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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윤-단편소설1(200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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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학교
노상윤
검정 비닐 자루에 담긴 보스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선생님이 툴툴거리며 자루를 메고 나가자 철문이 닫혔다. 짱가가 라퓨타 뒤쪽으로 다가가선 올라타 엉덩이를 흔들며 거칠게 밀어 넣었다. 라퓨타는 몸을 뒤틀며 교성을 질렀다. 침을 흘리며 쳐다보는 내게 새로운 보스는 으르렁거렸다. 나는 재빨리 사육장 구석으로 달아났다.
내 이름은 둘리. 변산반도에 위치한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한 원숭이 학교의 부반장이다. 진짜 원숭이들은 나를 중간 보스라 불렀다. 털 없는 원숭이들은 우리들에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 이름을 붙였다. 더 이상 우리는 원숭이 산에서 불리던 자기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보스는 특권이 있다. 무리를 이끌 권리. 적으로부터 집단을 지키기 위해 맨 앞에서 싸울 권리. 암컷들을 독점적으로 취할 권리. 새로 탄생한 보스 짱가는 지금 세 번째 권리를 행사하는 중이다. 어제까지 학생은 모두 스무 마리였다. 아침에 태권 브이가 제적당했다. 현재 총원은 열아홉이다. 공연을 제대로 하려면 적어도 스무 마리가 필요했다. 곧 신입생이 올 것이다.
원숭이 산에서 우리들은 수백 마리씩 무리 지어 생활했다. 산 높이에 따라 경계가 나눠졌다. 아래, 중간, 꼭대기라는 세 무리였다. 지도나 경계 표시 없이도 영역은 지켜졌다. 그곳은 일본 원숭이들의 고향이었다.
겨울에는 계곡의 온천에서 함박눈을 맞으며 목욕했다. 서로 이를 잡아 주었다. 아기 원숭이들은 엄마 등에 업혀 재롱을 부렸다. 보스를 중심으로 우리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다. 가끔 영역 문제를 놓고 다툼이 벌어졌다. 원숭이들은 고함을 지르며 자기 보스를 응원했다. 보스 둘만이 싸웠고 무리들은 그 결과에 따랐다. 결코 상대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든 적은 없었다. 한쪽이 꼬리 내리고 도망가면 그것으로 승부가 가려졌다.
식사 종소리에 맞춰 털 없는 원숭이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와 순서대로 먹이를 먹었다. 털 없는 원숭이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들이 환호성을 울리고 좋아하는 것은 원숭이들이 놀이 대상일 경우에만 해당됐다. 땅콩을 내밀며 장난치다 손에 상처를 입거나 우리가 먹을 것이 든 줄 알고 손가방이나 카메라를 낚아챘을 때는 불같이 화를 냈다. 성난 고릴라처럼 길길이 날뛰었다. 원숭이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인간에게 익숙해진 원숭이들이 달려들었고 혼비백산해 도망가거나 혼절해 구급차에 실려 가는 털 없는 원숭이들이 많아졌다.
우리가 그들을 구경하러 괴롭히러 간 것이 아니다. 인간들이 원숭이를 구경하러 온 것이다. 산은 원숭이로 넘쳐 났다. 밤마다 울음소리로 산이 흔들렸다. 먹을 것은 걱정하지 않았다. 종소리가 울리면 내려가 포식할 수 있었으니까. 무서운 소문이 돌았다. ‘아래 무리 영역에 괴물들이 나타났다. 무리를 습격했다. 보스를 쓰러트렸다. 많은 원숭이들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모두들 불안에 떨었다. 그날 털 없는 원숭이들도 식사 종소리도 없었다. 보스인 내 아버지는 하늘만 보며 말이 없었다. 보스만이 암컷들을 거느리고 임신시킬 수 있었다. 많은 자식들 중 그는 나를 귀여워했다.
“소문 들으셨습니까?”
“오래 전, 내가 너 만했을 때 괴물이 나타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원숭이들이 번성했었다. 숫자가 늘어나고 무리의 힘이 강해질 때 괴물이 나타났다. 그러면 오랫동안 우리들은 움츠러들지.”
“어디로든 도망가요.”
“너도 커서 언젠가 보스가 되겠지만 보스가 다른 원숭이나 털 없는 원숭이와 다른 점은 보스는 도망가지 않는다. 무리가 위험에 닥치면 선두에서 싸운다. 나와 자주 충돌했던 아래 무리 보스가 그걸 보여줬다. 괴물들은 그런 우리 습성을 잘 안다. 나는 괴물과 싸우겠다.”
“......”
“나 때문에 내색은 못하지만 중간 보스들이 너를 경계하고 있다. 항상 조심해 라.”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늙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가서 네게 주어진 일인 아기들을 지켜라. 혼자 있고 싶다.”
달빛이 환했던 그날 밤 중간 무리 영역으로 괴물들이 출몰했다. 그들은 눈에서 불을 뿜는 용을 앞세우고 올라왔다. 용이 뿜어내는 붉은 빛줄기가 우리를 발가벗겼다. 원숭이들은 마법에 걸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몸이 얼어붙었다. 괴물들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검은색이었다. 얼굴에는 두 개의 구멍만이 나란히 나 있었다. 용이 지나간 자리에 새겨진 두 줄기의 다져진 길을 밟으며 그들은 천천히 올라왔다.
아래 무리와 중간 무리 경계선에 있던 보스는 괴성을 질렀다. 괴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괴물들이 든 막대기에서 불이 뿜어졌다. 늙은 보스는 그렇게 사라졌다. 괴물들 움직임이 신속해졌다. 중간 보스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얼어붙은 우리들을 하나씩 살폈다. 몸집 크고 생식 능력이 있으면 불벼락을 내렸다. 원숭이들이 겨울철 농가의 땔나무처럼 겹겹이 쌓여졌다. 괴물이 다가왔다. 내가 데리고 있던 아기들을 밀어냈다. 나를 용에게 집어던졌다.
뒤통수에 심한 충격이 왔다. 눈에 불꽃이 튀었다. 엉덩이에 따끔한 통증이 왔다. 의식이 몽롱해졌다. 괴물이 가면을 벗고 땀을 닦아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얼굴을 똑똑히 기억했다. 날마다 우리에게 먹이를 주고 다친 원숭이들을 치료해 주던 공원 관리인들 중 하나였다. 그는 다른 괴물의 입에 불을 붙였다.
“이제, 대충 정리 되는군. 산꼭대기에 있는 놈들은 내일 처리하자.”
“한동안 조용해지겠군요.”
괴물은 회색 구름 연기를 만들어 올렸다.
“잘 솎아 내야 돼.”
“걱정 마세요.”
“관람객들은 어린 원숭이들을 좋아하거든.”
“트랙터에 실린 녀석들은?”
괴물은 입에 물고 있던 것을 떨어트려 발로 비볐다.
“뭐, 이리 저리 흩어지겠지. 외국으로 나가는 녀석들도 꽤 있을 것이고.”
의식이 가물가물해졌다. 내 귀에 털 없는 원숭이들 말이 똑똑히 분명하게 들렸다. 진짜 원숭이들이 떠드는 것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 목이 쇠줄에 묶여 있었다. 다른 원숭이들도 묶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차디찬 강철로 된 방이 규칙적으로 흔들렸다. 둥근 창문들이 내 머리 위에 나란히 있었다. 희미하게 ‘뚜웅’ ‘끼룩 끼룩’ 소리가 들렸다. 창밖에는 처음 보는 흰 새들이 날개를 곧게 펴고 유유히 떠 있었다. 새들은 우리를 무심히 내려보다 사라졌다.
천장에 달린 전등이 희미하게 붉은빛을 뿜었다. 문이 열렸다. 흰옷을 입은 괴물들이 들어왔다. 기다란 바늘로 내 팔을 찔렀다. 따끔했다. 붉은 등이 빙글빙글 돌았다. 붉은 공은 수십 개로 늘어났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무 상자에 한 마리씩 갇힌 우리는 철망을 움켜쥐고 흔들었다. 괴물들이 한 마리 씩 끌어냈다. 나도 괴물들 앞에 섰다. 내 목과 연결된 쇠줄을 단단히 잡고 있는 코끝이 벌건 괴물이 말했다.
“나이는 네 살로 추정되고 고춥니다.”
“똘똘하게 생겼네.”
