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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청소년온라인백일장 예심통과 작품입니다-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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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아파트 머리에 있던 해는 고개를 올리지 않아도 편히 볼 수 있는 높이에 걸려있다. 아파트주변을 단풍색으로 물들인 햇빛에 놀이터에 있던 아이들은 엄마가 데리러 올 거라는 걸 생각하며 걱정스러워 했다.
“저 사람 좀 봐.”
아이들 중 하나가 놀이터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한 남자가 서있었다. 연하늘색 반팔 셔츠를 안에 집어넣고 명치까지 올려 입은 냉장고바지, 얼룩무늬가 그려진 작은 가방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이들은 어깨 언저리까지 엉켜있는 머리를 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수근거렸지만 이내 턱 주변의 거뭇한 자국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아이들의 시선을 피해 놀이터로 들어왔다. 남자는 놀이터 가장 안쪽까지 걸어갔다. 남자는 시소 앞에서 멈춰 섰다. 그는 시소 주위를 한 바퀴 돌더니 그 위에 앉았다. 시소의 아래에 심어져 있던 타이어는 남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찌그러졌다. 시소는 듬성듬성 칠이 벗겨져있었다. 타이어 윗면에 그려진 구름은 시소가 닿는 부분만 검은색이 드러나 도넛모양이 되었다. 두 다리 사이로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있던 남자의 손에는 녹이 묻어나왔다. 쇳물이 묻어 빨간 손을 보고도 남자는 손잡이를 잡았다. 구겨 넣은 엉덩이와 메뚜기처럼 잔뜩 구부린 다리는 불편해 보였다. 그의 다리가 펴지고 잠시 동안 몸이 떠올랐다. 시소는 다시 기울었다. 자신의 쪽으로 돌아온 시소가 마음에 안 드는지 그는 입술을 삐쭉댔다. 그는 다시 발을 굴렀다. 다시, 다시, 다시. 그의 발이 움직일 때마다 시소에서 칠판 긁는 소리가 났다. 아이들은 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남자를 쳐다봤다. 아이들은 남자의 목에서 반짝이는 것을 봤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빨간 해를 받아 주민등록증이 반짝였다.
그가 몇 번을 반복해도 시소는 그에게 돌아왔다. 그는 매고 있던 가방을 모래위로 내려놓았다. 겨드랑이 사이에 가방끈자국이 남았다. 그는 가방에 모래를 담았다. 흰색 모래가 금세 지나가고 축축한 짙은 갈색 모래가 가방에 담겼다. 갈색의 모래는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아 자꾸만 그의 손에 달라붙었다. 흙은 달라붙은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손이 모래를 담으려고 움직일 때마다 함께 조금씩 움직여 손톱 속으로 파고 들어가 손톱 밑 여린 살점에 자리를 잡았다. 가방에 더 이상 공간이 없었을 때 그는 가방의 문을 닫고 자신의 맞은 편 시소자리에 올려놓았다. 시소는 가방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시소는 그에게로 기울었다. 그는 다리에 힘을 주고 다시 한 번 공중으로 몸을 이끌었다. 순간 가방은 퉁, 하는 소리와 밑으로 떨어졌다. 그는 다시 타이어 위로 떨어졌다. 그는 손잡이를 움켜쥐고 가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는 붉은 모습도 감추고 아파트 너머로 사라졌다. 어둑해진 저녁까지 아이들은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몇몇 아이들이 남자를 보며 시소가 타고 싶은가봐 하고 중얼거렸다. 하나 둘씩 아이들의 부모님이 데리러 나왔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시소에 앉아있는 남자를 봤다. 그들은 아이들의 손을 더 세게 잡으며 집으로 옮기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직 부모님이 데리러 오지 않은 여자아이 하나가 남자에게 다가섰다. 아이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제가 타드릴까요?”
남자는 아이의 목소리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는 쉼 없이 움직이던 발을 멈췄다. 발을 구르는 건 멈췄지만 몸은 떨고 있었다. 푸른 초저녁 공기가 살랑대는 것보다 눈에 띄는 떨림이었다. 아이는 다시 말했다.
“이거 치우고 제가 앉으면 돼요.”
아이는 시소 바로 밑에 떨어져 있는 가방을 치우려 몸을 숙였다. 그는 아이가 몸을 숙이자 아, 하는 외마디와 벌떡 일어났다. 그 김에 아이의 머리와 시소가 부딪혔다. 아이는 가방위에 주저앉았다. 가방 틈새로 삐져나오는 모래가 아이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아이는 머리를 양팔로 감싸 쥐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아이 밑에 깔린 가방을 잡았다. 그대로 드는 바람에 아이는 옆으로 넘어졌다. 아이는 더 크게 울었다. 가방은 지퍼가 열려 안에 있던 모래의 반이 흘러나왔다. 그는 가방을 품에 안고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다정아?”
