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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애-단편소설1(200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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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325회 작성일 04-11-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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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원고지 200 x 71
그 여자의 송편


                                                    -  김지애
  
  소문만 듣고 할매의 떡집을 찾은 사람들은 이 곳이 맞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 석 자만 대면 다들 알 만한 사람들을 단골로 가진 떡집이니 꽤나 번듯하려니 생각했기 때문이다. 할매의 떡집은, 비가 오면 상가 여기저기서 비가 새고 곳곳에 전기 누전의 위험이 산재해 있는 재래 시장 안에 위치했다. 호화롭기는커녕 낡고 비루했다. 색 고운 송편 위엔 파리가 연신 날아들었다.
  맛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리포터들은 할매의 떡집을 취재하러 나왔다가 경악을 금치 못할 위생 상태에 혀를 내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가 앉았던 송편을 집어 먹으며 송편 맛이 일품이라고 소개했다. 리포터들의 모습은 전파를 타고 안방에 방영됐다.
  시장 선거가 있던 해엔 당선이 유력한 후보자가 할매의 떡집을 방문해서 송편을 먹었다. 그리고 상인들 하나하나와 악수를 나누며 시장의 복지를 약속했다. 그 후보자가 시장으로 당선되자 재래 시장이 헐리고 백화점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시공 계획이 발표되기도 전에 주변의 집값이 상승하고,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 재래 시장은 헐리지 않았고 인근에 대형 할인 매장이 들어섰다. 시장 손님들의 발걸음이 값싸고 깔끔한 대형 할인 매장으로 돌아서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사시사철 재래 시장 안은 음습한 공기로 가득 차 퀴퀴한 냄새가 났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후미진 곳에 자리잡은 할매의 떡집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할매의 송편은 색이 곱고 맛이 좋아 사람들의 발을 붙들었다. 할매는 우려낸 물을 반죽에 섞어 색이 고운 송편을 만들었다. 오미자에 물을 넣어 우려낸 붉은색이 도는 송편이며 포도를 끓여 면보에 걸러 보라색을 띠게 만든 송편, 그리고 치자물을 들인 노란색 송편이 시식용으로 소나무 떡목판에 펼쳐졌다. 사람들은 색이 곱다고 감탄을 하며 송편을 하나씩 집어 먹었다. 색색의 송편은 금방 동이 났다. 하지만 정작 팔리는 것은 흰송편과 쑥송편이 주를 이루었다. 추석 때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흰송편과 쑥송편은 없어서 못 팔 때가 많았다.
  매년 추석 무렵이면 일손이 부족해 난리여도 할매의 떡집은 좀처럼 쉽게 사람을 쓰지 않았다. 단 며칠이지만 여자가 할매의 떡집에서 일하게 된 것은 다시 없는 행운이었다. 여자는 입에 든 혀처럼 싹싹하게 굴지는 못해도 궂은 일 마다 않고 야무지게 일을 했다. 그 덕에 알음알음으로 할매에게 소개되었다. 깐깐하다는 소문과는 달리 할매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매주 남편이 줄기차게 긁어 대는 로또가 당첨 된다한들 이보다 더 기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할매의 떡집에서 손수 송편을 빚어 먹으면 삼신할매가 아이를 점지해 준다는 풍문이 돌았다. 몇 년 전, 할매의 떡집에서 송편을 빚어 먹은 탤런트 전하라가 결혼 오 년만에 아이를 낳아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그녀의 득남 소식은 사람들의 입에 오랫동안 오르내렸다. 사람들은 할매의 송편에 소망을 들어 주는 영험한 힘이 담겨 있다고 믿었다.  
  여자는 결혼한 지 사 년이 넘도록 아직 아이가 없었다. 여자의 머릿속은 온통 아이를 갖고 싶은 바람으로 가득 찼다. 달이 밝은 한가위에 할매의 송편을 손수 빚어 먹으면 반드시 아이가 생길 거라고 여자는 굳게 믿었다. 그 믿음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예로부터 처녀총각이 송편을 잘 빚으면 인물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임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고운 딸을 낳는다고 했다. 할매는 떡시루처럼 넓적한 얼굴에 눈은 솔잎처럼 가늘었다. 할매의 딸이나 손녀도 다식판에 박은 듯 할매와 생김새가 비슷했다. 게다가 사위나 손주사위도 그리 잘난 얼굴이 아니었으니 그 설은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백태가 껴서 잘 보이지 않는지 할매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을 닦아 냈다. 그러면서도 촉수를 바짝 세우고 여자의 움직임을 날카롭고 예리하게 살폈다.
