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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상반기 신인발굴]_시_성동영_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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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20회 작성일 17-05-01 10:34

본문

<시 부문>


성명: 성동영

성별:

연령: 23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 대학로29542 하양평광타운 1021005

연락처 : 010-4407-1417

 

 

 

 

 

 

 

 

 

 

 

 

 

 

 

 

 

 

 

 

 

 

 

 

 

 

 

 

 

 

 

 

 

 

 

 

 

 

난 용서받고 싶었다

고작 무릎 꿇는 거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이렇게 내장이 꼬이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갑갑한 교복 블라우스

여름 땀에 등이 젖은 티셔츠

솔기가 빠진 스웨터 속

갈비뼈 아래서

나를 태우고 있는 성냥 같은 불씨를 알아주었으면 했다

 

위가 녹고 있었다

대장과 소장 사이에서 육즙과 산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다

그것은 아마 뼛조각

 

알아주었으면 했다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계절을 착각하고 날아오고만 때 이른 철새라도 알아줬으면

검은 골목길에서 알코올이 섞인 토사물 건더기를 집어먹고 있는 비둘기라도 알아줬으면 했다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그러면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착각도 유분수지

 

나는 오늘도 파랗게 시린 바깥 공기에 움츠러들어서,

오늘도 부끄러운 손등을 숨길 뿐이다

 

아니, 알아주기만 한다면

나에게 잘 벼려진 칼만 있다면

돼지고기 자르듯 양고기 자르듯 갈비뼈를 드러내어

시퍼렇게 익어가는 불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 그러니까 나는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난 그 위를 가리고 있는 살가죽마저 아직 부끄러워서

 

자존심 같은 건 없는 검은 골목길의 비둘기를 지나쳤다

푸른 새벽 공기가 마냥 차가웠다

 

난 용서받고 싶었고 용서하고 싶었다

 

<용서>

 

따뜻한 바다를 기억한다

미지근한 바닷물

거품 가득한 파도를 기억한다

기억하고 있다

 

마음이 파도처럼 쉽고 당연하게 바스러져

흰 찌꺼기를 남기는 그런 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싶은 그런 날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어 하는 그런 날

 

그런데 소금기 어린 바람만이 머리카락을 스쳤던 그런 날

머리카락 사이로, 귓등 사이로, 머릿속의 길고 긴 시간의 실타래 사이로

당신의 목소리를, 바람을 기어코 기억해 낸 그런 날

 

주황색 노을이 찾아오고

파란색 밤이 찾아왔고

기억은 곧 이야기가 되었다

 

무슨 제목을 붙이면 좋을까

 

<그런 날>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방을 찾아

산을 넘고 바다를 넘어 하늘을 날았다

 

이국의 도보를 걷고 검은 가로등 길을 지나

이미 져버리고만 초록색 벚꽃 나무 아래의 집으로 들어가서

고양이 무늬 침대 시트가 있는 황혼 직전의 노르스름한 햇살이 비치는 방으로 들어갔다

 

한밤중

 

올이 나간 스타킹이 천장에 날아다니고

이어폰은 바닥에서 널브러진 국수가 되었지

입고 왔던 흰 원피스는 옷걸이에서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아무도 함부로 들어오지 않는 방을 찾아서

난 킬킬거리며 누워서 만화책을 읽었어

어디선가 고양이 하품 소리가 들려오는

 

<교토의 밤이 저문다>

 

 

 

 

 

 

 

 

 

 

 

 

 

 

 

 

 

 

 

 

 

 

 

 

 

어젯밤 삼켰던 약들은 새벽에 어디로 사라졌을까

가루로 으깨져서 흰 별의 일부가 되고 말았을까

모래가루가 되어서 내가 누워있는 땅 반대편의 사막의 일부가 되었을까

 

몇 개는 보름달

몇 개는 그믐달 모양으로 쪼개진 알약의 가루길이 만든 길을

대지의 반 바퀴 되는 길을

밤의 시간만큼 걷는 바람에 사라지고 말았을까

 

가루의 개수만큼의 꿈을 꾸고 일어나보면

이미 달은 온데간데없고 봄이었다

아침 하늘 아래 피어난 노란 꽃 위에

하늘색 칠을 한 벚꽃 모양 손톱을,

태양에 복숭앗빛 혈색이 비치는 손가락을 펼쳐보았지만

북녘 산들바람이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을씨년스러웠다

 

내가 삼킨 약이 머릿속에서 만든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머리맡 바닥끝에서 머리채를 야멸차게 잡아당기는 어떤 손이 너무 아파

소리치며 일어나보면 드디어 새벽

허공으로 간절히 뻗어진 두 팔, 두 손 위로 남색이 겹친다

 

어젯밤 내가 삼켰던 약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아갔나

뱃속에서 물로 녹아서 사라졌나

 

이불을 입술 끝까지 끌어올렸다

내가 삼킨 약이 서툴게 연주하는 야상곡이 시끄러울 때쯤

진짜 봄이, 아침이 찾아왔다

 

나는 또 손가락을 들어 햇살에 비치는 손가락을 확인하겠지

복숭앗빛 혈색을 아직도 꽃에 대어 보고 싶겠지

 

<몽유병>

 

 

 

 

 

 

 

 

바닷물에 젖은 모래 위에 발자국들이 찍혔다

 

사막으로 만남을 가지었고

모래언덕을 목자라도 되는 양 걷다가

바다로 이별을 했다. 매별, 송별, 그리고 이별

 

