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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상반기 신인발굴]_소설_류지민_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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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29회 작성일 17-04-29 19:17

본문

<소설 부문>



성명: 류지민

성별: 남 

연령: 28세 

주소: 경북구미시상모동 화성파크프레지던트 201동1207호 

연락처: 010-4464-5463 













새 삶

 

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는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 죽을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나이가 60은 되야 하지않을까.

내 나이 32 불치병에 걸린 나는 이제 앞으로 한달의 시간밖에 남지않았다.

정수씨..? 저기요 하정수씨!”

아 죄송합니다. 선생님무슨 얘길 하셧죠?” “정수씨 지금 당황스럽고 무슨 일인지 실감이 안되는 거 알아요. 누가 이제 남은 삶이 한달이라 하면은 이해하고 순응 할까요? 하지만 지금 하는 얘기 잘 들으시고 행동 하세요. 지금 정수씨는 몇가지 선택권이 주어져 있어요. 첫번째는 가족들과 함께 나라에서 제공하는 집에서 지내는 것 두번째는 이곳저곳 혼자 여행하는 것 세번째는 나라에서 지정한 휴양처에서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지내는 방법이 있는데 무슨 방법이 좋을까요?”

저는 딱히 가족도 없고 그냥 평소처럼 지내면 안되나요?”

아쉽지만 이병은 현재 어떤 경로로 발병을 하는지 아니면 감염이 되는지 유전인지 알 수가 없는 질병이기에 사회에서 격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어서 요양실설이나 지정한곳에서 지내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아까 말씀하신 여행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요?”

여행이라 해도 사람들이 없는 곳만을 돌아다니며 같이 여행하는 사람은 같은 병에 걸린 사람들이 됩니다. 사실상 여행보다는 이동하는 감옥이라 보면 되겠군요.”

나는 밖에 나가는 것이 싫다. 가족도 없고 아는 사람도 친구도 없는 나는 그저 일만하고 집에서 쉬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다. 이렇게 내게 죽음이 다가오니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구나

그럼 그냥 요양원에서 지내겠습니다.”

그 의사는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 나보고 밖에서 기다리면 요양원을 관리하는 직원이 오니 그에게서 나머지 자세한 사항을 들으라고 하였다. 밖으로 나와 잠시 기다리니 깔끔한 흰옷에 파라다이스 요양원이라는 조금 촌스러운 이름의 명찰을 달고있는 여자분이 와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하정수씨 맞으시죠? 저는 파라다이스 외부 상담인 이영순 입니다. 지금부터 요양원에 들어가기전에 주의사항과 혹시 그전에 사회에서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있으시면 저에게 얘기해 주시면 됩니다. 첫째로 주의사항을 알려 드릴게요 그렇게 크게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건 없습니다. 약이나 화학품 같은 위험물의 경우는 처방과 상담을 한 뒤에 허가되면 구해다 드립니다. 그 외의 식품이나 생필품은 얘기만 하시면 제공됩니다. 둘째로 이제 요양원에 들어오시면 밖으로 외출은 불가능하구요. 간혹 부모님이 돌아가신 경우 혹은 자신의 아이를 볼 때만 가능하시구요 그때도 손에 gps장치와 안전요원이 따라가게 되어있습니다. “그 뒤로 몇가지 규칙을 들었지만 대부분이 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나 생활 같은 자잘한 것이었다. “자 그럼 사회에서 마무리 지으실 일이 있으신가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가기 싫다고 아직 하고싶은 일이 많다고 말을 하고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나는 사회에서 하는 일이 없었다.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 그런 존재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어쩌면 이렇게 한달 동안 하고싶은 것이나 보고싶은 것을 사는 건 신이 나에게 주는 마지막 축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였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나는 바로 그녀에게 요양원으로 가겠다고 하였고 그녀는 서류를 주며 설문조사와 서명을 받고 나의 집과 재산에 대한 처분을 한 뒤에 요양원으로 출발하였다. 차를 타고 도시 외곽으로 한참을 가다 보니 일정한 높이의 나무들이 심어진 나무와 덩굴로 이루어진 담장을 한참 가다 보니 보이는 거대한 정문 그곳에서 내린 나는 거대한 정문 창살 사이사이로 보이는 정원과 큰집들 그 사이사이 운동하는 사람들이나 정원에서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니 이곳이 요양원인지 이름 그대로 파라다이스 낙원인지 아마 곧 죽을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이런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을까? 나는 그런 모습들을 보고 왠지 모를 기대와 두근거림에 걸어 들어갔다. 중앙의 관리소에 가서 등록을 하고 입고있던 옷을 맡기고 새로 깔끔한 흰옷을 받았다. 그리고 정해진 저택으로 이동하였다. 저택에는 나를 포함하여 5명의 사람들이 산다고 하였다. 저택에 사는 40대의 아저씨 이호상씨는 저택에 시설과 사람들에 대하여 얘기해 주었다. 이 저택에는 자신을 포함 5명이 살고있고 그는 들어 온지 20일째 사회의 일을 정리하고 들어와 앞으로 5일정도 남았다고 한다. 2명은 서로 연인이며 이제 일주일 되었고 나보다 젊으며 나와는 다르게 사람들과는 금방금방 친해지는 것 같아 저택에 있는 것보다는 이리저리 요양원을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이름은 김호연, 장수경 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한명은 나와 같은 날 들어왔고 여자였고 아직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저씨의 얘기로는 나보다는 젊어 보이며 아직 불안해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아저씨는 조금 이르지만 저녁을 같이 먹자 하였고 나에게 방에 있는 여자분에게 같이 먹을지 물어보라 하였다.