  할매는 유독 반죽을 하는데 정성을 다했다. 반죽을 하는 할매의 얼굴에서 힘든 기색은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때만큼은 지상에서 가장 온화한 표정이었다. 귤껍질처럼 군데군데 얽은 할매의 피부는 건조하고 푸석푸석했다. 하지만 반죽을 치댈 때는 야릇한 윤기마저 흘렀다. 사람들은 며칠이 지나도 말랑말랑한 게 쫀득쫀득하기까지 한 할매의 송편을 먹으며 그 비법을 궁금해했다. 다른 집 송편은 처음 딱 쪘을 때는 맛이 좋은데 실온에서 금방 굳었고, 찜통에 다시 쪄내도 금방 돌멩이처럼 딱딱해지기 십상이었다.
  송편의 비법은 익반죽이 아니라 날반죽을 하는 데 있었다. 가정이나 다른 떡집의 반죽은 뜨거운 물을 부어 익반죽을 하는 게 보통이다. 익반죽을 하면 반죽하기도 쉽고 조금만 치대도 반죽이 차진 게 잘 갈라지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수월했다. 반면, 날반죽은 익반죽보다 배는 치대고 주물러 줘야 익반죽처럼 말랑말랑해졌다. 할매는 멥쌀을 잘 씻어 일곱 시간 정도 충분히 불린 뒤 물기를 빼고 소금을 넣고 곱게 빻았다. 한두 번이면 충분했지만 그 가루를 고운 체에 내려 여러 번 다시 빻았다. 입자가 고와야 날반죽을 해도 잘 뭉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처럼 입자가 고운 쌀가루도 찬물에는 좀처럼 뭉쳐지지 않았다. 할매는 냉장고에서 차게 보관한 희고 묽은 물을 뭉쳐진 반죽에 조금씩 부어가며 정성껏 반죽을 했다. 뭉쳐진 반죽이 마르지 않게 젖은 베 보자기를 덮어놓는 것으로 할매의 주된 소임은 끝이 났다. 뭉쳐진 반죽을 차지게 치대는 것은 할매의 사위와 손주사위의 몫이었다. 반죽을 얼마나 치대는가에 따라 송편의 쫄깃쫄깃함이 달라졌다. 두 남자는 땀을 흠뻑 흘리며 오랫동안 반죽을 치댔다.  
  임시방편으로 통로 한 구석에 스티로폼을 깔아 송편을 빚을 수 있게 만든 장소는 협소하기 짝이 없었다. 빚어 놓은 송편을 담을 찜판 서너 개를 놓으니 몸을 틀기도 불편했다. 여자는 그저 송편 빚는 일에만 열중했다. 다리도 저리고 어깨도 결렸지만 물 한 모금 마실 짬도 없었다. 송편을 사기 위한 줄은 떡집 입구부터 십 미터 가량 길게 이어져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자의 손은 기계처럼 쉼 없이 움직였다. 줄을 선 사람들부터 떡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저마다 한 번씩 여자의 손을 훑는지라 여자는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올랐다. 남의 시선을 여과 없이 받는다는 것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어깨가 뻐근하고 손에 경련이 일었다. 여자가 조금만 쉬려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불평의 목소리가 벌떼처럼 날아와 귀를 헤집었다.  

