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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청소년온라인백일장 예심통과 작품입니다-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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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416회 작성일 14-10-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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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영

얼음

 

 

그는 차가워진다

아버지의 혀 차는 소리도

어머니의 깊은 한숨도

형제들의 돌아선 어깨도

다신 그를 녹일 수 없다

남은 체온이 술병에 일렁이고

신문지 조각들마저 바람을 따라간다

외로움이 만성이 된 술병들은

바람에도 굳건히 놓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

바닥에 아스팔트가 물결 모양으로 굽이치고

청소차들은 먼지 묻은 그를 닦아낸다

역 안에 남아있던 사람들의 냄새들은

보존되지 못한 채 쓸려나간다

모서리에 자리 잡은 그의 보금자리

움직일 수 있는 폭은 넓지 않다

새벽녘의 따사로운 햇빛이

지하도를 비춘다

삶의 악취 속에서

모두 다 자기 생계를 짊어지는 동안

그는 서서히 딱딱하게 굳어간다

 

 

 

 

할머니 보따리에 별이 뜨면

 

 

할머니의 고향은 함경북도 함흥시 신흥군

오래도록 그리워하던 어머니는 북쪽에서 별이 되어

남쪽에서 반짝이셨단다

수많은 별들이 떨어지는 날이면

오랫동안 숨겨온 비밀 보따리를 푸셨고

하늘을 향해 중얼 거리셨다

전쟁의 날을 기억하며 여고시절을 회상했다

쇠덕석처럼 주름으로 굳어진 손은

인생의 경륜을 말해주는 얼굴을 쓰다듬으셨다

비오는 날 결혼하면 바람난다는데

할아버지는 다섯 아이를 두고 떠나셨고

할머니는 밤마다 별을 보며 기도 하셨단다

누군가에 의해 세월은 흘러갔고

떠난 할아버지는 조강지처를 다시 찾았다

떨어지는 다섯 개의 꽃잎들은 바람에 흩어졌고

꽁꽁 싸맨 보따리는 더 조여졌다

눈을 도둑맞은 할머니의 화면은

떠나던 어머니의 모습 뿐

다시 재회할 날을 기다린 채

할머니 보따리 속에는 별들만 총총히 떠 있다

 

 

 

 

귀농

 

 

꽃잎은 허공을 떠다닌다

사내는 오랜 습관처럼

꽃내음을 찾으려고 발버둥쳤다

안개연기가 점점 퍼지기 시작했고

시멘트는 바닥에 번져만 갔다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알록달록한 벽화만이 지키고 있고

대답 없는 초인종만 벽에 매달린 채

차가운 밤기운을 견딘다

뒤엉켜 붙은 전봇대줄은

풀려고 하지 않은 채 엉켜만 갔다

야생화는 어디서든 잘 핀다는데

그는 자생력마저 잃었나보다

골목 어귀를 다니던 배달부도

팽이를 돌리던 아이들도

이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

포크레인이 들쑤신 곳에 추억이 박혀있다

청테이프로 묶여진 고지서가

고통스레 다리만 펄럭인다

엎드린 채 반기는 잡초 사이에서

그는 고향에 온 이방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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