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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상반기 신인발굴]_시_김정희_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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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0회 작성일 17-04-29 17:29

본문

<시 부문>


성명: 김정희

성별: 

연령: 47

주소: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135-16

연락처: 010-5039-8098

 

 

 

 

 

 

 

 

 

 

 

 

 

 

 

 

 

 

 

 

 

 

 

 

 

 

 

 

 

 

 

 

 

겨울나무


 

 

숯검정같이 검게 탄 피부를

울퉁불퉁 매끄럽지 않은 피부를

내 보이며

이 모진 찬바람 안고

알몸으로 서 있는 너

 

화려하고 풍성했던 그 시절의 겉껍데기는

모두 대지의 양식으로 내어주고

듬성듬성 엉성한

몇 가닥의 머리칼만 남아있는

네 모습

 

숯검정 같은 검은 피부와

울퉁불퉁 찢겨진 듯 거친 피부와

애처로이 서너 군데 붙어있는 머리칼을

바람결에 맡기고

세상 앞에 당당히 선 네 모습이

아름답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너의 치부를 거짓 없이 드러내며

세상 앞에 당당히 선

네 모습이 아름답다

 

알몸으로 이 한파 속에

당당하게 서 있는 너야말로

감히

저 하늘에 머리를 대고 서 있을 만하다

 

 

앙상한 뼈대만으로도

하늘 향해 손을 들어

힘 찬 손짓을 하는

네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나는

가던 길을 멈추어

너의 모습에 빠져 든다

 

너의 당당함에

너의 여여함에

여보 게

 

 

자네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가

 

뉘 엇 뉘 엇

해 저무는 들녘에 내려앉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처량함이 어둠처럼 스며들어

무겁던 마음에

추를 하나씩 더 보태어 달고

그 무게에 짓 눌려

힘겨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빗줄기 가닥 가닥에 삶의 기억을 엮어

슬픈 소설 한 편을 짓고 있는 건 아닌 가

 











여보 게



고개를 돌 리 게나

시선을 돌려

자네 옆, 화분에서

활짝 웃으며 눈을 마주치려는

작은 사랑 초 꽃망울을 보시 게나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어둠이 하늘을 뒤덮어도

자네의 마음이

저 작은 사랑 초를 향해 있다면

자네를 짓누르는

마음의 추는 바람 되어 흩어진다네









수첩에 그리는 세상


 

 

네모 반 듯, 매끄러운 허공위에

내 눈에만 보이는 글을 쓴 다

호호...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김으로

 

여기, 지금

사랑담은 마음을 세상에 보내며

소중한 건

지금, 여기라는 걸

 

눈으로 읽어 머리로만 맴맴 돌다

모닥불 피워 가슴의 냉기를 녹여 버리니

세상은 또 다른 세상으로 태어났다

 

손에 쥐어지는 네모 반 듯

매끄러운 작은 허공위에

마음에서 뿜어내는 온기는

찬 하늘과 맞닿아 입김이 되어

손바닥 만 한 작은 허공이나

세상에서 가장 큰 허공 위를 수놓는 다

 

사랑의 마음으로

행복하게

여기, 지금 머물자고

여기, 지금을 나의 잔잔한 숨결로 가득 채우니

이 작은 수첩은 커다란 허공이 되고

행복한 마음은 온기가 되어

세상, 저 허공 위를 수놓는 다










나의 무대



 

 

아무도 없다

 

나의 곡조에 장단을 맞춰주는 관객도

나의 열연에 빨려 들어와 호응해주는 관객도

아무도 없다

불 꺼진 객석은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고

한 마디 추임새도 들리지 않는 다

 

하지만

나의 구성진 노래는 계속되고

내 영혼을 태우는 열연은 계속 된다

짧은 박수 한 번 보내지 않는

객석을 위해서가 아닌 나의 무대를 위해서

관객이 없으면 어떤 가

환호가 없은들 어떤 가

 

내가 나에게

나의 구성진 노래를 들려줄 수 있으니

내 영혼을 한 곡 가락에 실어낼 수 있으니

그럴 수 있으니 감사하다

 

 

깜깜한 저 객석은 더 이상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의 무대

찬란한 불빛에 화려하지 않아도

희미한 듯 빛바랜 백열등빛 한 줄기 내리치는 무대여도

그 한줄기 불빛은

나의 태양이며 생명이다

 

나의 무대

여기는 나의 무대다

목청 놓고 마음껏 나의 곡조를 뽑아내며

내 신명을 녹여 담은

한바탕 놀이판이 벌어진 나의 무대다

불 꺼진 객석에 관객이 있든 없든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다.

