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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채삼석씨 '계간지 리토피아 봄호'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 브레이크뉴스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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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치산
댓글 0건 조회 180회 작성일 21-03-0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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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채삼석씨 '계간지 리토피아 봄호'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지상중계]문학전문 계간지 리토피아 2021년 봄호 소설부문 신인상 작품 '리베르탱고 작전' 전문

박정대 기자 | 기사입력 2021/03/04 [14:04]

▲ 채삼석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문학전문 계간지 리토피아는 2021년 봄호 소설부문 신인상을 채삼석씨(전 언론인)에게 수여했다. 이 소설의 제목은 <반달주필의 만자조감도(萬字鵬瞰圖)>“리베르탱고 작전-대통령 만든 중립화 공약”이다.

 

신인상을 수상한 채삼석씨는 “전라북도 익산 남성중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과대표 역임), 연세대 보건대학원 고위정책과정 수료,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해군 중위 예편, 엘지애드 기획담당 2년, 연합뉴스 88서울올림픽 테니스담당, 남북관계부장, 뉴스편집부장, 외국어뉴스.한민족다문화센터 부국장, 논설위원, 기사심의실장, 광주전남본부장, 고충처리위원, 편집위원, 기획위원 역임. 컨슈머타임스 전무이사 주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2년, 한국기자협회 재외동포특별위원장”을 역임했다. 

 

아래는 리토피아 2021년 봄호에 게재된 이 소설의 전문이다.

 

<반달주필의 만자조감도(萬字鵬瞰圖)>“리베르탱고 작전-대통령 만든 중립화 공약”이다.

-채삼석 소설부문 신인상

 

일몰의 낙조는 황홀했다. 바닷가처럼 장엄하지는 않았지만, 하구로 향한 강줄기가 아래서부터 핏빛으로 번져오는 광경은 잠시 넋 놓고 지켜볼 만했다. 강변의 한기는 내륙의 그것과 달리 습기가 가득해서 관절이나 신경이 약한 노년층에는 더 치명적인 오한을 불러온다. 벽난로에 장작을 몇 개 더 던져 놓고 오크 향의 진한 위스키 한 모금을 흘려 넣었다. 지진처럼 위스키가 지나는 경로가 뜨겁게 용트림하는 게 느껴진다. 불은 적당하다. 역사는 ‘HI-STORY’다. ‘HI-’는 지나간 것, 흔히 불변의 사실로 번역하지만, ‘STORY’를 만든 사람들에게는 ‘알려질 필요가 없는’, 혹은 ‘IF-로 가장할 만한’이라는 의미로 교환된다. 

 

먼저 핸드폰의 두 대의 유심칩을 꺼내 불 속에 던지고 불이 붙은 모양을 확인하고 본체를 던져넣는다. 반달은 사무실과 CP에서 꼼꼼하게 챙겨온 서류들을 힐끗 확인하고 차례로 벽난로에 던져 넣는다. 

 

코드: PVEPS-1, 작전명:리베르 탱고, 작성자: 미상, 주확인: 미상, 개요; 한반도 중립화에 대한 대여론전, 세부 1: 대선 추이에 따른 공세의 단계 결정. 세부 1의 유의사항 ; 좌우 양 진영 간의 논쟁으로 점화하는 걸 방지하기.

반달은 뒤 몇 장을 건성으로 훑고 불더미에 던져버린다. ‘中林 8인 구락부’ 중에서 주미대사를 자원한 ‘스티브’와 대통령 직속 ‘국가언론비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내정된 반달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유령이 되기를 자처했다. 그들의 코드명, 아니 닉네임을 불 속에 던지며 미혹의 불안이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유령이라니, 그들이 불현듯이 자정 무렵, 그러니까 어제도 오늘도 아닌 시간에 나타나 지워진 자기들의 눈과 입을 드러내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반달은 서둘러 노트북을 연다. 종이 파일을 불사르는 것 따위는 언제든 십분 안이면 족할 것이다. 어쩌면 긴급한 사항은 이 황금빛 미래에 불쑥 끼어들지 모를 유령을 영원히 유령으로 어둠의 저 안쪽에 묶어두는 것이다. 반달은 서둘러 ‘中林 8인 구락부’의 실명과 인적 사항과 특기 사항과 비자금 은닉처까지 상세히 적는다. 

