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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청소년온라인백일장 예심통과 작품입니다-신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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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357회 작성일 15-08-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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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젖은 상자들이 누워있는 눅눅한 편의점 입구

바닥에는 한숨 부스러기가 배회하고

우산꽂이에는 잡념만이 가득한 이곳에서

24시간짜리 쉼표는 없다

쓰레기통에는 나무젓가락이

유통기한 지난 점원의 시선을 먹어치운다

그는 쉼표 같은 자라목을 가졌고

항상 주눅이 들어 있다

편의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건 시간이다

그 시간이 아까워 그는 늘 충전중이다

신호등이 눈을 껌뻑거리는 창밖에서는

술 취한 남자가 횡단보도를 데리고 가고

계산대의 빨대는 글자들을 빨아들여

이력서 곳곳에는 빈칸이 구류한다

사각지대의 거울마저 쉼표가 되는 편의점에서 그는,

쉼표에 당황할 때도 있다

그런 날은 유독 마침표가 그립다

전자레인지에 데운 시급은

흘러나오는 최신가요처럼 곧 식어갈 뿐이고

계산대가 익숙하지 않은 그에게

쉼표는 없다

달빛은 간판을 타고 흘러내려

실외기 위에서 잠든

빗방울 속에 살며시 녹아든다

 

 

 

 

노란 민들레꽃

 

 

외국인 근로자 A씨는 쉬는 날을 맞아

모처럼 얻은 월급으로

전남 여수 하화도 꽃섬길에 간다

바다와 꽃 사이, 그 선명한 곳에는

꽃잎 같은 지붕들과 뿌리 같은 길들이 있고

금간 벽 사이로 묻은 벽화에서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언덕을 오르는 길, 비밀의 화원에 핀

무수한 흰 민들레꽃 틈새에는

저기 먼 외국에서 왔다는

노란 민들레꽃 몇 송이가 숨어 있다

그러면 외국인 근로자 A씨는

꽃잎이 흘러드는 것 같은 바다의 물결에

노란 민들레꽃을 띄워 보내고 싶다

기다란 전신줄 너머로

하늘을 부유하는 구름이 보인다

야생화공원을 넘어 도착한 전망대

사납지 않은 파도에

수천 년을 시달린 몽돌들이

저들끼리 모여있다

 

민들레꽃씨가

정처 없이 날아간다

 

 

 

 

바람이 빚은 섬

 

 

제주도 애월읍 고내리 앞바다엔

누가 쌓았는지도 모를 돌담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그 사이로 기지개를 켜는 꽃이 보인다

해녀들은 소라처럼 삼삼오오 모여

바람을 막아주는, 불턱으로 들어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울에 성게, 전복, 소라를 달아놓고

산책나간 해삼을 찾아 다시 떠난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야기꽃을 준비하는 어촌계장

할머니들의 사연들은 돌담에 튕겨

메아리로 돌아오는데

보말이 가득 담긴 바구니만큼 붉어진

두 볼에선 따뜻함이 묻어나온다

물질로 수확한 웃음은 금세 구워져

해녀들의 머리에 얹힌 소금기로 대신 간을 맞추고

입속에 퍼지는 유채꽃향내를 삼킨다

숨겨진 듯하지만,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돌담을 지나온

돌덩이 같은 아낙들,

또다시 된바람을 다스리러 간다

물까지 이르는 올레길엔

바람이 함께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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