 

나의 무대

이 무대의 진정한 관객은

바로 나

나를 위한 무대기에









이번 생


 

 

내가 다시

다음 생에

사람 몸 받아

이 세상에 온다하면

너를 다시 만 날 수 있을까

 

너와 내가

이번 생처럼

각별한 사이되어

다시 만나질 수 있을까

만난다 하면

이처럼 소중한 사이였던 걸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

 

이 순간이 이렇듯 소중할 줄이야

내 곁에 네가 있어

이렇게 애틋할 줄이야

 

한 시, 한 초라도

명확히 새기며 살고 싶다

 

이생에서 만난

내 애절한 사랑담은 인연

너와 얽혀있는

이생의 이 시간들이

이렇게 애틋할 줄이야








슬픈 이야기


 

 

눈을 뜬 다

달콤한 커피 한잔으로

남아있는 지난밤의 단잠을 걷어내고

글방, 작은 의자에 앉는 다

 

지금, 여기

이 커피 한잔과

이아침과

나는

하나가 되어 있는데

 

이아침이

지금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너는 알고 있었을까

당연하고 당연하게

그렇게

반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너는 알고 있었을까

 

알았다면

그렇게 악착을 부리지 않았겠지

알았다면

스스로 만든 창살 안에

갇히지 않았겠지

 

이아침

쌀쌀함에 섞여드는 따사로운 햇살을

못 볼 수도 있다는 걸

너는 알고 있었을까

 










먼저 간 너는


 

여기

이 순간

나와 함께 하는

이 커피 향과 볼펜 한 자루

노트 한권이

지금 라는 걸

일깨워주고 간 너

 

지난 시절

기억 속에

살아있는 너

이제는 다른 세상

다른 삶을 살고 있을 너

 

모든 것은 다 그대로인데

너만 없다

지금의 너는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주 먼 이사


 

 

하나,

 

비행기를 타야만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주 먼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내 가까이 살면 좋으련만

자동차로 달려가

보고 올 수 있는 곳에 살면 좋으련만

너무 멀리 갔다

 

나는 타지 못하는 비행기를 타고

지구 몇 바퀴를 돌아야

너를 만나러 갈 수 있을까

 

보고 싶은데

나는 탈 수 없는 비행기라 갈 수가 없다

 

하나,

소중했던 나의 시절 인연들이여

 

나는 여기가 좋은데

해야 할 것과 하고픈 게 많아서

여기 있고 싶은데

 

그네들은

일찌감치 끝내놓고

삶의 터전을 옮겼다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건

내 몫이겠지

 

하나,

소중했던 그 시절 인연들이

내게 말 한다

해야 할 숙제가 있다고

 

창안가득 담긴 환한 햇살과

건물사이 엉킨 전기 줄에 앉은 맑은 새소리

빗물을 머금은 도로의 차 소리

살갗으로 느껴지는 쌀쌀한 공기의 감촉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고

하나하나

감사하고 행복한 거라고

가득 가득히 행복하다 오라고

 

그것이 해야 할 숙제라며

내 슬픔마저 거두어 가려한다.











