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부
제7회 온라인청소년백일장 예심통과자ㅡ김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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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
“오늘 놀까?”
“오늘? 어디서 놀려고?”
“Pc방 갈까?”희수는 여자인데도 유난히 컴퓨터 게임을 무지 좋아했다. 물론 이건 희수가 화장이나 옷과 같은 사춘기의 흔한 학생들과 같이 자신을 꾸미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게임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무슨 또 pc방이야....”
희수가 영화에게 매달린다..
“왜에~ 가자 응?”
“하여간 게임이 뭐가 재미있다고 괜히 눈 아프고 앉아 있으면 허리만 아프지...”
영화의 말에 희수가 눈을 흘긴다. 희수는 다른 일보다도 더 게임에 관해서는 예민한 아이이다. 특히 게임을 모욕 하는 것에 있어서는 무지.... 영화는 희수의 눈초리에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pc방은 그저께에도 니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갔잖아....? 또 내가 pc방 안 좋아 하는 것도 알면서....”
영화가 Pc방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해수는 영화 말을 듣고 자신도 좀 찔리는지 영화에게 달라붙어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번 한 번만 안 될까? 나 저번에 못 깬 게임이 있는데 그게 자꾸 아른 거려서 죽겠어”
영화가 아무 말이 없자 다시 부탁을 한다.
“이번 한번만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응?”
영화는 그런 희수에 할 수 없이 희수의 부탁을 들어 주었다. 영화가 들어 줄 때 까지 영화를 잡고 늘어질 희수를 알기에........
“알겠어... 대신 이번 한번 뿐이야”
“응!”
희수가 기분이 좋은 듯 기쁜 목소리로 대답한다. 분명히 얼마 안가 영화에게 다시 pc방을 갈 것을 요구할 것을 알지만 하나 밖에 없는 찬구를 위해 이번에도 속아 넘어 가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 그럼 가자”
“그래”
둘은 학원가에 있는 pc방으로 갔다.
희수는 pc방에 가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을 켰고 영화는 그런 희수의 옆자리에 앉았다.
“역시 pc방은 의자부터가 다르다니까! 크....”
그런 희수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좋냐?”
“좋다”
“그래 많이 좋아해라 나 음료수 사올게 너는?”
“나도 음료수 부탁할게”
“그래”
영화는 가방을 내려놓고 음료수를 사러 갔다. 음료수를 사온 뒤 희수는 게임에 열중했고 영화는 그런 희수 옆에서 음료수를 홀짝이며 마시고 있었다. 영화는 게임이라는 것 자체를 좋아 하지도 않을 뿐 더러 대체 저런 게임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고 희수는 여전히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영화는 결국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희수에게 먼저 가겠다고 말하고 Pc방을 빠져 나왔다. 물론 희수는 게임에 집중하느라 영화의 말을 들었는지는 미지수지만.....
영화는 pc방을 곧장 빠져나와 진아의 집으로 갔다. 진아는 영화의 사촌 동생으로 아직 집에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지난번에 빌려간 책을 가져다주기 위해 영화는 진아의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정류장에서 얼마 기다리지 않아 영화가 타야하는 버스가 왔다. 버스는 사람이 작아 한산했고 영화는 버스 맨 뒷자석에 앉아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며 갔다. 진아의 집은 걸어가기에는 멀고 교통수단을 이용하자니 가까운 어중간한 거리이기에 집을 찾아갈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고민을 하곤 했다.
진아가 사는 동네가 보였고 영화는 벨을 눌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영화는 진아의 아파트를 향해 걸었다. 저기 꽤 고풍스러워 보이는 아파트가 보였고 영화는 그 아파트로 들어갔다.
-딩동
“누구세요”
집 안에서 우아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고모 저 영화에요. 문 좀 열어 주세요.”
“어머 영화니? 어서 오렴”
언제나 보아도 우아하신 고모가 문을 열어 주셨다.
“진아 보러 왔나보구나 근데 지금 진아가 과외를 받고 있는 중이라서 어떡하지? 조금 있으면 끝날 거야”
“아... 그럼 과외가 끝날 때까지 진아 방에서 기다릴 게요”
“그럴래? 요즘 우리 진아가 과외 선생님이 바뀌고 난 뒤에 성적이 많이 올랐지 뭐니? 근데 얼마 안가 그만 두신다더구나 안가시면 좋을 텐데 아... 영화야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너무 했네 먹을 것 좀 가져다가 주마 올라가서 잠시 기다리렴”
“네. 감사해요 고모”
영화는 2층으로 올라가서 진아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똑똑
“누구세요?”
방안에서 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책상에 앉아 있는 진아와 한 남자가 보였다.
“나야 영화”
“어? 니가 웬일이야? 연락 좀 하고 오지....”
“그러게... 미안 나 침대에 앉아 있을 테니까 하던 공부마저 해”
“그래 알았어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기다려”
진아가 대답 했다. 그러자 영화가 들어와 진아와 이야기 할 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던 남자가 영화를 돌아봤다. 영화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영화는 이때까지 뒷모습만 보이던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영화는 순간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남자도 영화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무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영화는 한 동안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계속 쳐다보았다. 시간이 한 30분 정도 흘렀을까... 영화는 그 사이 고모가 가져다주신 과자와 음료수에 입도 되지 않은 채 계속 남자의 모습을 쳐다보았고 마침내 과외가 끝났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남자의 말에 진아가 한숨을 쉬면서 기지개를 폈다.
“하아.... 힘들었다.”
진아의 말에 남자가 대꾸했다.
“오늘은 친구가 와서 이쯤에서 그만 두는 거야. 다음에는 국물도 없어”
남자의 말에 진아가 볼을 부풀리며 대답했다.
“아.... 너무 힘든데 그래도 쌤 덕분에 성적이 올라서 열심히 하는 거예요. 그리고 쟤는 사촌이에요. 친구가 아니라”
“그래 알겠어 이제 나랑 수업할 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더 열심히 해라”
남자의 말에 진아가 섭섭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선생님 꼭 가야되는 거예요? 안 가면 안돼요? 쌤 덕분에 성적도 많이 올랐는데 엄마가 시급 더 올려준다고 했으니까 안가시면 안돼요? 네?”
진아의 말에 남자가 대답했다.
“미안 하지만 그건 안돼”
남자의 말에 진아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내가 이것 말고도 알바로 하고 있는 일이 조금 많이 있어서 과외까지 해주기에는 무리가 돼서 마안하다”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진아의 어깨를 두어번 토닥여 주었다. 영화는 그 모습에 기분이 묘해졌다. 진아가 풀이 죽어 대답했다.