뚱뚱한 배를 손바닥으로 연신 비비던 괴물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동물원에 두 마리가 필요한데. 너무 어려.”
성마르게 생긴 괴물이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나도 괴물을 노려보았다.
“자아, 상품은 많으니 천천히 고르세요.”
“그 놈 눈매 한 번 매섭네.”
괴물들 뒤에서 나를 물끄러미 보던 작은 키에 눈매가 차가운 백발의 괴물이 중얼거리며 다가왔다. 눈에서 불이 번쩍했다. 괴물은 연달아 내 등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끼약, 끼약.”
나는 백발 괴물에게 덤벼들었다. 쇠줄이 목을 조여 숨이 막혔다.
“허허, 성깔도 있고 목청도 그만하면...... 이 녀석으로 하지.”
괴물은 줄을 넘겨받았다.
“탁월하신 선택이십니다. 교장 선생님.”
괴물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지금부터 내가 아버지다. 가만있자 역시 만화 주인공이 무난하겠지. 그래, 넌 지금부터 아기 공룡 둘리다.”
학교 정문은 돌로 만든 거대한 원숭이였다. 차가 돌 원숭이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다. 먼저 놀이동산과 분수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 뒤로 원숭이 학교가 보였다.
“원숭이는 학생이 될 수 없다. 학생은 인간만이 될 수 있다.”
아홉 원숭이를 세워 놓고 빛바랜 군복에 챙이 긴 빨간 모자를 쓴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삼십 년간 원숭이 사육과 공연을 해온 탓에 난 너희들 말을 할 수 있다. 내가 마리당 오십에 샀지만 천짜리로 만들 것이다.”
그는 한 마리씩 노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너희를 인간 같은 원숭이로 만들 것이다.”
‘원숭이를 데려다 털 밀면 인간이 되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우리 학교 교칙이다. 이상.”
어느새 빨간 완장을 찬 선생님들이 우리 뒤에 하나씩 서 있었다.
“구부정한 등을 똑바로 펴는 것부터 시작한다.”
완장이 내 등을 몽둥이로 찍으며 이죽거렸다. 학생이 되어 멋진 교복을 입고 가방을 매고 공연장인 교실에 들어가려면 이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학생들이 박수갈채를 받는 동안 우리는 음침한 연습장에서 끊임없이 시달렸다.
훈련 첫날 완장에게 덤벼들어 손등을 물어뜯은 마징가 제트가 시범 케이스로 걸렸다. 우리들이 떨며 지켜보는 가운데 고무 몽둥이로 선생님들에게 구타당했다. 사흘 간 묶인 채 식사를 못했다. 풀려난 다음 마징가 제트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 떨어져 있는 원숭이 똥을 주워 먹었다. 마징가가 부서지는 모습을 지켜본 원숭이들은 반항이나 저항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웠다.
훈련을 함께 시작한 원숭이들은 연습하다 어딘가 부러져 사라지거나 시름시름 앓다 죽거나 했다. 매달 교장 선생님이 참석한 가운데 치르는 시험에 불합격 판정을 받아 동물원으로 끌려갔다.
이년이 지나 입학 허가 난 원숭이는 나와 빳빳하던 머리털이 곱슬곱슬해진 마징가 제트 둘 뿐이었다. 입학 선물은 나비넥타이에 정장으로 차려입은 교장 선생님이 직접 준 몽키 바나나 한 다발이었다. 그는 엄숙하게 말했다.
“인간 같은 원숭이로 다시 태어나 내 학교에 입학함을 환영한다.”
첫 공연에서 내가 맡은 배역은 지각생 역할로
1. 내가 수업 중인 교실에 큰소리로 ‘드르륵’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선생님이 반
장을 혼낸다.
2. 화가 난 반장 로봇 태권 브이가 달려와 내 머리를 때린다.
3. 나는 두 손을 비비며 용서를 구한다.
4. 선생님이 다음부터 조심하라며 손짓으로 들어가라 한다.
5. 나는 가방으로 얼굴을 가리고 총알같이 내 자리로 뛰어 들어간다.
이상의 다섯 단계였다. 그 역은 덩치 큰 호빵맨이 하던 배역이었다. 삼년 째 지각생 역을 하고 있는 그가 최근 실수를 자주했다. 내가 대신 그 역을 맡게 됐다. 선생님은 각 단계별로 반복해서 훈련을 시켰다. 교실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호빵맨은 무대 뒤에서 연습하는 나를 음흉한 눈초리로 응시했다.
원숭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단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괴물들에게 머리를 다친 뒤 괴물의 말귀를 알아듣게 된 나는 동료들에게 괴물들이 하는 말을 전했다. 돌아온 반응은 냉담했다.
“털 없는 원숭이의 앞잡이, 변절자, 인간만도 못한 놈.”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 첫 공연 전날 밤 호빵맨이 나를 깨웠다. 급우들은 사방에 흩어져 피곤한 몸을 달래고 있었다. 그는 손짓으로 사육장 구석을 가리켰다. 우리는 나란히 섰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 내 자리를 넘보는 거냐? 어린 녀석이?”
그는 내 가슴을 밀치며 말했다.
“이 짓이 좋아서 하는 줄 알아. 네가 일을 못해 밀려나는 거지.”
덩치는 나보다 컸지만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선생님들이 뭐라는 줄 알아? 왜, 정해진 다섯 단계대로 움직이지 않지?”
“이 짓만 삼 년 했어. 처음엔 순서대로 했지만 내가 생각한 대로 하는 것이 쉽고 빠르단 말이야. 웃음소리도 더 크게 들리고......”
“야, 연출과 감독은 선생님들이 하는 거야.”
내 목소리가 커졌다. ‘맙소사’ 원숭이는 학습 능력이 있다. 호빵맨은 학습 과정을 거쳐 더 낳은 연기를 했다. 문제는 괴물들이 그런 그의 행동을 실수 연발이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봐, 정신 차려. 선생님이 가만 둘 것 같아?”
“갓 들어온 놈이 어떻게 괴물의 생각을 아냐? 태권 브이도 못하는 일인데?”
“......”
보스가 거론된 이상 더 이상 말다툼을 할 수 없었다.
“경고하는데 설치지 말고 딴 역이나 찾아. 이건 내가 삼 년을 다듬은 거야.”
다음날 나는 눈부신 조명과 자리를 가득 매운 털 없는 원숭이들에게 놀라 일 단계에서 사 단계까지 훈련받은 데로 정신없이 끝냈다. 괴물들이 폭소와 박수를 내게 보냈다. 마지막 단계인 내 자리로 몸을 날렸다. 엉덩이에 불침 맞은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펄쩍 뛰어오르며 비명을 질렀다.
관람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나는 무대 뒤에서 차가운 눈초리가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공연 뒤 교장 선생님에게 단단히 혼이 난 선생님이 씩씩거리며 나를 거꾸로 세웠다.
“이런, 가만있어.”
선생님이 뽑아낸 압정은 여섯 개였다. 내 의자에는 압정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호빵맨이 장난친 겁니다. 틀림없어요. 이 녀석을 그냥.”
선생님은 주먹을 불끈 쥐고 교장 선생님에게 일러바쳤다.
“그냥 나 둬. 덧나지 않게 소독해 줘라.”
처벌이 있고 배역을 뺐길 거라는 예상과 달리 호빵맨에 대해 선생님의 칭찬이 계속됐다. 그는 공연에 계속 출현했다. 역할을 잘 했을 때 주는 땅콩도 언제나 녀석이 제일 먼저 가장 많이 받았다. 나는 교실에서 쫓겨났다. 지하 연습실에서 혼자 지각생 연기를 훈련받았다. 무슨 꿍꿍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호빵맨은 그것 보라는 듯 으쓱거렸다. 우리들은 그가 지각생 연기를 잘 하는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결론은 ‘이런 과분한 대접을 받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였다. 태권 브이는 어깨에 힘이 있는 데로 들어간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이 연습 중인 우리를 모아 놓고 말했다.
“잘 알다시피 호빵맨이 너무 잘한다. 이제 단순 연기는 그만 시키고 전동 스쿠 터 타는 역을 맡기기로 했다. 열심히 잘하는 사람은 그만한 대접을 해주는 게 인 간 사회다. 따라서 호빵맨에게 땅콩을 평소보다 네 배 더 지급하겠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태권 브이의 눈에 푸른 불똥이 튀었다. 스쿠터 타기는 관람객들에게 인기 있는 보스의 배역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크르렁 거리는 보스를 무시하고 큰소리로 이어나갔다.