산에 사는 꼬마


 

 

접시 끝으로 선을 그려 놓은 듯

둥그스런 산등성이가

하늘과 맞닿은 저기

하늘 속에 머리대고 있는

저 아이는 누굴까

 

가지런히 키들도 어쩌면

저렇게 비슷비슷한지

다정스레 귓속말을 주고받듯 아기자기

 

저 먼 산

산등성이에 어깨동무하고선

저 아이들이 누굴까

궁금하다

 

저 아이들이 덮고 있는

저 산은

후 불면 폴폴 날아갈 듯

포근하고 달콤한 솜사탕 일거야

 

한적한 오후

산등성이 하늘 속에

머리대고 도란도란

재잘대는 저 아이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지금

이 바람타고 저리로 가면

방금하던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나의 여정

 

 

내 마음을 진하게 우려내 듯

시를 쓰고

글을 쓰고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

따뜻한 세상을 꿈꾸며 하고 싶은 말

나는 말을 하고 싶은데

아직은 길 잃은 벙어리다

 

마음 속 진한 향은

밖으로 터져 나올 듯 간절한데

말도 배우지 못한 길 잃은 벙어리다

 

말문이 막힌 자들의 말문을 트게 하고

마음이 닫힌 자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선지식을 찾아

나는

길을 나섰다

 

그 선지식의

문이 열리고

내가 말문을 트게 되는 날

 

 

행복이 어디에 있는 지

무겁게 왜 그리 안고, 업고, 지고 가는지

힘겹게 왜 그리 돌아 돌아가는 지

진하게 우러나는 향이 되어 전하고 싶다

 

 

나의 선지식을 찾아 나선

여정이

얼마나 걸릴지

나는 모른다.

내가 길 잃은 벙어리로

얼마나 더 헤매야하는지도

나는 모른다.

틀도 형식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내 마음이 향하는 길만 알고 있을 뿐

그래서 나는

두려움 없이

그 길을 간다.










해바라기

 

 

너 없는 여기

이 텅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생각하면 마음이 땅 속으로 내려안는다

 

내 욕심이라면

여기에 너의 온기를 가득 채우고

내 삶이 따사롭고 싶은데

이곳은 비좁아 너의 날개를 활짝 펼 수 없다 그랬지

 

어떻든 괜찮아

너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너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외로움이 쌓이고 쌓여 그 무게에 내가 짓 눌려 매일 매일을 그렇게 잠이 들어도 나는 괜찮아

 

나는 늘

너를 향해 웃음 짓는

해바라기 꽃인 걸

 

여기, 이 공간에서

너를 바라보며 함께할 수 없다 해도

저 멀리에 있어도

나는 괜찮아

태양을 향해 언제나 눈을 맞추려는

해바라기 꽃처럼

너 있는 하늘 향해

내 마음이

고개를 내어 밀 테니

 












님이여

 

 

어느 바람타고

내게 오시어

내 머리위에

꽃비를 뿌려주시나

 

어느 햇살안고

내게 오시어

내 마음속

찬기를 녹여주시나

 

님이여

어느 구름위에

꼭꼭 숨어서

내 모습 지켜보시나

 

가다가 가다가

힘이 들거든

잔디 위에 앉아서

쉬어가라고

산들 바람결에

귓속말 전해주시나

 

힘겨워 힘겨워서

한숨지으면

파아란 하늘빛을 내어주시고

하늘위에 구름 꽃을 피워주시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시나

 

바람타고 오시는 님

햇살안고 오시는 님

구름위에 꼭꼭 숨어

하루 종일

내 모습 지켜보시다

 

급히 가면

산들바람

금빛 햇살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다며

쉬엄쉬엄 가라하시네










깨달음

 

 

숨이 멎을 것 같은 깊은 통증이

회오리바람처럼 지나갔다

이제야 숨을 조금 쉴 거 같다.

물 한 모금이 목으로 넘어 간다.

 

태풍처럼 몰아치는 강한 통증으로

눈을 뜬

새벽도 되기 전의 한 밤중

조심스레 나의 글방에 들어와 앉는 다.

눈앞으로 펼쳐지는 생각들

 

물질이며 정신이며

충족하고자

악착을 부린 것들이

다 소용없구나

그 모든 것들이

조금 전 지나간 통증 속에

모래성처럼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나는

내일 살기위해

오늘 존재했다.

 

무엇이 중요한 지

어떤 것이 우선인 지

기준도 없이

마음만 따라 다녔다.