“알겠어요. 대신 다음에 저랑 따로 만나서 꼭 밥 사 주세요.”
그 말에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알겠어”
남자의 대답에 진아의 풀이 죽은 얼굴이 한 층 낳아졌다.
남자는 자신의 가방에 문제집과 필통을 넣고 방문 손잡이를 잡으며 말했다.
“그럼 가 볼게”
남자가 나가고 영화도 침대 밑에 놓았던 가방을 급히 챙겨 나가며 말했다.
“나도 나가 볼게”
그러자 진아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 야 너 어디가?!”
영화는 진아의 외침을 들으며 남자를 쫒아 내려갔다.
“저기요!”
저기 남자가 고풍스러운 아파트를 빠져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영화는 다시 한 번 남자를 불렀다.
“저기요!”
영화의 외침에 드디어 남자가 영화를 돌아봤다.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왜?”
“저기 혹시 저 몰라요?”
“어 너 처음 보는데 왜?”
남자가 인상을 쓰면서 대답한다.
영화는 거기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는 오빠 아는데.....”
영화의 말에 남자가 아까보다 더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영화에게 따지듯이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래서 뭐 말하려면 말해 그만 둘려 했으니까”
사실 남자....그러니까 해운은 집안의 사정으로 인해 대학생으로 위장하여 영화의 사촌인 진아에게 과외를 해주고 있었다. 다른 일보다는 과외가 수입도 많고 힘도 덜 들었지만 사실 다른 사람을 속인다는 죄책감 때문에 빨리 그만 두려 했건만 진아의 성적이 생각보다 많이 올라 진아의 엄마인 즉 영화의 고모가 이번 중간고사가 끝날 때 까지만 부탁을 한다며 여러 번 부탁해 왔기에 차마 거절 할 수가 없어 남은 중간고사까지만 허락을 했지만 갑자기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인 진아의 사촌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한 해운이었다.
영화는 당황해 급히 남자에게 말했다.
“아니요! 아니에요 말 하려는 게 아니라.....그냥”
“그냥?”
“혹시.... 진아 과외 그만 두시면 저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되나? 해서요”
영화의 말에 해운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싫어”
해운의 말에 영화가 시무룩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돈이 얼마가 되었든 상관없으니까 저 좀 가르쳐 주세요.”
해운이 영화의 말에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한다.
“너 나 안다고 했지?”
해운의 말에 영화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네, ㅇㅇ고 3학년 6반 강해운 선배님이요.
“하아....그래 나는 고등학생이야 그러니까 나 보다는 다른 잘 가르치고 경력도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을 찾아 나는 이번에 과외를 해본 게 진아가 처음이고 또 나도 고3이라 바빠 그러니까 나 고용할 돈으로 다른 능력 좋은 과외 선생님 구하는 게 너한테도 좋을 거다.”
“그럼 선배가요 시간될 때 저 공부 가르쳐주세요. 과외가 아니라 선배가 후배 가르쳐 준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저희 고모가 그러는데 선배 무지 잘 가르친다고 그러던데요?”
영화의 당당한 말에 해운은 영화를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너 언제 날 봤다고 나한테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하냐?”
“흐음.... 그건 상관없어요. 제가 선배를 아는 걸요?”
“-허”
영화의 말에 해운이 황당하다는 듯이 해운이 ‘허’하고 웃었다.
그 웃음에 영화가 예쁜 보조개가 패어버릴 듯이 말간 웃음을 지었다. 보통의 남자였다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영화의 예쁜 웃음에 호감을 가지고 바라보겠지만 뻔뻔한 영화의 말에 해운은 영화의 예쁜 웃음에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
“-흥”
해운의 콧방귀에 영화는 해운을 향해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뭐예요. 그 웃음은?”
“남이 사”
해운의 말에 영화가 더욱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어쨌든 공부 가르쳐 줄 거죠?”
“글쎄”
해운이 여전히 영화의 말이 탐탁지 않는 다는 듯이 말했다.
“후배 하나 살린다는 생각으로 해주세요. 네? 정말 부탁드릴게요. 네?”
영화가 영화 슈렉에 장화신은 고양이와 같은 눈으로 해운을 쳐다보며 간절히 말하고 있었다. 이때 해운은 다른 때 같았으면 쳐내 버렸겠지만 이상하게도 영화의 그 간절한 눈에는 거부 하지 못한 체 저도 모르게 영화의 말에 긍정의 의사를 표현해 버렸다.
“그래 알았어 대신 못하겠다는 소리 하기만 해봐. 그 땐 각오해”
“네!”
해운의 말에 영화는 아까보다도 더 맑고 예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때 영화의 보조개가 아까보다 더욱 깊이 들어간 것이 눈에 뛰었다. 문 듯 해운은 자신도 모르게 그 보조개를 눌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영화가 말했다.
“선배 나 좀 집에 데려다줘요”
영화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선배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해운은 영화의 호칭에 어이없어하면서 한편으로 영화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공부를 가르쳐 주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내가 왜?”
해운의 말에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가르치며 영화가 말했다.
“지금 너무 어두워 졌잖아요. 거기다 저는 여자고 여자 혼자서 밤길은 위험하다고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영화를 따라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대답했다.
“하.....그래 알겠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데려다주는 거지만 다음에는 그런 거 없어”
해운의 말에 영화가 웃으며 명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런 영화를 향해 해운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집이 어딘데?”
“저의 집 진아네 집에서 별로 안 멀어요.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고 버스타면 금방이에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오늘은 버스 타고 가자 밤도 늦고 했으니까”
“어느 방향이야?”
같이 대화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버스 정류장 근처였다.
“저는 이쪽이요”
영화가 말했다. 이 때 해운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그래? 나도 이쪽인데”
“그래요? 와 잘 됐다”
영화가 또 웃었다. 그런 영화를 보고 해운은 영화가 웃음이 많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운과 영화가 타야하는 버스가 도착했고 둘은 뒤쪽에 2인석인 자리로 가서 앉았다.
“몇 정거장 정도 가야돼?”
“한 4정거장 정도?”
영화의 말에 조금 놀란 해운이었다. 영화의 집은 불과 자신의 집과 2정거장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자신은 진아의 집에서 영화와 같은 쪽 방향으로 6정거장 정도 차이 났다.
“선배 여기서 내리면 되요.”
영화의 말에 해운은 영화와 같이 일어서 뒷문 쪽으로 향했고 영화와 해운은 버스에서 내려 영화의 집으로 걸어갔다.