“호빵맨이 하던 역은 둘리가 맡고 태권 브이 너는 나이도 있고 그간 고생했으니 당분간 쉬면서 대기해라.”
주머니에서 땅콩을 한 주먹 꺼내 호빵맨에게 주었다. 그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호빵맨의 머리를 쓰다듬고 교장 선생님은 떠났다. 태권 브이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자리인 창가 쪽으로 갔다. 호빵맨이 땅콩을 깨물었다.
“이건 말도 안돼. 똑같이 죽어라 연습했어.”
“반장 시키려는 게 틀림없어.”
“중간 보스 세 명 중 호빵맨은 서열이 가장 낮아. 란마와 세균맨이 있는데. 에 이, 그럼 한 번에 세 단계를 넘는단 말이야?”
“가만, 그럼 보스는 어떻게 되는 거지?”
중간 보스만이 보스에게 도전할 수 있다. 짧지만 치열한 싸움 끝에 새로운 보스가 탄생하면 기존 보스는 무리를 떠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오전 식사 시간이 되었다. 두 손바닥에 뿌려진 땅콩은 평소에 비해 적었다. 원숭이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빤히 보며 교장 선생님은 태연하게 말했다.
“호빵맨에게 많이 주었으니 너희들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 호빵맨 반만큼만 해봐. 그럼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지.”
그는 빈 바구니를 보란 듯 흔들며 나갔다. 땅콩을 쌓아 놓고 느긋하게 먹고 있는 행복한 원숭이를 바라보는 배고픈 원숭이들이 폭발했다.
“저 놈이 내 몫 아니 우리 몫을 뺏어 갔어.”
땅콩을 한입에 먹어 치운 세균맨이 가슴을 치며 말했다.
“저 서열도 모르는 인간 같은 놈.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먹었냐? 먼저 보스가 먹고 순서대로 먹었잖아?”
여태까지 선생님이 주시는 데로 군소리 없이 받아먹었던, 란마가 난데없이 서열을 들고 나왔다. 다른 원숭이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만들 해.”
태권 브이가 손에 쥔 땅콩을 내던졌다.
저녁 연습 시간이었다. 며칠 전에 학교에 부임한 젊은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무대 구석에서 추레한 모습으로 호빵맨이 스쿠터를 타고 있는 것을 바라보던 우리의 보스 태권 브이 가 호빵맨에게 다가갔다.
“당장 내려. 스쿠터는 그렇게 타는 게 아냐.”
“지금 연습해야 해요. 선생님이 시험 본다고 했어요.”
“너, 내 말 안 들을 거냐?”
“지금 연습해야 한다니까.”
호빵맨도 소리를 높였다. 보스가 녀석에게 몸을 날렸다. 호빵맨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뛰어올랐다. 둘은 공중에서 충돌했다. 모두 숨 죽이고 지켜봤다. 처음엔 호빵맨이 유리한 듯 보였다. 덩치는 비슷했으나 나이가 보스보다 세 살 적었다. 그때 나는 처음 보았다. 태권 브이의 송곳니를. 여기 와 소문만 들었는데 밑에 깔려 불리하게 보이던 전세가 허벅지를 물어뜯는 것으로 역전됐다.
“퉤.”
입에서 큼직한 살덩이를 뱉어낸 보스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호빵맨의 목덜미에 다시 송곳니를 들이댔다.
“까악.”
짧은 비명이 힘겨운 세상에 남긴 호빵맨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고개 든 보스의 얼굴은 피범벅이었다. 모두들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아기를 업고 있던 엄마 원숭이가 얼른 아기 눈을 가렸다. 나도 고개를 돌렸다. 출입문에 있는 작은 창문이 닫히기 전 싸늘한 눈이 깜박이고 있는 것에 내 눈이 고정됐다. 그 눈은 원숭이 산을 쓸어버리던 괴물의 눈과 닮아 있었다.
자리를 비웠던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과 함께 나타났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빨리 수의사 불러와.”
‘원숭이가 원숭이를 죽이다니.’ 보스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바나나 껍질로 피 묻은 얼굴과 손을 닦았다. 원숭이들이 충격에서 깨어났다. 비명이 터졌다.
“죄송합니다. 잘못 온 전화를 받으러 사무실에 간 사이에 그만......”
“괜찮아. 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지.”
교장 선생님은 허둥거리는 선생님에게 위로 섞인 말투로 말했다.
“자네, 이번에 좋은 경험 했어. 이게 바로 야수적인 공격성이야.”
“......”
“늘 교육 시키고 잘 해 줘도 순간적으로 동물의 본능이 튀어나오거든.”
수의사와 선생님들이 죽은 원숭이를 자루에 담고 나서 바닥을 닦았다. 핏자국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양동이에 담긴 투명한 물이 검붉은 액체로 변했다. 교장 선생님은 청소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보며 입을 열었다.
“원숭이 혈액형은 A, B, O형이 있는데 일본 원숭이는 B형이 많지. 호빵맨 녀석 은 O형이거든. O형은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야. 까불다가 동족한테 당한 거지. 사람이 원숭이를 가르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교장 선생님은 신참 선생님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거리며 말했다.
그날 밤 푸르스름한 달빛이 창살 친 창문을 비출 때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커다란 원숭이에게 쫓기다 결국 한 입에 먹히는 악몽 때문이었다. 보스가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취침 시간까지 누구도 태권 브이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중간 보스들도 그의 주변을 맴돌며 눈치만 보았다. 그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나와 보스의 눈이 마주쳤다. 그는 손가락으로 나를 불렀다. 나는 다가가며 오줌을 찔끔찔끔 흘렸다. 그는 동족을 죽였다. 잔인하게. 보스는 우리들 누구라도 죽일 수 있다. 이제 보스는 괴물이다.
“다들 뭐라고 하나?”
그는 나를 보지 않고 달을 보며 물었다.
“아무 말도 안 합니다.”
“왜 이 흉터가 났는지 아나?”
그는 자신의 왼쪽 종아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목소리까지 떨렸다.
“나는 태어나 바로 이곳에 왔다. 아비가 누군지 모른다. 교장 선생님 손에서 길러졌다. 이 상처는 내가 중간 보스 시절 보스였던 슈퍼맨에게 도전하다 얻은 훈장이다.”
“저......”
말투로 보아 나를 죽일 것 같지 않았다.
“지금 보스는 나잖아.”
그는 답답한 듯 꼬리로 바닥을 치며 말했다.
“여긴 패배한 원숭이가 달리 갈 곳이 없다. 슈퍼맨은 무리에서 겉돌다 쇠약해져 죽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했다. 가능하면 무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슈퍼맨은 중간 보스와 연합해선 나에게 도전했다.”
태권 브이는 구석에 축 늘어져 자고 있는 세균맨을 쏘아보았다.
“그 다음부터 무리 안으로 못 들어오게 했다.”
보스는 내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나나처럼 홀쭉해진 달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슈퍼맨에게 도전하기 전 교장 선생님이 나를 수의사에게 데려갔지. 송곳니를 날카롭게 갈아 주었다. 학생들을 제대로 부리기 위해 그는 젊은 반장이 필요했다. 내가 보스가 된 뒤에도 정기적으로 송곳니를 갈아주었다...... 그래서 괴물들은 보스에 의한 체제를 유지시켜 주는 거지.”
나는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달빛이 내 가슴을 비췄다. 널뛰던 가슴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흐흐흐.”
태권 브이는 슬프게 웃었다.
“나이 들고 이빨이 흔들리자 송곳니를 갈아주지 않더군. 호빵맨이 설치는 것을 보고 생각했지. ‘이제 내 차례구나.’ 전동 스쿠터에서 쇠붙이를 떼어 냈어. 수의 사가 이빨 갈 때 썼던 기구들을 떠올렸지. 밤새 갈아 날을 세운 뒤에 그것으로 내 송곳니를 갈았지. 입안은 피투성이가 됐지만 아까 붙을 때 효과는 그만이었지.”
그의 송곳니가 번쩍였다. 보스는 다시 침을 흘리며 자고 있는 세균맨을 쳐다보았다.