넘어진 아이를 보고 아이의 엄마는 달려왔다. 그녀는 딸을 품에 앉고 다독였다. 남자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이엄마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는 품에 안고 있던 가방의 윗부분을 손으로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가방 밑 부분을 잡고, 한손으로는 윗부분의 가방고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머리를 쓰다듬던 아이엄마의 손길이 멎자 그의 손도 멈췄다. 그녀의 눈과 그의 눈이 마주쳤다. 그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아이엄마가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자, 그가 입고 있는 냉장고 바지 아래가 축축해졌다. 하얗던 모래들이 갈색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올라오는 지린내에 걸음을 멈췄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그의 바짓단에서 노란 방울들이 떨어졌다. 그녀는 젖은 모래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울음을 그친 딸의 손을 잡고 704호로 향했다.
“저기, 제가 그동안 말씀 안 드렸는데 오늘은 그냥 못 넘어가겠네요. 아이들한테 피해는 끼치면 안 되죠. 보이세요? 눈물자국?”
톡톡 쏘는 그녀의 말에 704호 노인은 고개를 숙였다. 살짝 열린 현관문사이로 보이는 거실에는 제기용품이 널브러져있었다. 방석하나가 겨우 들어갈듯 한 크기의 상이 보였다. 상은 다리하나가 부러졌는지 하얀 종이테이프로 다리 아래를 칭칭 감아놓았다. 상 위에는 편의점에서 산 식혜 한 캔이 물이 잔뜩 맺힌 채 놓여있었다. 현관문이 열린 뒤 시간이 얼마 지나자 전에 스며든 기름 냄새가 났다. 노파는 얼굴에 짙은 갈색의 검버섯이 잔뜩 피어있었다. 검버섯 근처에는 빨갛게 기름이 튄 자국이 있었다. 얼굴보다 옅은 검버섯이 핀 손으로 아이 얼굴에 난 눈물자국을 훑었다. 아이는 까슬거리는 노파의 손에 아이는 뒤로 물러났다.
“미안하다, 아가. 애기엄마도 미안해요. 더 신경 쓸게요.”
아이에게 시선을 맞추느라 구부린 노파의 등으로 뼈가 드러났다.
“아무튼, 좀 더 신경 좀 써주세요. 이사를 가던가 해야지.”
아이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뒤를 돌았다. 자신의 엄마 뒤로 숨어있던 아이는 슬쩍 노파를 쳐다보았다. 아이는 노파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고 노파에게 눈인사를 했다. 노파는 아이에게 미소를 보냈다.
아이와 엄마가 돌아가고 노파는 안방 문을 열었다. 소라껍질처럼 동그랗게 말린 이불 속에는 베개만 놓여있었다. 노파는 부엌으로 갔다. 부엌찬장에 있는 사진을 꺼내 식혜 앞에 세워 놓았다. 사진은 식혜 겉에 있던 물기가 스며들어 끝이 울기 시작했다.
노파는 베란다로 나가 놀이터를 쳐다보았다.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가방을 안고 시소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남자의 시선은 시소에 고정되어 있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노파는 베란다 문을 닫았다. 힘이 셌는지 베란다 문은 닫혔다가 다시 열렸다. 노파는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었다. 일어서는 노파의 옆에는 액자가 있었다. 액자에는 분홍색 유치원복을 입은 남자가 웃고 있었다. 남자는 노파의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 눈동자가 안보일정도로 휘어진 그의 눈매와 눈가로 한껏 다가간 그의 입꼬리를 검버섯 없는 노파가 같은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노파는 등이 굽지도, 머리가 꼬불거리지도 않았다.
사진 속 남자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노파의 무릎에 누웠을 때였다. 점도 보이지 않는 매끈한 손으로 노파가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면 남자의 얼굴에는 항상 같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유치원을 다녀올 때마다 노파에게 매일 머리를 들이밀었다. 노파가 베란다 창으로 비처럼 쏟아지는 햇살아래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그는 노파의 무릎과 그 밑에 하얀 침으로 호수를 만들며 눈을 점점 천천히 감았다. 침은 점점 번져서 분홍색 유치원복을 물들여 진달래 색을 만들었다.
