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리토피아 신인상

신인상
수상자
투고작

송주동-시(2004.8.25)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282회 작성일 04-11-15 21:48

본문

-해질녘 문득....-


해가 저문다. 황금빛 햇살.
그 빛을 타고 바람이 분다.
소년의 머리칼. 건듯 스치고,
황금빛 바람이 소년의 눈에 분다.

잠시 잊었다. 지나던 발걸음.
어디로 가든지 중요한 길목.
황금빛 눈 안의 바람.
머릿속마저 금빛으로 적신다.

휘도는 바람. 등을 떠민다.
긴 긴 도로를 질주해 온,
잿빛 바람이 소년을 재촉한다.

소년이 버틴다. 발길이 버틴다.
황금빛 머릿속에 본능이 버틴다.

질주하는 자동차. 지나가는 사람들.

그 행렬에 몸을 실어
잿빛 바람이 분다.

잿빛에 떠밀린 소년이.... 아쉽다.

머릿속을 적신 황금빛. 눈을 적신다.
해가 잠긴다. 붉은 햇살.
붉은 햇살을 타고 바람이 떠난다.

금빛을 다한 바람이 소년을 떠난다.
떠나는 바람. 아쉬운 금빛.
소년의 눈엔 황금빛 눈물이 고인다.




















-불의 전사-


사람들은 묻는다.
마스크가 답답하지 않냐고
산소통이 무겁지 않냐고
방화복이 불편하지 않냐고

하지만 지금 내 몸에 남은 감각은
눈앞에 이글거리는 불길과
본능적인 불안감, 그리고

방향을 잃은 외침.
나를 부른다.

눈앞은 검다, 그리고 붉다.
내 갈 곳은 이곳뿐이다.

뿌리친다.
아직도 저 너머에선 나를 부른다.
그 외침이 아직 저기에 있다.

어둠이 잡는다.
열기가 잡는다.
나는 잡히지 않는다.
아니,
이미 잡혔다.

여기저기 흩어진 저 외침으로
돌이킬 수 없는 한걸음 한걸음을 떼게 만든다.

잡혔어도 상관없다.
저 외침을 내놓아라.

네가 나를 원한다면 저 외침을 내놓아라
네가 저 외침을 원한다면 저 외침을 내놓아라
네가 이 모두를 원한다면 저 외침을 내놓아라

계단을 밟는다.
발이 빠진다.
균형을 잃는다.
난간이 넘어간다.

비명소리조차 마스크가 삼켜버린 지금
네 살 난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비운(卑雲)-


저,
낮게 깔린 구름이 나를 묻는다.
그,
작은 몸뿐이냐 내게 묻는다.

저,
낮게 깔린 구름에 나는 묻는다.
그,
적은 의지임을 나는 묻는다.

우리
대답 없이 마주하는
서로
몸과 의지 끝에

고개를 숙인다.
끄덕이며 돌아설 때,
한 두 방울 빗물부터
나를 감싼다.



















-나를 보낸 너에게-


지금 하는 한 마디가 네 가슴에 남을까봐 아무 말도 못 하겠어.
하필, 지금 네 모습이 왜 이리도 예쁜 건지, 미안해.
네가 잡은 내 손은 잡고 싶지만,
네게 남은 내 맘은 놓고 싶은걸.
나를 보려는 거니? 정말 나를 기억하려는 거니?
외면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마저 네 편 인가봐.
흐려지는 눈앞으로 네 모습은 옅어지지만,
몽롱해진 머릿속엔 너의 느낌은 짙어져가.
예정보다 일찍 눈을 감을래.
내가 보는 만큼 네가 더 기억할까봐....
내 이름을 불러줘. 소리 높여 불러줘.
소리는 가슴을 떠나 귀에 담기는 것
네 가슴에 담긴 이름 내가 담아갈게.
우는 거니? 그런 거지? 참지 말고 크게 울어.
눈에 남은 모습보다
맘에 남은 정감부터 씻어내야지.
귓가에 울음소리, 손등에 눈물방울, 나의 이름, 너의 느낌....
인사를 받았으니 이제는 가는구나.
편안해진 마음에 마지막 남는 여운
하필이면 오늘, 왜 그리도 예뻤는지....


















-창 밖의 비극-


손끝에 차가움이 느껴진다.
유리창인가?
매끈한 느낌이 떠오른다.
밀어보고, 당겨도 본다.
꼼짝하지 않는다.
창은 아닌가봐.

소리가 들린다.
엄마의 발소리.
소녀는 소리를 안다.

엄마, 이게 뭐야?
으응, 그건....
창문 같은데, 안 움직여.
아, 붙박이창이야.

엄마는 붙박이창을 설명한다.
거울 앞의 딸에게,
소녀는 거울의 감촉을 기억한다.
붙박이 창이라고 기억한다.

거울 안 소녀는 거울을 두드린다.
나를 좀 보라고, 거울 밖 소녀를 부른다.
거울 밖 소녀는 창을 두드린다.
밖에는 뭐가 있을까?
열리지 않는 붙박이창은 답답하다.

엄마, 붙박이창은 싫어.
밖의 소리가 안 들려.
엄마 품의 소녀는 안타깝다.

거울 안의 소녀도 안타깝다.
자신을 몰라 본채,
창 밖으로 몰아낸 소녀가 안타깝다.