“참신한 중간 보스가 하나 필요하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중간 보스 생활을 하던 중 공연이 끝나자 선생님이 원숭이들을 새 옷으로 갈아입혔다. 크고 깨끗한 교장실로 데려갔다. 낯선 인간들이 우리를 감탄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우리 학교 우등생들입니다. 최고 학생들이죠. 자세한 것은 나눠 드린 신체 발달 기록표를 보십시오.”
교장 선생님은 침을 튀기며 떠들었다. 내가 알기론 이들 중 네 마리는 수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진찰 한 뒤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고 있었다. 나부터도 연습 중 세 바퀴 공중제비를 돌다 거꾸로 추락했다. 어깨뼈에 금이 갔다. 공연 때마다 주사를 맞았다.
“저야, 이제 시작하는 단계니 교장 선생님만 믿겠습니다. 잘 좀 부탁합니다.” 큰 키에 대머리인 중년 남자가 굽실거리며 말했다.
“솔직히, 다 제 자식들인데 누굴 보낼까 고민하며 며칠 밤을 새웠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원숭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이 말에 힘을 얻은 듯 그는 사뭇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사람과 원숭이는 DNA가 구십팔 퍼센트 일치합니다. 이 퍼센트의 차이는 세퍼트 와 다른 개의 종간 차이보다도 작죠. 이 작은 차이로 우리 인간은 말을 하고 문 명을 발전시켰습니다. 나는 원숭이도 사랑으로 교육하고 깊은 관심을 가져 주면 사람과 다를 게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았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대머리 괴물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김 사장님, 걱정 말고 추진하세요. 그나저나 못해도 마리당 천오백은 받아야 하는 데 천이백에 드리면 정말 남는 게 없어요.”
“매달 지불할 기술료도 큰 부담입니다. 교장 선생님이 힘 좀 써 주세요.”
“허허, 다른 분도 아니고 김 사장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선발된 정예 원숭이들은 변산반도의 새 학교로 출발했다. 전학 가기 전날 밤 보스는 내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나 나나 망가진 원숭이 신세는 마찬가지다. 힘을 합하면 지금 체제를 새로 가는 곳에서도 유지할 수 있어.”
보스는 나에게 자신이 만든 도구를 보여주었다. 같은 배를 탔다는 것이 확실하기에 보여 준다는 말과 함께. 새 교장 선생님은 전 교장 선생님보다 몇 술 더 떴다. 개학한 지 몇 달 만에 돈 문제를 들먹거렸다. ‘이 정도는 우리도 다 아는 거.’라며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달려온 백발 교장 선생님과 주먹다짐을 벌였다. 그런 다음 새로운 시도라며 세계 각국의 원숭이들을 사들였다. 그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국경 없는 무한 경쟁 시대다. 이런 생존경쟁 시대에 원숭이 보스니 서열 운운하는 것은 사치다.”
배급되는 건빵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마저 푸릇푸릇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어떤 원숭이든 관객들에게 인기가 올라가는 즉시 보스가 하던 연기를 맡기고 특별 배식을 했다. ‘우리 인간들은 늘 새로운 스타를 원해.’ 노려보던 보스에게 교장 선생님이 던진 말이었다. 가까이는 동남아시아와 멀리는 아프리카 심지어 미국 동물원에서 온 원숭이들까지, 경쟁은 살벌했다.
“지킬 건 지키자. 모두 단결하자. 우린 진짜 원숭이들이잖아.”
보스가 새벽에 집합을 걸고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출신지나 처한 환경은 각자 달라도 원숭이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선생님이 훈련 과정을 지켜보던 교장 선생님에게 하소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이것들이 며칠째 전혀 말을 들어먹질 않아요.”
“그래. 당장 배식 중지하고 물만 줘.”
나흘 동안 굶은 원숭이들은 모두 누워 하늘만 쳐다봤다. 밤하늘의 별은 땅콩처럼 달은 뭉개진 바나나처럼 보였다. 사흘이 한계였다. 보스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기 원숭이들은 엄마 품에 안겨 눈만 껌벅거렸다. 보스를 원망하는 소리가 속삭이듯 들리더니 점점 커져 갔다.
어제 밤 짱가가 나를 깨웠다. 강철 출입문 앞으로 데려갔다. 작은 창문이 슬며시 열렸다. 푸른 눈이 우리를 내려다봤다. 사각의 강철 괴물이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뼈 속까지 떨렸다.
“잘 들어. 건빵은 곧 정상 배급 될 거야. 그 알량한 중간 보스를 계속하게 해 줄 테니 보스의 도구를 가져와. 아침에 내가 보스와 붙을 때 뒤에서 덮쳐. 뒷일은 걱정 말고.”
짱가는 손가락으로 푸른 눈을 가리키며 여유 만만하게 말했다. 괴물의 눈은 깜빡거렸다. ‘어차피, 괴물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다.’ 나는 보스에 대한 충성이니 무리의 질서를 곰팡이 핀 몇 조각 건빵과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내 지위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나도 힘없이 눈을 껌뻑거렸다.
오늘 아침 짱가는 태권 브이 앞에 당당히 섰다. 큰 소리로 외쳤다.
“네 놈 때문에 다 죽게 됐다. 넌 우리 적이야, 이 인간 같은 녀석아.”
삿대질을 하며 달려들었다. 짱가의 송곳니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보스는 끝까지 싸웠다. 원숭이들은 눈만 껌뻑일 뿐 움직이지 않았다. 팽팽한 겨루기가 계속됐다. 태권 브이가 짱가를 넘어트리고 목을 졸랐다. 짱가가 헐떡거리며 나에게 눈을 맞췄다. 발소리를 죽인 나는 엉켜 있는 그들에게 소리 없이 다가갔다.
태권 브이의 최후의 발악에 주먹과 상처 난 내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내가 뒤에서 덤비자 공포로 얼어붙던 태권 브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보스는 어디에 묻혔을까. 원숭이 산이 그립다. 털 없는 원숭이들의 구호와 함성이 들려왔다. 반쯤 열려진 창문을 쳐다보았다. 유리에 비쳐진 창백한 나의 반쪽 얼굴이 낯설게만 보였다. 요즈음 괴물이 나타나는 꿈을 자주 꾼다. 며칠 굶은 탓인가. 날씨 탓인가. 아니면 조용한 관광지인 이곳을 뒤흔드는 ‘핵 폐기장 건설 반대.’라는 인간들의 외침 때문인가. 얼마 전 연습 시간에 선생님들끼리 모여 쑥덕거렸다.
“말도 마, 화염병에 가스통에 불타는 차들에.”
“세상에, 이건 민란이야 민란. 부안 민란.”
“그러게, 경찰이 아비를 잡아가니 아들이, 아들을 잡아가니 어미가 나서고 있어.”
괴물인 인간들이 무서워하는 핵이라는 괴물은 대체 어떻게 생긴 녀석일까? 왜, 털 없는 원숭이들은 또 다른 괴물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짱가가 몸을 떨었다. 짱가의 쩍 벌어진 입속에 내가 어제 밤 갈아 준 송곳니가 번쩍거렸다. 그의 엉덩이에는 태권 브이가 남긴 이빨 자국이 훈장처럼 선명했다. 라퓨타가 빨간 엉덩이를 씰룩이며 달아났다. 짱가는 오늘 새벽에 서툰 솜씨로 내 이빨을 갈면서 말했다.
“내일 보스를 원숭이 산으로 보낼 테니 빨리 하나 만들어야지. 라퓨타가 사내를 낳으면 태권 브이라 이름 지어야겠어.”
사라진 보스가 아꼈던 라퓨타가 멍든 바나나 같은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흥, 중간 보슨지 뭔지. 너 뭐야? 너 한 일이 뭐야?”
✻“살아남았지.”
나는 새 보스와 강철 출입문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천천히 철문이 열렸다. 처음 보는 근육질의 원숭이가 들어왔다. 그 신입생은 나를 힐끔 째려보더니 구석에 자리를 잡고 이를 잡기 시작했다.
종소리가 울렸다. 오랜만에 듣는 식사 종소리에 입안 가득 침이 고였다.<끝>
✻ ‘살아남았지.’
- 프랑스 대혁명의 공포정치
기간에 무엇을 했느냐는 물음에
대한 에마뉘엘 J.시에예스의 답변.