  밤 열 시가 되자 시장 출입구에 셔터가 내려졌다. 대목 장사 준비로 분주한 몇 개의 점포만 드문드문 불을 밝히고 밤샘 준비를 했다. 할매는 빈 시루에 솔잎을 깔아 시루 구멍을 덮고 송편 한 줄, 솔잎 한 줄, 또 다시 송편을 한 줄 얹었다. 그 손놀림이 매우 날랬다. 송편과 솔잎을 번갈아 놓으면 솔향이 배어 향긋하고 감칠맛이 났다. 뿐만 아니라 송편이 달라붙지 않아 모양이 그대로 보존됐다. 송편이 하나 가득 담긴 찜통에서 김이 새어 나오는 소리가 부쩍 크게 들렸다. 여자는 목뼈가 뻐근하고 온몸이 자근자근 쑤셨다. 그러나 구경하는 사람들이 없어 송편 빚는 일이 낮보다는 덜 힘이 들었다.
  할매가 잘 익은 송편을 접시에 담아 내왔다. 김이 모락모락 이는 송편을 보니 여자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마음에 걸렸다. 휴지 조각이 된 로또 영수증을 앞에 두고 안주도 없이 소주를 기울이고 있을 남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추석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몇 푼 되지 않는 남편의 월급은 고스란히 은행에 압류 당할 터였다. 우체부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은행에서 대출 받은 돈은 원금은커녕 이자 갚기도 빠듯했다. 여자 명의의 분식점을 헐값에 처분하고 집도 팔았지만 늘어나는 건 빚밖에 없었다. 남편은 궁여지책으로 사채를 빌려 썼고, 한차례 건장한 사내 몇이 한밤중에 집으로 들이닥쳐 난동을 부렸다. 사채권자가 언제 또 집으로 쳐들어올 지 몰라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여자는, 나이는 꽉 찼지만 동생들 건사하느라 결혼은 엄두에도 못 내고 있던 차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여자의 분식점은 우체국 앞에 위치했고, 남편은 가게의 단골이었다. 세 살 연하의 남자여서 누님동생하며 말을 트며 친하게 지내다 정이 들었다. 밑에 남동생만 둘인지라 그저 동생 같기만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청혼을 해 왔다. 많이 망설였지만 여자도 싫지만은 않았다.
  시어머니는 여자를 탐탁해 하지 않았다. 박복해 보인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부모를 일찍 여읜 건 여자의 탓이 아니었지만 결혼을 할 땐 그다지 좋은 조건은 못 되었다. 하지만 남편이 여자 아니면 안 된다 하니 시어머니도 끝내 결혼을 승낙했다. 살가운 말 한 마디 없는 시어머니였지만 여자는 달다 쓰다 한 마디 불평 없이 시어머니를 모셨다. 풍족하지도 궁하지도 않은 평범한 살림이었다. 시어머니가 유방암이라는 걸 알기 전까진 적어도 그랬다. 유방암 수술로 두 가슴을 잃은 시어머니는 아들 내외가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앓는 소리를 했다. 시어머니의 병구완으로 신혼 재미는 꿈에도 못 꾸었는데 남편은 연일 시어머니 곁에서 잠이 들었다.
  그래도 한동안은 평안했다. 하지만 한 번 집안에 발붙인 액이 나갈 줄 모르고 똬리를 틀었던지 시어머니 유방암이 다시 재발을 했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손을 써 볼 도리가 없다고 했다. 시어머니는 어디서 들었는지 천만 원이 넘는 항암제가 있다면서 당신 자식에게 애원을 했다. 아직 시험용이라 처치를 받는다 해도 백 퍼센트 완치도 아니라는데 시어머니의 의지는 완강했다. 남편은, 결혼 외에는 시어머니의 뜻을 단 한 번도 거스른 적이 없는 효자였다. 되든 안 되든 해 보는 데까지 해 보는 게 자식된 도리라며 남편은 여자에게 이해를 구했다. 하는 수 없이 집을 팔고 열두 평짜리 월세를 얻었다. 반지하라 곳곳에 곰팡이가 쓸어 환기를 자주 시켜도 집 안 여기저기서 곰팡내가 났다. 간병을 하면서 한 치의 소홀함도 없었건만 시어머니는 통증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여자 탓을 했다. 아들 하나 못 낳는 박복한 년이 시애미를 잡는다고.