초가을, 초록티를 벗으려고 하는 단풍잎이 조금씩 살랑거리는 날이었다. 그녀는 아들에게 무릎을 내어주고 한 손으로는 아들의 머리를, 한 손으로는 아들의 배를 쓰다듬었다. 아들은 처음에는 몸을 이리저리 꼬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그녀는 아들의 머리를 두 손으로 받쳐 쿠션에 기대어 눕혔다. 집은 조용했다. 그녀에게 들리는 건 아들의 색색대는 숨소리뿐이었다. 그녀가 색색대는 숨소리에 맞춰 아들의 가슴을 토닥이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아들은 갓 태어난 고양이처럼 신음소리를 내며 그녀의 치맛자락을 더듬었다. 그녀는 옆에 있던 전화기를 집으며 아들의 손을 잡았다. 돼지꼬리처럼 말려있는 전화선 너머에서 아들의 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순간 노란 햇살만 들어오던 베란다 창문으로 썰렁한 바람이한가득 들어와 방충망이 흔들렸다. 흔들리는 방충망을 따라 노파의 티도 흔들렸다. 그녀는 등이 서늘해져 셔츠를 걸쳐 입고 얇은 모직담요를 아들에게 덮어주었다. 그녀는 선생님과 짧은 인사치레를 나누었다.
“저, 준희는 아직 집에서도 말을…….”
그녀는 선생님의 말에서 망설임을 느꼈다. 그녀는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잠시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아직 아이가 말하는 걸 본적이 없었다.
“아직은……. 저도 신경을 쓰고 있어요.”
선생님은 말이 늦는 것보다 사람이 다가오는 걸 꺼려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꼬불거리는 전화선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노골적으로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것 같아서요. 말도 안하기보다는 못하는 것 같고……”
그녀는 숨을 크게 내쉬고 말을 몇 마디 이어나가다 두 손으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전화선 안에 넣었던 그녀의 새끼손가락에는 전화선 모양을 따라 자국이 났다. 끼었다가 빠진 손가락의 시원함을 더듬으며 그녀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침으로 물든 진달래색 어깨가 시계초침소리에 맞춰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이 깨지 않게 부엌찬장을 열었다. 소금통과 설탕봉지 사이에 사진 한 장이 껴있었다. 그녀는 사진으로 손을 뻗다가 설탕봉지를 건드렸다. 갈색 설탕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 장판색과 비슷한 갈색 설탕은 바닥에 가득했다. 설탕은 함께 떨어진 사진의 갈라진 틈사이로, 부엌 싱크대 밑에 깔아놓은 매트 사이로 들어갔다. 그녀는 행주로 급히 쓸어보지만 설탕은 행주에 밀려 거실까지 굴러갔다. 그녀가 행주로 밀면 밀수록 설탕은 아들 쪽으로 굴러갔다. 밀려간 설탕은 아들이 만들어 놓은 침 웅덩이에 빠져 녹아들었다. 웅덩이는 갈색 설탕이 녹아 흙탕물 같아 보였다.
그녀가 아들의 침까지 닦고 나니 어느새 날씨가 추워졌다. 그녀는 베란다 문을 닫고 아직 자고 있는 아들을 방에 뉘었다. 그녀는 설탕에 닿아 찐득거리는 바닥을 뒤로하고 사진을 주워들었다. 그녀는 사진을 두 손으로 감싸 가슴에 대고 거실과 부엌사이를 돌아다녔다. 발바닥이 장판에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면서 쩌적소리가 계속 났지만 그녀는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쉬지 않고 돌아다니던 그녀의 다리가 멈췄다. 그녀의 시선은 식탁아래를 향해 있었다. 식탁아래에는 아직 덜 치워진 가루들이 있었다. 그녀는 빨아놓은 행주를 다시 가져왔다. 그녀는 행주로 훔친 곳을 손으로 훑었다. 그녀의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끈적함이 없었다. 그녀는 냄새를 맡았다. 짠 냄새가 났다. 행주를 열어보니 갈색이 아닌 흰색의 가루였다. 그녀는 저번에도 같은 내용의 전화가 왔을 때, 똑같은 행동을 하다가 소금통을 떨어트린 걸 생각했다. 그녀는 사진을 다시 부엌 찬장에 놀려놓았다. 찬장 문을 닫고 화장실로 걸음을 옮겨 발을 닦았다. 손도 닦았다. 걸레도 빨았다. 걸레를 밀대에 끼웠다. 그녀는 바닥을 닦았다.
집을 나선 노파는 비상구를 열어 계단을 향했다. 두 손으로는 계단 손잡이를 붙잡고 한발 한발을 옆으로 내딛으며 천천히 내려갔다. 그 모습이 게 한 마리 같았다. 노파는 반 층을 내려가고 숨을 들이쉬었다. 얇게 겹겹이 입고 나온 옷들 사이로 엷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다시 반 층을 내려갔다. 노파는 무릎을 짚고 6층 비상구 문을 열었다. 노파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아래를 가리키는 화살표에 불이 들어왔다. 노파가 이마의 땀을 몇 번 닦아내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두 개의 은색 문이 열리는 순간, 노파는 움직임을 멈췄다. 몰아쉬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노파가 바쁘게 움직인 건 시선뿐이었다. 눈동자는 위부터 아래, 옆을 계속 굴러가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안타세요?”