(200자 원고지 : 81매)
성명 : 노상윤 ( 남자, 36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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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윤
검정 비닐 자루에 담긴 보스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선생님이 툴툴거리며 자루를 메고 나가자 철문이 닫혔다. 짱가가 라퓨타 뒤쪽으로 다가가선 올라타 엉덩이를 흔들며 거칠게 밀어 넣었다. 라퓨타는 몸을 뒤틀며 교성을 질렀다. 침을 흘리며 쳐다보는 내게 새로운 보스는 으르렁거렸다. 나는 재빨리 사육장 구석으로 달아났다.
내 이름은 둘리. 변산반도에 위치한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한 원숭이 학교의 부반장이다. 진짜 원숭이들은 나를 중간 보스라 불렀다. 털 없는 원숭이들은 우리들에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 이름을 붙였다. 더 이상 우리는 원숭이 산에서 불리던 자기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보스는 특권이 있다. 무리를 이끌 권리. 적으로부터 집단을 지키기 위해 맨 앞에서 싸울 권리. 암컷들을 독점적으로 취할 권리. 새로 탄생한 보스 짱가는 지금 세 번째 권리를 행사하는 중이다. 어제까지 학생은 모두 스무 마리였다. 아침에 태권 브이가 제적당했다. 현재 총원은 열아홉이다. 공연을 제대로 하려면 적어도 스무 마리가 필요했다. 곧 신입생이 올 것이다.
원숭이 산에서 우리들은 수백 마리씩 무리 지어 생활했다. 산 높이에 따라 경계가 나눠졌다. 아래, 중간, 꼭대기라는 세 무리였다. 지도나 경계 표시 없이도 영역은 지켜졌다. 그곳은 일본 원숭이들의 고향이었다.
겨울에는 계곡의 온천에서 함박눈을 맞으며 목욕했다. 서로 이를 잡아 주었다. 아기 원숭이들은 엄마 등에 업혀 재롱을 부렸다. 보스를 중심으로 우리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다. 가끔 영역 문제를 놓고 다툼이 벌어졌다. 원숭이들은 고함을 지르며 자기 보스를 응원했다. 보스 둘만이 싸웠고 무리들은 그 결과에 따랐다. 결코 상대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든 적은 없었다. 한쪽이 꼬리 내리고 도망가면 그것으로 승부가 가려졌다.
식사 종소리에 맞춰 털 없는 원숭이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와 순서대로 먹이를 먹었다. 털 없는 원숭이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들이 환호성을 울리고 좋아하는 것은 원숭이들이 놀이 대상일 경우에만 해당됐다. 땅콩을 내밀며 장난치다 손에 상처를 입거나 우리가 먹을 것이 든 줄 알고 손가방이나 카메라를 낚아챘을 때는 불같이 화를 냈다. 성난 고릴라처럼 길길이 날뛰었다. 원숭이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인간에게 익숙해진 원숭이들이 달려들었고 혼비백산해 도망가거나 혼절해 구급차에 실려 가는 털 없는 원숭이들이 많아졌다.
우리가 그들을 구경하러 괴롭히러 간 것이 아니다. 인간들이 원숭이를 구경하러 온 것이다. 산은 원숭이로 넘쳐 났다. 밤마다 울음소리로 산이 흔들렸다. 먹을 것은 걱정하지 않았다. 종소리가 울리면 내려가 포식할 수 있었으니까. 무서운 소문이 돌았다. ‘아래 무리 영역에 괴물들이 나타났다. 무리를 습격했다. 보스를 쓰러트렸다. 많은 원숭이들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모두들 불안에 떨었다. 그날 털 없는 원숭이들도 식사 종소리도 없었다. 보스인 내 아버지는 하늘만 보며 말이 없었다. 보스만이 암컷들을 거느리고 임신시킬 수 있었다. 많은 자식들 중 그는 나를 귀여워했다.
“소문 들으셨습니까?”
“오래 전, 내가 너 만했을 때 괴물이 나타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원숭이들이 번성했었다. 숫자가 늘어나고 무리의 힘이 강해질 때 괴물이 나타났다. 그러면 오랫동안 우리들은 움츠러들지.”
“어디로든 도망가요.”
“너도 커서 언젠가 보스가 되겠지만 보스가 다른 원숭이나 털 없는 원숭이와 다른 점은 보스는 도망가지 않는다. 무리가 위험에 닥치면 선두에서 싸운다. 나와 자주 충돌했던 아래 무리 보스가 그걸 보여줬다. 괴물들은 그런 우리 습성을 잘 안다. 나는 괴물과 싸우겠다.”
“......”
“나 때문에 내색은 못하지만 중간 보스들이 너를 경계하고 있다. 항상 조심해 라.”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늙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가서 네게 주어진 일인 아기들을 지켜라. 혼자 있고 싶다.”
달빛이 환했던 그날 밤 중간 무리 영역으로 괴물들이 출몰했다. 그들은 눈에서 불을 뿜는 용을 앞세우고 올라왔다. 용이 뿜어내는 붉은 빛줄기가 우리를 발가벗겼다. 원숭이들은 마법에 걸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몸이 얼어붙었다. 괴물들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검은색이었다. 얼굴에는 두 개의 구멍만이 나란히 나 있었다. 용이 지나간 자리에 새겨진 두 줄기의 다져진 길을 밟으며 그들은 천천히 올라왔다.
아래 무리와 중간 무리 경계선에 있던 보스는 괴성을 질렀다. 괴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괴물들이 든 막대기에서 불이 뿜어졌다. 늙은 보스는 그렇게 사라졌다. 괴물들 움직임이 신속해졌다. 중간 보스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얼어붙은 우리들을 하나씩 살폈다. 몸집 크고 생식 능력이 있으면 불벼락을 내렸다. 원숭이들이 겨울철 농가의 땔나무처럼 겹겹이 쌓여졌다. 괴물이 다가왔다. 내가 데리고 있던 아기들을 밀어냈다. 나를 용에게 집어던졌다.
뒤통수에 심한 충격이 왔다. 눈에 불꽃이 튀었다. 엉덩이에 따끔한 통증이 왔다. 의식이 몽롱해졌다. 괴물이 가면을 벗고 땀을 닦아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얼굴을 똑똑히 기억했다. 날마다 우리에게 먹이를 주고 다친 원숭이들을 치료해 주던 공원 관리인들 중 하나였다. 그는 다른 괴물의 입에 불을 붙였다.
“이제, 대충 정리 되는군. 산꼭대기에 있는 놈들은 내일 처리하자.”
“한동안 조용해지겠군요.”
괴물은 회색 구름 연기를 만들어 올렸다.
“잘 솎아 내야 돼.”
“걱정 마세요.”
“관람객들은 어린 원숭이들을 좋아하거든.”
“트랙터에 실린 녀석들은?”
괴물은 입에 물고 있던 것을 떨어트려 발로 비볐다.
“뭐, 이리 저리 흩어지겠지. 외국으로 나가는 녀석들도 꽤 있을 것이고.”
의식이 가물가물해졌다. 내 귀에 털 없는 원숭이들 말이 똑똑히 분명하게 들렸다. 진짜 원숭이들이 떠드는 것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 목이 쇠줄에 묶여 있었다. 다른 원숭이들도 묶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차디찬 강철로 된 방이 규칙적으로 흔들렸다. 둥근 창문들이 내 머리 위에 나란히 있었다. 희미하게 ‘뚜웅’ ‘끼룩 끼룩’ 소리가 들렸다. 창밖에는 처음 보는 흰 새들이 날개를 곧게 펴고 유유히 떠 있었다. 새들은 우리를 무심히 내려보다 사라졌다.
천장에 달린 전등이 희미하게 붉은빛을 뿜었다. 문이 열렸다. 흰옷을 입은 괴물들이 들어왔다. 기다란 바늘로 내 팔을 찔렀다. 따끔했다. 붉은 등이 빙글빙글 돌았다. 붉은 공은 수십 개로 늘어났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무 상자에 한 마리씩 갇힌 우리는 철망을 움켜쥐고 흔들었다. 괴물들이 한 마리 씩 끌어냈다. 나도 괴물들 앞에 섰다. 내 목과 연결된 쇠줄을 단단히 잡고 있는 코끝이 벌건 괴물이 말했다.
“나이는 네 살로 추정되고 고춥니다.”
“똘똘하게 생겼네.”
뚱뚱한 배를 손바닥으로 연신 비비던 괴물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동물원에 두 마리가 필요한데. 너무 어려.”