“선배 내가 어떻게 선배를 아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영화의 말에 해운은 영화를 쳐다봤다. 역시 자신도 영화가 자신을 어떻게 아는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았는데?”
“음.....아직은 안돼요. 차차 알게 될 거에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뭐냐는 듯이 바라봤지만 영화는 해운을 향해 웃을 뿐이다.
“그래 뭐 나중에는 알게 되겠지”
“네. 맞아요. 곧 있으면 알게 될 거에요. 근데 제가 만약에 선배를 어떻게 알고 있고 또 선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놀라지나 마세요.”
영화의 의미심장한 말에 영화를 쳐다봤다.
“날 어떻게 생각하는데?”
해운의 말에 영화가 해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주 안 좋게요. 완전 미워해요.”
사실 해운을 자신을 모르는 해운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해운의 입으로 들으니 해운이 조금 미운 영화다.
영화의 말에 해운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허.... 내가 너한테 뭘 했다고 미워 하냐? 막말로 난 너 본 적도 없는데?”
해운의 말에 영화는 조금 씁쓸하다는 듯이 웃으며 해운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밉다는 거지....”
영화의 말을 듣지 못한 해운이 영화 쪽으로 귀를 기울이며 물었다.
“뭐? 너무 작아서 못 들었어”
해운의 말에 영화가 해운의 귀에다 대고 큰 소리로 소리쳤다.
“여기가 우리 집이라구요!”
영화의 말대로 어느새 영화의 집 앞이었다.
영화의 말에 해운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아! 그냥 말하면 되지 뭣 하러 소리를 질러”
해운의 말에 영화가 혀를 내밀며 말했다.
“또 안 들릴까 봐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영화를 흘겨보다 영화가 사는 아파트를 보았다.
“오 잘 사나보네”
해운의 말에 영화가 쑥스러운 듯이 대답했다.
“아니요. 뭐 잘 살긴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영화의 대답에 해운이 영화를 쳐다보며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는 것도 다 부모님 덕분이니까 부모님 속 썩이지 말고 잘해드려...“
해운의 진지한 말에 영화가 자신의 고풍스러운 아파트를 쳐다봤다. 아파트는 50평짜리로 꽤 쾌적하고 집 앞에 공원이 있어 환경조성도 잘되어 있기에 이 동네에서는 제일 좋은 아파트 였다. 하지만 해운의 말이 왠지 자신을 애 취급하는 것 같아 괜히 투덜거렸다.
“아- 알겠어요. 내가 알아서 잘 할게요”
영화의 대답에 해운이 영화를 바라보며 바람 빠지듯이 웃어보였다.
그 웃음에 마음이 간질간질한 영화였다.
“그럼 난 간다. 조심히 들어가”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서 해운이 영화에게 말했다.
“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낼 학교에서 봐요.”
영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해운은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영화는 집에 들어와 저녁 식사를 하고 씻은 후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해운과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 했다. 해운과 자신의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가면서 언제 어디서 공부를 할지 계획을 세웠던 것을 조그마한 종이에 적어 놓으며 보조개가 쏙 들어 갈 듯이 웃어보였다.
다음 날 영화와 해운은 사이좋게 지각을 하고 말았다.
“어....? 선배”
영화가 해운을 보며 당황한 듯이 해운을 불렀다. 영화는 어제 밤 해운과 있었던 일 때문에 설레어 밤잠을 설쳤고 해운은 어제 늦게까지 데려다 준 것 때문이다. 뭐 조금은 영화와의 정신없었던 어제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오리걸음으로 운동장 5바퀴만 돌아! 보고 있을 테니까 딴청부리면 혼난다.”
무서운 선생님의 말에 요즘 누가 오리걸음을 시키나 하며 속으로 생각하는 해운이었다.
“넌 왜 이렇게 늦었냐?”
해운이 영화의 옆에서 오리걸음을 하며 물어봤다.
“그야 늦잠이 아니겠어요?”
“그래?”
해운의 말에 영화가 확정을 짓 듯 해운에게 물어 봤다.
“선배도 늦잠 아니에요?”
영화가 큰 눈으로 해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해운이 영화의 말에 영화를 흘겨봤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해운의 넘기는 듯한 말에 영화가 해운을 쳐다본다.
“뭐에요? 늦잠이 아니야?”
해운이 영화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영화보다 더 빨리 오리걸음으로 걸어갔다. 오리걸음을 하며 먼저 가는 해운의 뒷모습을 보며 영화가 해운을 향해 뒤뚱뒤뚱 빨리 걸어갔다. 해운은 영화의 모습을 슬쩍 뒤돌아보며 웃었다. 영화 덕분에 지각을 하긴 했지만 귀여운 영화의 모습을 보며 용서하기로 했다. 벌을 받고 교실에 들어선 영화는 담임선생님께도 혼이 났다. 정신없는 아침을 보낸 영화는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잠을 잤다.
“영화야 밥 먹으로 가자”
영화의 친구인 해수가 깨울 때까지 잠을 잤던 영화가 해수의 말에 드디어 일어났다.
“으음...밥 먹어?”
영화의 말에 해수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한다.
“넌 뭐 하루 종일 자냐?”
“지금 일어났잖아”
“너 공부는 했어? 수업은?”
해수의 말에 씨익하고 웃는 영화다. 해수는 왠지 영화의 웃음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왜?...왜 그렇게 웃어?”
“흐응....해수야~ 나 말이야...”
영화가 말을 늘어뜨리며 말하자 해수가 영화의 말을 딱 잘랐다.
“싫어 안 보여 줄 거야”
“아~ 그러지 말고 이번 한번만 응? 대신 내가 밥 살게 응?”
“하... 알았어 그러면 보여 줄 테니까 다음에 꼭 밥 사 알겠어?”
해수의 말에 영화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다.
“응! 알겠어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영화의 말에 해수가 투덜대며 대답한다.
“아...씨... 너 때문에 급식 시간 놓쳤잖아 오늘 맛있는 거 나온다고 줄 길 텐데 빨리 가자”
해수의 말에 영화가 해수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며 해수를 데리고 빠르게 급식실로 내려갔다. 해수의 말대로 급식 줄이 많이 길었다. 남자 여자가 각각 삼삼오오로 줄을 서있었다. 그 사이로 해운과 해운의 옆에 해맑게 웃고 있는 해운의 친구가 눈에 띄었다. 영화가 해운의 곁으로 다가갔다.
“선배!”