 

이제 저들의 입과 눈을 어둠 속에 영원히 붙잡아 둘, HI나 I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반달은 강의 하구부터 수만의 검은 말무리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듯한 기세를 느껴 흠칫하다 다시 내면의 전의를 굳게 다진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어라, 그러면 대중은 그 쓸모를 잊을 것이다’라는 저명한 미디어학자의 권고를 따르기로 한다. 정면 돌파다.

 

제1장 킥 오프-박진주vs케네디

 

킥오프 5분 만에 환상적인 골이 터졌다. 센터서클 부근에서 미드필더가 날린 패스를 손흥민이 페널티라인 중앙 외곽에서 오른발로 받아 잡는다.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골문을 향해 왼발로 중거리포를 내질렀다. 볼은 시간차 공격에 당황한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를 뚫고 골네트에 그대로 꽂힌다. 상대 팀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시티 구단이다. 빡빡머리의 이 명장조차 손 선수의 활약에 얼떨떨한 표정이 역력하다. 손흥민은 이 골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득점 리스트 정상에 올라섰다.

 

한국은 세계 30-50 클럽에 7번째로 가입했으니 이제 정체성과 자존감에 문제가 없다. 윈스턴 반달은 ‘중립 코리아’의 꿈을 꾼다. 한국인 대다수가 손흥민처럼 자랑스러운 존재로 거듭나니 그 꿈이 실현됐다. 이웃나라 북한도 유엔에 별도 가입한 외국이니 나름 ‘주체적으로’ 선택할 것이다.

 

주한미군이 75년 만에 사진 석 장을 공개했다. 1945년 9월 9일 조선총독부 국기 게양대에서 일장기가 내려지고 성조기가 올라간다. 미8군은 2020년 9월 9일 페이스북에 ‘일본군이 서울에서 굴복했다’며 항복문 서명식 사진도 게시했다. 한반도에 당시 대한민국은 없다. 미국의 점령군이 패퇴하는 일본군과 임무 교대하는 현장일 뿐이다. 반달은 인터넷 기사 댓글에도 관심이 갔다.

 

굴려라-피눈물 난다. 한 맺힌 나라. 다시 서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미소-중앙청에는 여러 나라 국기가 게양되었네요. 

     일장기-성조기-태극기-인공기-태극기-중공기-태극기

바다소리-미국 덕에 독립되고 이만큼 성장한 점을 인정하고 반미는 하지 말자.

오스카-독립은 개뿔……. 식민지배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뀐 거뿐.

가을노을-냉전을 한반도로 불러들여 전쟁과 독재의 비극이 잉태됐다.

 

반달은 원문보다 인터넷 댓글에서 진실을 읽는다. 보이지 않는 익명의 무수한 눈길들, 살짝 베일을 걷으면 드러나는 사실들. 조 바이든이 미국의 대선에서 난타전 끝에 압승했다. 그는 트럼프가 불복한 가운데 개표 수 일만에야 당선이 확정되자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이지만 미국인 모두의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반달은 존 케네디를 추억한다. 1962년 어느 날 케네디 대통령이 펄 벅 여사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백악관에 초대했다. 그가 안부를 묻자 그녀는 ‘한국이 배경인 소설을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케네디는 ‘골치 아픈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생각도 한다.’며 ‘돈이 많이 들어 예전처럼 일본이 한국을 통제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순간 충격을 받은 벅은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으면서 한국인들이 얼마나 일본을 싫어하는지 모르시나요?’라고 대꾸하면서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배로 되돌아가라는 말과 같다.’고 반발했다.

 

박진주라는 한글 이름을 자작(自作)한 펄 벅은 ‘한국은 고상한 국민들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작품에서 언급했다. 벅은 소달구지와 지게로 볏단을 나눠 나르는 노인과 감나무 가지에 까치밥을 남겨두는 여인네의 심성에 감탄했다. 그녀는 중국신문에 ‘한국은 마땅히 자치해야 한다.’는 논설도 쓰고 만찬 파티장에서 아리랑을 부르는가 하면 ‘카이로선언만 믿을 게 아니라 한국인들 스스로 독립을 쟁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바이든의 절반 나이로 대통령이 된 케네디의 딸 캐롤라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대사로 임명해 5년간 재직했다.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 때 매 달 회식을 했던 캐롤라인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일 갈등이 고조되면 미국이 어느 편을 들지는 눈을 감고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전쟁과 분단의 80년이 다가오지만 남북한 사이의 교류 장벽은 여전하다. 인접한 중립국 오스트리아-스위스처럼 평화공존 한다면 통일이 대수겠는가. 미국의 각주나 유럽 각국처럼 한 깃발 아래 국가연합(US, EU)으로 향한다? 한참 먼 이야기다. 

