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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헤정-단편소설1(200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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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326회 작성일 04-11-15 21:44

본문

                      예수를 파는 노인

                                     신혜정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섬뜩할 정도로 붉게 물들어진 낡은 팻말을 위 아래로 연신 흔들어 대는 그 노인의 눈빛은 강렬했다.
지하철 안은 잠시 싸늘한 정적이 스쳐지나간다.
신문을 읽던 저 남자는
'또 시작이군.'
  나지막히 투덜거리며 이내 눈을 감아버리고 난생 처음 프로포즈를 받은 미스 김 히죽 히죽 웃으며 자꾸 내려오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올리기가 바쁘다.
씨발 영어 단어 몇 개 더 외웠다고 상사가 되어 자기보다 푹신하고 회전까지 되는 의자에 앉게 된 입사 동기한테 혼줄이 난 술 냄새 풀풀 풍기는 배 나온 아저씨 비틀거리다 휑하니 눈을 뜨고그 노인을 발견하고는
'그래, 너 한 번 잘 걸렸다.'
쓴 웃음 지으며
혀 꼬부러지는 말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당신이 예수 봤어? 어? 봤냐구?
  당신, 천당 가봤어? 가봤으면 어디 얘기나 한 번 해봐.
  근데 천당도 영어 잘해야 가나?"
노인은 태연하고 침착하게 목소리에 힘을 실어 한 마디 던진다.
"어~이, 사탄아! 물러가라."
"사탕?"
7명이 앉는 자리에 악착같이 끼여 앉은 뽀글뽀글 파마한 아줌마 그 천성 어디가랴 말도 끼여든다.
"아저씨, 진짜 취하셨네.
  사탕이 아니라 사탄이요.사탄."
  거기서 끝나지 않고 친절한 미소로 덧붙인다.
"천사의 반대!"
"응? 사탄!
  그럼 영감탱이 너는 천사냐?
  날개 보여줘. 날개!"
  노인은 오늘 과중한 업무로 몹시 피곤했던 터라여기서 빨리 빠져나가는 게 상책이라 판단하고 한 마디 한다.
" 이눔아! 지옥에 가기 전에 회개하라."
그리곤 분노로 가득찬 술 취한 그 아저씨를 뒤로 한 채 다음 칸으로 자리를 옮긴다.
시비 걸 상대가 없어져 버린 아저씨는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은 듯 아쉬운 표정으로 잠시 침묵하더니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선 큰 소리로 외치고 지하철에서 내린다.
"Fuck you!"

젊은 시절 막노동으로 자식새끼 법대 보내고 공부시켜줬더니
"아버지, 저 결혼해요."
이 한 마디 남기곤 혹 하나 떼어냈다는 기분으로 훌쩍 사라진게 엊그제 같은데 세수를 하고 바라본 거울에는 백발 성성한 웬 노인이 서있지 않은가?
그 후로 그 녀석은 잘나가는 변호사로 뭣이냐 책까지 썼다. 그리고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옛 동네 사람들 말로는 상상할수도 없을 궁궐같은 집에서 외동 아들 하나 놓고는 호의호식한다나 어쨌다나.
그 집 마당에 깔린 잔디가 어찌나 넓은지 운동장 같아서 대문에서 현관까지 족히 이십문은 걸릴거라고 하며
"부자면 뭘해. 지 애비 버기고. 쯧쯧
  천벌을 받아 야지. 암,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
내뱉었던 동네 사람의 말이 아직도 노인의 귓가엔 생생하게 파도친다.
9시 뉴수가 방영되는 중고지만 꽤 잘나오는 애꿎은 텔레비젼을 쾅 쾅 내리치며
"후레자식, 후레자식"
되뇌이며 쭈글쭈글한 눈가엔 물이 고이고 저기 쳐박혀 있던 걸레를 들더니 휙 닦아내곤 이내 잠이 든다.
노인은 항상 불을 켜고 잔다.
밤새 성경을 읽는 장로님의 명예를 훼손시키면 안되었기 때문에.
옆방에서 들려온다.
"여보, 장로님 또 밤새 성경 읽으시나 봐요"
여전도회장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다.
"그러게 내가 뭐랬소? 저 방 세주지 말고 장로님 모시자고 하지 않았소?
그 땐 저 방 세주면 돈이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만. 난 장로님이 게시는것이 마치 꼭 우리 집에 신선을 모셔놓은 느낌이야.
봐요. 요번달 나 부장달고 우리 애들 성적도 올랐잖소."
약간은 훈계하는 듯 미소를 머금은 최집사 얼굴이 그려진다.
"칫, 제가 언제 그랬어요?
  난 단지......"여기서 말이 끊기더니 한 쌍의 부부의 다정스런 웃음소리가 점점 희미하게 들려온다.