영화가 해운을 불렀다. 그 때까지 친구인 준호의 재잘거림을 시큰둥한 얼굴로 듣고 있던 해운이 자신을 부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너 왜 이렇게 늦게 오냐?”
줄 서는 게 귀찮았던 해운은 항상 밥을 늦게 먹었지만 친구 준호에 성화에 못 이겨 다른 때 보다도 일찍 나온 해운이다. 해운은 자신이야 원래 늦게 먹지만 제일 마지막에 밥을 먹는 1학년들이 먹을 시간이 되어서야 내려온 2학년인 영화를 의문의 눈으로 쳐다봤다.
“아...그게 제가 할 일이 좀 있어서...”
영화의 말에 옆에 있던 해수가 말했다.
“할일은 무슨 너 자느라고 늦었잖아”
해수의 말에 해운이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영화를 쳐다봤다. 해운의 시선에 순간 얼굴이 빨개진 영화가 해수에게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언제!”
영화의 고함 소리에 해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영화를 쳐다본다.
“너 수업도 안 듣고 잠만 잤잖아 선생님이 깨워도 세상모르고 자더니만...”
해수의 말에 영화가 해운을 급히 쳐다본다. 해운은 영화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이 때 그 때까지 마냥 해운과 영화 그리고 해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준호가 끼어들었다.
“자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대화는 그 쯤 하고 밥 먹으러 가자고”
준호의 말에 준호 쪽으로 고개를 트니 어느새 학생들이 모두 밥을 먹으러 들어가고 복도에는 덩그러니 4사람 밖에 남지 않아 있었다.
“일단 밥부터 먹자”
준호의 말에 영화가 해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밥 같이 먹어요.”
그러자 동시에 3사람의 대답이 들렸다.
“그래”
“싫어!”
“야!”
유일하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준호와 거부의 의사를 표현한 해운 그리고 영화를 향해 “야”라고 소리를 지른 해수가 있었다.
이때 준호가 해운과 영화 그리고 해수를 밀며 말했다.
“자 이제 밥 좀 먹자 가자!”
준호의 이끌림대로 따라가던 4사람은 결국 급식 실에 같이 앉았다. 영화의 옆에 해수가 앉고 영화의 앞에 해운이 그리고 해운의 옆에 준호가 앉았다.
“근데 영화야 넌 해운이랑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영화는 순간 준호가 자신의 이름을 안다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가슴에 있는 이름표를 보고 준호가 자신의 이름을 안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선배와 제가 직접적으로 알게 된 건 제 사촌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제 사촌의 과외를 해줬거든요. 선배가”
영화의 말에 두 볼이 빵빵하도록 고기를 밀어 넣으며 맛있게 먹고 있던 준호가 입 안에 있던 내용물을 뿜었다. 순간 6개의 눈이 모두 준호를 향했다.
“아씨... 더럽게 뭐냐?”
해운이 눈을 찌푸리며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준호가 잔기침을 하며 당황한 눈으로 해운을 쳐다봤다. 준호가 급히 해운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갑작스런 준호의 끌어당김에 해운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왜”
준호가 해운에게 귓속말로 작게 말했다.
“야 영화 쟤가 너 대학생으로 속이고 과외 한 거 아는 거냐? 사촌? 이랬냐? 너 이러다 이때까지 과외비 다 뱉으라고 하는 거 아니야?!”
준호의 말에 해운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하... 들킨 건 맞는데...”
해운의 말에 준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해운의 귀에다 대고 소리친다.
“뭐!”
“아...씨 귀 아파!”
“그 보다 정말 그...그래서 과외비는! 진짜 뱉어내래?!”
“아...진짜 아니야 말 안한다고 했어 그냥 공부나 좀 가르쳐 달래...”
“뭐야 그럼 영화가 말 안하는 대신 공부 가르쳐 달라고 협박한거야?!”
“아니야! 속인 거 말한다고 안 했어 나쁜 의도 없이 그냥 공부 좀 가르쳐 달라고 한 거야”
“그래?... 그럼 다행이고...”
“둘이 무슨 얘길 그렇게 해요?”
영화가 둘이서 속닥거리고 있는 해운과 준호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그냥... 오늘 점심시간에 애들 모아서 축구나 할까 해서...”
영화가 의심스런 눈초리로 말했다.
“아...그래요? 알겠어요.”
영화의 말과 눈에 괜스레 찔린 준호다.
아.. 참...그래 밥 먹은 것이 목구멍에 걸린 것 같다...
이 날 처음으로 만난 이후 4사람은 꽤 가까워졌다. 아무래도 영화가 해운에게 공부를 배우면서 자연스레 오다가다 준호를 만나는 일이 많아졌으며 이상하게도 해운의 반에 틈만 나면 쓸데없는 이유를 대며 찾아오는 영화로 인해 더 가까워졌다. 물론 해운의 반에 올 때 같이 영화를 따라오는 해수도 어쩔 수 없이 안면을 트게 됐다. 공부는 해운의 집에서 이루어 졌다. 해운은 부모님 없이 오직 할머니와 사는데 처음에 해운이 자신의 집에서 공부하자는 말에 어찌나 떨리던지 해운은 모르겠지만 해운이 영화의 사촌인 진아의 과외 선생님인 것을 알게 되고 같이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을 때부터 영화는 가슴 설레어 했었다.
“자 이 문제 한번 풀어봐”
“네 알겠어요. 흠.....으음....끙...”
영화는 지금 해운의 집에서 수학을 배우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화는 사실 쉽게 말해 일명 수포자다. 영화는 역사나 영어 특히 국어를 잘했지만 수학은 전혀 하지 못하는 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시험을 친 날 이후로 수학이라는 과목을 아예 놓아 버린 전형적인 일명 문학소녀이다.
“풀었어?”
해운이 영화를 향해 물어봤다.
“아니요... 모르겠어요... 힝...저 수학은 포기하면 안돼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니가 저번에 나한테 공부 가르쳐 달라면서 한 말 기억나?“
해운의 말에 영화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이 그 때 얼마나 당당하게 해운에게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했었는가 덕분에 지금 해운과 자신이 이렇게 친분을 쌓고 가까워진 것인데 그럼으로 영화는 해운이 했던 그날의 모든 말을 기억한다. 그 때 해운은 분명히....
“내가 못한다는 소리 하기만 해봐 그 땐 각오해 라고 했지?”
그래 저거다. “그래 알았어 대신 못하겠다는 소리 하기만 해봐 그 땐 각오해”라고 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뻔뻔하게 모르는 척 해 줘야 된다고 생각하는 영화다.