 

2020년 11월 11일 저녁에 반달은 월간뮤지크 <새바의 피아졸라 탱고> 공연을 본다. 누에보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 망각, 악마의 로맨스 연주곡이 춤과 함께 공감을 선사한다. 

 

‘반달’은 15년 전 이마가 훤한 머리를 보고 후배가 윈스턴에게 진상한 애칭이다. 텔레비전에서는 <왕과 나> 영화가 나온다. <쉘 위 댄스> 주제곡에 맞춰 데보라 카와 퀵스텝을 추는 율 브린너. 평화로워 보이는 샴 왕국에도 위기는 도사리고 있다. 고인이 된 율 브리너를 보며 뜬금없이 ‘온달’ 장군이 떠오른다. 왕과 나를 본 여진 때문인지 댄스스포츠로 심신을 푼다. 

 

늦가을의 밤바람이 서늘하다. 산책길에 하늘을 바라보니 상현달이 떴다. 반달은 샤워 세례 속에 2022년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별명을 심심풀이로 지어본다. 코레아나-高麗我-높고 아름다운 나의 나라, 자파리칸-日美韓-해가 아름다운 한국, 두리하나로-二一韓-남북이 하나된 한반도다. 

 

한반도의 전쟁은 71년째 끝나지 않았다. 휴전을 넘어 종전과 평화는 언제쯤 당사국 간 협정으로 법제화 될까. 북한이 수시로 쏘아 올리는 미사일의 포성이 도쿄와 워싱턴까지 공명한다. 반달은 눈을 지그시 감고 그날을 떠올린다. 7.27 휴전협정 67주년을 맞은 강화도 외포리 부두였다. 외래인 200여 명이 카페리에 오른다. 한강 하구 중립수역까지 ‘평화의 배’ 띄우기 이벤트다. 선상에서 다종교 기도회와 살풀이춤이 펼쳐졌다. 이어 최북단 교동도의 월선포 선착장에 내린다. 3km 물길을 건너면 북한의 연백평야다. 한여름 태양 아래 ‘화해 상생의 한마당’이 열렸다. 우리누리평화운동 데레사 대표 등이 주역이다. 반달은 그녀의 초청을 받아 스티브 쟝과 함께 이 행사를 참관했다. 

 

반달은 어쩌다 아직도 휴전 중인 나라, 분단국의 현실에 깊숙이 빠져버린 것일까.교동도는 실향민들이 물 건너의 고향 하늘을 바라보다 눌러앉은 땅이다. 한강 하구는 정전협정상 비무장 중립 지대로 민간 선박 항행의 자유가 원칙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오늘도 통제한다. 부근의 서해 5도 접경 해역도 남북 정상이 공동어로에 합의했지만 양측 경비함정 간 긴장은 여전하다. 그 틈새에서 북한의 어업권을 값싸게 확보한 중국 어선단이 조기와 꽃게와 홍어를 싹 쓸어 남한에 비싸게 팔고 그야말로 어부지리를 즐긴다.

 

반달은 해군 작전장교, 재벌그룹의 광고기획자를 거쳐 언론사의 외교안보 데스크와 주필을 지냈던 날들을 회상했다. 그 일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계기였다. 스티브는 주한미군과 베트남의 미국대사관 통역관, 미얀마의 한국대사관 공사로 활약했다. 그는 하와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중립화 통일’ 캠페인에 오늘도 바쁜 노익장이다. 스티브와 반달, 루치아, 페드로, 휴만, 파일럿 등 ‘中林 8인 구락부’는 뜻과 꿈이 상통해 3년 전 ‘한국자존전략(PROUD COREA, PC) 포럼’을 출범하고 ‘나라 自尊’ 화두로 탄생했다. 매월 만나 국제정세와 한반도에 관해 토론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인구 5천만 명.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한국은 30-50 클럽의 7번째 멤버가 됐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모두 식민지 착취로 자본을 축적했으나 한국은 식민 지배를 당하고도 경제를 발전시켜 이 클럽의 관문을 통과했다. 