처음 한 달은 아들이 내놓은 눈물나게 고마운 방값으로 겨우 버틸 수 있었다.
설마하니 이 애비를 굶어 죽이기야 하겠냐는 생각으로 한 달이 가고 두 달을 기다려도 아들은 오지 않았다. 돈이 오지 않았다.
돼지 같이 생긴 주인 아줌마
"이젠 안되겠어요. 누군 땅 파먹고 사는 줄 아세요?
  노인 양반 불쌍해서 그냥 지켜봤는데, 아휴 난 자선사업가가 아니란 말이에요.
방 빼세요."
꿀꿀대는 소리에 노인은 다음날로 옷가지 몇개와 가족 사진을 챙겨 허름한 가방에 넣은 후 그 돼지 우릿간을 유유히 빠져 나왔다.
'몇 톤짜리 벽돌도 번쩍 번쩍 들었었는데 왜 이리 가방이 무거울까?
아이고 뒤로 고꾸라 지겠네'
한탄하며 터덜터덜 목적지 없는 길을 걷는데
"할아버지, 교회 다니세요?"
아주 잘 포장 된 사근사근한 말투로 중년 여인 노인에게 다가와 사탕 두개와 껌 하나가 붙어 있는 전단지를 내민다.
'무겁고 힘든 자들아, 다 네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현히 하리라.'
그 글귀를 읽은 노인은 재빨리 교회로 돌진한다.
"어쩐 일이십니까?"
목사의 경계하는 어투에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노인은
"저, 예수 믿으러 왔소이다."
자신있게 말하고 그제서야 찡그러졌던 목사 얼굴 어디론가 사라지고 인자하고 온화한 얼굴로 노인의 손을 꼭 붙들더니
" 주여, 당신의 불쌍한 어린 양이 돌아왔나이다.
  사랑으로 받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아멘."
하며 눈을 감고 중얼 거린다.
노인은
"그게 뭐요? 주문이오?"
물으니 목사 최대한 다정하고 상냥하게
"이게 기도라는 것입니다. 기도는 기적을 낳지요.
힘들고 어려울 땐 기도 하십시오.
주님을 찾으십시오."
하고는 한 마디 더 붙힌다.
"이번 주일 날 꼭~ 나오세요.
  새신자를 위한 특별 행사가 있으니."
'그런데 내가 양이라고? 난 말띤데.
  멍청하긴.'
생각한 노인은 그러겠노라 약속하고 며칠을 지하철역 구석에서 쭈구리고 자다가 일요일이 오자 종중화장실로 달려가 때꾸정물을 깨끗이 씻어내고 머리를 말끔히 넘기며 그나마 제일 값나가는 옷으로 갈아 입고는 그 교회로 향한다.

그 곳은 아늑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저마다
"환영합니다"
라고 하며 노인에게 따뜻한 눈인사를 건넨다.
긴 의자에 앉아 있으니
"성경책 없으시죠?"
하며 집신지 집산지 하는 사람이 두꺼운 책 한 권을 주는데 이거 팔면 몇끼는 해결되겠구나라는 계산하에 얼른 받아둔다.
그리고 예배라는 게 시작되었다.
뭣이냐'주기도문'이라는 기도를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주절주절대는데 노인은 주기도문의 약자는 주문일 거라 생각하며 옆에 앉은 청년에게 말한다.
"저, 거시기 주문 하나 써주쇼."
청년은 선한 웃음으로
"주기도문이요? 예 써드릴께요. 할아버지 이거 외워야 해요."
하고선 글자 하나 한에 정성을 들여 주문을 쓰고 있는 청년이 노인은 기특하기만 하다.
한참을 찬송가에 젖어 평화로운 노인 앞에 웬 붉은색 바구니가 놓여 있는게 아닌가?
옆의 그 청년이 속삭인다.
"할아버지, 헌금 내셔야 해요."
그 말을 알아챈 노인은
'그러면 그렇지. 공짜로 책주고 돈을 안 받을 리가 없지.'
생각하며 주머니에 든 백원짜리 동전을 만지작 거리다 에잇 하고 너흔 순간 노인은 느꼈다. 빳빳한 지폐의 감촉을. 동전을 넣으며 슬그머니 지폐를 꺼내 주머니에 쳐박는데 노인이 느끼기에도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기도하는 시간에 무두 다 눈을 감길래 아까 그 지폐를 꺼내보니 세종대왕이 아닌가?
누가 볼세라 얼른 주머니에 넣고는 노인도 눈을 감는다.
예배가 끝나자 흐뭇한 미소로 예배당을 나가려는 노인을 또 그 집신지 집산지 하는 사람이 붙잡고는
"점심 드시고 가세요.할아버지"
하는 것이다.
오랜 만에 밥 구경을 한 노인은 배부르게 먹고는 화요예배에 꼭 참석라는 명령을 받고 그 곳을 나서며 생각했다.
'천국이 바로 여기로구나!'