  할매는 땀을 비 오듯이 쏟으며 탱글탱글 익은 송편을 떡목판에 펼쳐 놓았다. 딸 내외도 손녀딸 내외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쉬려 갔나 싶었지만 젊은 사람 하나 없이 할매 혼자 일하는 게 여간 보기 좋지 않았다. 살 없는 생각을 하며 송편을 먹어서인지 속이 느글느글거리고 명치끝이 답답해 여자는 연신 가슴을 두드렸다. 떡집 하나 가득 피어오르는 김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여자는 물이라도 마실 요량으로 떡집 안으로 들어갔다. 냉장고는 떡집에 딸려 있는 작은방 입구에 있었다. 냉장고에는 흔한 김치 용기 하나 없이 물통만 가득 있었다. 물통을 꺼내 들고 컵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방 안에서 시근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들으니 오십이 넘은 사위의 절굿공이가 딸의 몸 속으로 절구를 찧는 소리였다. 미닫이로 된 문이 꽉 닫히지 않았는지 문틈 사이로 헐떡거리는 소리가 걸러지지 않고 여자의 귀로 스며들었다. 두 사람의 신음 소리는 하나의 변주곡이 되어 여자의 몸을 달구었다. 아랫도리가 축축해지며 저릿했다. 여자는 가만히 제 아랫도리에 손을 갖다 댔다. 여자의 손끝을 따라 노래하듯 아랫배가 일렁였다.    
  남편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여자도 알고 있었다. 그가 유일무이하게 안고 있는 건 빚뿐이란 것도. 여자도 이렇게 모퉁이로 몰리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은들 잘 키울 자신이 없긴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아들 하나 못 낳고 시집와서 늘린 게 하나라도 있냐는 시어머니의 녹음기를 꺼 버리고 싶었다. 우체부가 소망을 전달하는 전령이라 생각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여자는 발이 퉁퉁 불어 돌아오는 남편에게 불만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속이 헛헛했다. 먹고 또 먹어도 헛헛증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뱃속의 진공청소기는 공기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 시어머니 곁에 잠들어 있는 남편을 보며 여자는 불 꺼진 부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걸신들인 양 밥을 먹어댔다. 무슨 맛인지 혀의 감각도 없었다. 어쩌다 남편과 잠자리를 같이 해도 마찬가지였다. 불이 타오르나 싶으면 어느 새 불씨 하나 남기지 않고 꺼지는 게 남편과의 잠자리였다. 하지만 어김없이 그런 다음 날, 시어머니의 녹음기는 잘도 돌아갔다. 여자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남편은 우체국에서 보내는 이도 받는 이도 적히지 않는 편지를 매일 쓰레기통에 버렸다.  
  잠시 후 방 안의 변주곡이 절정을 토하며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고요한 정적을 허무는 듯 이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뭐에 데인 듯 화들짝 놀라 정신을 수습했다. 그리고는 태연하게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할매는 이제 막 시루에서 꺼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송편에 참기름을 발랐다. 뜨거울 때 참기름을 발라 놓아야 달라붙지 않고 참기름 향이 배어 맛이 더했다. 아직 식지 않은 송편을 맨손으로 떼어 내서인지 할매의 손가락 끝은 언뜻 보기에도 거북 등껍질 같은 군살이 잡혀 있었다.
  할매가 참기름을 바른 송편을 떡목판에 잘 펼쳐 놓을 제에야 사위가 방에서 물통 하나를 들고 나왔다. 참기름을 바른 송편처럼 사위의 얼굴엔 기름이 번들번들했다. 여자는 괜스레 얼굴이 달아올랐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방에서 나온 딸이 뚱한 얼굴로 끓는 물에 쑥을 데쳤다. 사위도 들고 있던 물통에 생수를 반쯤 채워서는 냉장고에 넣었다. 할매가 다가와 여자 앞에 송편 한 접시를 더 내주었다. 여자는 누가 많이 먹나 내기라도 하는 양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입안 가득 꾸역꾸역 송편을 밀어 넣었다. 송편을 잔뜩 먹은 뒤라 입에서 받질 않았다. 그래도 여자는 손에 닿는 대로 먹고, 또 먹었다. 먹는다기 보다는 기계적으로 입에 밀어 넣었다. 그렇게 한 접시를 비우고 나니 속이 더부룩하고 구역질이 밀려왔다. 목구멍에서 단내가 났다.