 

헛웃음이 나온다

수천 가지 마음을 쫒아 다니느라

내 육신이 망가지는 걸

깨닫지 못했구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지

숨이 끊어 질 듯한 통증은

나를 일깨우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초연

 

 

초연하고 싶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찢겨지고

땅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도

초연하고 싶다.

 

초연하고 싶다.

하늘이

어둠으로 뒤 덥히고

쏟아지는 빗줄기에 휩쓸려

대지위로 내려앉아도

초연하고 싶다.

 

초연하고 싶다.

태풍처럼 휘몰아치고

회오리처럼 내리 꽂는 깊은 고통에도

초연하고 싶다.

 

고삐 풀린 갖가지 마음들이

미친 듯이 날뛰지 않고

숨결하나 가지런히 흐트러지지 않고

온전히

내 깊은 심연의 거처에서

태연하고 의젓하고 싶다.

거문고 가락에 온 마음을 싣고

느린 춤사위에 내 몸을 싣고

여여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초연하고 싶다.

생을 위한 몸부림에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도

마냥 초연하고 싶다.











외로움

 

 

외로운 게 뭐지

심심하다는 건가

 

지금까지는

네가 내 곁에 없어서 세상이 텅 빈 듯. 가슴이 시리고 아프게

느껴지는 게 외로움 인 줄 알았어. 너와 말과 말로 이 공간을

채울 수 있어야 함께 있는 거라 생각 했어. 너와 두 눈을 마주보며

너의 눈동자에 들어앉은 내 모습이 보여야 함께 있는 거라 생각 했어.

그래서 이젠 그럴 수 없다는 게 견디기 힘들 만큼 아프고 슬펐어.

 

그런데

너는 항상 내 곁에 있더라.

 

눈을 떠도, 감아도

내 마음속에서

나와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더라

 

그럼 외로운 거 아니잖아

넌 늘 내 곁에 있는 데

여기 이 공간이 너의 목소리로 채워지지 않아도, 너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처지지 않아도 외로운 게 아니잖아

 

넌 이제 내 안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가 있는 데 말이야

그래서 이젠 하나가 됐는데

외로워하면 안 되는 거잖아









행복의 법칙

 

 

바라는 마음이 너에게는 없다

 

다정한 말 한마디 내게 해주는 것도

내가 즐기는 술 한 잔을 함께 마시는 것도

볼펜 한 자루 내게 선물해 주는 것도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알기에

나는 네게 바라는 게 없다

 

그냥 그렇게

내 곁에 나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내 몸에 기대고 누운 너의 체온이

따뜻하게 내게 전해지는 것만으로도

나는

네가

소중하고 소중 할 뿐이다.

 

너는 매순간 나를 일깨우고 있었다.

 

바라는 마음 가득히 사람 속에 살면

많이 슬프고 아픈 거라는 걸.










나의 사랑이

 

 

네가 나의 세상인 듯

나는 네가 너무 좋다

 

몽땅한 두 발을 포개어 베고 자는 모습

바스락 작은 소리에도

버들강아지 같은 작은 귀를 쫑긋 대는 모습

살며시 반눈을 떠서 내 존재를 확인하고

또 다시 눈을 감는 모습

같이 놀자며 내 손에 쥔 볼펜을 툭 툭 치는 모습

나의 작은 그림자 되어

이리저리로 나를 따라 다니는 모습

 

나는 네가 너무 좋다

 

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네 촉촉한 눈동자가

내 눈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들숨 날숨 따라 들어오는

비릿한 너의 체취조차도

소중하고 소중하다

 

한 땀 한 땀

만들어 입힌 옷이

마음에 드는 지

포근한 감촉이 따스한 지

평안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쌔근쌔근 자고 있는

나는 네가 너무 좋다

 

사랑아










하 나

 

 

나는 이고

너도 너에게는 이고

모든 생명 있는 존재도 그들 안에서는 이고

 

그렇다

 

모든 것이 다

구나









나의 길

 

 

시를 생각한다는 것이

시를 쓰며 살고 싶다는 것이

서툰 시를

무작정 쓰고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준 비단길이다.