“네...? 그랬었나요? 전 전혀 기억이 잘...”
영화의 모르쇠에 해운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물었다.
“정말 기억 안나?”
해운의 물음에 영화는 역시 모르는 척을 했다.
“으음? 글쎄요...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같이도 하고?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영화가 고개를 요리 저리 기울이며 하는 말에 해운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의심의 눈초리로 영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솔직히 말해봐. 지금 거짓말 하는 거지?”
해운의 말에 영화가 눈을 크게 뜨며 모르는 척 손사래까지 치며 말했다.
“아니요! 설마요. 제가 뭐할려고 거짓말을 해요. 제가 언제 선배한테 거짓말 한 적 있나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니가 거짓말을 했는지 안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해운의 말에 속이 상한 영화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저 지금까지 거짓말 한 적 없거든요. 그리고 말투가 왜 그래요? 사람 속상하게 방금 말고는 거짓말 한 적 없는데...”
영화의 마지막 말은 너무 작아 들을 수 없었었던 해운이 인상을 찌푸렸다. 또 자신의 말 때문에 속상해하며 시무룩한 영화를 보며 마음 한 구석이 언친 것처럼 불편했다. 해운이 영화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으며 말했다.
“미안... 내 말에 상처 받지마 내가 원래 남에게는 무심경하고 원체 남을 산경 쓰지 않아서 그래 너도 알고 있듯이 내가 좀 무뚝뚝하잖아?”
해운의 말보다는 어깨에 닿아 있는 손 때문에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가슴이 마치 거짓말을 했을 때처럼 무서운 놀이 기구를 탔을 때처럼 뛰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속상해하지마 신경 쓰이잖아”
해운의 마지막 말에 정신을 차린 영화가 해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나도 미안해요. 저 사실...”
“알고 있어 거짓말 한 거 ”
해운의 말에 부끄러워 얼굴을 붉기는 영화다. 괜히 자신의 정말 사소한 거짓말 때문에 해운에게 무심한 말을 들어 속상한 영화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영화다. 이 작은 거짓말로 인해 해운이 자신에 대한 얘기를 영화 자신에게 한 것도 좋았으며 또 해운이 영화 자신이 속상해하니까 신경이 쓰인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나에게도 관심이 있다는 게 아니겠는가? 그 관심이 친구인지 이성인지 아님 그저 자신의 아는 지인으로써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신경 쓰는 것은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게 아니겠는가? 영화는 기뻤다.
“거짓말해서 미안해요”
“아니다 하...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냐? 풋...”
해운은 사소한 거짓말 때문에 자신이 영화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쑥스러운지 작게 웃었다. 해운의 웃음에 영화도 작게 웃었다. 자신도 사소한 거짓말 하나로 인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웃었다.
“늦었다. 데려다 줄게 가자”
해운이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해운의 말에 책가방을 챙기던 영화가 해운을 바라봤다. 해운은 영화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고 이렇게 늦을 때에는 항상 데려다 줬었다.
“네! 좋아요 가요”
해운이 그런 영화를 바라보며 가디건을 걸쳐 입으면서 웃었다. 해운과 영화의 집은 2정 거장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해운과 영화는 영화의 집까지 느긋하게 걸어갔다. 영화가 말했다.
“저 선배, 선배가 데려다 주는 것은 좋지만 많이 늦었는데 이만 들어가요. 저 데려다 주고 돌아가면 많이 늦을 거예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됐어. 밤 산책이라도 한다고 생각하지 뭐”
해운의 말에 영화가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래요 밤에 산책하는 것도 좋죠. 아... 혹시 산책 좋아하면 우리 집 앞에 공원이 있거든요. 그 공원이 나무도 많고 꽃도 많이 있어서 예쁘거든요. 한번 가 볼래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난처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언제는 많이 늦었으니 데려다 주지 말고 가라더니... 미안하지만 다음에... 산책까지 하면 내일 또 지난번처럼 지각한다.”
해운의 말에 영화가 웃으며 말했다.
“히... 그러면 다음에 꼭 한번 산책해요.”
“그래”
영화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는 해운이다. 해운은 영화를 알게 된 후부터 부쩍 웃음이 많아졌음을 느꼈다. 그게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성격이 워낙 착하고 같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까지도 웃게 만드는 영화 특유의 성격 때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마는 해운이었다.
“아 다 왔다. 선배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해운의 말에 영화가 뒤돌아 가고 있는 해운의 뒤에다 대고 말했다.
“선배 잘 가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뒤돌아보지 않는 채로 손을 흔들었다.
“역시... 멋있어”
영화는 해운의 뒷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집에 들어온 영화는 오늘 해운과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아까 자신의 말로 인해 속상해 하던 자신을 신경 쓰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해운은 자신을
남에게 무심경하고 남에게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고 했지만 사실 영화 자신이 보는 해운은 그렇지가 않았다. 해운은 남에게는 무관심할지 몰라도 자신이 아는 사람에 한 해서는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다. 아까도 늦었다면서 먼저 데려다 주고 또 자신이 속상해하니 신경 써주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게 어딜 봐서 남에게 무심경하고 무뚝뚝한 성격인가? 영화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해운을 생각하며 잠에 빠져 들었다.
사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중간고사를 치고 운동회를 했다. 영화는 운동회에서 해운이 사준 이온음료는 먹고 난 후 빈 캔을 보관하고 있었으며 수학여행을 가서 해운을 보지 못해 매우 아쉬워 했었다. 그렇게 빠르게 시간이 흘렀고 해운은 여전히 영화의 공부를 가르쳐 주고 있었지만 수능이 점점 다가오면서 해운은 알바까지 그만 두고 공부에 전염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영화의 공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날도 얼마 되지 않았다. 영화와 해운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한 영화였다. 영화는 생각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해운이 졸업해 버리고 우리 둘은 결국 남이 되어 버릴 것만 같다고 영화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어서 빨리 해운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아야겠다고 드디어 영화가 해운을 어떻게 알았고 언제부터 해운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밝혀지는 순간이 왔다.
“영화는 해운의 반 앞에서 해운이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는 조그마한 쪽지를 손에 쥐고 있었다. 해운이 마침 종례를 하고 나오는 게 보였다. 영화가 자신의 호주머니로 쪽지를 집어넣었다.
“니가 웬일이야?”
해운의 대답에 영화가 웃으며 대답했다.
“오랜만에 선배 좀 볼려 구요. 선배는 너무 바쁜데다가 또 나 만나러 안 오니까. 어쩔 수 없이 보고 싶은 내가 와야죠. 뭐 별 수 있어요.”