똑똑문을 두드리고 잠시 후 안에서 부스럭하는 소리와 함께 가는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전 방금 전부터 이곳에서 살게 된 하정수 라고 합니다. 이호상 씨가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시네요.”

……. 오늘은 이대로 쉬고 싶어요.”

잠깐의 침묵 뒤에 들려오는 거절의 목소리에 나는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과 실망 그리고 아픔을 느낀다. 내려와 아저씨와 얘기하면 저녁을 먹으면서도 좀처럼 마음은 무거웠다. 그러던 중 아저씨의 말이 나의 마음에 비수처럼 파고들었다.

자네는 이곳에 온 첫날인데 꽤나 들떠 보이는 군

그 말을 들은 나는 다시금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이제 죽는 날이 정해진 앞으로 30일남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들어온 이곳은 죽을 사람들이 모여있는 영안실과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네요 전 왜 이렇게 들떠 있었을까요.”

이런 내가 말을 잘못한 것 같군 미안하네 자네가 마음의 정리를 끝낸 줄 알았네.”

잠시 제가 어떤 처지인지 잊고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후 저녁식사는 침묵 속에 끝나게 되었고 나는 방에 들어가서 밤을 맞이하게 되었다 최악의 밤을 잠이 오지않아 산책을 하러 나온 나는 저녁의 요양원을 보게 되었다. 어느 곳에 있는 사람이나 저택이나 모든 곳에서 숨죽여 우는 소리 오열하는 소리 세상의 저주와 절망에 소리치는 목소리들 낮에는 낙원과 같았던 곳이 밤이 되자 지옥이 펼쳐진 것이다. 그들의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흘리며 그저 자신의 방으로 달려갈 뿐이었다. 그리고 쓰러지든 아니 침대에 파고들어 이불 속에 숨어 세상에서 숨고 사람들에게서 숨고 싶은 그의 처절한 거친 몸놀림이 얼마나 되었을까 점점 잦아들어 조용히 베개를 적시며 울며 잠이 들었다. 죽음앞에서는 세상에서 어떤 존재인가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리 세상에 잘나가던 사람이나 세상에서 없는 듯이 살았던 사람이나 전부 죽음은 두려운 것이었다. 그걸 알게 되는 첫날이 지나고 아침 나는 잠에서 일어났지만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이러면 조금이라도 살수 있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오전을 보내고 있었다.

꼬르륵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리고 먹을걸 찾아 내려가자 아침도 점심도 아닌 애매한 시간에 식당에서 누군가 먹는 소리가 들려 몰래 쳐다보니 어제는 나와 같이 어제 들어왔다는 여자였다. 단발에 귀여운 얼굴이지만 어딘가 조금 힘이 없어 보인다. 하긴 어제의 내가 이상했던 것이고 저런 모습이 정상이지 않을까 나는 그대로 숨어 그녀를 봤다. 조용하며 계속 어딘가 살피듯이 이곳 저곳 바라보는 그녀와 눈을 마주쳤고 어색한 모습으로 나선 나는 어색한 인사를 했다.

...안녕? 아침 먹었어?”먹고있는 사람에게 무슨 소리일까..자책을 하던 내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 어색하다. 나는 냉장고를 열어 시리얼을 꺼내고 그릇에 담으며 얘기를 했다.

