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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부

제6회 청소년온라인백일장 예심통과 작품입니다-신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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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234회 작성일 15-08-19 11:56

본문

울음

 

 

저잣거리 어물전 앞에서는

호쾌한 칼질과 땀방울과 오가는 말쌈

그러나 이내 내가 듣는 것은 울음소리

 

내 고향은 나를 기다리노라.

하나같이 작게 돋은 입으로

 

새벽 까마득한 때,

낮은 지척도 멀었는데

햇빛은 잘게 튀어 올랐다.

 

일찍 일어난 어류의 세상은 그물

비명 지르며 낚이는 투명한 비늘

따라 뛰던 파도는 처얼썩 거리며 물러섰다.

 

옹기종기 머릴 맞댄 그들의

그 눈깔, 까맣게 물든 그 눈깔들은

말도 못하고 열렬히 눈짓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간다고,

바다는 깊게, 깊게 평온히 잠들어

영영 안녕하시라고.

 

차가운 기계가 그의 속을 헤집고

장기를 끌어올리고 피를 뽑는 동안,

판 위에 차갑게 내던져진 눈깔들은

고향을 위해 울음을 울었다.

 

 

 

 

감옥

 

 

1689! 1689!

내 삶을 단죄하는 건

금속성의 차가운 이름

거대하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회색의 도시 안에 나를 집어 넣는다

 

단단히 죄어오는 것은 다만

사람들의 시선일 뿐

이렇게 저렇게 운명을 단정짓고

손가락을 내뻗는 삿대질

 

눈은 모두 가리우고

첨예한 분노로 꿰어진 입을 닥친다

목에 밧줄을 매는 순간까지

은색시계는 이지러질 것이다

 

1689! 1689!

내가 기다리는 건 마침내

역겨운 삶까지 불쌍히 여길 자비

나는 목에 탯줄을 감고

처음 같은 끝으로 돌아 간다

 

1689......., 1689.......

 

 

 

 

자, 이제 모두 눈을 감아요

 

 

자, 이제 모두 눈을 감아요

영광 같던 해는 이제 산산이 부서지고

홀로 밤과 맞닥트리이니

 

은회색 옷자락을 펼치는 밤에 취해

추위에 떨고 있을 휘영청 낮을 저버리고

비겁하게 아름답지는 말아요

 

우리를 나락으로 떨굴 쇠붙이는 돌보지 않고

이때까지 걸어온 촘촘한 가시밭도 눈 감읍시다

 

눈꺼풀 위에 따뜻한 어둠이 내려앉고

오직 고요 속에서 들리는 것은

아득하니 내게 안겨오는 것은

내게 알려지고 싶어 안달난 것은!

 

또 다른 환희, 또 다른 갈망, 또 다른 상처

 

눈을 감고, 손을 앞으로 뻗어 장님이 됩시다

절대 눈을 뜨고는 견딜 수 없는

슬픈 환영 같은 사랑을

 

내게 깃털 같은 손을 내밀어 주세요

상처, 상처투성이 손을 얹어 이 밤의 끝을 걸어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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