  여자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속에 것이 수압이 센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듯 쿨렁쿨렁 쏟아졌다. 배변보다 더한 악취가 코의 감각을 마비시켰다. 눈앞이 뿌연 게 현기증이 일었다. 다리에 힘이 빠져 일어설 기운조차 없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여자는 허비적거리며 자리에 가 앉았다. 앉아 있는 것조차 숨이 가빴다. 여자의 누렇게 뜬 얼굴을 보자 할매가 방에 들어가 좀 쉬라고 했다. 난방을 할 계절은 아닌데 방바닥이 따뜻했다. 주변을 감싼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는 듯 잠이 쏟아졌다. 여자는 사르르 잠이 들었다.  
  
  한잠을 그리 잤나, 방바닥의 뜨거운 열기에 생목이 올라 여자는 눈을 거슴츠레 떴다. 달착지근하면서도 시큼한 냄새가 코의 점막을 자극했다. 언제 왔던 것인지 손녀랑 손주사위가 온몸에 땀을 질펀히 흘리며 서로 엉켜 있었다. 빨간 조명 탓에 정육점의 고깃덩어리 같았다. 여자는 목도 말랐고, 화장실도 급했지만 벌떡 일어설 수가 없었다. 숨이 턱에 닿는 듯 허덕이는 남녀의 신음 소리를 들으며 여자는 제 가슴을 그러모았다. 방 안은 후텁지근하고 시금털털한 냄새로 가득 찼다. 시루에서 올라오는 송편이 익는 냄새며 말랑말랑하게 익은 송편에서 풍기는 솔잎 냄새,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는 입맛을 돋구었다. 그에 반해 옷에 밴 송편 냄새는 변질된 슈크림의 냄새처럼 시큰한 게 역겨웠다. 한참 달궈진 손주사위가 손녀에게서 떨어지더니 원통형의 물통에 사정을 했다. 땀 냄새며 정액 냄새로 콧속이 아렸다. 어디선가 작두 소리가 들렸다. 방 안 가득 배인 끈끈한 냄새를 날카로운 작둣날로 썩둑썩둑 짓이기는 듯 했다. 손녀딸 내외는 재빨리 옷을 추슬러 입더니 물통을 들고 문 밖으로 나갔다.
  여자는 머리가 울리고, 속에서 신물이 올라와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속이 메스껍고 헛구역질이 났다. 문을 박차고 나선 여자는 밝은 조명에 미간을 찌푸렸다. 백열등 불빛이 한낮의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눈부셨다. 눈에 점점이 맺히는 상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부유했다.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을 것 같았다. 작두 소리는 마치 귓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귀를 멍멍하게 만들었다.
  불빛에 익숙해진 여자의 눈에 수북이 쌓인 만 원권 지폐가 보였다. 바쁘게 놀리고 있는 작두도 보였다. 잘게 잘리는 한 뭉치의 만 원도 눈에 박혔다. 작두질을 하는 사위의 이마가 번들거렸다. 여자는 제 눈을 의심했다. 눈을 비비고 또 비볐다. 여자의 기척에 사위의 손이 순간 멈칫하더니 다시 제 리듬을 찾아 빠르게 움직였다. 할매 역시 대수롭잖다는 표정을 하고는 잘게 잘린 돈을 분쇄기에 넣고 갈았다. 할매의 딸과 손녀, 손주사위는 부지런히 손을 놀려 송편을 빚어 냈다. 여자는 가슴에 불꽃이 치밀었다. 뭐가 뭔지 알 수는 없었으나 가루가 되어 나오는 지폐가 아까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여자는 심한 갈증을 느꼈다. 목이 칼칼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더듬더듬 냉장고를 찾았다.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들어 입에 가져다 댔다. 밤꽃 냄새가 콧속의 점막을 자극했다. 찝찔한 것이 물통에서 흘러내렸다. 여자가 물통을 기울이자 멀건색의 끈끈한 점액질이 가래처럼 딸려 나왔다. 다른 물통을 꺼내 들어 살폈으나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언제 그리 받아 놓았는지 알 수 없었다. 시큼한 냄새가 물씬 풍겼다. 여자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심장이 마구 벌떡거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할매가 사시나무 떨듯 떨어 대는 여자의 손에서 물통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쌀가루와 쑥가루, 돈가루가 뭉쳐진 반죽에 점액질이 섞인 물을 흘려 넣었다. 찜통에서 희뿌연 김이 새어 나왔다. 떡목판에 펼쳐진 송편에선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났다. 여자는 먹었던 송편이 한꺼번에 곧추 서는 것 같았다. 한시바삐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오한이 전신을 휘감는 듯 바들바들 떨려 왔다. 정신이 혼미하고, 어지럼증이 일었다. 여자는 눈을 찔끔 감았다.  