나는 하정수 이름이 뭐야? 아 미안합니다. 어제 아저씨에게 나보다 어리다는 소리를 들어서 무심코 반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괜찮아요 저는 이연설 이에요그 말을 하고 그녀는 음식을 치우고는 방으로 올라갔다.

뭔 내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있지.” 긴장과 어색함의 연속이었던 방금 전의 대화를 떠올리고는 부끄러워진 나는 대충 시리얼을 입에 털어 넣고 방으로 올라갔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멍하니 있던 나는 저택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보려 방문을 열자 맞은편 방에서 그녀가 나왔다. 아마도 서로 마주본 우리는 어색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저 이건 무슨 소리일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저 죄송합니다만 보고 와 주시면 안될까요?”

네 뭐 그러죠

방문을 잡고 서있는 그녀는 나에게 고맙다는 뜻인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 나왔다. 웃는 모습을 봤는지 얼굴을 붉히며 방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보며 웅성이는 소리가 들리는 거실로 내려갔다.

거실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고 아저씨도 내려와 있는 걸 보고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무슨 일인가요?”

아 이리로 오세요 소개시켜 드릴게요 이쪽은 어제 얘기했던 이곳에 지내는 나머지 두분

김호연이라 합니다

장수경이에요

아 안녕하세요. 하정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아 이거 죄송합니다. 주위 사람들이랑 한잔 하다가 2차로 데려왔네요 불편하시면은 다른 곳으로 가지요

에 그러지 말고 같이 마셔요 새로 오셨으니 얘기도 나누고 같이 한잔 해요?”

큰 키에 깔끔하게 생긴 인상의 남자와 긴 생머리에 호리호리한 몸매 어디서 봐도 예쁘다 할 얼굴 흠이라면 눈이 조금 작은 걸까 같이 놀자고 권유하는 것을 뒤로 하고 위에서 무슨 일 인지 궁금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녀에게 올라갔다.

그녀의 방문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한 나는 왠지는 모르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방문을 두드렸다. ..똑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금방 문이 열리며 머리만 빼꼼 내논 그녀가 묻는다

무슨 일이 던 가요?”

별일은 아니고 그냥 그 여기 지내시는 분들 두 분이 근처 사람들이랑 술 마시면서 놀던 소리에요. “

아 그렇군요 그럼 전

그렇게 방문을 닫으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닫히려는 문을 잡았다.

저 잠까

닫히려는 문을 너무 급하게 잡아서 인지 문틈에 손이 끼고 말았다. 발을 집어 넣을 걸그렇게 후회하는 찰나 그녀가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저 자기 때문에 누가 다친걸로 놀라는 얼굴이 아니었다. 단순한 그것도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지만 그녀가 느끼는 것은 그 이상 자신의 잘못 그 이상 일어나서는 안되는 그런 일을 본 듯한 표정 그 표정을 본 나는 한순간 말문이 막혔다.

저기.. 괜찮으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순간 현실로 돌아와 입을 열었다.

네 괜찮습니다. 제가 실수를 많이 하거든요.” 웃으면서 말을 하는 나를 보고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굳은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저 그래도 치료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하며 책자를 찾아보더니

여기 저택에서 산책로를 따라 조금 위로 올라가면 하늘색 건물이 나오는데 그곳이 병원 같아요.”

아 그렇군요. 저기 그 책자는 저는 못 받았는데 어디서 받아야 하나요?”

아 이건 처음 들어왔던 건물에서 옆에 있었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앞장서서 내려가기 시작한다. 잠시 내려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 따라 내려갔다. 아저씨와 밑에 사람들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얘기하고 둘이 좀 떨어져 산책로를 걸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나에겐 앞에 걸어가는 그녀만 보였다. 한마디씩 말을 걸다 보니 처음보다는 거리가 가까워지고 어느새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걸어가면서 그녀에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녀는 불안장애를 겪고 있었다. 모든 일들에 걱정과 불안을 느낀다. 가만히 있다가 옆에서 작은 소리라도 들리면 어느새 거길 바라보며 한동안 굳은 표정으로 멍하니 있는다. 그리고 다시 걸어간다. 그 작은 머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이 오가는 걸까? 그 뒤로 우린 같이 밥을 먹고 산책도 하며 우리들의 상황을 잊고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잊는 다고 잊혀질까 이곳에 와서 일주일째 아저씨가 죽었다. 자던 중에 죽은 것이다. 관에 실려나가는 아저씨를 보자 우린 현실로 돌아왔다. 이제 3주가 남았다. 그 후엔 나도 저런 모습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그녀를 바라보았다. 의외로 그녀는 별다른 동요가 없는 모양이다.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피한다. 그녀의 방으로 한 순간 멍해진 나는 그녀의 방문만 쳐다보고있었다.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혼자 남아 그녀의 방문만 바라보던 중 그녀가 나왔다. 하지만 나에게는 눈길도 주지않고 스쳐 지나간다. 왠지 모를 답답함에 방으로 들어와서 생각에 잠겼다. 처음 느껴보는 그런 감정이었다. 어느새 그녀만 바라보고 있던 나를 돌아본다. 나이 32이되어 처음으로 느낀 감정 이것이 사랑인가 아니면 동정인가 알던 사람이 죽었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지나 돌아가셨고 그 뒤로 혼자 지내온 나에게 사랑, 죽음이란 감정을 처음 알게 되었다. 터질듯한 답답함 엄습해오는 불안함은 소리 없는 외침이 되어서 이불 속에서만 울려 퍼질 뿐이다.