노파는 짜증 섞인 엘리베이터 안 사람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자 나이 든 주부2명이 보였고, 그들이 손에 든 빨간 음식물 쓰레기통 냄새도 났다. 노파는 축축한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러 닦았다.
“먼저 내려가세요, 미안합니다.”
노파는 5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아들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잘 해주려 노력했다. 관심을 주면 좀 나아질까 일부러 안다니던 유치원을 여름부터 보내기 시작했다. 한 달 사이에 아이가 적응을 잘 못한다는 전화를 열통 넘게 받았다. 그녀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때마다 자신이 아들 곁에서 떠날 때를 생각했다. 그럴 때면 친구를 만들면 좀 나아질 거라는 주위의 말이 함께 맴돌았다. 유치원 차에서 내릴 때도, 유치원 차를 탈 때도 아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은 없었다. 항상 혼자 있는 그를 걱정하는 선생님들이 함께 놀아보려고 했지만 그는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싫어했다. 베란다 밖을 바라보니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녀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불 속에서 다시 침으로 샘을 만들고 있는 아들을 깨웠다. 아들은 몸을 웅크려 일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는 아들을 일으켜 세우고 옷을 입혔다. 그녀는 말했다.
“놀이터에서 친구 좀 만들어보자.”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말했다.
“오늘 안에 친구 3명을 못 사귀면 이제 머리 안 쓰다듬어 줄 거야.”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 흘리던 침은 배가 되어 흘러내렸고, 콧물은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나왔다. 그녀는 손수건 하나를 꺼내 침과 콧물을 닦아두고 아들의 목에 걸어주었다.
“안 돼. 친구 못 만들면 너 안 예뻐해 줄 거야.”
아들은 그녀의 말에 울음을 그치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들의 눈을 피하며 옷을 마저 입혔다. 그녀는 얼룩무늬가 그려진 가방을 아들에게 매어주었다. 아들에게는 안에 과자를 넣어 놓을 테니까 친구들이랑 같이 먹으라고 했다. 아들은 아무 말 없이 놀이터로 나갔다. 놀이터에 있던 아이들 중에 아들을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들은 그네에 모여 놀고 있었다. 아들이 그네에 다가갔다. 아이들은 아들을 쳐다보며 미끄럼틀로 옮겨갔다. 아들의 입가에서 침이 흘러나와 손수건으로 흐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없어도 아들은 그네를 탈 수 있었다. 아들은 미끄럼틀로 다가갔다. 아이들은 시소로 옮겨갔다. 아이들이 없어도 그는 미끄럼틀을 탈 수 있었다. 그는 시소로 다가갔다. 아이들은 정글짐으로 사라졌다. 그는 혼자서 시소를 탈 수 없었다. 그는 시소에 혼자 앉아 아파트를 바라보며 맞은편에 앉을 아이를 기다렸다. 그는 시소를 탈 수 없었다.
노파와 마주쳤던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동안에 입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저 할머니, 젊었을 때 엘리베이터 추락으로 남편 잃었다면서요.”
“맞아, 그래서 항상 계단으로만 다녔는데.”
노파는 놀이터로 나갔다. 노파가 내려오는 동안 어느새 어둑해진 놀이터는 자꾸만 깜빡거리는 가로등에 의지해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노파는 다리를 매만지며 놀이터로 다가왔다. 가로등 밑 벤치에 미끄럼틀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남자가 보였다. 노파는 그의 옆에 앉았다. 그는 노파의 냄새에 일어나려던 엉덩이를 다시 벤치에 올려놓았다.
“내가 잘 때 나왔어?”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왜 나왔어?”
“시소…….”
“이제 시소 그만타자.”
노파는 말했다. 남자는 노파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에게는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그 눈빛으로 오랫동안, 지긋이 노파의 눈을 바라보았다.
“시소…….”
남자의 흔들리는 목소리에도 노파는 피하지 않았다. 노인이 말없이 눈을 맞출수록 그의 눈에는 물기가 어렸다. 그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노파에게 들이댔다. 노파는 천천히 손을 들어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처음 보는 남자의 얼굴이 노파는 어색했다. 어색함에도 마주보고 있던 눈은 계속 바라봤다. 이내 흐르려는 눈물에 눈을 비볐을 땐, 손에 묻은 모래 알갱이들이 눈에 들어가 눈물이 더 났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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