영화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해운이 살짝 웃었다. 영화의 말 대로 수능이 다가 오고 있어 영화에게 공부를 잘 가르쳐 주지도 못했으며 서로 본지도 꽤 오래 되었다. 가끔 영화가 해운에게 찾아 올 때 빼고는 잘 만나지 못했다.
“우리 같이 집에 같이 가요. 오랜만에 나 좀 집에 데려다 주면 안돼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영화를 집까지 바래다 준지 꽤 오래 되었다. 생각하며 그 동안 공부도 가르쳐 주지 못 했으니 이 정도는 해 주어야겠다고 해운은 생각했다.
“그래 데려다 줄게 가자.”
해운의 말에 기쁜 듯이 영화가 웃었다.
“내가 혹시 바쁜데 방해한 건 아니죠?”
영화의 걱정스러운 말에 해운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바쁘지 않...”
“강해운!”
영화와 해운이 계단을 내려가며 대화를 하고 있는데 해운의 말을 잘라 먹으며 해운의 친구인 같은 반 준호가 해운에게 헤드락을 걸어 왔다.
“야! 왜 먼저 가 같이 가야지 매정한 자식”
해운이 준호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헤드락을 풀며 대답했다.
“너랑 나는 집 방향이 반대 방향이라서 같이 갈려고 해도 같이 못가”
해운의 말에 준호가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그래도 학교 정문까지는 같이 내려 갈 수 있는 거 아냐?”
“하...그래 내가 미안하다. 됐냐?”
이때까지 해운과 준호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영화가 해운과 준호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저... 안녕하세요.”
영화의 인사에 그제야 준호가 영화를 보며 인사했다.
“어? 너 왜 얘랑 같이 가게?”
준호의 물음에 해운이 대신 답했다.
“어. 집까지 데려다주게”
해운의 대답에 준호가 “-오”하며 해운에게 다시 헤드락을 걸었다.
“뭐야 둘이 사귀기라도 하는 거야? 천하의 강해운 드디어 첫 사랑 첫 연애 시작인가요?”
준호의 장난스런 말에 영화가 얼굴을 붉혔으며 해운이 인상을 찌푸리며 준호의 팔을 다시 플며 대답했다.
“뭐래는 거야... 이거나 풀고 꺼져”
준호가 해운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나 먼저 간다. 영화야 잘 가~”
준호의 말에 해운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을 휘휘 저었으며 영화는 꾸벅 인사를 했다.
“하... 더 피곤해진 것 같아 하준호 자식 때문에...”
해운이 말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옆에서 영화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해운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재밌어?”
해운의 험악한 표정을 보며 영화가 입을 다문다.
“아니요...”
그런 영화를 바라보며 해운이 웃었다.
“-피식”
그 웃음에 영화가 해운을 쳐다봤다. 해운이 그런 영화를 쳐다보며 웃으며 영화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런 해운을 향해 강아지처럼 만지라는 듯이 머리를 내미는 영화였다. 그 모습이 마치 강아지 같아 웃고 마는 해운이었다. 해운의 웃음에 덩달아 웃음 짓는 영화다.
해운과 영화는 영화의 집으로 향하며 그 동안의 학교생활 얘기를 했다.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다가 흘렸다 라든가 수업시간에 졸아 선생님께 혼이 났다 라던가 주로 영화가 이야기를 주도 해가며 말 했으며 해운은 영화의 말을 들어주며 간간히 고개를 끄덕여주거나 맞장구 쳐 주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오다보니 영화의 집에 다 달았다.
“나 간다. 조심히 들어가”
해운이 영화를 데려다주고 갈려고 했다. 이때 영화가 해운을 잡았다.
“잠시 만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영화를 뒤돌아 봤다.
“왜?”
해운의 말에 영화가 말했다.
“선배 시간 좀 되면 우리 집 앞 공원 좀 걸어요.”
영화의 말에 잠시 시계를 보던 해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해운의 대답에 웃으며 영화가 처음으로 해운의 손을 잡고 당겼다. 그런 영화에 해운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손을 뿌리치지 않고 영화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해운이었다. 영화의 집 앞에 있는 공원은 여러 색깔의 향기로운 장미가 가득했다. 공원에 길을 따라 가면서 해운은 예쁜 공원 풍경을 바라보며 걸었다. 한 중간쯤 걸었을까? 영화가 멈춰 섰다.
“우리 저기 좀 앉을까요?
영화의 말에 해운의 시선이 영화가 가르긴 곳으로 향했다. 그 곳은 아름다운 장미꽃들 속에 그네 의자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으로 있었다. 해운은 그 모습을 보며 크면 이런 곳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선배 저...할 말이 있어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영화를 바라봤다. 다른 때와는 달리 웃고 있지 않고 진지한 표정에 해운은 무슨 일이 있는 건가? 하며 걱정스레 영화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해운의 걱정스런 물음에 영화가 해운을 쳐다봤다.
“나 지금부터 선배에게 고백할게 있어요.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장난도 아니 구요. 제 진심이에요. 그러니까 적어도 받아주지는 못하더라도 우습게 넘기지는 말아줘요. 그러면 나...진짜 상처 받을 거에요.”
영화의 진지한 말에 해운도 덩달아 표정을 굳히며 영화를 쳐다봤다.
“선배가 예전에 그랬죠? 내가 어떻게 선배를 알았는지 궁금하다고 이제 그 것에 대해 알려줄게요. 내가 선배를 처음본 건 고등학교 1학년 때 입학식이었어요. 그 때 선배를 봤어요. 1학년들이 입학 했을 때 환영한다는 축하의 의미로 선배들이 와서 인사도 하고 하잖아요. 그 때 선배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눈이 마주쳤었어요. 뭐 금방 시선을 돌렸지만 저 그 때 이후로 선배를 지켜봤어요. 1년 동안... 이제 이번 2학년이 지나가면 2년째가 되요. 저는 선배를 짝사랑한지 1년 째 되는 사람이에요.”
“아...”
해운은 영화의 말에 머리가 복잡해짐을 느꼈다.
“그러니까... 니 말은 나를...좋아한다고...?”
해운의 말에 영화가 힘겹게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이걸 보시면 제 마음을 알 거에요. 답장 기다릴게요.”
해운이 인상을 찌푸리며 영화가 건네는 쪽지를 받았다. 쪽지를 받지 않으면 영화가 꼭 상처 입을 것 같았기에 결국 쪽지를 받은 해운이다.
“하...난 너와...”