성마르게 생긴 괴물이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나도 괴물을 노려보았다.
“자아, 상품은 많으니 천천히 고르세요.”
“그 놈 눈매 한 번 매섭네.”
괴물들 뒤에서 나를 물끄러미 보던 작은 키에 눈매가 차가운 백발의 괴물이 중얼거리며 다가왔다. 눈에서 불이 번쩍했다. 괴물은 연달아 내 등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끼약, 끼약.”
나는 백발 괴물에게 덤벼들었다. 쇠줄이 목을 조여 숨이 막혔다.
“허허, 성깔도 있고 목청도 그만하면...... 이 녀석으로 하지.”
괴물은 줄을 넘겨받았다.
“탁월하신 선택이십니다. 교장 선생님.”
괴물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지금부터 내가 아버지다. 가만있자 역시 만화 주인공이 무난하겠지. 그래, 넌 지금부터 아기 공룡 둘리다.”
학교 정문은 돌로 만든 거대한 원숭이였다. 차가 돌 원숭이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다. 먼저 놀이동산과 분수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 뒤로 원숭이 학교가 보였다.
“원숭이는 학생이 될 수 없다. 학생은 인간만이 될 수 있다.”
아홉 원숭이를 세워 놓고 빛바랜 군복에 챙이 긴 빨간 모자를 쓴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삼십 년간 원숭이 사육과 공연을 해온 탓에 난 너희들 말을 할 수 있다. 내가 마리당 오십에 샀지만 천짜리로 만들 것이다.”
그는 한 마리씩 노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너희를 인간 같은 원숭이로 만들 것이다.”
‘원숭이를 데려다 털 밀면 인간이 되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우리 학교 교칙이다. 이상.”
어느새 빨간 완장을 찬 선생님들이 우리 뒤에 하나씩 서 있었다.
“구부정한 등을 똑바로 펴는 것부터 시작한다.”
완장이 내 등을 몽둥이로 찍으며 이죽거렸다. 학생이 되어 멋진 교복을 입고 가방을 매고 공연장인 교실에 들어가려면 이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학생들이 박수갈채를 받는 동안 우리는 음침한 연습장에서 끊임없이 시달렸다.
훈련 첫날 완장에게 덤벼들어 손등을 물어뜯은 마징가 제트가 시범 케이스로 걸렸다. 우리들이 떨며 지켜보는 가운데 고무 몽둥이로 선생님들에게 구타당했다. 사흘 간 묶인 채 식사를 못했다. 풀려난 다음 마징가 제트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 떨어져 있는 원숭이 똥을 주워 먹었다. 마징가가 부서지는 모습을 지켜본 원숭이들은 반항이나 저항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웠다.
훈련을 함께 시작한 원숭이들은 연습하다 어딘가 부러져 사라지거나 시름시름 앓다 죽거나 했다. 매달 교장 선생님이 참석한 가운데 치르는 시험에 불합격 판정을 받아 동물원으로 끌려갔다.
이년이 지나 입학 허가 난 원숭이는 나와 빳빳하던 머리털이 곱슬곱슬해진 마징가 제트 둘 뿐이었다. 입학 선물은 나비넥타이에 정장으로 차려입은 교장 선생님이 직접 준 몽키 바나나 한 다발이었다. 그는 엄숙하게 말했다.
“인간 같은 원숭이로 다시 태어나 내 학교에 입학함을 환영한다.”
첫 공연에서 내가 맡은 배역은 지각생 역할로
1. 내가 수업 중인 교실에 큰소리로 ‘드르륵’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선생님이 반
장을 혼낸다.
2. 화가 난 반장 로봇 태권 브이가 달려와 내 머리를 때린다.
3. 나는 두 손을 비비며 용서를 구한다.
4. 선생님이 다음부터 조심하라며 손짓으로 들어가라 한다.
5. 나는 가방으로 얼굴을 가리고 총알같이 내 자리로 뛰어 들어간다.
이상의 다섯 단계였다. 그 역은 덩치 큰 호빵맨이 하던 배역이었다. 삼년 째 지각생 역을 하고 있는 그가 최근 실수를 자주했다. 내가 대신 그 역을 맡게 됐다. 선생님은 각 단계별로 반복해서 훈련을 시켰다. 교실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호빵맨은 무대 뒤에서 연습하는 나를 음흉한 눈초리로 응시했다.
원숭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단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괴물들에게 머리를 다친 뒤 괴물의 말귀를 알아듣게 된 나는 동료들에게 괴물들이 하는 말을 전했다. 돌아온 반응은 냉담했다.
“털 없는 원숭이의 앞잡이, 변절자, 인간만도 못한 놈.”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 첫 공연 전날 밤 호빵맨이 나를 깨웠다. 급우들은 사방에 흩어져 피곤한 몸을 달래고 있었다. 그는 손짓으로 사육장 구석을 가리켰다. 우리는 나란히 섰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 내 자리를 넘보는 거냐? 어린 녀석이?”
그는 내 가슴을 밀치며 말했다.
“이 짓이 좋아서 하는 줄 알아. 네가 일을 못해 밀려나는 거지.”
덩치는 나보다 컸지만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선생님들이 뭐라는 줄 알아? 왜, 정해진 다섯 단계대로 움직이지 않지?”
“이 짓만 삼 년 했어. 처음엔 순서대로 했지만 내가 생각한 대로 하는 것이 쉽고 빠르단 말이야. 웃음소리도 더 크게 들리고......”
“야, 연출과 감독은 선생님들이 하는 거야.”
내 목소리가 커졌다. ‘맙소사’ 원숭이는 학습 능력이 있다. 호빵맨은 학습 과정을 거쳐 더 낳은 연기를 했다. 문제는 괴물들이 그런 그의 행동을 실수 연발이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봐, 정신 차려. 선생님이 가만 둘 것 같아?”
“갓 들어온 놈이 어떻게 괴물의 생각을 아냐? 태권 브이도 못하는 일인데?”
“......”
보스가 거론된 이상 더 이상 말다툼을 할 수 없었다.
“경고하는데 설치지 말고 딴 역이나 찾아. 이건 내가 삼 년을 다듬은 거야.”
다음날 나는 눈부신 조명과 자리를 가득 매운 털 없는 원숭이들에게 놀라 일 단계에서 사 단계까지 훈련받은 데로 정신없이 끝냈다. 괴물들이 폭소와 박수를 내게 보냈다. 마지막 단계인 내 자리로 몸을 날렸다. 엉덩이에 불침 맞은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펄쩍 뛰어오르며 비명을 질렀다.
관람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나는 무대 뒤에서 차가운 눈초리가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공연 뒤 교장 선생님에게 단단히 혼이 난 선생님이 씩씩거리며 나를 거꾸로 세웠다.
“이런, 가만있어.”
선생님이 뽑아낸 압정은 여섯 개였다. 내 의자에는 압정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호빵맨이 장난친 겁니다. 틀림없어요. 이 녀석을 그냥.”
선생님은 주먹을 불끈 쥐고 교장 선생님에게 일러바쳤다.
“그냥 나 둬. 덧나지 않게 소독해 줘라.”
처벌이 있고 배역을 뺐길 거라는 예상과 달리 호빵맨에 대해 선생님의 칭찬이 계속됐다. 그는 공연에 계속 출현했다. 역할을 잘 했을 때 주는 땅콩도 언제나 녀석이 제일 먼저 가장 많이 받았다. 나는 교실에서 쫓겨났다. 지하 연습실에서 혼자 지각생 연기를 훈련받았다. 무슨 꿍꿍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호빵맨은 그것 보라는 듯 으쓱거렸다. 우리들은 그가 지각생 연기를 잘 하는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결론은 ‘이런 과분한 대접을 받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였다. 태권 브이는 어깨에 힘이 있는 데로 들어간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이 연습 중인 우리를 모아 놓고 말했다.
“잘 알다시피 호빵맨이 너무 잘한다. 이제 단순 연기는 그만 시키고 전동 스쿠 터 타는 역을 맡기기로 했다. 열심히 잘하는 사람은 그만한 대접을 해주는 게 인 간 사회다. 따라서 호빵맨에게 땅콩을 평소보다 네 배 더 지급하겠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태권 브이의 눈에 푸른 불똥이 튀었다. 스쿠터 타기는 관람객들에게 인기 있는 보스의 배역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크르렁 거리는 보스를 무시하고 큰소리로 이어나갔다.