화요일, 목요일에는 철야 기도로 아늑한 곳에서 잠 잘수 있었고 또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는 새벽기도로 아늑하게 잠잘 수 있었다.
노인은 드디어 깨달은 것이다.
자신이 이 곳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성경책을 읽어야 하고 또 전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노인은 마치 큰 은혜를 받은 듯한 얼굴로
"하느님의 집에 머물게 해주시오."
목사의 손을 꼭 붙들고 요청하니 흐뭇하게 미소짓던 목사는
"그러세요. 이 곳에서 기도 많이 하시고 은혜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주무실 땐 제가 쓰던 간이용 침대를 사용하시구요. 시장하시면 밥통에 밥 꺼내드시구요. 제가 밥 떨어지지 않도록 여집사님들에게 부탁드리지요."
싸늘한 지하철역이여 안녕.
밥 달라고 꿈틀대던 기생충들이여 안녕.
이렇게 노인의 사업은 시작되었다.
할 일 없는 노인은 그나마 남아있는 시력에 감사하며 성경책을 읽고 또 읽고 '전도'라는 것을 하기 위한 완전 무장을 개시하였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언젠가 서울역에서 보았던 그 글귀가 떠올르자 올커니 하며 붉은 색으로 팻말에 글자 하나 하나를 정성스럽게 새겨 넣는다.
한편으론 이 예수란 이름을 빨간색으로 썼으니 그 양반 기분나빠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 팻말을 들고 처음 지하철 안에 발을 내딛었을 때는 모기 목소리로
"예수 믿으시오. 예수 믿으시오"
목소리는 기어 들어가고 앞이 하얗게 보이다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날카로운 눈빛의 칼날ㅇ[ 견딜수 없이 아프기도 했다.
'이에는 이,눈에는 눈'이라 했던가.
저 칼날에 베이지 않기 위해선 자신 또한 두눈에 칼날을 심고 목소리에 힘을 실어야 했다.
생존해야 했다.
처음엔 번쩍이는 눈빛으로 먼 곳을 응시하며 외쳐댔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이제는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생겼는지 팬말을 흔들기도 하고 칼을 심은 눈으로 사람들 하나 하나를 응시하며 호통도 친다. 발음도 정확해 지고 그 속도 또한 빨라졌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예수 천당 불신 지옥"
그러던 어느날 꿈은 이루어 졌다.
노인은 한참 영업 중에 있는데 그 교회 저명한 장로님과 마주치게 되었고 일주일에 십일조를 백만원이나 낸다는 그 장로님은 깊은 감명을 받은 얼굴로 노인을 붙들고는
"하느님 아버지여."
하며 눈물을 뚝 뚝 흘리는 것이었다.