 

북한이 왜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나. 반달은 서가에서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를 꺼냈다. ―51년 가을 오키나와 기지를 발진한 폭격기들이 북한에서 모형 원폭탄 투하 훈련을 한다.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 굴러가는 저 폭탄이 더미가 아니고 진짜 원폭이라면? 미군의 핵공격에 대한 북한의 공포가 시작됐다. 1980년대 주한미군사령관의 야전교범 브리핑이다. 1-북한의 대병력이 재침하면 미국은 1시간 내 전술핵무기를 쓴다. 2-북한군이 서울을 재점령한다면 인명만 살상하고 건물은 살리는 중성자탄을 사용한다.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91년 한반도비핵화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도 나왔다. 그러나 한미 합동훈련이 전격 재개되자 북한은 핵과 미사일의 비대칭전력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한국의 경제력이 수십 배 크니 북한이 재래식 무장으로 대적하자면 돈을 감당할 수 없다. 

 

제 2장 페이스 투 페이스 - 동맹과 자주의 대립선 

 

안보 이론가인 크로스 한이 PC포럼 첫 세미나에서 발제했다. 주제는 ‘자주와 동맹의 대립선’이다. 

 

-쿠데타로 집권해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는 군사독재에 반발하고 민주화에 투신한 노무현과 대비되나 미국의 파병 요구를 수용하고 자주국방을 모색한 측면은 유사하다. 박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에 동참하는 대신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핵 개발을 은밀히 추진했다. 노 대통령은 이라크 전선에 파병하는 한편으로 작전권 환수에 나서는 등 자주국방에 힘썼다. 박정희는 유신 독재 끝에 심복인 정보부장에게 시해당하고 노무현은 보수 세력의 질시 속에 부엉바위에서 추락사 했다. 한 명은 재직 중에 당하고 한 명은 퇴임 후 일이다. 둘 다 입신양명의 끝이 불행하다. 

 

한반도의 다이나믹한 상황과 주변국과의 관계, 전직 대통령들의 비극적인 결말을 보며 이 나라의 복잡한 상황을 쉽게 설명할 수는 없다. 주한미군에게 언제까지 의지할 것인가. 미국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한국의 여론은 소용돌이친다. 대책 없이 ‘미군 철수’만 외쳐대면 될까? 자주-동맹의 대립선을 넘어 보자. 군사력과 경제 규모, 과학 기술도 세계 10위 안팎이다. 매너를 갖추고 당당하게 교역 파트너를 배려하면서 리드하면 안 되나? 어떤 상대를 만나도 그 수준에 맞춰 실력과 열정으로 춤을 즐기는 프로 댄서처럼……. 반달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PC 포럼의 스티브 좌장이 두 번째 발제했다. 주제는 ‘한국 내 중립론 역사’

 

―1891년 고종은 일본, 러시아, 영국, 미국에 스위스식 중립을 타진하나 중국의 반대로 무위에 그친다. 1900년에도 일본과 미국에 ‘조선의 중립’을 위한 협조를 구하지만 거절당한다.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는 1904년 1월 20일 ‘영세중립’을 선포하나 국내외의 반응이 공허하다. 

 

해방과 함께 남한은 미군정 치하다. 재미교포 김용중은 46년 크리스천사이언스 신문 기고로 ‘한반도 중립 통일’을 주창한다. 50년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립화로 한국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60년 판문점의 군사정전위원회를 비동맹국 대표로 채우자고 제안한다. 동아일보 김삼규 주필은 1951년 이승만에 대한 비판기사로 추방당하자 일본에서 ‘코리아 평론’을 통해 중립화 통일론을 전개한다. 장면 총리 시절에 중립화 이슈를 연재한 민족일보의 조용수 사장은 61년 박정희의 쿠데타 이틀 만에 체포돼 군사재판에서 용공혐의를 뒤집어쓰고 교수형 당한다. 2008년 재심은 조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989년 야당 지도자 김대중은 시국강연에서 ‘장차 통일이 되면 오스트리아식 중립국가로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반도가 1945-55년 해방과 분단, 전쟁을 거치는 동안 오스트리아는 피점령 분할을 극복하고 좌우합작과 국민통합으로 중립화한다. 2013년 한 대학총장은 ‘한국이 먼저 중립을 선언하고 제3세계의 지도국이 되면 북한도 따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드래건 교수와 피콕 박사는 오늘도 정교한 논리로 ‘한국 중립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리토피아 2021년 봄호.   ©브레이크뉴스

제 3장 하프 타임 - 반도문제 솔루션: 센타발란스

 

