
괴기죽 걱정 없지만
먼 길 떠난 애기 어멍
기다려
솟대 위에 떨어지는 해를
막는구나.
오늘따라
아가의 눈동자는
폴라리스 만큼이나 빛났다.
인식에 대한 명상 하나
멀리 있는 물은 물결치지 않으며
먼 산은 나무가 없다
까마귀는
모든 새가 자기처럼 검은 줄 믿고
머리로만
보는 것은 우리들이다
한 줌의 떨림 - 그 순간
어둠과 밝음의 교차는
찰나
스위치 하나로 나눌 수 있는 잔인한
순간,
이게 변화인가?
이 밤에도
지독한 마음을 설득시키려
깃 올린 외투에
너덜거리던 실밥을
뜯어내면서
겨울의 사잇길을 뚫고
질주하는 새벽을 걸어다닌다
한 줌의 떨림 -
하늘을 찌르는 뾰족한 피뢰침에
비울 수 있는
삶의 묵상들이
조용히 빨리어 간다
가을 잔상
시월의 볕은
익는 향기가 배어 있어
그 바람결에
가을이 묻어 온다
해를 안고 가는 해거름의 멀어진 하늘은
낡은 싸리비로 쓸어낸 듯
이내가 무겁게 깔려
달처럼 부옇게 떠 있다
또 다른 하늘에
떠오르는 열 나흘
달 곁에
바싹 별이 따르겠지
이 름 ; 안 상 근(남)
직 업 ; 고등학교 교사(48세)
활 동 ; 한국언어문학회 회원
주 소 ; (690-012)제주도 제주시 일도2동 47번지 삼주 아파트 103동 206호
연락처 ; (699-814)제주도 남제주군 표선면 표선리 1804번지 표선상업고등학교
e-mail ; anava07@hitel.net
전화번호; 064) 757-2764
011-9366-2764
064) 787-2713(직장)
- 제주민속마을 성읍리에서 -
막골 일관헌 앞
오랜 고목의 나뭇결이
주름살 깊게 패인
장터 할머니의 얼굴과 맞닿아 있고
나뭇잎 떨군 채
마른 몸 그대로 서 있는 고목의 둥치가
저승꽃 남 몰래 간직한
공터 할아버지의 손등 고랑처럼 깊다
하지만
켜켜이 쌓인 시간을 바탕으로
지남을 안았으되
끊임없이 오늘과 대화하는
당신이
안겨주신 소중한 삶에
묵묵히 교차하는 부끄러움
신호등
꿩처럼
제 몸을 숨긴 채
서로의 눈만 한 곳에 응시하고 서 있다
언제는
빛으로
언제는
소리로
언제는
떨어지는 역삼각형의 무게로
가을 운동회
달리기 시작 종소리에
발을 내딛는 것처럼
그냥 물결처럼 살아가는 게
낡은 건전지 양극에서
오는 알싸한 두려움의 전율로
혀끝으로만 남아
미처 감추지 못한 어색함의 흔적만
뒤로 한 채
서로의 어깨만 부딪치며 등으로 걷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
칼바람 부는 땅 끝 섬
안개에 묻힌 오름
비오는 바닷가
언제나 그 자리에
나는 없고
춥고 배고픈 가슴만이 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
그 너머의 시간,
바다는
그저 자기 모습만 보여 주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바다를 본다
흑백 사진
- Kodak gray card
여름날 백사장을
카메라에 넣다
회색의 바닷가만이 인화지에 남다
겨울철 하얀 설원을
렌즈에 담다
잿빛의 설경만이 상으로 드러나다
백지 위에
무언가를 토해내며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다
유색의 바탕 위에
혼란의 껍질만
하얗게 둥둥 떠다니다
끈에 묶인 존재 -
눈물겹도록 아픈 외침을 풀었다
사진 촬영
작은 뷰파인더 속에
내가 찍고 싶어하는
오름도 있고, 바다도 있고,
빛이 새는 하늘도 있는데
사람은 없네.
해를 맞는 사람은
새하얀 인화지 속에 멀거니 서 있기만 하고
우리들은 이 속 사람을 사람이라 하지만
알속 없는 사람일 뿐,
해가 어깨에 걸리면
스스로의 모습과 명암이 나타나
멈추었던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데
해를 등진 사람은
검은 테를 두른 실루엣만 남기고
제 모습을 감추지만
조리개를 좀더
열면
마음을 빼앗길까
조금씩 드러내
어두움과 밝음을 그대로
내 보이네.
그리곤 사람이 되네.
詩 내림
아버지가 된 것을
맨 처음 후회했다.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할 말을 다하는 것보다
숨겨놓은 그 일을 내뱉고
엉엉 울고 싶었다.
밤은 한낮에도 있었지만
술 한 잔 없는 인생에
푸짐한 안주거리로나마
詩를 내리고 싶다.
원담과 태왁
먼 바다 고기떼
한 길 물 속도 모르고
육지의 맛을 찾아
멋모르고 몰려들지만
물 빠진
돌 그물 원담 제주도에서, 살짝 만을 이루는 곳에 돌담을 축조해 놓고 밀물따라 몰려든 고기떼들이 썰물이 나면 그 안에 갇히어 쉽게 잡을 수 있게 만든 돌그물로 원이라고도 함.
안을 돌면서
살던 집
그리는구나.
저 먼 바다
물 속 돌 섬이 그리워
태왁 제주도 해녀들이 바다 작업을 할 때 몸을 의지하고 채취물을 띄울 수 있게 하는 박으로 만든 용기.
에 몸을 맡겨
호이 호이
가뿐 숨 몰아쉬며
이어도 찾아 떠나가는
어진이 어멍,
할망은 원담 안에서
옆으로 누워 퍼득이는 고기를
망사리 제주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그물망으로 태왁에 걸려 있음.
에 주워 담으며
하루방
괴기죽 걱정 없지만
먼 길 떠난 애기 어멍
기다려
솟대 위에 떨어지는 해를
막는구나.
오늘따라
아가의 눈동자는
폴라리스 만큼이나 빛났다.
인식에 대한 명상 하나
멀리 있는 물은 물결치지 않으며
먼 산은 나무가 없다
까마귀는
모든 새가 자기처럼 검은 줄 믿고
머리로만
보는 것은 우리들이다
한 줌의 떨림 - 그 순간
어둠과 밝음의 교차는
찰나
스위치 하나로 나눌 수 있는 잔인한
순간,
이게 변화인가?
이 밤에도
지독한 마음을 설득시키려
깃 올린 외투에
너덜거리던 실밥을
뜯어내면서
겨울의 사잇길을 뚫고
질주하는 새벽을 걸어다닌다
한 줌의 떨림 -
하늘을 찌르는 뾰족한 피뢰침에
비울 수 있는
삶의 묵상들이
조용히 빨리어 간다
가을 잔상
시월의 볕은
익는 향기가 배어 있어
그 바람결에
가을이 묻어 온다
해를 안고 가는 해거름의 멀어진 하늘은
낡은 싸리비로 쓸어낸 듯
이내가 무겁게 깔려
달처럼 부옇게 떠 있다
또 다른 하늘에
떠오르는 열 나흘
달 곁에
바싹 별이 따르겠지
이 름 ; 안 상 근(남)
직 업 ; 고등학교 교사(48세)
활 동 ; 한국언어문학회 회원
주 소 ; (690-012)제주도 제주시 일도2동 47번지 삼주 아파트 103동 206호
연락처 ; (699-814)제주도 남제주군 표선면 표선리 1804번지 표선상업고등학교
e-mail ; anava07@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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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9366-2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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