다음날이 되도 방문을 열고 나갈 수가 없었다. 이곳은 꿈의 세상 문을 열고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방안에서 지내기를 몇일이 지나갔을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전에도 누가 다녀가긴 했지만 누군지 몰랐다. 그저 문만 두드리고 아무 말없이 돌아가고 오늘도 그러리라 무시하고 있었다. 잠시 뒤 들리는 소리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만히 문을 쳐다봤다. 그녀의 목소리다 그녀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뭐라 얘기를 한다. 문으로 다가가 가만히 들어봤다.

정수씨 잠시 시간 되시나요?”

… ….”뭐라고 말을 하고싶었지만 몇 일간 한마디도 하지않고 울고 잠만 반복했던 나는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마치 목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보고 기뻐 달려가는 것 같이 문을 열었다.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녀도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 나를 봤다. 그녀의 얼굴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은 부었고 초췌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내가 겪은 고통과 답답함 보다 더 심한 아픔이 느껴졌다. 이때까지 해온 생각들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그녀의 모습만 눈에 보였다. 그녀는 나에게 뭐라 말을 하지만 새의 지저귀는 소리처럼 흘러가고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입맞춤을 했다. 놀란 그녀는 잠시 굳었지만 이내 순응한다. 꿈 같은 짧은 시간이 지나가고 떨어져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들리는 맞는 소리와 볼의 화끈한 고통이 느껴졌다.

어쩜 사람이 그런가요!”

?”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방에서 나와서 다행이다 생각하는 찰나에 키스나 하려하고 밖에서 나오기만 기다렸던 사람은 생각도 안하나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갔고 멍하니 있던 나는 그녀의 방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문을 두드리고 말을 하고 다시 그녀를 보고싶었지만 어떤 말도 할 용기가 나지않아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어둠이 내리고 저녁이 되어서 문 옆에서 앉아있던 나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가 내려다 보고있었다. 그녀가 다시 문을 닫으려 하자 나는 급한 마음에 또 손을 집어 넣었다. 손을 감싸고 신음을 삼키는 나에게 그녀가 다가와 손을 보면서 말을 한다.

이번에는 그렇게 심하게 다치진 않았네요. 그런데 학습능력이 없나요 왜 또 똑 같은 짓을 하죠?”

저 그게..”