댄스홀에서 반달의 뇌리에 ‘중립’ 화두가 스쳤다. 춤 동작의 기초인 ‘센타발란스’다. 왼발에서 오른발로 몸무게가 실리면서 이동할 때 중간에서 체중을 순간적으로 느낀다. 균형감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엠블렘 ‘움직이는 별’처럼 ‘뉴트럴’보다 역동성이 돋보이는 느낌이다. 한쪽 발에 체중을 모으고-올발란스-다른 쪽 발은 엄지발가락 안쪽을 바닥에 댈 때 호랑이가 양쪽 발가락과 발톱을 모두 긴장시킨 채 땅을 움켜쥐고 사냥감에 접근하듯이 발바닥 전체로 마룻바닥을 붙잡는다. 소걸음이 아니고 호보를 상정한다.

 

반달은 탱고를 추면서 센타발란스를 감지해본다. 체중을 1에서 10까지 나눠 이동하는 연습을 먼저 한다. 4까지 뒷발에서 밀고 5에서 양발이 순간 균형을 이루면  센타발란스다. 6부터 앞발목에 이어 무릎을 굽히면서 뒷발은 끌어당겨 모은다. 탱고의 피겨 ‘스패니시 드랙’과 ‘콘트라 첵’의 연결을 보면 오른발로 마루를 누르자마자 왼쪽 옆으로 왼발을 밀어내고 45도 밖으로 돌린 머리를 천천히 90도 되돌린다. 파트너와 시선이 마주치면 키스라인이 형성된다. 다시 고정된 오른발 방향으로 ‘슬로슬로’ 천천히 왼발을 끌어 모으면 헤지테이션이다. 다시 오른발이 발목부터 바닥을 누른 채 무릎을 굽히면서 앞쪽으로 밀어낸 왼발과 엇갈리게 중간에서 순간 정지한다. 이 ‘콘트라 첵’ 동작에서 남녀는 각각 센타발란스를 감지하는 동시에 서로 허벅지를 단단히 지탱해 ‘카운터 밸런스’를 잠시 유지한다. 이어 ‘앤 슬로’ 템포의 엔딩 프로미나드 포지션에서 다음 피겨를 준비한다. 

 

제3강 주제는 ‘중립한국과 주한미군’이다. 페드로 센코가 발제했다. 

 

-구한말 미국은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중립국 선포’를 외면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1947년 동아시아로 웨드마이어 중장을 파견한다. 장군은 “한국의 중립 보장” 건의와 함께 “미국과 소련의 동시 철군” 정책을 제안한다. 미국이 한국전에 대병력을 파견한 50년에도 중립화를 거론했다. 국무부 지침이 ‘한국의 비무장 중립’에서 안보회의 토론과 대통령 승인을 거쳐 ‘무장 중립’으로 수정된다. 10월 국무부 비망록은 ‘유엔군 유지와 한국 중립화’가 핵심이다. 1951년 전황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의 관심이 종전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휴전 회담이 시작되자 이승만은 종전과 중립화를 모두 반대한다. 6월 덜레스 국무장관이 ‘평화적 종전’ 방안을 재검토하면서 ‘한국 중립화와 안전보장’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을 작성한다. ‘남한만이라도 중립’시키자는 ‘덜레스 모델’은 골프장으로 나가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구두로 보고되나 합참 장성들의 벌떼같은 반발을 산다. 중립화 대신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돼 미군 철수도 물 건너간다. 전쟁과 무기판매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군산복합체의 득세 결과 아닌가. 구한말 미국이 고종의 중립선언을 무시하더니 50년 뒤 미국 정부의 중립화 제안을 이승만도 거절했다. 엇박자와 동상이몽의 역사다.

 

미국 행정부와 별도로 여론 주도층도 한국 중립론을 수시 개진했다. 1952년 이승만의 정치고문 올리버, 53년 노우랜드 상원의원, 60년 맨스필드 상원의원에 이어 61년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교수 등이 한국 중립화론을 주장한다. 그는 2000년에도  ‘중립화는 한국인들의 의사결정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포터 주한 대사는 71년 미 하원 청문회에서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 중립화를 수시 검토했다.’고 증언한다. 안보보좌관을 역임한 브레진스키 교수는 72년 철군 문제가 불거지자 ‘통일을 위해 4강이 한반도 중립화를 보장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 동북아지국장을 지낸 셀리그 해리슨은 74년 기고를 통해 ‘미군이 먼저 철수하고 4강이 균형정책을 채택하면 남북은 중립화를 추구한다. 주한미군을 빌미로 북한은 군비를 증강하고 강경파가 득세해 내부 변혁이 어렵다. 단계적 철군이 남북한 군축과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젠 떠날 때’라고 판단할 날이 곧 온다는 것이다. 저서 ‘코리안 엔드게임’에서 해리슨은 ‘한반도를 분단한 미국의 역할에 유감이 깊은 미국인’이라고 고백하면서 ‘비핵-중립의 한반도가 미국에도 결국 유리하다’고 처방했다.