  
  눈가에 닿는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도수 높은 술을 마신 것처럼 두통이 왔지만 어쩐지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하루 종일 송편을 빚어서 뼈마디마디가 쑤실 법한데 찜찔방에서 땀을 쭉 뺀 것처럼 오히려 개운했다. 여자는 눈을 감은 채 나른한 정적에 푹 파묻혔다.
  누군가가 여자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세심하고 편안한 손길이었다. 그 손이 여자의 입술을 훑었다. 여자는 흠씬 놀라 입술에 힘을 주었다. 물 밖으로 건져진 생선의 비늘같이 거친 여자의 입술에 수분막을 형성해 주려는 듯 촉촉한 무언가가 입술을 핥았다. 온몸의 혈관 하나하나가 미세하게 경직되며 아스라한 흥분이 전신을 휘감았다. 여자는 이내 흠뻑 젖었다. 잠시 후 여자의 몸 속으로 묵직한 것이 조심스레 들어왔다. 들어올 땐 천천히 아슴푸레하게 들어오더니 파도가 밀리고 밀려가듯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힘있게 꿈틀댔다. 전기 자극을 받은 듯 여자의 몸이 아르르 떨려 왔다. 온몸의 피가 심장으로 몰리는 듯 했다.
  “이러다 이 녀석, 태어나자마자 엄마아빠한테 항의하는 거 아닌가 몰라.”
  낯익은 목소리에 여자의 눈이 번쩍 떠졌다. 순간 달구어졌던 몸이 파르르 식었다. 여자의 발그레해진 볼을 어루만지며 남편이 넉살 좋게 웃었다. 웃으면 광대뼈가 볼품 없이 불거져 웃는 낯이어도 어딘지 모르게 험상궂어 보이던 남편의 얼굴에 살이 피둥피둥 올라 있었다. 기름진 남편의 얼굴이 새삼스레 호남형으로 보였다. 여자는 남편을 힘껏 밀쳤다. 숨이 탁 멎는 것만 같았다.
  침대 위의 이불은 가볍고 보드라웠다. 눅눅하고 쉬척지근한 냄새를 풍기던 이불은 온데간데없었다. 중고 가구점에서 산 장롱 대신 값비싼 자개장이 놓여 있었다. 손바닥만한 방에는 침대 놓을 자리도 없었다. 그런데 침대며 장롱, 화장대, 티 테이블에 소파까지 들어차 있는데도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지하인데다 창문이 없어 날이 좋으나 궂으나 낮이고 밤이고 상관 없이 형광등을 켜 놓고 살던 방엔 햇빛이 아늑하게 비췄다. 위층의 화장실이 있는 자리에 안방이 들어선 구조라 벽면은 장마 때가 아니어도 항상 물기가 스며 있었다. 천장의 벽지는 물을 먹어 얼룩투성이었고, 곰팡이가 잔뜩 슬어 있어 지저분했다. 하지만 고풍스런 벽지가 발라진 벽면은 방금 도배를 한 것처럼 정갈했다.      
  방문을 여니 탁 트인 거실이 눈에 시원하게 들어왔다. 축구를 해도 좋을 만큼 널찍한 거실은 채광도 잘 돼서 집 안에 생기가 가득했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양가죽 소파는 보기에도 고급스러웠다. 단아한 투피스를 입은 시어머니가 소파에 앉아 꽃꽂이를 하고 있었다. 집안 경조사에 입고 갈 제대로 된 양장 한 벌 없던 시어머니였다. 도깨비 장난 같은 변화에 여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신이 몽롱했다. 돌부처가 되어 버린 양 여자는 알딸딸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붙박여 버렸다.