“호빵맨이 하던 역은 둘리가 맡고 태권 브이 너는 나이도 있고 그간 고생했으니 당분간 쉬면서 대기해라.”
주머니에서 땅콩을 한 주먹 꺼내 호빵맨에게 주었다. 그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호빵맨의 머리를 쓰다듬고 교장 선생님은 떠났다. 태권 브이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자리인 창가 쪽으로 갔다. 호빵맨이 땅콩을 깨물었다.
“이건 말도 안돼. 똑같이 죽어라 연습했어.”
“반장 시키려는 게 틀림없어.”
“중간 보스 세 명 중 호빵맨은 서열이 가장 낮아. 란마와 세균맨이 있는데. 에 이, 그럼 한 번에 세 단계를 넘는단 말이야?”
“가만, 그럼 보스는 어떻게 되는 거지?”
중간 보스만이 보스에게 도전할 수 있다. 짧지만 치열한 싸움 끝에 새로운 보스가 탄생하면 기존 보스는 무리를 떠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오전 식사 시간이 되었다. 두 손바닥에 뿌려진 땅콩은 평소에 비해 적었다. 원숭이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빤히 보며 교장 선생님은 태연하게 말했다.
“호빵맨에게 많이 주었으니 너희들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 호빵맨 반만큼만 해봐. 그럼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지.”
그는 빈 바구니를 보란 듯 흔들며 나갔다. 땅콩을 쌓아 놓고 느긋하게 먹고 있는 행복한 원숭이를 바라보는 배고픈 원숭이들이 폭발했다.
“저 놈이 내 몫 아니 우리 몫을 뺏어 갔어.”
땅콩을 한입에 먹어 치운 세균맨이 가슴을 치며 말했다.
“저 서열도 모르는 인간 같은 놈.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먹었냐? 먼저 보스가 먹고 순서대로 먹었잖아?”
여태까지 선생님이 주시는 데로 군소리 없이 받아먹었던, 란마가 난데없이 서열을 들고 나왔다. 다른 원숭이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만들 해.”
태권 브이가 손에 쥔 땅콩을 내던졌다.
저녁 연습 시간이었다. 며칠 전에 학교에 부임한 젊은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무대 구석에서 추레한 모습으로 호빵맨이 스쿠터를 타고 있는 것을 바라보던 우리의 보스 태권 브이 가 호빵맨에게 다가갔다.
“당장 내려. 스쿠터는 그렇게 타는 게 아냐.”
“지금 연습해야 해요. 선생님이 시험 본다고 했어요.”
“너, 내 말 안 들을 거냐?”
“지금 연습해야 한다니까.”
호빵맨도 소리를 높였다. 보스가 녀석에게 몸을 날렸다. 호빵맨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뛰어올랐다. 둘은 공중에서 충돌했다. 모두 숨 죽이고 지켜봤다. 처음엔 호빵맨이 유리한 듯 보였다. 덩치는 비슷했으나 나이가 보스보다 세 살 적었다. 그때 나는 처음 보았다. 태권 브이의 송곳니를. 여기 와 소문만 들었는데 밑에 깔려 불리하게 보이던 전세가 허벅지를 물어뜯는 것으로 역전됐다.
“퉤.”
입에서 큼직한 살덩이를 뱉어낸 보스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호빵맨의 목덜미에 다시 송곳니를 들이댔다.
“까악.”
짧은 비명이 힘겨운 세상에 남긴 호빵맨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고개 든 보스의 얼굴은 피범벅이었다. 모두들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아기를 업고 있던 엄마 원숭이가 얼른 아기 눈을 가렸다. 나도 고개를 돌렸다. 출입문에 있는 작은 창문이 닫히기 전 싸늘한 눈이 깜박이고 있는 것에 내 눈이 고정됐다. 그 눈은 원숭이 산을 쓸어버리던 괴물의 눈과 닮아 있었다.
자리를 비웠던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과 함께 나타났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빨리 수의사 불러와.”
‘원숭이가 원숭이를 죽이다니.’ 보스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바나나 껍질로 피 묻은 얼굴과 손을 닦았다. 원숭이들이 충격에서 깨어났다. 비명이 터졌다.
“죄송합니다. 잘못 온 전화를 받으러 사무실에 간 사이에 그만......”
“괜찮아. 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지.”
교장 선생님은 허둥거리는 선생님에게 위로 섞인 말투로 말했다.
“자네, 이번에 좋은 경험 했어. 이게 바로 야수적인 공격성이야.”
“......”
“늘 교육 시키고 잘 해 줘도 순간적으로 동물의 본능이 튀어나오거든.”
수의사와 선생님들이 죽은 원숭이를 자루에 담고 나서 바닥을 닦았다. 핏자국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양동이에 담긴 투명한 물이 검붉은 액체로 변했다. 교장 선생님은 청소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보며 입을 열었다.
“원숭이 혈액형은 A, B, O형이 있는데 일본 원숭이는 B형이 많지. 호빵맨 녀석 은 O형이거든. O형은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야. 까불다가 동족한테 당한 거지. 사람이 원숭이를 가르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교장 선생님은 신참 선생님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거리며 말했다.
그날 밤 푸르스름한 달빛이 창살 친 창문을 비출 때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커다란 원숭이에게 쫓기다 결국 한 입에 먹히는 악몽 때문이었다. 보스가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취침 시간까지 누구도 태권 브이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중간 보스들도 그의 주변을 맴돌며 눈치만 보았다. 그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나와 보스의 눈이 마주쳤다. 그는 손가락으로 나를 불렀다. 나는 다가가며 오줌을 찔끔찔끔 흘렸다. 그는 동족을 죽였다. 잔인하게. 보스는 우리들 누구라도 죽일 수 있다. 이제 보스는 괴물이다.
“다들 뭐라고 하나?”
그는 나를 보지 않고 달을 보며 물었다.
“아무 말도 안 합니다.”
“왜 이 흉터가 났는지 아나?”
그는 자신의 왼쪽 종아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목소리까지 떨렸다.
“나는 태어나 바로 이곳에 왔다. 아비가 누군지 모른다. 교장 선생님 손에서 길러졌다. 이 상처는 내가 중간 보스 시절 보스였던 슈퍼맨에게 도전하다 얻은 훈장이다.”
“저......”
말투로 보아 나를 죽일 것 같지 않았다.
“지금 보스는 나잖아.”
그는 답답한 듯 꼬리로 바닥을 치며 말했다.
“여긴 패배한 원숭이가 달리 갈 곳이 없다. 슈퍼맨은 무리에서 겉돌다 쇠약해져 죽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했다. 가능하면 무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슈퍼맨은 중간 보스와 연합해선 나에게 도전했다.”
태권 브이는 구석에 축 늘어져 자고 있는 세균맨을 쏘아보았다.
“그 다음부터 무리 안으로 못 들어오게 했다.”
보스는 내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나나처럼 홀쭉해진 달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슈퍼맨에게 도전하기 전 교장 선생님이 나를 수의사에게 데려갔지. 송곳니를 날카롭게 갈아 주었다. 학생들을 제대로 부리기 위해 그는 젊은 반장이 필요했다. 내가 보스가 된 뒤에도 정기적으로 송곳니를 갈아주었다...... 그래서 괴물들은 보스에 의한 체제를 유지시켜 주는 거지.”
나는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달빛이 내 가슴을 비췄다. 널뛰던 가슴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흐흐흐.”
태권 브이는 슬프게 웃었다.
“나이 들고 이빨이 흔들리자 송곳니를 갈아주지 않더군. 호빵맨이 설치는 것을 보고 생각했지. ‘이제 내 차례구나.’ 전동 스쿠터에서 쇠붙이를 떼어 냈어. 수의 사가 이빨 갈 때 썼던 기구들을 떠올렸지. 밤새 갈아 날을 세운 뒤에 그것으로 내 송곳니를 갈았지. 입안은 피투성이가 됐지만 아까 붙을 때 효과는 그만이었지.”
그의 송곳니가 번쩍였다. 보스는 다시 침을 흘리며 자고 있는 세균맨을 쳐다보았다.
