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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청소년온라인백일장 예심통과 작품입니다-김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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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276회 작성일 14-10-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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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성

남미관의 태양신

 

 

지금은 라마의 노을빛 투레질이

봉우리를 물들이는 폐장의 저녁이야

남미관 안에서 온순하게 자라는 라마는

울타리를 몸 안에 만들어 살지

안데스의 굴곡,

솟아오른 등허리에 태양이 걸리는 시간

봉긋 솟은 혹 속에는 뱉을 것이 많아

라마는 쿠스코의 해발고도를 담는 관람객의

카메라 렌즈를 향해 침을 뱉고,

관목 이파리의 매듭을 풀어먹으며

옛 잉카의 문자를 기억하는 입술은

마추픽추의 살리나스를 닮았지

길게 뻗은 뒷다리에는 파발꾼의 피가 흘러

그러나 라마는 가만히 있으면서

칠천 킬로를 내달리는 안데스처럼

초저녁의 졸음 속에서

울타리 너머를 다녀오는지도 모르지

매일 제 등허리를 넘어가는

태양빛으로 내일을 점치지만

신성을 잃은 하늘의 신

태양이 만드는 제 몸의 그림자를 향해 퉤,

게워낸 세상을 뱉는 것이지

 

 

 

 

검은 홍수

 

 

집이 무너지듯이, 껍질을 벗겨낸 자리에서

개미 떼가 터져 나온다

 

일시에 검은 구덩이가 되는 나무의 표면

개미들은 서로의 몸통을 밟고 오르내리며 서로를 허문다

 

일사불란한 안간힘,

분주함으로 뒤덮인 나무를 본다, 개미를 본다

 

검은 소용돌이 속으로 죄다 휩쓸려간다 빛의 경계 속으로 빨려드는 느낌

 

대지를 꿰뚫은 저 흉터는

통증이 없는,

검은 피로 이루어진 홍수

 

어둠을 벗겨낼수록 더 깊어지는 구멍, 그 안에 바글바글 한낮을 집어 삼킨 홍수가 있다

 

방주가 없는 개미들은

고관절의 턱뼈로 자기 가슴과 배를 가르고

옮긴다 조금 전까지 끌고 움직이던

무거운 생이었던 것을 모른 채

 

검고 빠른 물살을 이끌고

내 그림자마저 덮치고 있다

 

밀물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태양을 깁는 시알코트 아이들은

얼굴이 검게 그을려 있다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창고 안

성간을 가늠하며

가장 완벽한 구(球)형을 만든다

태양을 공전하는 아이들의 지문에는

오각형과 육각형 무늬의,

피난지의 철조망이 그어져 있다

각질이 별빛처럼 쏟아지는 손가락

조국은 굳은살이기도 했을 것이다

꿰고 들어가는 바늘땀 사이

감춰둔 소리 없는 총성

시큼한 아교를 찍어 바른 이마에는

곳곳에 흑점이 돋아난다

하나 둘 공이 부풀 때마다

파키스탄의 둥근 하늘도 높아지는데,

서른두 개의 가죽 외피로 조각나

천막 그늘의 잠을 덧대는 시알코트 아이들

쭈그린 어깨가 펄럭인다

그러나 날카로운 바늘 끝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아이들은

오늘도 태양을 찌른다

통, 통 튀는 얼굴들

타오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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