  “아가, 어디 아프니? 얼굴은 파리해 가지곤 왜 그리 넋이 나가 있어?”
  시어머니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여자에게 물었다. 사근사근한 말투에 여자는 시어머니를 멀거니 바라봤다. 앉아 있는 시어머니의 실루엣이 몹시 낯설었다. 수술을 해서 절개한 가슴이 봉긋했다. 탁자 위엔 흰송편과 쑥송편이 하나 가득 담긴 자개 그릇이 놓여 있었다. 여자가 자리에 앉자 시어머니가 여자에게 송편을 하나 건넸다. 송편 냄새만 맡아도 속에서 신물이 올라왔다. 여자가 헛구역질을 하자 시어머니는 그리 입덧이 심해서 어쩌냐며 걱정을 했다. 여자는 귀가 먹먹했다. 묻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입을 옴죽거릴 수조차 없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다 있다, 얘. 복권 당첨 말로만 들었지 내 아들이 당첨될 줄 누가 알았겠니? 내 이리 늦복이 터지려고 그래그래 숨 놓지 않고 애를 썼지. 이제 떡두꺼비 같은 손자만 품에 안으면 내 저승 가도 여한이 없다, 여한이 없어.”
  시어머니의 말이 낯선 외국어인 양 여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윙윙거리는 이명이 속을 메스껍게 했다. 가슴 속에 커다란 물음표 하나가 오롯이 자리잡고 여자를 채근했다.  
  “저어…… 어머니, 혹시 제가 임신을 했나요?”
  여자가 혀 굳은 소리로 겨우겨우 말 한 마디를 입 밖으로 내밀었다. 혀끝이 얼얼했다. 한동안 시어머니 앞에서 말을 잊고 살던 여자였다. 시어머니는 웬 아닌 밤중에 홍두깨냐는 듯 여자를 빤히 바라봤다. 말하고 보니 우스워서 여자는 얼굴을 붉혔다.
  “얘도 싱겁긴. 노인네 한 번 떠보려고 그런 말을 해? 메스꺼워도 이 송편 하나 더 먹고, 아들 하나 점지해 주십사 하고 빌어 봐. 부대끼지 않음 황금분 할매네 가서 송편을 빚음 좀 좋아? 거 고령 출산이 꽤나 좋지 않다드라.”  
  아이를 가졌다니! 꿈이어도 좋았다. 여자는 벅차오르는 감흥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아랫배가 묵직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그리 든든할 수가 없었다. 여자는 눈앞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한참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할매의 떡집에서 있었던 일들이 뿌연 장막 저 너머에 있는 양 희미하기만 했다. 여자는 못 부르는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반나절을 행복에 물씬 젖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죄여왔다. 여자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아들이건 딸이건 건강한 아이만 낳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어렵게 가진 아이니만큼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다. 그에 비례해서 아이에 대한 욕심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자는 서둘러 외출 채비를 했다. 남편이 다가와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
  “떡집에 가려구. 황금분 할매 떡집 말야.”
  말하고 나니 괜히 멋쩍어 여자는 머뭇머뭇했다. 시어머니가 사 온 송편도 아직 많았다. 남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남편은 핸드폰을 들어 차를 대기시키겠노라 했다. 승용차는커녕 자전거 하나 없던 집이었는데 말이다. 여자는 당황했다. 먼 거리도 아니고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 무슨 차인가 싶어 손사래를 치자 남편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구? 강남역에서 거기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야 하는데 그냥 가겠다는 거야? 홀몸도 아닌 사람이!”
  집 밖을 나서니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골목골목마다 빽빽이 주차해 있던 차들이 보이지 않았다. 대문마다 쓰레기를 꾹꾹 눌러 담은 쓰레기 봉투도, 쓰레기 봉투를 뜯고 먹이를 구하는 고양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잘 정리된 골목은 시원하게 탁 트였고 휴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운전 기사가 차문을 열고 여자가 타기만을 기다렸다. 여자는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기를,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차에 올라탔다. 눈앞에 펼쳐진 행복이 아스라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재래 시장 입구에 도착하자 운전 기사가 대기 여부를 물었다. 여자는 기사에게 늦을지도 모르니 돌아가라 말하고는 재래 시장에 들어섰다.