“잠깐... 좀 더 생각해 본 뒤에 나중에 말해줄래요? 지금 난 그저 선배를 어떻게 알게 됐고 또 짝사랑한다는 말 밖에 하지 않았어요. 선배는 지금 내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또 선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지도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아직 대답을 하기에는 일러요.”
영화의 똑부러진 말에 해운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처음부터 이상하긴 했다. 갑자기 자신의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하질 않나?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질 않나?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영화와 알게 되고 지내면서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내 자신이 워낙 남에게 무신경하고 무뚝뚝해서 몰랐던 걸까? 해운은 지금 이 상황이 그저 혼란스러워 올바른 사고방식이 생각나질 않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다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일까?....
“선배...”
영화의 부름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래...”
“많이 혼란스러운 거 알아요. 하지만 잘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그럼 넉넉히 생각 할 수 있게 딱 보름 어때요? 이 정도면 넉넉하죠?”
“그래... 그럼 보름 뒤에 만나자 장소는 여기로...어때?”
“네 좋아요”
영화의 말에 해운은 마지막으로 영화에게 충고하듯 말했다.
“흠...영화야... 내 말 잘 들어 나는 말이야 남을 좋아한다는 감정이 뭔지 몰라 그러니까 기대 하지마”
해운의 말에 서운할 법도 한 영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 했다.
“아니요. 기대 할래요. 선배 만약에 지금부터 우리가 약 보름 정도를 못 보게 되고 이때 내 생각이 나면 선배는 그 순간부터 진 거에요. 왜냐면 내가 생각났다는 것은 그 만큼 내가 선배의 마음에 크게 자리 잡았다는 것이니까요.”
영화의 말에 해운은 머리가 더 복잡해 졌음을 느꼈다.
“그래... 알겠어 늦었다. 나 먼저 갈게...”
해운이 먼저 갔다. 이제부터 보름 동안은 해운을 보지 못 할 것이다. 아까 말했던 그 만약은 암묵적인 동의를 구하기 위한 말이었다. 이에 해운은 동의를 했으며 영화와 해운은 암묵적으로 보름 동안 만나지 말자고 한 것이다. 영화는 해운이 가고도 한 참을 그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영화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초조함과 기대감 등이 섞여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영화도 해운과 또 다른 의미로 머리가 복잡 했다.
해운은 영화에게 고백을 받은 뒤로 한 번도 영화를 보지 못했다. 시간은 자꾸 물 흐르듯이 흘러 어느새 5일이 훌쩍 지나갔다. 해운은 영화의 생각으로 공부가 잘 되지 않았다. 해운은 영화를 후배로서 동생으로서는 좋았지만 이성으로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연애에는 관심이 없었던 해운이다. 해운은 연세가 많은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매번 월세를 내는 것도 빠듯했다. 자신이 알바를 해 겨우 생계를 유지 하고 있었다. 그럼으로 해운에게 공부란 당연히 필요한 것이었다. 전액 장학금을 타지 않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었고 의사가 되고 싶었다. 요즘 들어 할머니의 몸이 급격히 안 좋아지셨다. 그러므로 자신이 이번에 수능을 치고 빨리 의사가 되어 할머니를 낫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러므로 필사적으로 공부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 공부를 방해하는 것이 바로 영화였다. 머릿속에서 영화가 떠나가 질 않았다. 허나 이건 자신이 영화를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신경이 쓰였다. 당연한 게 아닌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이가 있으면 누구든지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그것이 설령 영화가 아니라고 해도... 해운은 영화에 대한 생각을 그렇게 치부해 버렸다.
해운은 영화에게 고백을 받은 후 집으로 온 그 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우선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누웠다. 해운은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있는 쪽지를 집었다. 해운은 천천히 종이를 펼쳐 보았다. 거기에는 시가 적혀 있었다.
TO. 해운선배에게
꿈의 페달을 밟고 -최영미
내 마음 저 달처럼 차오르는데
네가 쌓은 돌담은 넘지 못하고
새벽마다 돌담은 넘지 못하고
새벽마다 유산되는 꿈을 찾아서
잡을 수 없는 손으로 너를 다듬고
말할 수 없는 혀로 너를 부른다.
몰래 사랑을 키워온 밤이 깊어 가는데
꿈의 페달을 밟고 너에게 갈 수 있다면
시시한 별들의 유혹은 뿌리쳐도 좋았다.
해운은 시를 읽고 자신에 대한 영화의 마음의 크기를 알 수 있었다. 이 시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감정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만 감히 쉽게 표현하지 못하고 그 짝사랑이라는 감정의 느낌을 잘 표현한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짝사랑이 어떠한 감정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해운은 영화가 저 때문에 상처 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거절을 한다면 영화는 분명히 슬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받아 줄 수도 없었다. 자신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해운은 복잡한 머리를 거칠게 쓸었다.
학교에 갔다. 벌써 10일이였다. 여전히 마음은 갈팡질팡했다. 또 이상하게도 영화가 보고 싶었다. 이렇게 오래 동안 만나지 못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오다가다 만났으니까 그래서 인지 해운은 자신도 모르게 영화를 보고 싶어 하며 눈으로 영화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코 빼 기도 보이지 않는 영화 때문에 해운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시무룩해져 있었다. 해운은 모르고 있었다. 영화가 자신을 보기 위해 이때까지 해운의 근처를 서성였다는 것을...
영화는 해운에게 고백을 한 뒤로 초조함과 혹시 모를 기대감 혹은 걱정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혹여 해운이 자신을 보러 찾아와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또 마주치면 어떻게 하나? 라는 마음으로 일찍이 해운의 학교생활 패턴을 알고 있던 영화는 해운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해운이 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불안감이 켰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켰다. 이때까지의 해운의 행동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자신은 해운의 가족인 할머니를 제외한다면 해운의 지인들 중 유일한 여성이었으며 해운은 자신에게 공부를 배우고 난 후 늦으면 항상 데려다줬으며 남에게 웃어주지 않던 해운이 자신에게는 웃어 주었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적도 있었다. 자신이 고백하던 날 손을 잡았지만 놀라기는 했으나 뿌리치지도 않았다. 이정도면 자신에게도 희망이 있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는 영화였다.
어느덧 보름이 됬다. 이 때까지 해운과는 만나지 않았다. 해운이 정말 많이 보고 싶었지만 내일이면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 해운이 자신의 마음을 거절 할까봐 무서웠다. 만약 해운이 거절을 한다면 자신과 해운은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영화는 고개를 저어 복잡한 생각들을 털어 냈다.