 

밝은누리가 8.15 광복절 날 홍천테마파크에서 생명평화운동의 ‘중립화’ 강연회를 열었다. 그날 반달은 그들과 함께였다. 제주 4.3 항쟁, 광주 5.18 민주화, 여순거창사건, 보도연맹 학살 등 고통의 역사 현장을 찾아 ‘1000일 기도순례’를 하는 중간 행사다. 과거 한국군의 베트남 학살 마을과 교토의 일제 징용 희생자촌도 찾았다. 모둠 토론과 종합 발표를 거쳐 ‘중립화의 관건은 단합된 국민적 의지와 미국의 호응’이라는데 중론이 모아졌다.

 

탱고는 인생이다. 반달은 탱고 음악을 허밍으로 따라 부르며 손동작으로 리듬을 맞춰본다. 반달은 ‘리베르탱고’ 무곡이 좋다. 해방춤으로 ‘자유의 탱고’다. 러시아 필하모닉 교향악단이 반도네온, 바이올린과 합주 협연한 무대의 유튜브 조회가 일찌감치 4천만 건을 돌파했다. 빠른 템포인데도 텔레스핀 턴과 스패니시 드랙, 콘트라 첵 등 피겨에서 댄서 커플의 센타발란스 구사가 완벽하다. 밀당의 박진감 속에 율동도 안정적이다. 모스크바의 공연장에서 선홍 드레스의 여성 댄서와 검정 조끼를 입은 파트너의 커플링 댄스가 매혹적이다. 박수로 박자를 맞춰 시작한 공연은 5분 만에 갈채로 끝난다. 투우 경기를 형상화한 라틴 댄스 ‘파소도블레’의 격정적 피겨까지 안무에 가미해 긴박감이 배가됐다.

 

T-주한미군 성남지휘소(CP)의 약칭도 ‘TANGO’다. 탱고 알파 네이비 골프 오페라. 반달은 암구호로 가상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알 박듯이 알파벳 다섯 자모음을 하나씩 발성해본다. 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 Command Post-전구공중해상지상작전지휘소다. 유사시 군작전을 총지휘하는 워룸이자 정보센터로 청계산 지하 3층의 1만 평 시설에 한 달간 장병 1천 명이 외부와 차단돼도 버틸 수 있으며 핵미사일 공격에도 견디게 만들었다는 벙커 사령부다. 반달은 ‘한국 중립화’ 프로젝트의 작전 암호를 ‘리베르탱고’로 상정한다.

 

▲ 채삼석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제 4장 세컨드 하프 -대선에서 중립화 공약으로 압승

 

여야 정당이 2022년 대통령 선거의 공약 설계에 나선 가운데 21년 5월 3일, ‘대한민국중립만세운동본부’가 발족했다. 4.19 의거와 5.16 쿠데타의 중간 날짜다. 만세 캠페인의 선봉대와 전국조직단, 기획상황실 간부 3명씩은 공동본부장 5명과 함께 오삼-오징어와 삼겹살의 퓨전 요리로 오찬을 나누며 전략회의를 가졌다. 1일 노동절, 2일 일요일,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의 황금연휴를 지나 10일 유권자의 날 오전 10시, 만세3창으로 한중본의 출범을 나라 안팎에 알렸다. 센터의 약칭이 한국과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 체인을 연상시키는 가운데 반달은 동명의 친구도 생각한다.

 

‘중립 한국’ 테마의 웹툰, 연극, 뮤지컬도 나왔다. 봉준호 등 개념파 영화인과 한류 작가, 트롯 가수 등도 앞장섰다. 7월 4일 여론조사 결과 ‘중립화’에 한국민의 66%가 찬성하자 곧장 각종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차지한다.

