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부
제5회 청소년온라인백일장 예심통과 작품입니다-곽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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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남경
혼잣말의 진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다른 창문
겹겹이 붙어 앉은 집들은
밤이 깊어도 불빛으로 서로에게
주파를 보내고 있다.
밤하늘의 별들이
내게 눈빛을 던진다.
밤이면 밤마다
떠오르는 얼굴이다.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른다.
먹꾼이 되어 이야기꾼의 흔한 넋두리를
그저 들어줄 뿐이다.
서로의 이름은 몰라도
우리는 안다.
밤의 터널을 지나
새벽의 종착역을 빠져나가면
수많은 목소리들 속에
계속 혼자여야 함을
하늘, 저 끄트머리에서부터
시작된 빛이 계속 밀려들어온다.
나를 지우고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어둠이 잠시 자리를 비운다.
마리오네트
가랑잎은 뇌가 없다.
뼈가 없어 근육도 없어
흐느적거리는 몸뚱이
뚝, 부러져 툭
나무에서 떨어져도 아픔을 느낄
팔다리가 없다.
밀물과 썰물이 동시에 오는
바람으로 가득 찬 운동장
나뭇잎들이 파도가 되어 달리기를 한다.
달리지만, 달리지 않는 모순
원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달리는 것도 날아다니는 것도
내 눈의 착각이었다는 듯이
빙빙 잘 돌아가다가도
기억이 끊기면 영혼이 증발한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바람이 멎으면 심장도 멎는다.
하얀 고백
소곤거리며 투명한 사랑을 나누던 흰 꽃들
마당에 옅게 깔렸다.
첫사랑을 끌어안은 마당은
온통 편지지가 되었다.
마주하는 입김이 여릿여릿 번져간다.
서로서로를 나체로 끌어안은 것들이
기나긴 그러나 짧은 사랑에 취해서
물빛 키스를 나눈다.
햇빛이 구름 뒤에서 간섭자처럼 나타나자
몸은 없고 사랑의 흔적만 검게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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