그렇게 다시 대화를 하게 된 나는 그녀에게 나의 삶 전체를 얘기해 주었다. 삶의 전체라고 하지만 긴 이야기는 아니었다. 내 삶은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없으니까 혼자 지내던 나에게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는 나에게 이런 병이 걸려 여기 오지않았으면 아마 평생을 똑같이 살았을 것이다. 같은 날의 반복 그런 것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삶에서 아무 일도 생기지않는 그런 인생이 살아간다는 걸까? 슬픔도 몰라 행복도 몰라 분노도 모르고 아픔도 모르고 즐거움도 모르며 사랑도 모르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삶 가끔 사람들은 말을 한다. 아무 일 없는게 제일인 거라고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이라고 아니다 그런 삶은 삶이 아니다. 아무 일도 없으면 동물도 될 수 없다. 아무 일 없이 산다는 것은 아마 이끼와 같은 삶일 것이다. 기쁜 일 즐거운 일 화나는 일 슬픈 일 모든 일들을 겪으면서 이런 저런 추억을 만들고 그것이 쌓이는 그것이 삶이 아닐까 지금까지의 나는 기억하는 추억이 하나도 없었다. 병이 걸렸을 때와 이곳에 와서 둘이 산책로를 걸었을 때 추억만이 있는 나 그런 한탄 같은 나의 얘기를 들으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녀는 정말 착한 사람인 것 같다. 그녀는 또 그녀의 얘기를 해준다. 그녀는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그녀가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라 한다. 남들과 다르면 눈에 띄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신에게 무언가를 기대하지않을까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자기자신이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 자신은 가족도 있고 친구들도 많지만 그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고 항상 아무 일 없는 듯이 평범하게 지내는 것과 같이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줘도 나에게 무언과 결정을 요구해와도 피하면서 적당히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고 넘어가는 사실 있는 듯 없는 듯이 같이 있어도 공기같은 그런 존재로 지내왔다. 그것이 나도 피해가 없고 상대도 피해없이 사는 방법이라 한다. 처음 가는 길은 항상 알아보고 머리에 숙지를 한 다음가고 지도는 필수고 주위 상황 살피며 근처 사람의 말소리나 걷는 것 행동을 전부 파악하려 하고 그렇게 눈치만 보는 삶 여행을 가도 즐겁지 않고 길을 잃지않을까 사고는 나지않을까 걱정만 하고 즐겁지않고 두려움에 떠는 그런 삶 그것은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하루하루 고통인 병에 걸려 이제 이곳에서 사는 것도 30일만 남았다고 들었을 때 괴로움 고통 슬픔 그런 감정보다는 기쁨의 감정이 드디어 해방이라는 오히려 죽음이 희망과 같은 그런 감정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곳에서 나를 만나고 이제 남은 날이 얼마 남지않을 것을 알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열리고 이런 마음 속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는데 죽는 사람을 보자 뒤늦게 겪은 해방감과 즐거움이 얼마 남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남은 시간이라도 이 기분을 느끼며 같이 보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는 다르면서도 같은 닮은 꼴이었다. 나는 죽어있었고 삶이 없었고 그녀는 고통에 두려움에 빠져 살았고 하지만 둘다 이 병으로 희망을 보았고 절망도 보았다. 그렇게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은 남은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었다. 비록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싸움도 있었고 웃음도 있었고 눈물도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날은 다가왔다.

연설씨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같이 지내는 한달이 제 인생의 전부보다 소중했어요

만약 전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는 이 한달처럼 살고 싶네요. 당신과 함께

그렇네요. 전생이 있다면 아니 저희가 죽지않는 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살아서 이 곳에서 벗어나서 말이죠

그런 생각도 했지만 점점 졸리네요

그럼 눈을 뜨면 천국일까요 혹시 거기서 라도 만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뭐라 대답을 하고 싶지만 나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저 멀리 한줄기 빛이 보였다. 저곳이 천국인가 눈을 뜨자 새하얀 빛이 눈 부시게 들어왔고 나는 어떤 방에 누워있었다. 옆에는 이상한 기계들이 있고 잠시 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들어온다.

이제 정신을 차린 거 같네요. 하정수씨 정신이 드십니까?”

여기가 어디죠?”

눈앞에는 요양원으로 나를 데려갔던 그 여자가 나를 보고있고 그 옆에는 의사가 있었다.

아직 기억이 나지 않으시나요?”

……아무 말도 하지않자 의사가 얘길 한다.

아무래도 아직 안정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일단 돌아가죠. 정수씨 쉬세요 그럼 이따 다시 오겠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병실을 나갔고 그들은 나가면서 옆에 있는 기계들을 가져가고 병실에는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게 되었다.

무슨 일일까 나는 죽은 것이 아닌가 여긴 어디고 그럼 그녀는 어떻게 됬을까?’

많은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나갔을까 다시 일어나도 나는 그 병실에 그대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어두운 걸 보니 밤인 모양이다. 배가 고파 사람을 부르려고 벨을 찾는 와중에 책상에 놓인 책자를 보게 되었다. ‘뉴 라이프 프로젝트라는 책자였다.