 

반달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정독했다. ―남녀 모두 군사 훈련을 받고 전시 작전은 그 나라의 책임이다. 유토피아는 타국과의 (상호방위) 조약이 없다. 추첨으로 할당하는 집은 10년마다 가족 수에 맞춰 바꾼다. 신랑 신부가 결혼하려면 후견인 앞에서 서로 나신을 보여줘야 한다.―유토피아에서 반달은 종교적 관용과 자주국방, 중립외교의 정책노선에 주목했다.

 

한국은 태평양 너머의 먼나라와 안보동맹을 맺은 가운데 서해 건너의 이웃나라와는 전략적 동반 관계다. 한쪽이 국제결혼한 법적 부부라면 다른 쪽은 관습적인 댄스 파트너 커플이다. 인생살이의 배우자보다 댄스스포츠의 상대방 물색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춤판에서는 거의 정설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 분쟁과 군사적 긴장 와중에 한국의 대통령은 여야 영수회담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한 뒤 ‘국익을 최우선 추구한다.’는 독트린을 선언했다. ‘균형 외교’ 선포다. 대선 캠페인 기간에 중립화 토론이 확산했다. 한미동맹과 대중 파트너십 등 무역과 안보 이슈가 최대 쟁점이다. 

 

3개 정당 가운데 1당은 한미일 동맹 체제 강화, 2당은 한반도 중립화 통일 추진, 3당은 균형 중립 외교 지향의 간판 공약을 내걸고 격돌했다. 주택과 교육 등 공약 은 대동소이하다. 캠페인 로고송 ‘민과 함께’와 대선 표어 ‘자랑스러운 국민, 중심이 바로 선 나라’ 등이 이채롭다.

 

33-22-44%. 대선 캠페인 초반 세 후보에 대한 인기조사 결과다. 한국이 수십 년의 협상 끝에 21년 8월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회수했다. ‘태극기부대’ 등 일각의 반발은 여전하다. 31-20-48%. 11월에 표심이 다소 이동한다. 1당이 전작권을 다시 미군에게 인계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22년 1월 25-21-53%. 대선일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세 당 후보의 예상 득표율이다. 3월 8일 투표 후 최종 개표 결과는 22-22-55%. 코레아나 후보가 압승했다. 극우파의 행실에 분노한 중도파의 표심이 요동쳤다. 신세대도 동맹과 통일보다 중립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당선이 확정되자 코레아나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중립외교’를 선언하고 “통일 문제 거론을 32년 하계올림픽 때까지 유보하자.”고 국내외에 제안했다.   

 

세계 만방 지도자들의 당선 축하 메시지가 쇄도한다.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도 경축 친서를 보냈다. 그는 대한민국의 중립화 과정을 주시하면서 스위스식의 중립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아나 대통령은 5월 취임전 기자회견에서 통일부 간판을 남북교류부로 바꾸고 32년 올림픽의 공동개최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명실상부한 자주국방을 위해 흑산도와 울등도 등 동서남해의 5개 섬에 전투비행장과 유도탄기지를 신설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곧 작전명령 22-1 ‘삼각산 자라궁’ 암호명의 1급 비밀로 하달됐다. 해당 전략전진기지 부근에 작전지휘소를 겸한 대통령 별장도 마련하고 비행장은 평시에 민항기도 이착륙하도록 했다.

 

반달은 푸른 악어가 장식으로 달린 USB와 꽂으면 십자가 형상이 되는 USB, 두 군데 파일을 옮기고 원본을 삭제하려다 불꽃이 사그라든 벽난로에 던져버린다. 그러고는 가방 두 개를 통째로 던져 넣는다. 새벽 어스름의 한 가운데서 반달을 둘러싼 공간만이 붉게, 더 붉게 솟구친다. 

 

5월 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새로운 중립공화국 출범 기념 댄스파티가 열렸다. 민속합창단과 국악관현악단이 성주풀이와 개선행진곡을 협연하는 가운데 대통령 부부는 왈츠곡 ‘에델바이스’ 반주에 맞춰 파티를 선도했다. ‘리베르탱고’ 공연과 룸바, 폭스트롯, 차차차, 비엔나 왈츠, 삼바 춤에 이어 봄처녀, 그네…….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왈츠 무곡이 나오고 이어 라스트 댄스로 ‘아리랑’ 음률이 흐르자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반달은 그 날 밤 미국에서 친구가 보낸 이메일을 열었다. ‘Hi! shy old boy, be ambitious. Another brave new day has just started!’ (일부가 실화로 보이더라도 허구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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