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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내가 그대 가슴 뜨겁게 안은 것은
눈 때문이야
눈이 녹아내려 눈물 되어 흐를까봐
푸짐하게 쏟아지는 눈을 안을 수 없었기 때문이야

내가 그대 입술 화들짝 훔친 것은
꽃 때문이야
이제 막 피는 꽃잎 바스라져 내릴까봐
차운 그 꽃잎에 입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야

내가 그대 마음 슬몃슬몃 벗긴 것은
풀잎 때문이야
한창 물오르는 풀잎 말라 시들시들 누울까봐
풀잎 마음 감히 벗길 수 없었기 때문이야

내가 그대 앞에 훌훌 옷을 벗어던진 것은
나목 때문이야
잎 떨어지는 나목들의 쓸쓸한 기운이
내 가슴에 철철 넘쳐났기 때문이야

언제나 약 먹은 듯한 술 취한 듯한 내 눈에
눈 같은 꽃 같은 풀잎 같은 그대
나목 같은 내 가슴에 아름다운 그대
언제나 언제나 아름다운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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