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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청소년온라인백일장 예심통과 작품입니다-곽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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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257회 작성일 15-08-19 11:30

본문

활자들의 반란

 

 

열쇠는 있지만 열지 못한 방문

틈으로 고인 늪 같은 시간들이 밀려온다.

새로 생긴 우기의 검은 구름연기를 마시면

나를 잃어버린다.

 

거울이 조용한 굉음으로 나를 직시한다.

꾹꾹 눌러 담아 놓은 은회색 기억이

조각조각 부서지는 순간

 

찢겨나간 일기장의 부분처럼

편집된 기억의 공백이 나를 옥죄인다.

결국엔 여기까지 흘러온 이야기의 급류들

 

말의 발자국 소리를 닮은 키보드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진다.

 

맨 밑 페이지에 깔린 ㄱ ㄴ ㄹ ㅇ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게 보인다.

나무냄새를 풍기며 활자가 다가온다.

 

나를 다시 되찾는 순간,

질주하던 말들이 제자리를 찾는다.

 

 

 

 

허물

 

 

한 꺼풀 두 꺼풀 벗겨진다.

내가 버려지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제껏 알맹이를 지켜온 나는

버려지는 허물이다.

단 하나의 이기심이다.

 

속만 긁어낸 수박껍데기처럼

음식물쓰레기통에 내동댕이쳐진 귤껍질처럼

껍질을 잃고 알맹이를 잃고

너는 알몸만 남은 살덩어리

나는 혼자가 된 껍데기

 

버려지는 짧은 동안에도

우리의 시선은 서로를 향해 있었다.

 

 

 

 

악어의 늪

 

 

악어는 꼬리와 머리를

물살 아래로 가라앉힌 채

등가죽만 둥둥 띄우지

텁텁한 통나무들의 숨죽임은

녹색이 짙은 늪지대의 침묵

 

갓 잡은 피와 보이지 않는 눈물을 섞어

슬픔이란 단어를 만들어내는 식사시간

 

악어의 진짜 마음은 아무도 몰라

심연보다 더 깊은 늪을 유유히 헤엄치는

고목들은 언제나 젖어있는지도 모르지

 

핏물이 가라앉은 자리에

다시금 끈적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일광욕을 마친 악어 떼가 돌아오는 시간

숨 돌리던 가슴들이 긴장감을 되찾는 사냥터

 

고여 있는 이곳의 우리들은 악어인지

악어의 먹이인지도 모른 채 가라앉아

늪귀신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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