  없는 거 없이 다 들어간 종합 선물세트처럼 온갖 냄새가 재래 시장을 감싸고 있었다. 추석 하루 전날이라 대목 마지막 장사로 시장 안은 정신 없이 분주했다. 여자는 눈을 홉뜨고 발바닥에 힘을 주며 한걸음한걸음 내딛었다. 또 다시 속이 울렁거리고, 현기증이 일었다.  
  할매의 떡집은 여전했다. 할매는 반죽을 뭉치고, 손주사위는 반죽을 치대는데 여념이 없었다. 딸은 부지런히 송편을 빚어 내고, 손녀는 송편을 팔았다. 사위가 오가며 빚어진 송편을 시루에 담아 쪄냈다. 손이 모자라서인지 반죽을 치대는 대신 간간이 자리에 앉아 송편을 빚기도 했다. 여자는 송편을 빚고 있는 딸 옆에 슬그머니 앉았다. 딸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송편만 빚어 냈다. 저마다 숨 돌릴 새도 없이 바빴다. 그 누구도 여자를 관심 있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는 할매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간담이 서늘한 게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  
  통로 한 구석에 스티로폼을 깔아 송편을 빚을 수 있게 만든 장소는 협소하기 짝이 없었다. 빚어 놓은 송편을 담을 찜판 서너 개를 놓으니 몸을 틀기도 불편했다. 여자는 그저 송편 빚는 일에만 열중했다. 다리도 저리고 어깨도 결렸지만 물 한 모금 마실 겨를도 없었다. 길게 늘어선 줄은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자의 손은 제법 노련해져 구덩이에 소를 넣고 한두 번 주물럭거리면 송편이 뚝딱 완성 되었다.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니 송편 빚는 단순 노동이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여자는 늘어만 가는 행복한 상상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반죽이 다 떨어졌다. 거기에 맞춰 소도 바닥을 보였다. 혹시나 해서 발걸음을 돌리지 못한 사람들이 떡목판에 남은 송편이라도 조금씩 팔라고 아우성이었다. 하는 수 없이 손녀는 남은 송편을 한 줌씩 담아 팔았다. 여자는 인정상 제 몫의 송편을 들려 주려니 생각하며 뒷정리를 도왔다.
  그 많던 송편이 어느 새 동이 났다. 여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할매가 여자에게 건넨 건 얄팍한 봉투 하나였다. 봉투 안에는 하루 일당이 들어 있었다. 여자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눈앞이 아찔했다.
  대목 장사로 녹초가 된 상인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추석을 쇠러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발걸음만큼은 가벼워 보였다. 사흘 내내 환하게 불을 밝히던 할매의 떡집에 어슴푸레한 어둠이 밀려왔다. 고즈넉한 정적이 흘렀다. 재래 시장 안의 모든 불이 하나 둘 꺼지도록 여자는 할매의 떡집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디로 돌아가야 할 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서둘러 나오는 통에 집의 위치를 미처 파악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생각을 더듬어 봐도 그 곳이 강남역 근처라는 것 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송편 생각으로 가득 차서 운전 기사를 보낸 것이 후회되었다. 시장 관리인에 의해 시장 밖으로 내몰린 여자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열두 평 반지하 집으로 가는 길은 발이 알아서 돌아갈 테지만 그 곳으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않았다.
  시장 입구의 철제 덧문이 내려졌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휘영청 밝기만 했다. 그 달을 보니 여자는 심란했던 마음이 다소 가라앉는 듯 했다. 추석은 내년에도 오고 내후년에도 올텐데 무슨 걱정이랴 싶었다. 여자는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                          

                                                      
                                                                  ( 원고지: 200×71 )







                                 *성    명 : 김지애
                                 *응모부문 : 단편소설
                                 *작 품 명 : 그 여자의 송편
                                 *연 락 처 : 016 - 890 - 1035 / 02 - 304 - 3161
                                            서울시 은평구 응암 4동 733-31 / ae-ku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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