 

내가 살아갈 수 있게

혼을 불어넣어주고

내게 삶의 목적이란 것을

처음으로 알게 한

하늘에서 내려준 비단길이다.

 

그냥, 마냥, 무작정

좋아하는 마음 밖에는 없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거기가 어딘지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그 길이 좋다.

 

내 영혼이 자꾸만

그 길로 나를 이끈다.

그래서

나는 두렵지 않다

내 영혼이 이끌어 나를 인도하는 곳

그 길은 진정 내가 원하는 곳일 테니까










 

새까만 선글라스를 쓰고

하얀색도 희지 않다

붉은색도 붉지 않다

눈이 부셔 처다 보기도 힘든 봄볕을

찌푸림 하나 없이 뻔뻔하게 처다 본다

화사한 봄날의 파릇한 들녘을

구름이 끼었냐며 많이 흐리다한다

 

하얀색은 밤새 쌓인 눈밭 같아

손때 탈까 만질 수도 없던데

선명한 붉은빛은 건드리면 주르륵 흐를 것만 같던데

봄볕이 눈이 부셔 수줍게 고개 들어 처다 보기 힘들던데

화사한 봄 들판은 어린아이마냥 두 팔 벌려 뛰 다니고 싶게 만들던데

 

새까만 선글라스는 답답하게 왜 쓰고 있는지

꽤나 폼 난다고 생각이 드는지

제 눈만 가리면 술래가 못 찾아 이길 거라 아는지

 

저 놈의 선글라스를 쓰고

흰색도 희지 않다

붉은색도 붉지 않다

두 눈 달고서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저 두 눈은 어디다 쓰려고

 

새까만 선글라스 벗어 내려놓으면

그 색 그대로 보일 것을.









등단장사

 

가뭄에 목구멍이 논바닥 갈라지듯

극심한 갈증에서 물을 만났다

살 거 같았다

기쁨은 거대한 풍선되어 하늘 위로 띄워 진다

 

꿈에서도 찾아 헤매던 물. 손가락이 으스러질 듯

땅을 파헤치고 파헤치며 온 사방을 헤매다 만난 작은 웅덩이의 물

감격에 울먹이며 마시려는데

웅덩이 주변에 널려있는 오물들

식탐 끝에 배설한 흔적이 낭자하고

영역표시 행위라도 한 듯

풍기는 역겨운 지린내가 코끝을 내리 친다

이걸 마셔야하나...

목구멍이 타들어가 새까만 숯덩이가 될 거 같은데

그냥 마실까...

 

주춤주춤 뒷걸음질 한다

오물통에 담긴 물이 역겨워

고이지 않는 침 한 방울 억지로 만들어 삼키고

나는 다시 길을 찾아 나섰다

맑고 맑은 옹달샘을 찾아

 

마실 수도 없는 오물 물을 담고서도 제가 샘물마냥 뻔뻔하다

목구멍이 탈듯한 갈증이 갑자기 사라졌다

오물통에 담긴 물

더러운 물을 버리고 돌아서는 내가

생의 처음으로 멋져보였다

 

 

 

 

 

 

 


 

 

 

 

시를 쓴 다

 

 

네모 반 듯, 매끄러운 허공위에

내 눈에만 보이는 글을 쓴 다

호호...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김으로

 

여기, 지금

사랑담긴 마음을 세상에 보내며

소중한 건

지금, 여기라는 걸

 

눈으로 읽어 머리에만 맴맴 돌다

모닥불 되어 가슴의 냉기가 녹아 버리니

세상은 또 다른 세상으로 태어났다

 

손에 쥐어지는 네모 반 듯

매끄러운 작은 허공위에

마음에서 뿜어내는 온기는

찬 하늘과 맞닿아 입김이 되어

손바닥 만 한 작은 허공이나

세상에서 가장 큰 허공 위를 수놓는 다

 

사랑의 마음으로

행복하게

여기, 지금 머물자고

여기, 지금을 나의 잔잔한 숨결로 가득 채우니

이 작은 수첩은 커다란 허공이 되고

행복한 마음은 온기가 되어

세상, 저 허공 위를 수놓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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