이미 지나온 발자국들은 이제 발자취가 되어버려

걸음을 되돌리면 발자국은 다시 찍혀진 신발에 진창이 되어

발자국도 뭣도 아닌 검은 진흙 구덩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되돌릴 수 없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이었다

그리하여 발자취가 되었다

 

파도가 철썩거린다

내 등을 떠미는 것도 아니고

발자국을 덮어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오래된 순리대로 철썩일 뿐이다

 

이미 발자취가 되어버린 길

이미 길이 되어버린, 물에 젖은 모래사장, 모랫길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을 위해

막지 못하는 파도를 마주하기 위해

만남을, 이별을 위해

길을 걸었다

 

<>

 

 

 

 

 

 

 

 

 

 

 

 

 

 

 

 

 

사랑을 하고 있는, 아니면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갈망하는, 바라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고함

 

내가 그대라고 부르고 싶은 당신에게 고백하고

그대에게 말을 한다

 

태양이 눈부셨다고

그래서 밝아 보이기만 했던 달을 찾았다고

 

그대의 거친 손을 닮은 푸르게 반투명한 새벽하늘의 품 언저리를 찾았다고

 

눈꺼풀을 벗겨낼 듯,

눈언저리를 꽃잎처럼 빨갛게 될 때까지 비비며 새벽하늘을 기다리듯

기다리고 싶어서

그리워하고 싶어서

사랑하고 싶어서

 

야상곡으로 수줍게 언어를 건네고

지젤을 추며 처절하게 용서하고

산을 오르며 말을 고르고

그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며 용기를 내고

드넓은 바다에 빠져서 또 그 품 언저리를 헤매었다고.

 

<내가 그랬던 이유>

 

 

 

 

 

 

 

 

 

 

 

 

 

 

 

 

 

 

 

밤은 짧지만 새벽은 속절없이 길어서

날이 밝는 걸 기다리기엔 새벽은 빙하와 얼음 이슬.

 

분명히 태양은 떠올랐을 텐데

그 거대한 힘으로 밝혀진 자주색 빛은 몸 위를 멍으로 감쌌다

 

분명히 태양은 떠올랐을 텐데

지평선 위로 떠오른 빛은 등을 따갑게 태우고

녹은 얼음은 내 두 손을 대신 얼렸다

 

밤을 짧지만 새벽은 속절없이 길어서

얼어버린 대지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어 희게 밝아져 오는 하늘을 바라보지만

내려봐 주는 이 하나 없는 하늘은 공허의 창해.

비어있는 바다.

 

밤은 짧았고 태양은 분명히 떠올랐을 텐데.

 

햇살에 잠기기에는 새벽은 속절없이 길어서, 길기만 해서.

 

<밤은 짧지만 새벽은 속절없이 길었다>

 

 

 

 

 

 

 

 

 

 

 

 

 

 

 

 

 

 

 

 

 

 

불새는 새장 안에서

온 세상을 지켜보고 있다

 

나무 책상과 책장이 있는 안방 안의 새장 속에서

불새는 푸른 하늘을 굽어본다

푸른 하늘의 아지랑이 속에서

하얗게 점멸한 모든 건물을, 물건을 바라보고 있다

 

새는 어느 날엔가 자신을 잡으려는 사냥꾼에게

자신의 깃털을 주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사냥꾼은 그 깃털로 말미암아

사랑을 아는 자로, 하는 자로 다시 태어났음을,

 

불새는 타고 있는 자신의 깃털을 부리로 죽이며 생각한다

 

숫자로는 셀 수 없는 시간이 지나

불새는 노년을 보내지만,

자신이라는 늙은 새가 죽고 난 뒤

다시 또 다른 불새가 나타나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여정을

이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날 것을 불새는 알고 있다

 

고즈넉한 방 안에서 새가 죽어간다

 

마지막 새의 주인에게 저녁을 먹으러 나오라는 소리가 방 밖에서 들린다

주인이 방을 나갔다

 

늙은 새가 세상에서 가장 조용히 불타 죽었다

 

재 속에서 불새가 마침내 태어난다

 

<불새>

 

 

 

 

 

 

 

 

 

 

 

나의 폭풍은 나의 기억보다 거세고

당신의 이야기보다 황량했다

 

창백한 급류에 휩쓸리면서

그 나비 날갯짓 같은 나의 폭풍 따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진실로 간절히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깊게 생각하려 해도 의미 없이 절박해질 뿐이라 관두려 했다

 

한밤중 검은 말이

나의 목을 베어내고 말발굽이 나의 몸 위에 뒤엉킬 때

그것이 바람이 되고 누군가의 숨결이 되기는 할까

아득해지기는 하는 것일까

핏물 속에서 의문을 가져도 보았다

 

그제서야 죄책감이란 것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이내 별까지는 바라지도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당신이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를 진실로 바라노니

별을 그리는 나를

그 차가운 손으로 저주하지 말아주세요

 

<폭풍>

 

 

 

 

 

 

 

 

 

 

 

 

 

 

 

 

 

 

 

벚꽃이 진 교토에서

벚꽃나무 무리 사이에 있는

귀여운 빨강 사과 장식이 걸린 찻집에서

샹송을 들으며 다방 커피를 마셨지

 

그러다가 맛있었어요라는 뜻을 가진 일본말을 까먹고 말았지

즐거운 교토

멋진 곳이야

 

금각사의 금은 천 년이 되었고

은각사의 은회색 모래는 흐트러질 일 없지

 

<낭만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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