그 순간 요양원을 가기 전에 의사와 그 여자와 했던 이야기들이 다시 기억나기 시작한다. ‘뉴 라이프새 삶이다.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 혹은 자신의 성격을 바꾸고 싶거나 삶의 목적을 잃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프로젝트

한 달간의 제한적인 수명을 주어지고 컴퓨터로 만들어져 뇌로 접속하는 가상세계 그 곳에서 죽음과 삶 사이에서 삶의 목표나 자신감이나 단점인 성격들을 고치는 프로젝트 당시 나는 삶의 목적이 없이 지내며 우연찮게 보게 된 책자를 통해 연락하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무작정 일어나 걸었다. 30일간 움직이지 않은 나의 몸은 천근 만근 무거웠고 아무리 간호사들이 근육을 풀어주었지만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일어나 걸었다. 문밖으로 나가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문을 열고 나가자 수많은 문들이 보였다. 나는 달렸다 미친듯이 달리며 지나갔다. 찾아야 한다 그녀를 찾아야 한다. 내가 이렇게 살아있으니 그녀도 살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문 앞에서 멈췄다. 그녀의 이름이 적힌 문 앞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아무 반응이 없고 조용하다. 다시 한번 두드렸지만 조용하다.

자고있나

하지만 나는 불안함 마음에 돌아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하지만 문을 열 용기는 나지않았다. 왠지 모르게 두려웠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다가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병실에는 사람의 기척이 없었다. 침대에도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에 갔나 생각했지만 그 침대는 원래부터 아무도 없었다는 듯이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로 있을 뿐이다. 잠시 뒤 내가 뛰어다니는 것을 간호사가 봤는지 그 의사가 와서 나를 불렀다.

하정수씨 여기서 뭐하고 계십니까?”

나를 침대에 앉히고 걱정되는 듯이 말을 하였다.

없어요 여기 병실에 있던 사람은 어디 갔나요?”

그 곳에서 만났습니까?”

네 그녀도 나와 같은 날 들어 왔다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디 있나요?”

의사는 나를 보더니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뉴 라이프 프로젝트의 다른 용도에 대하여서 였다.

보통은 삶의 목적 성격의 변화 정신적 장애에 치료에 대하여 사용되지만 또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얼 빠진 얼굴의 나를 보다가 마을 이어간다.

또 다른 목적은 안락사 입니다.”

나는 이해가 되지않았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암이나 기타 다른 병이나 혹은 사고로 인해 삶이 얼마 남지않은 사람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잊고 남은 삶을 가상세계에서 보내고 고통없이 죽는 것 이지요. 이연설씨는 그 대상자 였습니다.”

나는 멍하니 의사를 바라보다 일어나 나의 병실로 돌아갔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녀가 없는 삶 이라니 차라리 그대로 죽었으면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을 텐데 왜 나만 살아 있는지 나는 이해가 되지않았다.

답답한 마음을 정리 하기도 전에 나는 퇴원을 하였고 병원을 나서려는 찰나 병원에 붙어있는 장례식장의 이름이 눈에 보였다.

이연설

보자마자 나는 걸음을 그곳으로 옮겼다.

장례식장에 들어서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장례식에 와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공기 같은 존재라 하였지만 그녀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아니었나 보다 때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이 나를 생각 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녀도 알았으면 그런 고통을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지않을까 사람들이 좀더 표현하며 지내면 자신을 몰아 붙이지 않고 살지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가 누워있는 곳에 서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잠시 보다 흐르는 눈물을 뒤로 하고 장례식장을 나왔다. 어느새 나는 또 삶의 목적을 잃었다. 잠깐 생겼던 그녀가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잃은 나는 또 다시 삶의 목적을 잃은 것이다.

하 아

나오는 것은 한숨 밖에 없다.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방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주변에는 친구들끼리 연인들끼리 가족끼리 먹고 얘기하며 즐겁게 보내는 얼굴들이 보인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보다 근처 산으로 향했다.

근처 산의 산책로를 걷는 나는 아직 피곤한 몸을 벤치에 쉬게 하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까만 하늘에 별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문득 그녀가 떠오르면서 그녀와 산책로를 걸으면서 이야기했던 그날이 생각나며 괴로워졌다.

이런 삶을 계속 살아야할까

그렇게 산책을 끝내고 집에 들어온 나는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나는 바뀐 것 없는 삶을 살아간다. 과거와 똑 같은 삶을 살아간다. 회사에 가자 동료들은 나를 반겼고 나도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였다. 감정없이 살던 나에게 지금은 감정이라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니 나는 여러 친구들이 생겼다. 예전과는 다르게 여행도 다니며 가는 곳마다 친구들이 생긴다. 감정이 생기자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게 되고 물론 싫어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며 나는 가끔 떠올린다.

나만 이렇게 살아도 될까 그녀가 가끔 떠오르며 그녀를 생각하자 더욱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게 가정을 꾸리게 되고 많은 시간이 흘러 나는 즐거운 삶을 살았고 이제는 그녀를 만나러 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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