그 후로 그 교회 사람들은 노인을 우러러 보앗고 노인의 목에는 점점 힘이 들어 갔다.
십일조 백만원 내는 장로의 간곡한 부탁에 하는 수 없이 목사는 그 노인을 새 장로님으로 임명하였다.
이제 할아버지가 아니라 노인은 장로님이 된 것이다.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얼마 후 여전도회장은 자신의 집에 거주하며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였고 교인들은 한 둘 씩 짝을 지어 노인 아니 장로님을 방문하기 위해 맛나는 음식들을 한아름씩 싸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노인에게 감히 가족에 대해, 옛 시절에 대해 묻지 않았고 노인은 매일 밤 거울을 보며 예수의 표정을 연습했다.
노인은' 안수'라는 것도 했다.
어느날 갑자기 자기 애가 아프다며 애를 들쳐업고는 헐레벌떡 뛰어온 한 교인의 간절한 부탁에 노인이 외우고 있는 유일한 성경구절을 중얼거리며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병마야 물러가거라."
그렇게 그 아이의 등에 손을 얹고는 기도를 해 주었다.
장로라는 게 꽤 귀찮구나 생각하며 그 날 밤을 보내고나니 교회가 온통 들썩 들썩 한 것이다.
바로 그 아팠던 아이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씻은듯이 나았고 그 안수기도를 해준 사람이 다름 아닌 그 노인이라는 사실이 입에서 입으로 마치 물감 한방울이 물에 녹아가듯 번져 나갔으며 노인은 정말 난처하게 되었다. 또 다른 임무가 부여된 것이다.
그 뒤로 매일 밤 자신을 향해 침흘리며 달려드는 모든 교인들을 피해 도망치는 꿈을 꾸다가 '귀찮아' 소리지르며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그 후로 기적은 계속 되었다.
노인이 그냥 기도만 해주면 아팠던 교인들은 하나같이 말끔히 낫는 것이 아닌가?
노인 자신 또한 스스로에게 놀랐고 방에 걸어둔 예수 양반을 멍하니 쳐다보기도 하며 자신의 손을 이리 저리 돌려가며 살펴보기도 하였다.
여느 댸와 같이 또 다른 교인니 자신의 병을 호소하며 안수를 부탁했는데, 노인은 깜짝 놀라지 앟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내쫓은 자선사업가가 아닌 그 돼지 아줌마가 아닌가?
다행히 그 돼지는 이미 인자하게 변해버린 노인의 용모를 알아채지 못하는 듯 꿀꿀 꿀꿀 애원하는 것이다.
노인은 눈을 지긋이 감고 매일 써먹는 성경구절 하나를 외우고는
"병이 심하여 하느님께만 들리도록 속으로 기도하겠소."
라고 말하며 그 돼지 등짝을 찰싹 찰싹 때리며 기도하였다.
'예수 양반, 이 돼지 좀 지옥으로 보내주쇼.'
노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고 노인의 마음은 날아갈 듯 기뻤다.
며칠 뒤 그 돼지는 자신이 손수 만들었다며 족발을 한 바구니 안고서는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몰라서요.
제 작은 성의이니 받아주세요. 장로님."
하는 것이다.
돼지가 자기 발을 토막내 양념해서 가지고 오다니 기적 중의 기적이로다.
고기라면 사죽을 못쓰는 노인은돼지의 끈질김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제가 이런 걸 받을 수 없습니다."
하며 두어번 거절하다가 하는 수 없이 족발을 받아 들곤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을 짓다가 돼지가 가고 나서야 그 날 저녁 참 오랫만에 족발을 실컫 뜯었다.
행복했다.
노인의 유명세는 전국으로 퍼져 어느 방송국 PD위 귀에까지 들어 갔고 뭔가 자극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으면 짤라버리겠다는 방송국 사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 노인을 TV에 등장시켰다.
전날 밤 노인은 이러다 진짜 벌받는거 아닌가 싶어 밤새 뒤척이다가 휑한 눈으로 아침을 맞이 하였고 노인의 발걸음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방송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객석에 앉은 이들은 한결같이 노인을 경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여러가지 진짜 여러가지 질문을 쏟아 내었다.
덜컥 겁이 난 노인은 무슨결심이라도 한 듯 입술을 한번 굳게 다물고서는 모든 질문에 그저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라고 답변하였고, 이것 저것 자신의 경험담 늘어놓고 장황하게 설교하기 좋아하는 뭇 목사들에게 이골이 난 교인들은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였다.
그 노인 덕분에 교회는 어느새 대기업으로 바뀌어 있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
오늘도 아침 일찍 출근하여 외쳐대는 노인의 짜랑짜랑한 울림에 지하철에서 신문 읽던 저 남자 눈을 감아버리고 아침잠에 취해 고개 운동을 하던 샐러리우먼 눈을 뜨고 힐끔 한번 쳐다 보더니 다시 눈을 감는다. 자신의 곤한 잠을 깨운 그 작자의 정체를 알아 버린 그 여자는 화가 치밀었지만 잠이 화를 눌러버렸다.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사법고시 사수생 얼굴은 일그러지며
'아무리 종교적 자유국가 라지만, 이건 타인에게 불쾌감과 소음 공해를 느끼도록 하는 행휘이니 불법화시켜야 하지 않은가.'
골똘히 생각하며 고시 학원에서 나눠 준 프린트를 힘주어 움켜쥔다.
그리고 잠시 자신이 한손에 망치를 들며 재판할 그 날을 떠올리며 약아늬 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그 프린트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이제 그 누구도 그 노인에게 시비를 걸지 않게 되었다는 석을 알아버린 노인은 더욱 더 힘주어 외친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아무리 팔아도 팔아도 품절되지 않는 예수의 초상화에 묻은 먼지를 조심스럽게 닦아내며 노인은 생각한다.
'이것이야 말로 참 평화로다'
그리고는 자신이 유일하게 외우는 찬송가 한 곡조를 길게 뽑아낸다.


연대 물리학과 대학원 휴학중

26세

011-9992-7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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