거울 밖의 소녀를 보며,
그 눈을 마주보며, 더욱 안타깝다.

-도심 속 우화-


오가는 차들 가운데
우물쭈물 머무는
강아지 한 마리.

작은 한발 디딜세라
울려대는 경적에
주저앉고 마는데,

머릴 묻고 기다리는
조그만 눈 안엔
뿌연 먼지와 건너편 인도가....

잦아드는 경적
드문드문 자동차
고갤 드는 강아지

조심조심 한두 발짝
성큼성큼 두세 걸음
쪼르르 달리는데,

텅 빈 거리,
몰아친 순간,
조용하고....

다음날도 다음 날도
무심한 바퀴자국
짓밟히는 핏덩이

가로수 위 비둘기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조차도 몰랐겠지.







-아주 어두운 불빛-


언젠가 어두운 불빛을 사이로 나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어두운 불빛.
그의 모습은 그림자에 가까웠고
나와 그 사이에 흐르는 이 어두운 불빛은
그와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매개체였다.

아주 어두운 불빛.
내가 그를 볼 수 있는 근거. 그가 나를 알 수 있는 이유.
하지만 그 힘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아니, 전혀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아주 어두운 불빛.
그와 내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하나뿐인 조건.
그와 나는 서로의 존재를.... 단지 존재만을 알기에
다가서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아주 어두운 불빛.
그와 나 사이에 놓인 오해의 물결.
내가 그를 알지 못하듯 그도 나를 알지 못한다.
서로가 통하는 한마디 생각, 누굴까....

아주 어두운 불빛.
더 이상 밝아지지 않는다.
너무 어두워 더 이상 다가가지 않기에
더 이상 밝아질 수 없는
아주 어두운 불빛.

그 앞에서 나는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
헤어짐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헤어짐에 익숙해지면 만날 수 없다.

아주 어두운 불빛.

나는 아직도 그를 보고만 있다. 그도 나를 보고만 있다.
아마도 헤어짐에 익숙한 서로인가 보다.
결국 돌아선다. 더 이상 밝아지지 않는 불빛을 안은 채.

-노란우산-


타두락 챠주락 챠브닥
꼬마 소녀의 걸음이
비 오는 거리를 밝힌다.

빗방울에 맞기보다 피하기가 쉬울 듯
자그마한 몸이 노란 우산 속에 갇혀있다.

내려오는 빗물보다
땅에 튀긴 빗물에 오히려 젖을 듯
커다란 우산이 소녀를 금빛으로 물들인다.

빗물이랑 놀고 싶어.
하지만 소녀는 우산을 접지 못한다.
누군가 접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할 듯
누군가 해 주기를 바라는 듯

타브락 차브락 타바락 차박 차박....

이슬비 앞에 나서기가 두려워
저마다 꼭 움켜쥔 우산들을 보며
소녀의 걸음은 그들을 닮아간다.

















-노선장의 항해 (꿈 그리고 한숨)-


턱을 괴면, 어느새 수염이 덥수룩하고
아직 먼 것을 알면서도 지쳐버린 마음
흔들리는 선상의 밤은 이렇게 간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두려운 아침
모든 빛은 푸른색, 미쳐 가는데,

조금만 더 가보자, 풍요의 땅이 있다.
아니다. 집어쳐라. 모두 거짓말이다.
믿어다오 난 여기에 평생을 걸었다.
강요하지 마라. 우린 아니다.

마음보다 인생보다 높은 증거,
잊어버린 가치보다 고귀한 갈매기.

저기, 저 쪽이다. 뱃머리를 돌려라.
아냐, 가야해. 이대로 가야해.
닥쳐, 넌 틀렸어. 우리가 알아서 해.
이 지도를 봐라. 조금만 더 가면....
저 갈매기를 봐라. 우리의 인도자다.

이대로 끝나는 건가?
정말로 포기해야 하는가?
결국, 그럴 수밖에 없는가?

나보다 갈매기를 믿는가? 그런 것인가?
당신을 따라 죽느니 갈매기를 따라 살겠다.
그래....

뱃머리는 돌아간다. 아주 천천히
못내 아쉬운 늙은 선장의 마음처럼,
이제.... 다시는....

턱을 괴면, 덥수룩한 수염이
이토록 아쉽다.
어쩌면 눈을 감겠지만
천천히 멀어지는 광경이
더욱 아쉽다.
-마왕의 성-


높다란 절벽
어두운 하늘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묵직한 위엄으로 가득한

찌를 듯이 솟은
웅장한 성 안엔
어울리게 두려운
마왕이 있는데,

아무리 뛰어나도
도와 줄 이 하나 없고,
아무리 강해도
결국은 져야하고,
아무리 원해도
공주에게 버림받는....

사악하다 외면하니
사악해져 버리고,
위험하다 탄압하니
대하지도 못하고,
두렵다 도망치니
붙들 수도 없었던....

저 옹졸함들을 피해서
삭막하게 가꿔져온 차가운 성벽
어울리게 외로운 한 마왕의
안쓰럽게 처절한 배려와 희생.


성명: 송주동
성별: 남
연령: 26세
주소: 부산광역시 북구 만덕3동 774-2 럭키아파트 10동 103호
E-mail: pardos@naver.com
휴대전화: 011-9325-5830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