“참신한 중간 보스가 하나 필요하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중간 보스 생활을 하던 중 공연이 끝나자 선생님이 원숭이들을 새 옷으로 갈아입혔다. 크고 깨끗한 교장실로 데려갔다. 낯선 인간들이 우리를 감탄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우리 학교 우등생들입니다. 최고 학생들이죠. 자세한 것은 나눠 드린 신체 발달 기록표를 보십시오.”
교장 선생님은 침을 튀기며 떠들었다. 내가 알기론 이들 중 네 마리는 수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진찰 한 뒤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고 있었다. 나부터도 연습 중 세 바퀴 공중제비를 돌다 거꾸로 추락했다. 어깨뼈에 금이 갔다. 공연 때마다 주사를 맞았다.
“저야, 이제 시작하는 단계니 교장 선생님만 믿겠습니다. 잘 좀 부탁합니다.” 큰 키에 대머리인 중년 남자가 굽실거리며 말했다.
“솔직히, 다 제 자식들인데 누굴 보낼까 고민하며 며칠 밤을 새웠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원숭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이 말에 힘을 얻은 듯 그는 사뭇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사람과 원숭이는 DNA가 구십팔 퍼센트 일치합니다. 이 퍼센트의 차이는 세퍼트 와 다른 개의 종간 차이보다도 작죠. 이 작은 차이로 우리 인간은 말을 하고 문 명을 발전시켰습니다. 나는 원숭이도 사랑으로 교육하고 깊은 관심을 가져 주면 사람과 다를 게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았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대머리 괴물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김 사장님, 걱정 말고 추진하세요. 그나저나 못해도 마리당 천오백은 받아야 하는 데 천이백에 드리면 정말 남는 게 없어요.”
“매달 지불할 기술료도 큰 부담입니다. 교장 선생님이 힘 좀 써 주세요.”
“허허, 다른 분도 아니고 김 사장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선발된 정예 원숭이들은 변산반도의 새 학교로 출발했다. 전학 가기 전날 밤 보스는 내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나 나나 망가진 원숭이 신세는 마찬가지다. 힘을 합하면 지금 체제를 새로 가는 곳에서도 유지할 수 있어.”
보스는 나에게 자신이 만든 도구를 보여주었다. 같은 배를 탔다는 것이 확실하기에 보여 준다는 말과 함께. 새 교장 선생님은 전 교장 선생님보다 몇 술 더 떴다. 개학한 지 몇 달 만에 돈 문제를 들먹거렸다. ‘이 정도는 우리도 다 아는 거.’라며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달려온 백발 교장 선생님과 주먹다짐을 벌였다. 그런 다음 새로운 시도라며 세계 각국의 원숭이들을 사들였다. 그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국경 없는 무한 경쟁 시대다. 이런 생존경쟁 시대에 원숭이 보스니 서열 운운하는 것은 사치다.”
배급되는 건빵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마저 푸릇푸릇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어떤 원숭이든 관객들에게 인기가 올라가는 즉시 보스가 하던 연기를 맡기고 특별 배식을 했다. ‘우리 인간들은 늘 새로운 스타를 원해.’ 노려보던 보스에게 교장 선생님이 던진 말이었다. 가까이는 동남아시아와 멀리는 아프리카 심지어 미국 동물원에서 온 원숭이들까지, 경쟁은 살벌했다.
“지킬 건 지키자. 모두 단결하자. 우린 진짜 원숭이들이잖아.”
보스가 새벽에 집합을 걸고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출신지나 처한 환경은 각자 달라도 원숭이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선생님이 훈련 과정을 지켜보던 교장 선생님에게 하소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이것들이 며칠째 전혀 말을 들어먹질 않아요.”
“그래. 당장 배식 중지하고 물만 줘.”
나흘 동안 굶은 원숭이들은 모두 누워 하늘만 쳐다봤다. 밤하늘의 별은 땅콩처럼 달은 뭉개진 바나나처럼 보였다. 사흘이 한계였다. 보스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기 원숭이들은 엄마 품에 안겨 눈만 껌벅거렸다. 보스를 원망하는 소리가 속삭이듯 들리더니 점점 커져 갔다.
어제 밤 짱가가 나를 깨웠다. 강철 출입문 앞으로 데려갔다. 작은 창문이 슬며시 열렸다. 푸른 눈이 우리를 내려다봤다. 사각의 강철 괴물이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뼈 속까지 떨렸다.
“잘 들어. 건빵은 곧 정상 배급 될 거야. 그 알량한 중간 보스를 계속하게 해 줄 테니 보스의 도구를 가져와. 아침에 내가 보스와 붙을 때 뒤에서 덮쳐. 뒷일은 걱정 말고.”
짱가는 손가락으로 푸른 눈을 가리키며 여유 만만하게 말했다. 괴물의 눈은 깜빡거렸다. ‘어차피, 괴물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다.’ 나는 보스에 대한 충성이니 무리의 질서를 곰팡이 핀 몇 조각 건빵과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내 지위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나도 힘없이 눈을 껌뻑거렸다.
오늘 아침 짱가는 태권 브이 앞에 당당히 섰다. 큰 소리로 외쳤다.
“네 놈 때문에 다 죽게 됐다. 넌 우리 적이야, 이 인간 같은 녀석아.”
삿대질을 하며 달려들었다. 짱가의 송곳니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보스는 끝까지 싸웠다. 원숭이들은 눈만 껌뻑일 뿐 움직이지 않았다. 팽팽한 겨루기가 계속됐다. 태권 브이가 짱가를 넘어트리고 목을 졸랐다. 짱가가 헐떡거리며 나에게 눈을 맞췄다. 발소리를 죽인 나는 엉켜 있는 그들에게 소리 없이 다가갔다.
태권 브이의 최후의 발악에 주먹과 상처 난 내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내가 뒤에서 덤비자 공포로 얼어붙던 태권 브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보스는 어디에 묻혔을까. 원숭이 산이 그립다. 털 없는 원숭이들의 구호와 함성이 들려왔다. 반쯤 열려진 창문을 쳐다보았다. 유리에 비쳐진 창백한 나의 반쪽 얼굴이 낯설게만 보였다. 요즈음 괴물이 나타나는 꿈을 자주 꾼다. 며칠 굶은 탓인가. 날씨 탓인가. 아니면 조용한 관광지인 이곳을 뒤흔드는 ‘핵 폐기장 건설 반대.’라는 인간들의 외침 때문인가. 얼마 전 연습 시간에 선생님들끼리 모여 쑥덕거렸다.
“말도 마, 화염병에 가스통에 불타는 차들에.”
“세상에, 이건 민란이야 민란. 부안 민란.”
“그러게, 경찰이 아비를 잡아가니 아들이, 아들을 잡아가니 어미가 나서고 있어.”
괴물인 인간들이 무서워하는 핵이라는 괴물은 대체 어떻게 생긴 녀석일까? 왜, 털 없는 원숭이들은 또 다른 괴물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짱가가 몸을 떨었다. 짱가의 쩍 벌어진 입속에 내가 어제 밤 갈아 준 송곳니가 번쩍거렸다. 그의 엉덩이에는 태권 브이가 남긴 이빨 자국이 훈장처럼 선명했다. 라퓨타가 빨간 엉덩이를 씰룩이며 달아났다. 짱가는 오늘 새벽에 서툰 솜씨로 내 이빨을 갈면서 말했다.
“내일 보스를 원숭이 산으로 보낼 테니 빨리 하나 만들어야지. 라퓨타가 사내를 낳으면 태권 브이라 이름 지어야겠어.”
사라진 보스가 아꼈던 라퓨타가 멍든 바나나 같은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흥, 중간 보슨지 뭔지. 너 뭐야? 너 한 일이 뭐야?”
✻“살아남았지.”
나는 새 보스와 강철 출입문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천천히 철문이 열렸다. 처음 보는 근육질의 원숭이가 들어왔다. 그 신입생은 나를 힐끔 째려보더니 구석에 자리를 잡고 이를 잡기 시작했다.
종소리가 울렸다. 오랜만에 듣는 식사 종소리에 입안 가득 침이 고였다.<끝>
✻ ‘살아남았지.’
- 프랑스 대혁명의 공포정치
기간에 무엇을 했느냐는 물음에
대한 에마뉘엘 J.시에예스의 답변.
(200자 원고지 : 81매)
성명 : 노상윤 ( 남자, 36세 )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30-2 삼호가든아파트 9동 1006호
연락처 : 회사 (02)562-5978 / 휴대전화 011-722-8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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