“그래 안 좋은 생각들은 하지말자 긍정적으로 생각해 유영화, 걱정 하지마”
영화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드륵
영화가 휴대폰을 봤다. 해운이었다.
-나와.
과연 해운다운 심플한 말 한마디라고 생각한 영화는 공원을 향해 걸어갔다. 공원 안쪽에 서 있는 해운이 보였다. 영화는 해운을 향해 걸어갔다.
“선배”
영화의 부름에 해운이 소리가 난 쪽을 쳐다봤다. 해운의 무심한 눈과 마주친 영화는 해운이 자신과 눈을 마주치자 어렴풋이 그 눈에 따스함이 스미는 것을 본 영화다. 영화는 두려움과 기대감을 감추며 웃으면서 다시 한번 더 해운을 불렀다.
“선배”
“응”
해운이 영화의 말에 대답했다.
“오래 기다렸어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응”
“치...하여간 빗 말이라도 아니라고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영화의 말에 해운이 피식하고 웃었다. 영화가 물었다.
“자 이제 충분히 시간을 드린 것 같은데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선배 저는 선배를 좋아해요. 선배는요?”
영화의 물음에 해운의 호선을 그리던 입 꼬리가 내려갔다. 해운이 말이 없자 초조한 영화가 해운을 재촉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봐요. 나 불안하단 말이에요...”
영화의 솔직한 말에 해운이 영화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후... 미안해... 나는 아직 좋아한다는 감정을 모르겠어. 나는 한 번도 누구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너의 그 큰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어...”
해운의 대답에 이때까지 씩씩했던 영화가 눈물을 왈칵 터트렸다.
“-으앙...엉....엉...흐엉...훌쩍...”
콧물까지 흘리며 대성통곡을 하는 바람에 해운은 당황했다. 해운이 영화의 팔을 잡자 해운의 손을 뿌리치는 영화다.
“이럴 거면 왜 잘해줘! 왜 오해하게 만들어! 흐읍....흡....집에도 데려다주고...남에게는 잘 웃어주지도 않으면서 나한테는 잘 웃어주고...머리도 쓰다듬어 주고...손잡아도 잡아주고...이럴거면 왜 그랬어!...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무신경하고 무뚝뚝하게 굴었으면 내가 이런 오해는 안 하잖아 진짜 나빠!”
영화가 다시 울면서 해운을 노려봤다. 그 모습까지도 해운은 영화가 귀여워 보였다. 해운이 그런 영화를 끌어 당겨 조심히 안았다.
“내 말 끝까지 들어 유영화 난 아직 좋아한다는 감정을 몰라 하지만 너를 보면 웃음이 나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보고 싶고 니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고 걱정되는 이 마음이 만약 좋아한다는 감정이면 아마도 난............니가 좋은 것 같아...........”
해운의 고백에 영화는 더 큰소리로 울었다.
“으엉... 다행이다... 나 진짜 걱정 많이 했는데 이대로 끝나 버리면 어쩌지....하고 정말 다행이다........”
영화의 말에 웃어버린 해운이다.
“나 너 때문에 공부도 못했어. 니 생각 때문에...”
해운의 말에 해운이 안고 있던 팔을 뿌리치며 눈을 크게 뜨며 해운을 쳐다본다.
“어...? 그럼 안되죠. 빨리 가서 공부해요.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영화의 말에 해운이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러게 나 수능 망치면 니가 나 책임져라”
해운의 말에 영화가 보조개가 쏙 들어갈 정도로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내가 선배 책임질게요!”
영화의 당찬 말에 웃고 마는 해운이었다. 만약 영화의 어떤 점이 끌리는지 묻는다면 거짓 없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또 당차며 또 한 사람만을 좋아하는 순애보적인 마음에 끌렸다고 말하고 싶은 해운이다.
영화의 그런 마음이 자신을 움직였다고 생각하고 있는 해운이다.
“선배”
“응”
영화의 부름에 해운이 영화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영화가 예쁘게 웃으며 대답한다.
“나 집에 데려다 줘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웃으며 답한다.
“얼마든지”
이번에는 해운이 영화의 손을 잡고 끌었다. 순간 놀라 눈을 크게 뜬 영화도 해운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해운과 집을 가며 영화가 말했다.
“우리 내일 첫 데이트해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대답했다
“갑자기?”
“갑자기는 이제 조금 있으면 수능도 칠거고 그럼 더 못 만날 텐데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잠깐 만나서 밥 먹고 도서관가서 공부도 하고 우리 도서관 데이트해요!”
영화의 말에 해운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거잖아”
“에이... 우리 집에는 공부하러 간 거잖아요. 그게 무슨 데이트에요. 우리 도서관 데이트 하러 가요~ 네?~”
해운은 자신을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자는 영화가 기특하기도 하고 예뻐 보여 웃으며 말했다.
“아니 우리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일반 연인들이 하는 그런 데이트 하자”
해운의 말에 영화가 더 환하게 웃는다.
“좋아요”
대화를 하면서 오다보니 어느새 영화네 고급 아파트 앞이었다.
“잘 가요.”
해운이 인사를 하며 갈려는 영화의 손을 붙잡았다.
“잠깐만”
영화가 해운을 돌아본다.
“왜요?”
“영화야 난 아까도 말했듯 아직 좋아한다는 감정을 몰라. 하지만 그 것 하나만은 확실해 너를 통해 너와 함께 이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아 가고 싶어. 분명 서툴 거야 혹은 내가 너를 실망 시킬 수도 있지 하지만 나 이 감정이 뭔지 알기 위해 노력할게 그리고 좋아한다는 감정이 뭔지 알게 된다면 그 후에 사랑하자....... 나와 함께 해 줄래?”
해운의 말에 영화가 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우리 함께해요. 해운 오빠”
영화는 해운을 선배가 아닌 오빠로 불렸다.
해운은 영화의 말에 영화를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났다. 그 때 자신이 누군 줄 안다며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저는 오빠 아는데...” 생각해 보면 그 때의 유영화도 지금의 유영화처럼 귀여웠다. 어쩌면 자신은 처음부터 영화에게 끌린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는 해운이었다.
첫사랑이든 짝사랑이든 사랑이라는 것 자체는 자각하기도 힘들 뿐만이 아니라 자각 하고 난후에도 힘든 것이 사랑이다. 사랑으로 통해서 사람은 성장하며 성숙해진다. 이러한 사랑이라는 검정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먼저 좋아함이라는 감정을 알아야지만 더 큰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좋아함이라는 감정을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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